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50
제1050화 소회장이 될 거라 믿는다
“혼백을 돌려주시면 굉장한 걸 알려드리겠습니다.”
명시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굉장한 거?”
“분신의 영혼력을 더욱 강화할 방법이지요.”
항소운은 호기심이 동했다.
“자세히 말해보게. 괜찮은 방법이면 고려해보지.”
“그 전에 혼백부터 돌려주시죠.”
“허허, 누굴 바보로 아는가?”
항소운은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명시가 눈을 번뜩이며 교활하게 웃었다.
“좋습니다. 실은 천생지혼(天生地魂)의 위치를 알고 있습니다.”
“천생지혼?”
항소운의 눈빛이 움츠러들었다.
‘천생지혼’이라면 예전에 고서에서 짤막한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몇 문장에 불과했지만, 굉장한 물건이란 게 결론이었다.
그것은 천지가 생겨날 때 만들어진 혼백이자, 만물이 창조될 때 응집된 힘이다. 또한 천생지혼이 성숙 되면 새로운 종(種)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했다.
천생지혼이 새로운 종으로 변하기 전에 찾아내면, 그것을 제련해서 영혼의 질적인 성장을 꾀하는 것은 물론 온갖 신묘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구전급 경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윤회 경지를 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진귀한 보물인데, 아마도 명시는 과거에 윤회 경지를 돌파하기 위해 찾아놓은 모양이었다.
“그렇습니다. 천생지혼을 손에 넣으면 영혼력이 몇 품급은 문제없이 높아질 겁니다. 훗날 윤회 경지도 가능하고요.”
“좋네. 그럼 천생지혼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게. 내 손에 들어오면 그때 혼백의 반을 돌려주지.”
“뭐, 뭐라!!”
명시는 당했다는 생각에 벌컥 화를 냈다.
이에 항소운이 전문을 번뜩이며 차갑게 말을 뱉었다.
“어디 한번 해보든가.”
“가만두지 않겠다!”
명시는 분노를 터뜨리며 힘껏 장법을 휘둘렀다.
몸속에 낙인찍힌 힘이 아직도 유효한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장법이 앞으로 떨어진 순간, 갑자기 미간의 전문이 꿈틀대더니 명시 몸속의 힘과 공명을 이루었다.
그 순간 힘이 깨어나 거세게 소용돌이치며 명시를 옥죄었다.
“컥!”
거대한 윤회의 힘이 생기를 앗아가는 바람에 장력은 허공에서 뿔뿔이 흩어졌다. 동시에 살을 후벼파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명시는 고통에 몸부림치다 땅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육중한 몸에 부딪혀 바위가 으스러지고 깨지자 근처에 있던 명음마들은 화들짝 놀랐다. 곧 그들도 같은 형벌을 받기 시작하면서 일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같은 혈통이란 이유만으로 가해지는 형벌이었다.
윤회 경지가 아니고선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디 더 날뛰어 보지 그래?”
항소운이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그는 내심 명황의 수완에 감탄했다. 구전급 고수가 괴로워 날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윤회 경지가 경이롭게까지 느껴졌다. 언젠가 자신도 저 경지에 오르고 싶다는 바람이 간절해졌다.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영역 밖 생령도 다신 중원을 넘볼 생각을 하지 못할지 모른다.
“제…… 제발 살려주십시오. 다신 허튼 생각 하지 않겠습니다!”
명시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애원했다.
윤회 경지의 힘은 실로 엄청나서 더는 못 버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부지불식간에 경지의 힘이 재차 깎이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칠전, 아니 육전까지 떨어지다가 결국 폐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항소운은 이쯤 하면 됐다 싶었다. 전문의 힘으로 몸속의 힘을 잠재우자 그제야 명시도 한시름 놓았다.
명시는 땅에 누워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아마도 크게 놀란 모양이었다.
“지금도 날 죽이고 싶나?”
“아, 아닙니다. 아까는 장난이었습니다.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명시가 황급히 대답했다.
“그래,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겠지. 일어나라.”
