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53
제1053화 진신의 일전 경지 돌파
오행은 서로 상생하다 상극하며 충돌과 적응을 거듭한 끝에 알 수 없는 변화를 이뤄냈다. 이러한 변화가 만들어낸 것이 바로 ‘영혼력’이다.
이 영혼력이 새로운 생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영혼력이 충분히 축적됐을 때 비로소 형체를 이루고 천천히 육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만물의 근원은 영혼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혼돈의 힘과 오랜 세월이 빚어낸 새로운 생명이었다. 그러나 혼돈의 힘만으로 만들어낸 존재는 생명이 없었다.
진정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음양의 교차가 필요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공들여 다듬어야 변화가 발생하고 새 생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그만큼 혼돈과 음양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깨달음의 상태에 빠져 있던 그는 천생지혼을 천천히 삼키기 시작했다.
분신이라서 영혼력을 흡수하기가 오히려 수월했다.
천생지혼은 이미 수만 년 전에 응집되어 지금은 완전히 성숙한 상태였다.
그 속에 품은 방대한 영혼력은 본래 일전 정점이었던 분신의 영혼력을 빠른 속도로 높였다.
일전(一轉) 경지를 순조롭게 채우고 이전(二轉) 초기, 중기를 지나 영혼력은 거침없이 상승했다.
워낙 순수한 힘이라 최종적으로는 오전(五轉) 초기까지 치솟았다.
놀라운 건 천생지혼의 힘을 전부 흡수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아직 3분의 일이나 남았고, 주변은 신급 혼천으로 가득했다.
이건 동료와 수하를 위해 남겨둔 몫이다.
더군다나 분신의 무공만 너무 높아지면 나중에 진신과 합칠 때 어려움이 있을 터였다.
폐관을 끝낸 그는 명시에게 상으로 신급 혼천을 주었다.
설령 효과가 미미할지라도 명시는 그 자리에서 꿀꺽 삼켰다.
수만 년을 갇혀 있어서 체력 소모가 큰 탓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보충해줘야 했다.
“자, 이만 돌아가자.”
항소운은 지층 전체를 봉인해서 특수한 저축계에 넣었다.
성해건곤이 없으니 우선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
이때 명시가 말했다.
“소주님, 밖에 있던 조무래기들이 그새를 못 참고 들어왔습니다.”
갈마는 두 고수를 데리고 무진지해 깊숙이 들어갔다.
이들은 갈마의 친구들로 장칠각(蟑七脚)은 칠전급, 묘구명(猫九命)은 사전급이었다.
둘 다 만성 영역에서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 인사였다.
이들은 갈마의 지원 요청에 한달음에 달려와서는 다 함께 항소운과 명시의 행방을 뒤쫓았다.
셋의 속도가 어찌 신급 경지와 비교가 되겠는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 수많은 장애물을 뚫고 무진지해 심부로 들어갔다.
항소운과 명시는 바로 떠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느긋하게 기다렸다.
얼마 후 도착한 갈마는 유유자적한 둘을 보며 짙은 살기를 드러냈다.
“네놈이 죽고 싶어 또 왔구나.”
명시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분명 독기가 가득했는데 어디로 간 거지? 독모의 근원을 어찌 한 거냐?”
갈마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물었다.
“아! 아까 독모충인가 하는 벌레를 하나 죽였지. 그래서 독주를 손에 넣었는데, 어때? 갖고 싶나?”
명시는 독주를 꺼내 흔들어 보였다.
갈마는 독주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죽기 싫거든 독주와 독모의 근원을 전부 내놔.”
“하하, 여태 너흴 기다린 게 안 보이냐?”
명시는 팔전 경지의 기운을 펼치며 갈마를 향해 갈퀴손을 뻗었다.
갈마가 잡히려 하자 장칠각이 각법을 날리며 앞을 막아섰다.
“흠, 꽤 하는군. 허나 그 정도로는 내 먹잇감밖에 안 돼.”
명시가 두 눈을 부릅뜨며 공격 태세를 갖추자, 장칠각이 비아냥댔다.
“쯧, 명황족한테 사육당하던 주제에……. 너 언제 도망친 거냐? 무적 명황은 알고 있냐?”
