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37
제1037화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항소운과 능자약은 제 귀를 의심했다.
송가는 동령에서 유명한 명문가이자 소회장 후보를 배출해낼 만큼 막강한 권력과 힘을 지닌 세력이었다.
그런 송가가 따르겠다니. 이 일이 알려지면 얼마나 큰 후폭풍이 일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진심이야?”
항소운이 눈썹을 추켜 올리고 물었다.
“송가 소가주의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
송천도는 아예 무릎까지 꿇었다.
과연 결단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원체 실력이 뛰어나고 남한테 굽히길 싫어하는 성격이라 장차 지도자급이 될 만한 인물이거늘 항소운을 따르기로 결심한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혼돈세계 이후 다시 만난 항소운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넘어설 수 없는 벽을 마주한 기분이랄까. 이미 그는 가장 유력한 소회장 후보로 성장해 있었다.
어차피 소회장이 되지 못할 바에야 자진해서 따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훗날 그가 소회장 자리를 거머쥐면 송가도 자연스레 이득을 취할 테니 말이다.
송천도는 가문의 미래를 걸 만큼 항소운의 능력을 믿었다.
“좋아, 그럼 나도 답례로 혼돈신천 한 단지를 주지.”
항소운은 활짝 웃으며 혼돈신천을 건넸다.
덩달아 능자약의 눈빛도 후끈 달아올랐다.
생각 같아서는 그의 손에 들린 단지를 낚아채고 싶었다.
송천도는 혼돈신천을 공손히 받아 들더니 들썩이는 입꼬리를 간신히 누르며 항소운 뒤로 걸어갔다.
마치 호위무사와 같은 모습으로 우뚝 선 그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능자약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생각 같아서는 한 대 쥐어박고 싶지만 어쩌랴.
그녀가 속한 광릉궁은 선로궐, 신맹과 더불어 중원을 대표하는 초거대 세력이었다. 당연히 송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니 항소운에게 쉽게 굴복할 수도, 또 그럴 권리도 없었다.
잠시 후 그녀는 하는 수 없다는 듯 신물을 몇 가지 꺼냈다.
다만 이 정도는 항소운의 눈에 들지 않아서 혼돈신천이 아닌 다른 신물과 교환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녀는 애가 탔다.
“항 공자, 대체 뭘 드려야 혼돈신천과 바꾸시겠어요? 뭐든 말씀만 하세요.”
항소운은 잠자코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광릉궁에 절세 금보(琴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구결이면 바꿀 의사가 있지요.”
“지금 광릉보(廣凌譜)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건 어려워요.”
능자약이 정색하고 말했다.
광릉보는 광릉궁의 역대 궁주만이 볼 수 있는 무공 비급이었다.
다만 이 금보는 태생적으로 금(琴)과 통하는 사람만이 제대로 연마할 수 있다. 이번 기수의 궁녀 가운데 그만한 재능을 지닌 자는 월희가 유일했다.
“광릉보를 전부 원하는 건 아닙니다. 상권이면 충분해요.”
궁금음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능자약은 항소운의 요구를 바로 들어줄 수 없었다. 그녀는 즉시 광릉궁의 9품 강자와 상의에 들어갔다.
항소운 역시 급할 건 없는지라 느긋하게 기다렸다.
얼마 후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손에는 칠절음금보(七絶音琴譜)가 들려 있었다.
비록 광릉보는 아니지만, 그에 버금갈 만한 최고의 금보였다.
그녀가 말을 꺼냈다.
“이 칠절음금보는 광릉보 못지않게 뛰어난 악보입니다. 그리고 신급 병기인 절음금(絶音琴)도 드릴 테니, 혼돈신천 한 단지와 맞바꿀 수 있는지요?”
항소운은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두말없이 바로 혼돈신천을 건네고 칠절음금보와 절음금을 받았다.
비록 광릉보에 비할 수는 없지만, 능자약의 말처럼 매우 귀한 금보였다. 더군다나 잔결본도 아닌 완성본이다.
거기다 절음금까지 있으니 장차 궁금음이 신급 경지에 오르고 금의 대가가 되는 것도 가능하리라.
