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34
제1034화 패왕의 활약
빠르게 달려드는 커다란 앞발을 항소운이 맨손으로 막아냈다.
늑대는 자신을 한껏 내려다보는 서늘한 눈빛과 마주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황급히 달아나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헙!”
항소운은 늑대의 앞발을 사정없이 잡아 뜯었다.
늑대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때, 파괴력 그득한 진의의 힘이 장법에 실려 적의 몸을 관통했다.
늑대는 외마디 비명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주변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가운데 누군가 꼴깍 침을 삼키는 소리가 침묵을 깼다.
8품 신급 생령이 저리 쉽게 죽다니, 이게 정녕 사실이란 말인가?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신 눈을 비볐다.
“실력이 고작 이 정도란 말이냐? 정말 한심하군. 이러니 스승님께서 혼자서도 백만 대군을 막아내신 거지.”
항소운이 생령들을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그는 제대로 싸워보고 싶었다. 스승님의 뜻을 이어받아 생령 대군을 토벌하고 말겠다고 결심했다.
“건방진 놈. 그래봤자 저 늑대는 8품에 막 입문한 녀석이었다. 이 원수, 내가 갚는다!”
생령 하나가 호통을 치며 달려 나왔다. 손에 쥔 금 가시가 맹독을 품은 채 순식간에 만여 번을 찔렀다.
상대는 8품 정점의 생령이었다.
항소운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용과 범의 인장을 응집시켜 앞으로 내뻗자 수많은 금 가시가 산산조각 났다. 이런 데도 인장의 위력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순식간에 상대를 집어삼켰다. 생령은 육신과 영혼까지 철저히 파괴되었다.
항소운이 몇 수만에 8품 생령 둘을 죽이자, 남은 생령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녀석 뭐지? 설마 그 인간처럼 무적의 존재인가?”
“아니, 저 둘이 방심한 거야. 처음부터 강하게 나갔으면 저리 쉽게 당하지도 않았지.”
“맞아. 나약한 인간이 어찌 우리 상대가 되겠냐? 못해도 9품 경지는 돼 보이니, 우리 쪽도 같은 경지를 내보내면 분명 죽일 수 있을 거야.”
“그래, 놈이 뛰어봤자 벼룩이지. 대인이 곧 해결해주실 거야.”
뒤쪽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확실히 9품 실력이로군. 놈은 내가 처리하겠다.”
잠시 후 거구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13년 전, 항소운에게 졌던 웅천패였다. 녀석의 기세는 그때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다. 오늘에야말로 지난날 패배를 설욕하리라.
“패장 주제에 큰소리는. 너 혼자서 되겠어? 몇 명 더 데려오던가.”
항소운이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그때는 네 운이 좋았지만, 오늘은 다를 거다!”
웅천패는 곧 원래 모습으로 변신했다. 신력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몸집도 더욱 커졌다.
육중한 몸이 쿵쿵 소리를 내며 달려가 앞발을 힘껏 휘둘렀다.
공간이 무너지고 성진이 파괴될 만큼 강력한 장법이었다.
사람들은 웅천패의 등장에 걱정스러운 낯빛을 했다.
그간 웅천패는 인간족 강자 여럿을 죽인 전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항소운이 이길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다.
“그래도 개일 대인의 제자인데 당연히 이기겠지.”
낮은 웅성거림 속에서 누군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고말고. 절대 부회장님을 망신시켜선 안 돼.”
“그래, 자신 없으면 그냥 나와. 다른 사람이 싸우면 되니까.”
누군가 말을 거들었다.
그들은 여론을 몰아 항소운에게 은근히 압박을 주고 있었다. 저러다가 패하면 또 사람들을 부추겨 비난을 퍼부을 거다.
마희가 참다못해 한마디 했다.
“겁쟁이 주제에 입만 살아서는. 자신 있으면 너희도 싸우던가.”
그녀는 혼돈장벽에서 별다른 수확을 얻지 못했다. 음양전체라서 혼돈의 힘과는 맞지 않아서다. 반면 그녀의 몸에 붙어있던 흑암마천수는 수확이 아주 컸다.