“하하. 무적 명황이라도 다신 날 가두지 못하지.”
명시는 미친 듯이 마구 웃더니 양 갈퀴를 쭉 뻗어 장칠각을 비롯한 세 생령을 동시에 공격했다.
1대 3이지만, 그럼에도 이길 수 있는 충분한 능력과 수완이 있었다.
이때 항소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양이는 나한테 넘겨.”
누구 명이라고 감히 거역하겠나.
이제 항소운의 무공은 명시도 겁낼 수준이었다.
그는 묘구명을 항소운 쪽으로 집어 던졌다.
“캭-!”
그래도 명색이 사전급 생령인데 이런 취급을 받다니 분노가 확 치밀었다.
날아가는 순간 묘구명은 발톱을 곧추세웠다.
푸른 빛이 허공을 찢으며 항소운을 덮쳤다.
항소운은 가차 없이 주먹을 내뻗었다.
그러자 용과 범이 솟아오르며 무적의 기세를 터뜨렸다.
권법은 푸른 빛을 뚫고 뻗어져 나가 묘구명의 머리를 일격에 터뜨렸다.
상대는 방어할 새도 없이 당해버렸다.
앞으로 걸어간 항소운은 묘구명의 몸을 무심히 짓밟았다.
우드득 소리와 함께 단단한 육체가 하릴없이 터졌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느껴졌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묘구명은 너무 놀라 꼼짝도 못 했다.
상대가 너무 강해서 반격할 여지가 아예 없었다.
항소운은 아무 말 없이 더욱 힘을 주어 발을 눌렀다.
결국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온 묘구명은 아홉 개의 꼬리가 전부 밟혀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항소운이 녀석의 목을 꽉 움켜쥔 채 차갑게 말했다.
“앞으로 내 노예로 살아라.”
부릅뜬 두 눈에서 죽음의 기운마저 느껴지자 묘구명은 겁에 질려 대답했다.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항소운은 묘구명에게 혼백의 반을 내놓도록 요구했다.
이미 혼쭐이 난 터라 묘구명은 싫다는 소리도 못 했다.
얼마 전, 구전 경지의 강자와 싸울 때는 온갖 방법을 다 써서 겨우 죽였는데 오늘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그 말처럼 생긴 놈은 풀어주게.”
한창 싸우느라 바쁜 명시에게 항소운이 외쳤다.
명시는 이미 중상을 입힌 갈마를 주저 없이 놓아주었다.
갈마는 이제 살았구나 싶었다.
그런데 웬걸 항소운이 쏜살같이 다가와 발로 짓밟는 것이 아닌가.
“독주와 독모의 근원은 바라지도 않을 테니 제발 놓아주십시오.”
갈마는 애걸복걸했다.
미처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허나 항소운은 묘구명에게 그랬듯 갈마를 초주검 상태로 만들고 혼백의 반을 강제로 받아내고 나서야 공격을 멈추었다.
그렇게 한바탕하고 나자 속이 풀렸는지 더는 명시에게 적을 넘기란 소리는 하지 않고, 장칠각을 생포할 것을 명했다.
이래 봬도 명시는 한때 구전급에 올랐던 자였다.
비록 일전의 힘이 봉인되었다고는 하나 장칠각이 넘어설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칠각도 반죽음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갈마나 묘구명에 비하면 수완은 있는 녀석이었다.
쓰러뜨려도 끝끝내 일어나는 오뚝이 같다고나 할까.
녀석은 비술을 써 가까스로 도망쳤다.
명시는 복장이 터질 지경이었으나, 쫓기에는 이미 늦었다.
항소운은 아쉬운 마음에 작게 한숨을 쉬었다.
강한 적일수록 잡기 어려운 건 당연지사다.
갈마와 묘구명을 제압할 수 있었던 건 절대적인 실력에서 앞섰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도 피 터지게 싸우고 있을 터였다.
“죄송합니다, 소주님.”
명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실력에서 월등히 앞서면서도 적을 놓쳐버렸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괜찮네. 작정하고 도망치는 놈을 당해낼 순 없지.”
항소운은 무덤덤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만 가지.”
그는 만성 영역의 중심권으로 가지는 않았다.
