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51
제1051화 음, 맛있군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사실 항소운도 자릉종의 상황이 무척 걱정되었다. 그래서 돌아가야 하나 고민을 했다.
그러다 문득 야조모가 생각났다.
그래도 명색이 불사마족 공주인데, 자릉종이 망하도록 내버려 두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는 영역 밖 생령을 쫓기로 결심했다. 소회장 자리는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스승과 사숙께 그분들의 것을 되찾아드리기로 굳게 약속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해서 진신과 분신은 따로 행동을 시작했다.
진신은 생령을 뒤쫓고, 분신은 천생지혼을 찾아 떠났다.
모두가 흩어졌지만 고독구패 일행은 여전히 항소운 무리와 함께했다.
둘 다 뛰어난 무인이지만 딱히 이익이 상충 될 일은 없어서 함께할수록 더 큰 힘을 발휘했다.
이러니 항소운도 당연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두 세력의 결합은 최강의 조합이라 할 만했다.
그들은 논의 끝에 영역 밖 생령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했다. 놈들을 완전히 뿌리 뽑고 말겠다는 결심이었다.
전투 한 번 졌다고 놈들이 쉽사리 포기할 리 없다. 남은 놈들을 처리하기 전에 다른 대군이 먼저 쳐들어온다면 그땐 정말 골치 아파진다.
생령들은 구전 경지의 지도자를 잃자, 완전히 전의가 꺾여 항소운과 고독구패의 공격을 당해내지 못하고 초토화되었다.
한편, 진구 일행은 그 후로 마주친 적이 없었다. 다른 생령 무리를 뒤쫓아간 건지 아니면 다른 계획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남은 무리를 전부 쫓아내고 난 뒤에야 항소운과 고독구패는 공간 대도 근처로 되돌아갔다. 제대로 휴식을 취하면서 재정비도 하고, 중원 대륙의 상황이 어떤지 살피기 위해서였다.
항소운은 아버지 항양전에게 수하 몇을 데리고 자릉종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처음에 항양전은 완강히 거부했다. 아들만 두고 간다는 게 영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다.
항소운이 이런저런 얘기로 설득한 끝에야 항양전은 하는 수 없이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
고독구패 쪽에서도 일부를 진무 학당으로 돌려보냈다. 그들도 학당이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사람들이 떠난 뒤, 항소운은 아무도 모르게 심복들을 성해건곤에 넣어 수련에 집중하도록 했다.
그중에는 마희와 적화행군, 서귀, 청귀, 송천도 같은 신급 무인도 섞여 있었다.
현재 항소운은 9품 신급 경지라서 체내에 품은 힘이 극도로 방대했다.
게다가 언제든 이 드넓은 공간에서 힘을 흡수해 성해건곤에 둘 수 있어서 태초의 시기를 마음껏 생산해내고 있었다.
따라서 신급 무인이 그의 몸속에서 힘을 얼마나 흡수하든 아무 상관 없었다.
성해건곤 속 시간의 흐름은 변함없이 하루를 일 년으로 산정해놓았다.
이 정도면 심복들이 감사해 절이라도 올릴 판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있는 곳이 항소운의 성해건곤이란 것은 까맣게 몰랐다.
그저 무공 연마를 위해 특별히 만든 비밀 장소쯤으로 여겼다.
여기가 어딘들 어떠하랴. 어쨌든 마음껏 태초의 힘을 흡수하며 수련에 열중했다.
물론 항소운도 자신의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금 항소운의 앞에는 은하수가 펼쳐져 있었다.
그는 거인처럼 몸집을 거대하게 키워 은하수 속 힘을 남김없이 빨아들였다.
덩달아 성해건곤에도 힘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경지가 높아질수록 필요로 하는 힘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이치다. 물론 항소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9대 성진을 하나로 융합하고 태초의 진의를 깨우쳐 몸을 자유자재로 키울 수 있기에 한 번에 흡수할 수 있는 양도 그만큼 방대해졌다.
보통 사람보다 시간을 몇 배는 단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상태면 9품 정점도 머지않았다.