흑암마천수는 마침내 혼돈의 기운이 완전히 충족되면서 단숨에 구전 경지로 뛰어올랐다. 거기서도 멈출 줄 모르고 계속 경지를 돌파한 끝에 영생을 누리게 됐다.
흑암마천수는 자신이 성장한 만큼 그녀에게도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이 무한한 공간에는 빛과 어둠, 두 본연의 힘이 가장 풍부했다.
그녀는 흑암마천수의 도움 속에 6품 소생 경지를 무사히 돌파했다.
시간의 도에 대한 깨달음은 한층 넓고 깊어져서 이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강해졌다.
그녀의 말에 그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마희 말고도 능자약, 송천도가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어서다.
그사이, 항소운은 행동으로 저들의 분란을 잠재웠다.
스승처럼 지극히 간결한 동작이나 권법의 위력은 성난 파도처럼 거셌다. 마치 파도에 모래가 휩쓸리듯 장법이 일격에 파훼 되었다.
항소운은 다시 앞으로 한 발 내디뎠다. 한 마리 용을 연상케 하는 우아한 움직임이었다.
그는 혼돈천뢰가 실린 발을 힘껏 들어 올려 웅천패의 얼굴을 가격했다. 각법은 바람 진의의 속도와 천둥 진의의 파괴력까지 모두 갖추고 있었다.
웅천패는 무방비 상태로 얼굴을 짓밟혔다. 얼굴이 푹 꺼지면서 뜨거운 피가 솟구쳤다.
혼돈천뢰는 곧장 몸속으로 파고들어 목숨마저 앗으려 했다.
“멈춰라!”
저강렬이 다급히 소리쳤다. 생사를 같이한 동료가 죽는 것을 차마 두고 볼 수 없었다.
그가 사악한 기운을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화강분천열(火罡焚天烈)!
저강렬은 입에서 뜨거운 화염을 내뿜었다.
불은 삽시간에 항소운을 뒤덮었다. 금빛 화염이 요사스럽게 흔들리며 활활 타올랐다. 신급 무기도 녹여버릴 만큼 기세가 대단했다.
그것은 신급 정점에 다다른 화염이었다. 저강렬이 어려서부터 연마한 운명의 화염으로, 몇 차례 환골탈태를 거친 끝에 세상에 유일무이한 화염이 되었다.
저 불에 닿았다가는 손쓸 새도 없이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항소운은 불이 두렵지도 않은지 웅천패를 밟은 발에 더욱 힘을 주었다.
곧 육신이 맥없이 갈라지고, 영혼은 기겁해서 도망쳐 나왔다.
“저 형, 도와줘!”
웅천패는 다급히 동료를 찾았다.
어떻게 지금 경지에 도달했는데 이대로 허무하게 죽을 순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저강렬도 그를 구하지 못했다.
항소운의 발밑으로 죽음의 진의가 퍼져나가 생기를 빠르게 빼앗더니 결국 육신이 완전히 폭발하고 말았다.
뒤늦게 금빛 화염이 맹공격했지만, 갑자기 새로운 힘이 생겨나 화염의 위력을 확 떨어뜨렸다.
그 틈을 타 항소운은 입을 크게 벌려 금빛 화염을 집어삼켰다.
저강렬은 입을 비죽이며 웃었다.
“멍청한 놈. 겁도 없이 흠천열화(鑫天烈火)를 삼키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흠천열화? 이름은 괜찮네.”
항소운이 콧구멍으로 화염을 조금 내뿜으며 태연히 대꾸했다.
저강렬은 상대가 멀쩡한 것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쩐지 불안했다.
곧 항소운은 저강렬이 했던 대로 입을 벌려 무시무시한 화염을 토해냈다. 다만 흠천열화가 아닌 모든 불의 근원인 혼돈의 불이었다.
위력은 곱절로 강해졌다.
저강렬은 꽥 소리를 지르며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도저히 싸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각법으로 웅천패를 죽이고 이번에는 혼돈의 불이라니. 이건 승산이 없는 싸움이다.
허나 항소운은 처음부터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혼돈의 불은 한 마리 용처럼 포효를 내지르며 앞으로 돌진했다.
“저강렬을 구해라! 어서!”
생령 통령이 급히 명령을 내렸다.
생령 강자 여럿이 나는 듯 달려가 곧장 항소운을 저지했다.