항소운은 이번 일을 통해 명시를 통제하는 것에 자신이 붙었다. 녀석이 다시 불경을 저지른다면 그땐 죽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다.
“감사합니다, 명자 전하.”
명시는 두려움에 떨며 몸을 일으켰다.
“명자라고 부르지 말고, 패왕이나 도련님이라고 불러.”
항소운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까 말한 천생지혼이란 게 정말 있나?”
“예, 도련님. 틀림없습니다. 허나 수중에 넣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본래 무진지해(無盡地海)에 살고 있는데, 당시 제가 쫓아갔을 때만 해도 아직 미성숙해서 별달리 필요가 없었지요. 그래서 완전히 성숙 되고 난 후에 가져와서 윤회 경지를 돌파할 생각이었습니다.”
명시가 황급히 대답했다.
“무진지해에서 어떻게 찾아내지?”
“제가 그곳에 기운을 남겨놓아서 찾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명시는 문제없다는 표정이었다.
“잘했다. 그럼 당장 찾으러 가자.”
“도련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저……. 가족들과 잠깐 얘기를 나눠도 될른지요?”
명시가 조심스레 물었다.
항소운은 살짝 당황하긴 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저런 포악한 존재도 정이란 게 있다니 사뭇 놀라웠다.
“도련님, 함께 가시지요. 저희 종족에는 좋은 물건이 많으니 도련님의 마음에 드는 것도 있을 겁니다.”
“좋네. 함께 가지.”
항소운은 흔쾌히 승낙했다. 명음마의 땅이 어떤 곳일지 궁금해졌다.
명시의 말에 따르면 이곳은 명음(冥陰) 성진이라는 중급 생명의 성진이라고 한다. 명음마족은 이 성진의 주된 종족이자 최강 세력이었다.
다만 무적 명황에 의해 성진 전체가 봉인되어 명음마는 이곳을 자유롭게 떠날 수 없었다. 오직 명황족의 명음지문만이 이 성진을 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항소운은 명시로부터 영역 밖 생령에 관한 알짜배기 정보를 전해 들었다.
그래도 한때는 마족을 호령하던 인물이라 여러 종족에 대해 다방면으로 아는 것이 많았다.
명음 성진에는 대체로 마물이 자라고 있는데, 처음 보는 재료도 더러 있었다. 그런 것들은 무기를 만들거나 약으로 쓰였으며 심지어 해독도 가능했다.
항소운은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적당량을 챙겼다.
다른 자들에게는 별반 필요 없는 물건이지만, 귀척이나 야모조에게는 큰 쓸모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명시가 데려온 곳은 뜻밖에도 달의 힘이 아주 강한 곳이었다. 어둠의 힘을 연마하는 무인에게는 최고의 수련 장소였다.
명시는 이곳에서 기연을 얻고 구전 경지에 발을 디뎠다고 했다.
태음소양(太陰少陽)은 양극으로 나뉘는 음양의 힘이다. 그 위력은 실로 탁월해서 신급 무인이 흡수하면 큰 폭으로 전투력을 높일 수 있다.
명시는 이곳의 힘을 단숨에 10분의 일이나 흡수했다. 그간 갇혀있던 세월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체내의 힘이 빠르게 충족되었다.
항소운은 나중에 진신이 직접 오면 모를까, 당장은 성해건곤이 없어서 힘을 거둬들일 수 없었다.
* * *
이 시각 진신은 생령 대군과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오견이 명음지문으로 사라진 일은 생령 대군에게 크나큰 손실이었다. 사전급 강자의 부재로 전세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고, 진구와 공손삼양이 구전급 괴뢰를 내보내면서 격차를 크게 좁혔다.
현재 항소운의 진신은 9품 신급 후기였다. 명자를 날려버리고 골망까지 죽이면서 그는 이번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비록 분신은 다른 곳에 있지만 명혼공간은 쓸 수 있었다. 명혼공간을 펼칠 때마다 수많은 생령이 속수무책으로 갇혀 죽음을 맞이했다.