* * *
한편, 항소운의 분신은 명시와 함께 명음 성진을 떠났다.
명음 성진은 일찍이 윤회 경지의 명황에게 봉인되어 팔전급인 명시도 혼자 힘으로는 뚫지 못했다.
항소운이 명음지문을 열어줘야 비로소 이 봉인된 땅에 작은 구멍이 생겨 그 사이로 드나들 수 있었다.
그렇게 명음 성진에서 나온 명시는 오로지 감각에 의지해 은하수 심부로 향했다.
명시의 말에 따르면 명음 성진은 무수한 성진 가운데 중급 정도였다.
만성(萬星) 영역에는 상급 생명의 성진이 여럿 있는데, 그곳에는 강자가 수없이 많으며 심지어 윤회 경지도 존재한다고 했다.
무려 팔전급에 이른 명시도 그들이 두려워 몸을 사린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존재일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항소운은 생령 대군이 만성 영역에서 왔을 거라 확신했다.
종족이나 문화는 다르지만, 강대 세력끼리 동맹을 결성해 정복 활동을 벌이면서 생명의 성진을 집어삼키고 식민지로 만들었다.
그들은 생명의 성진에 있는 성진의 정령을 약탈하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구전 경지의 무인이 윤회 경지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명의 성진에 있는 성진의 정령을 삼켜야 한다.
또한 정령의 등급이 높을수록 성취도 높았다.
명시는 영역 밖 생령이 중원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판단했다.
윤회 경지를 배출할 만큼 중원의 정령이 강해서라고 말이다.
항소운은 문득 원시신존이 떠올랐다.
중원 출신이면서 윤회 경지에 오른 절대적 존재.
중원을 떠난 지 벌써 오래지만, 아직 어딘가에 살아있을 거라고 믿었다.
당시 원시신존은 생령의 근거지를 찾아 떠났었다. 생령을 뿌리 뽑고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먼 길을 떠났으나 끝내 해내지는 못했다.
어쨌든 그분과 같은 존재가 되려면 반드시 윤회 경지를 돌파해야 한다.
그렇기에 천생지혼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했다.
그는 명시를 따라 수많은 험지를 피해 마침내 허공에 표류 중인 무진지해(無盡地海)에 도착했다.
그렇다면 무진지해란 무얼까?
이는 죽은 성진들이 폭발하면서 남긴 바위들과 운석이 떠다니다 한데 뭉쳐진 혼란의 땅으로, 마치 시커먼 바다처럼 보였다.
허나 실상은 수많은 돌에 어지러이 뒤덮여 있을 뿐이었다.
돌들은 미지의 힘에 한데 엉겨 붙은 채 기괴한 모습으로 허공을 유유히 떠다니고 있었다.
명시의 실력이 이 정도가 아니었다면 무진지해를 따라잡는 것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어렵사리 도착하고 보니 이미 다른 생령이 이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의 정체는 영역 밖 연합군이었다. 머릿수는 많지 않지만 전부 신급 이상으로, 제일 강한 자는 무려 구전 경지였다.
항소운은 다시금 생령의 강대함을 실감했다.
우연히 마주친 연합군조차 구전 강자를 보유하고 있다니, 인간족으로선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생령 부대는 대략 사오십 마리 정도였다.
그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해역을 따라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갔다.
사방에 흩어진 돌무더기와 시야를 가로막는 난기류를 닥치는 대로 날려버리며 전진을 계속했다.
갑자기 불어닥친 기괴한 힘도 선두의 오전(五轉)급 생령이 전부 막아냈다.
그 무엇도 저들을 막을 순 없을 것 같았다.
항소운과 명시는 멀찍이 떨어져 상황을 판단했다. 전방은 이미 봉쇄되었고 생령 여럿이 그 주위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명시가 없었다면 이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보아하니 다른 자들도 천생지혼의 존재를 알아챈 모양이군.”
항소운이 명시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천생지혼은 아무나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건 구전 경지라도 마찬가지죠. 아마 놈들은 다른 걸 찾고 있을 겁니다.”
명시는 침착하게 대꾸했다.