그러나 혼돈의 불은 아랑곳하지 않고 저강렬을 단숨에 집어삼켰다.
생령 대군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강렬은 무참히 살해되었다.
생령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저강렬과 웅천패는 자신들을 대표하는 최상급 강자였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당하다 죽고 말다니. 대체 저자는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이제 기세는 인간족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누군가 환호성을 질렀다.
“잘했다, 패왕!”
항소운 쪽 동맹군에서 나온 소리였다. 그들은 그의 활약으로 어깨가 으쓱해졌다.
반면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사람들은 큰 위협을 느꼈다. 유력한 경쟁자가 한 명 더 늘어난 셈이다.
‘저 녀석 언제 저렇게 강해졌지?’
진구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이제 9품 신급 문턱을 넘었으니 구전 밑으로는 천하무적이라 믿었다.
그런데 항소운이 최상급 생령 둘을 간단히 죽이는 것을 보자, 심경이 복잡해졌다.
만일 지금 녀석과 싸운다면 자신이 이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리고 두천왕과 제림 무리는 놀랍고도 두려웠다.
만일 그가 영역 밖 전장에서 끝끝내 살아남는다면 복수의 칼날은 자신들을 향할 게 뻔했다.
현재 9품 생령 여섯 마리는 항소운에게 무차별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그 속에 담긴 파괴력은 9품 무인을 단숨에 해치울 만큼 대단했다.
“죽어라!”
생령 대군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생령뿐 아니라 그에게 악감정이 있는 사람들도 속으로 같이 외치고 있었다.
공격이 떨어진 순간, 갑자기 아홉 빛깔 힘이 그의 몸에서 솟구쳤다.
태초장벽!
돌연 무형의 장벽이 항소운 앞에 우뚝 섰다. 그것은 태초 진의를 응집시켜 만든 무형의 힘이었다.
극강의 방어력은 혼돈장벽과 유사하나, 훨씬 단단하고 두껍다는 점에서 차이가 났다. 혼돈장벽보다 더 많은 종류의 진의를 품고 있어서다.
혼돈장벽을 차례로 통과하며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그가 직접 창안한 기술이었다.
공격은 곧장 태초장벽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글대는 화염과 부식성 독으로도 장벽에 흠집 하나 내지 못했다.
고독구패가 탄성을 터뜨렸다.
“역시 항소운은 대단하네요. 제 혼돈천종도 저 장벽에는 안 되겠어요.”
“독패야, 네 혼돈 전체야말로 천하제일이다.”
진무 학당 태상 장로가 나지막이 말했다.
“장로님, 전 누구보다 자신을 믿습니다. 허나 때로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어요.”
이에 태상 장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항소운의 무공은 놀라우리만치 강해서 보는 이들은 점점 압박감을 느꼈다.
일부는 자괴감에 빠져 소회장 경쟁마저 포기했다. 앞으로 7, 80년이 남았다지만 더 이상의 경쟁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항소운은 태초장벽으로 방어력을 최대로 높인 뒤 주먹을 쉴 새 없이 휘둘렀다.
주변은 폭발로 인해 쑥대밭이 되었다.
맞은편의 머리 둘 달린 생령이 두 개의 입에서 신력을 내뿜었다.
이런 식으로 권법을 막아보려 했으나, 모든 것이 허사였다.
권법은 맹렬한 기세로 날아가 두 개의 머리를 동시에 박살 냈다.
탄천서(呑天鼠)라는 쥐 생령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것으로 유명했다.
녀석은 제 능력만 믿고 입을 쩍 벌려 권법의 힘을 꿀꺽 삼켰으나, 끝내 육신이 버티질 못하고 터져버렸다.
그 옆의 반인반수 생령은 방패로 막으려다가 되려 짓눌리고 말았다.
9품 생령 여섯 마리는 항소운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마침내 모강강이 나섰다.
그는 선발대의 우두머리로, 혼돈장벽에서 무공이 크게 상승하여 구전 경지를 목전에 두었다.
“그 스승에 그 제자라더니 과연 탐나는 실력이군. 여기 있는 인간족 중에 네가 가장 뛰어난 건 인정하마. 허나 내 앞에선 살려달라고 빌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