명혼공간의 가장 큰 장점은 대량 학살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남보다 속도에서 월등히 앞섰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생령도 참을 수 없었던지 명혼공간에 갇히자마자 자폭을 택했다.
한 놈이 아니라 자그마치 열 마리에 달하는 신급 생령이 동시에 폭발하자 위력이 어마어마했다. 연꽃 혼태로 황급히 막아보았지만, 충격은 고스란히 명혼공간에 전해졌다. 결국 폭발의 충격으로 균열이 발생하는 바람에 당분간 완전한 봉쇄는 어려워졌다.
영혼이 자리를 비우다 보니 명혼공간을 복구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릴 듯했다.
명혼공간은 당분간 쓸 수 없게 됐지만, 그래도 항소운은 이곳에서 여전히 최강자였다.
현음자장이 명혼공간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부식의 기운과 혼란의 기운 그리고 죽음의 기운까지 합세해 적들을 사정없이 짓밟았다.
태초전도는 시원스럽게 적을 베며 독보적인 무공을 선보였다.
양측 모두 무수히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으나, 항소운의 활약으로 이번 전쟁은 인간족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기뻐할 새도 없이 긴박한 소식이 전해졌다. 마족이 결계를 뚫고 중원 대륙을 본격적으로 침범했다는 소식이었다.
승리의 달콤함에 젖을 새도 없이 정신이 번쩍 났다.
누군가는 당장 중원으로 돌아가 마족을 무찔러야 한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이참에 생령을 모조리 토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두 편으로 나뉜 사람들은 각자의 의견을 고집했다.
“소회장이 되려면 생령을 없애는 게 급선무야.”
진구의 생각은 확고해 보였다.
“중원이 사라질 판인데 소회장은 돼서 뭐 해?”
진구의 말에 공손삼양이 바로 반대하고 나섰다.
“하. 공회를 너무 무시하시네. 그동안 모아둔 병력만 해도 얼만데 마족한테 쉽게 당할 것 같아? 또 금방 제압하겠지.”
진구는 피식 웃더니 동료들을 데리고 생령을 뒤쫓아갔다.
공손삼양은 끝내 소회장 경쟁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사람들을 데리고 중원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떠나기 전 그는 항소운을 찾았다.
“난 네가 소회장이 될 거라 믿는다.”
그는 이 말을 남긴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소회장 후보 중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허다했다. 그나마 살아남은 자들도 항소운이나 고독구패, 진구와 경쟁할 자신은 없었기에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지어야 했다.
결국 대다수는 항소운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항소운이 전장에서 보여준 활약은 화려하고 대담했으며 동년배 정도는 간단히 제압하는 기세가 그에게는 있었다.
게다가 그의 곁에는 우채접, 능자약, 자전신후 같은 쟁쟁한 인물이 있었다.
이들은 처음 형태를 거의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세력이었다. 거기다 항소운의 뛰어난 능력과 전장에서 쌓은 업적까지 계산한다면 소회장 자리는 그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다.
한편, 제림은 진구를 따르기로 노선을 정했다. 두천왕이 전장에서 죽었기 때문이었다.
두천왕은 언제나 자신감이 넘쳤다. 한때는 항소운을 짓밟고 말겠다는 생각도 품었지만, 항소운의 진정한 실력을 본 뒤로는 되려 피해 다녔다.
실은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도망치려 했지만, 워낙 갑작스럽게 전투가 시작된 데다 하필 강한 적에게 붙들리는 바람에 결국 목숨을 잃었다.
반면, 계비선과 묵도는 항소운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두 사람은 환요헌에게 당해 육신이 파괴되고 영혼은 붙잡힌 상태였다.
그 후 항소운이 환요헌을 죽이면서 두 사람의 영혼은 자연스레 풀려났고, 순조롭게 육신을 재조합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항소운에게 고마움을 표하지는 않았다. 그저 나중에 구해준 대가를 치르겠다는 말만 남긴 채 남은 아군을 거느리고 중원으로 돌아갔다.
이로써 두 사람도 소회장 경쟁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