“소주님, 차라리 바로 쳐들어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고작 몇 놈으로는 우리 상대가 못 될 겁니다.”
“무진지해는 아주 위험한 곳이라고 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갑자기 자기장이 변하는가 하면 무시무시한 힘이 터져 나올 때도 있지요. 방심하는 순간 저들은 목이 달아날 겁니다. 허나 구전 경지는 또 다릅니다. 이곳의 어떤 위험에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요. 그러니 만일을 위해 지금 쳐들어가야 합니다.”
“알았네. 그렇게 하지.”
항소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명시의 말처럼 구전 경지에 오른 생령은 하나같이 대단한 존재였다. 웬만한 힘은 위협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잠시 후, 둘은 위풍당당하게 무진지해 쪽으로 걸어갔다.
보초병 여럿이 바로 달려 나와 이들을 막아섰다.
허나 누군지 물을 새도 없이 명시가 번쩍 들어 몸을 훅 찢더니 영혼까지 통째로 뱃속에 밀어 넣었다.
명시는 피로 얼룩진 입을 들썩이며 껄껄 웃었다.
“하하. 정말 오랜만에 맛있는 걸 먹어보는군.”
항소운은 애써 고개를 돌리고 무진지해 쪽으로 부지런히 걸어갔다.
무진지해는 수많은 운석 잔해가 쌓여 지층이 형성된 곳이었다. 그런데도 바다처럼 보이는 게 참으로 신기했다.
그곳에는 몹시 거친 힘이 휘몰아치고 있어서 전천 성인이 들어갔다간 바로 압도당해 죽기 일쑤고, 신급 무인이라도 조심스레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고 운석에 맞아 비명횡사하고 마는 그런 곳이었다.
운이 나쁘면 공간 소용돌이나 허공의 검은 구멍이 나타날 때도 있다. 일단 거기에 발을 들이는 순간 살아남을 확률은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항소운과 명시 모두 전투력은 구전 경지여서 안력이나 민첩성은 수준급이었다.
그들은 아주 침착하게 장애물을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두의 생령들은 낯선 자의 존재를 느꼈다.
자신들을 노리는 걸 알기에 구태여 되돌아가 싸우지는 않았다.
어차피 목을 바치러 오는 것일 테니까.
얼마 후 항소운과 명시는 생령 부대를 바짝 따라붙었다.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감히 우리 동료를 죽여??”
금색 날개를 단 생령이 벼락같이 호통을 쳤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명시의 손이 날아와 생령의 머리를 움켜쥐더니 커다란 머리통을 쑥 뽑아 그대로 입속에 처넣었다.
“음, 맛있군.”
명시가 쩝쩝대며 히죽 웃었다.
생령들은 분하고 기가 막혔다.
노한 생령들이 일제히 공격할 태세를 갖추자, 선두의 오전급 생령이 소리쳤다.
“다들 멈춰라. 내가 직접 저들과 이야기해보겠다.”
그는 인간의 모습을 한 생령이었다.
앳된 외모에 얼굴은 말처럼 길고, 몸에는 회갈색 갑옷을 둘렀으며 기이한 기운을 풍겼다.
그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갈마(褐馬)라 하오.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혹 우리와 마찰이라도 있었소?”
그러고는 오전 경지의 기운을 천천히 발산했다.
그렇다고 둘을 기세로 압박하지는 않았다.
놀랍게도 명음마는 자신보다 경지가 높았고, 인간족은 분신이기는 하지만 무공이 범상치 않았다.
상대방을 정확히 파악하기 전에는 어디까지나 신중해야 했다.
“당장 꺼지면 목숨은 살려주마.”
명시가 냉랭히 소리쳤다.
“설마 당신들도 독모(毒母) 때문에 온 거요?”
갈마가 침착하게 되물었다.
“왜 이리 잔말이 많아? 잡아먹히기 싫거든 썩 꺼져라.”
명시는 팔전 경지의 힘을 드러내며 호통을 내질렀다.
갈마 무리는 화들짝 놀랐다. 저 정도면 만성 영역에서 최상급 존재라 할 만했다.
갈마는 바로 무리를 이끌고 달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