능자약은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혼돈신천 한 단지면 수많은 사람의 실력을 높일 수 있었다.
전장의 판세는 종잡을 수 없어서 충분한 실력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었다.
또 항소운은 작은 병에 혼돈신천을 열 방울씩 나눠 담은 뒤, 임미가와 봉몽 등 새로 합류한 자들을 불렀다.
그들은 크게 기뻐하며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신물과 맞바꾸었다.
열 방울이면 무공을 높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들은 항소운이 혼돈신천을 대량 보유하고 있을 거라 확신했다.
이런 신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서 더 맞바꾸려 했으나, 더 이상 항소운의 구미를 당길 만한 물건은 없었다.
그는 진귀한 물건이 생기거든 언제든 거래하러 와도 좋다고 했다. 임미가와 봉몽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한 말이었다.
그러자 신급 무인들은 저마다 귀한 신물을 들고 그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부디 눈에 들어 혼돈신천과 바꿀 수 있길 바랐다.
그는 신물들을 쭉 훑어보았다. 몇 가지는 상등품이라 바로 혼돈신천과 맞바꾸었다. 다만 이번에는 작은 병에 다섯 방울만 담아 놓았다. 나름 기준에 맞춰 정한 값이었다.
평범한 신물은 두 방울을 주었는데, 이마저도 사람들은 좋아서 입이 귀에 걸렸다.
혼돈신천 한 방울이면 무공을 대폭 높일 수 있을뿐더러 육신도 강해져서 경지를 돌파할 확률이 높아진다. 여타 평범한 신물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신물을 전부 성해건곤에 두었다.
현재 성해건곤은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태초 진의가 새겨져 있고, 혼돈과 음양이 존재하며 만물이 성장하는 터전이다.
다만 이곳에서의 일 년은 바깥세상의 하루와 같았다.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을 발견한 그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성급 무인들을 성해건곤에 넣고 그곳에서 수련토록 했다.
하류휘와 양장민, 나찰녀, 장기, 제갈전천을 비롯한 젊은 무인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는 이들이 얼마나 성장하나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아울러 성물(聖物)도 충분히 공급해 주었다.
성해건곤에는 태초의 힘이 가득하여 아무리 이들이 전력으로 흡수한다 해도 그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어쨌든 그는 경지에서 이들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며칠 후, 하류휘를 비롯한 수십 명의 성급 무인이 차례로 경지를 돌파하기 시작했다. 다들 돌파하는 시기도 성장 폭도 달랐다.
어떤 이는 단번에 두세 품급을 뛰어넘은 반면, 어떤 이는 한 품급에 그쳤다. 정도만 다를 뿐 다들 부지런히 성장하고 있었다.
이대로면 얼마 안 있어 대성 경지는 물론, 반신 경지도 문제없을 터였다.
항소운은 제 일처럼 기뻐했다. 그는 또 랑위와 다른 성급 무인들을 성해건곤으로 보냈다.
성해건곤에 들어간 자들은 이곳이 항소운의 몸속인지도 까맣게 몰랐다.
모든 감각을 차단당해서 안쪽의 상황은 짐작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그들의 경지는 멈출 줄 모르고 계속 상승하여 이미 많은 수가 반신 경지에 들어섰다. 신급 경지도 더는 꿈이 아니었다.
그는 반신 경지에 오른 자들에게 흔쾌히 혼돈신천을 내어주었다.
역시 효과가 있었던지 차례로 신급 경지를 돌파하기 시작했다.
“하하. 드디어 신급 경지다!”
하류휘가 기쁨에 차 소리쳤다.
푸른 빛과 붉은빛이 교차하며 그를 부드럽게 감쌌다.
물과 불의 힘이 한데 어우러지자 신비로운 기운이 생겨나 여느 신급 무인보다 강한 기세를 내뿜었다.
양장민은 아예 땅속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경지를 돌파했다.
육신과 땅이 합일을 이루며 대지의 용을 이루니 그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나찰녀는 이들보다 빨리 경지를 돌파했다.