아직 그곳에 발을 들일 실력이 안 된다는 걸 알아서다.
언젠가 윤회 경지에 오르면 그때야 비로소 나아갈 수 있을 터였다.
잠시 후, 명음지문을 연 그는 명시, 갈마, 묘구명을 데리고 명음 성진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진신은 분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마찬가지로 명음지문을 열어 분신이 돌아올 수 있도록 했다.
명시와 갈마, 묘구명도 뒤따라왔다.
이제 그들은 없어서는 안 될 주력 병사가 되었다.
* * *
항소운의 진신은 공간 대도 근처의 허공에 머물고 있었다.
아군은 이곳에 자리를 잡고 생령이 다시 나타나길 기다렸다.
다만 생령은 잇따른 패배 후 더는 연합군을 보내지 않고 있었다.
덕분에 아군은 모처럼 휴식을 취하며 재정비할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항소운의 진신은 9품 신급 정점으로 경지를 높였다. 이젠 구전 경지도 얼마 남지 않았다.
누가 태초 전체 아니랄까 봐 성장 속도가 놀라우리만치 빨랐다.
그리고 고독구패 역시 대단한 성과를 이루었다.
그는 연화단을 이용해 항소운보다 먼저 일전 경지에 올랐다.
그가 경지를 돌파하던 순간, 하늘에 기이한 현상이 펼쳐졌다.
무수한 혼돈의 힘은 용과 범이 되어 하늘로 뛰어올랐으며, 주작과 현무가 서로 주고받듯 길게 울부짖었다.
거기다 기린까지 앞다퉈 나타나 길한 기운을 발산하니 사람들은 입을 벌리고 감탄하기 바빴다.
비록 항소운처럼 상서로운 기운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지만, 마음껏 제 능력을 펼치기엔 충분했다.
진무 학당 사람들은 크게 기뻐했으나, 더러는 안타까워했다.
‘하늘은 왜 구패를 낳으시고 또 항소운을 낳으셨단 말인가.’
그나마 항소운보다 일찍 구전 경지에 오른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을 무렵, 항소운의 분신이 돌아왔다.
분신과 진신은 합일을 이룬 후 곧바로 구전 경지를 돌파하기 시작했다.
항소운은 더 이상 경지 돌파를 미룰 수 없었다.
먼저 구전 경지를 돌파한 영혼이 계속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만약 진신이 해내지 못한다면 이미 강해질 대로 강해져 버린 분신을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린 뒤, 명시를 데리고 허공으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경지를 돌파했다.
이번에는 경지 돌파의 여파가 꽤 컸다.
주변의 죽은 성진들이 발산하던 힘이 모조리 잡아먹힌 것이다.
게다가 본연의 힘까지 상실하면서 죽은 성진들은 이내 폭발했다.
쿵-! 쿵-!
무려 천 개에 달하는 죽은 성진이 잇달아 폭발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또다시 9성이 번쩍이며 나타나더니 한층 짙어진 상서로운 기운이 모여들었다.
기운은 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이번에는 오로지 진신만을 위한 돌파였다.
상서로운 기운은 오롯이 성해건곤으로 들어가 단숨에 일전 경지를 돌파했다.
이번 돌파는 신급 경지 때와 차원이 달랐다.
곧 머릿속에서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아홉 빛깔 연꽃 혼태가 한 송이 연꽃으로 변하자 한없이 맑고 깨끗한 힘이 넘실거렸다.
이어서 넝쿨처럼 생긴 힘이 연꽃을 부드럽게 감싸고, 육신과 성해건곤 역시 알 수 없는 힘에 둘러싸였다.
일련의 변화는 본래 단단하던 육신을 한층 견고히 만들어, 이젠 신급 정점의 병기도 상처 하나 내지 못했다.
그것은 일전의 힘이었다.
앞으로 구전의 힘을 모두 모아 결합하면 윤회의 문이 열리고 모두가 우러러보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아직 일전이라고 얕볼 순 없었다.
일전 경지라도 필요로 하는 양은 무척 방대하며, 특히 항소운과 같은 최강 전체는 여느 무인들보다 수십 배는 필요했다.
심지어 멀리 떨어진 사람들조차 그 기세에 눌려 덜덜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