그녀는 단번에 2품 신급 경지를 돌파하면서 마침내 수라(修羅) 전체를 이루었다.
마지막으로 장기와 제갈전천까지 순조롭게 신급에 올랐다. 그렇게 경지를 돌파한 자들은 다시 바깥세상으로 돌려보내졌다.
신급 무인이 필요로 하는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들을 계속 성해건곤에 두고 성장시키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이젠 실전을 통해 스스로를 단련할 때였다.
지난 한 달간 다른 연맹군과 영역 밖 생령은 수차례 충돌했지만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오직 항소운 일행만은 별다른 방해 없이 조용히 은신하고 있었으나, 이제는 싸워야 할 때였다.
폐관 중인 사람들은 제외한 채 항소운과 고독구패는 일만 명을 이끌고 본격적인 공격을 준비했다.
항소운의 분신은 허공에 숨어 생령 무리를 주시했다. 놈들은 지금 십궁이 이끄는 연맹군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오합지졸이 따로 없네.’
그는 곧 아군을 이끌고 달려 나갔다.
아무도 항소운이 허공에 숨어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주 분신이 상황 파악을 끝내자 진신도 즉시 판단을 내렸다. 그는 곧장 고독구패와 함께 일만 군대를 이끌고 앞으로 돌진했다.
최근 신급 경지를 돌파한 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기세나 실력 모든 면에서 최고의 정예라 할 만했다.
항소운과 고독구패가 직접 신물을 들여가며 육성한 사람들이니 오죽하겠는가.
이 시각, 십궁이 이끄는 8만 연맹군은 10만 생령 군대에 둘러싸여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었다.
십궁.
구궁 학당 출신의 최상급 천재다.
수많은 후보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현재 8품 신급 정점으로, 실제 전투력은 9품 못지않았다.
그는 영롱한 궁탑(宮塔)을 손에 받쳐 든 채 9품 생령 두 마리와 맞붙어 싸웠다.
9층 궁탑은 무려 구전급 병기라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해버리니 생령 두 마리도 힘에 부치는 모양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공격은 정확히 급소를 찌르며 노련하게 싸움을 이끌어갔다.
다만 생령의 능력은 하도 기괴해서 단시간에 싸움이 끝날 것 같진 않았다.
다행히 십궁 수하 중에도 강한 녀석들이 있어 판세는 비등하게 흘러갔다.
그중 구천은 십궁 다음으로 뛰어난 인물이었다. 비록 전투력은 3품 신급에 불과하지만 아홉 개의 신검으로 품급을 초월해 싸울 수 있다.
아직 판세를 뒤집을 만한 실력은 아니나 장차 십궁과 같은 경지가 되면 천하를 쥐락펴락할 대단한 인물이 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들의 전반적인 수준은 생령에 비해 뒤처졌다.
더군다나 생령은 오랫동안 십궁 연맹군을 주시하다가 이번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싸움에 임한 것이라 적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십궁이 9품 생령 두 마리를 해치우기도 전에 아군이 먼저 쓰러지고 말 터였다.
하는 수 없이 십궁은 퇴각 명령을 내리고 9층 궁탑으로 수비에 집중하며 아군을 후퇴시켰다.
그래도 구전급 병기라 그런지 위력에서 차이가 났다.
궁탑에서 솟구쳐 나간 신력이 생령에 닿는 순간 펑 소리와 함께 몸이 폭발했다.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9품 신급 생령은 포효를 내지르며 십궁을 향해 기괴한 공격을 펼쳤다. 그러자 어찌 된 영문인지 더는 궁탑의 힘을 쓸 수 없었다.
가장 위력적인 공격이 사라지자, 생령 군대가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기세를 잡은 놈들은 이번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더욱 맹렬히 공격을 퍼부었다.
새까맣게 변해버린 하늘 아래 십궁의 연맹군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수많은 이가 목숨을 잃었다.
위기에 몰린 이때, 반대편에서 거대한 함성과 함께 한 무리가 등장했다.
낯선 무리가 갑자기 공격을 퍼붓자 생령 군대는 손 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수천 마리를 잃었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전부 죽여라!”
항소운이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