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57
제1057화 훌륭한 제자를 뒀군
항소운은 직접 시족 대군을 상대하지 않고, 적화행군과 서귀에게 지시를 내렸다.
“시족이 왔으니, 자네들이 알아서 처리하게.”
그 길로 적화행군과 서귀는 군대를 두 길로 나누어 근처에서 부활 중이던 시체들을 닥치는 대로 쓸어버렸다.
한편, 항소운은 양장민을 따로 불러 한 곳을 일러주었다.
그곳에선 시신(尸神) 하나가 주변의 시체를 조종하고 있었다.
“걱정 마십시오, 패왕. 놈을 반드시 처리하겠습니다.”
양장민은 도끼를 들고 땅 밑으로 내려가 곧장 적이 있는 곳으로 뚫고 올라갔다.
본래 흙의 힘을 연마했는데 진의를 깨달은 뒤로는 더 거칠 것이 없었다.
“시족의 확산세가 너무 빠른데……. 먼저 움직여야지, 안 되겠어.”
항소운은 자릉종 주변의 진법부터 강화했다.
어쨌든 시체의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게 급선무였다.
이어서 그는 자릉성으로 날아가 조용히 퍼지고 있던 시체의 기운을 말끔히 없앤 뒤 이미 부활한 시체들을 일일이 제거했다.
그리고 자릉성 주변에 서둘러 진을 설치하고, 성주에게 성을 봉쇄하여 당분간 출입을 금지토록 했다.
자릉성의 백성들은 항소운의 이름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신처럼 숭배하는 그가 친히 왕림하자 사람들은 감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자릉성에선 어른이 아이에게 입버릇처럼 “패왕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하곤 했다.
패왕의 명성은 자릉성을 넘어 서막으로 퍼졌으며, 이제는 중원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할 일을 마친 그는 다시 자릉종으로 돌아가 몇 가지 분부를 내렸다.
우선 우채접에게는 우태조 등으로 하여금 우가가 자릉종에 충성을 맹세했음을 선포하고 시신의 확산을 저지토록 했다.
다음으로 마희, 송천도, 유청신, 절망은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위협에 대처하도록 했다.
시족뿐 아니라 마족까지 들쑤시고 있어서 각지의 형세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한편, 하류휘는 녹소낭, 장기와 함께 신록 학당으로 돌아갔다.
하류휘는 자릉종에 남고 싶어 했으나, 항소운이 단호하게 돌려보냈다.
이제 자릉종의 병력은 몰라보게 강해져서 시족 대군도 두렵지 않았다.
항소운은 나찰녀와 두훤호에게 군대를 주고 용문과 연화루 근방의 시족을 소탕하도록 했다.
상황이 긴박한 만큼 부속 세력에 대한 보호도 빼놓을 수는 없다.
한편, 자릉종에 편입된 천사족은 시체의 기운을 억제하는 정화 능력이 있었다.
그들은 장왕 산맥에서 나와 적극적으로 능력을 펼쳤다.
물론 랑인족에게도 역할은 주어졌다.
그들에게 맡겨진 임무는 장왕 산맥을 진압하는 것이었다.
그곳에는 강력한 요수들이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으며, 시체도 많이 묻혀 있었다.
따라서 섣불리 제압했다가는 요수족이 자릉종을 공격할 가능성이 다분했다.
랑인족은 요수와 인간의 피가 섞여 있는 만큼 요수족을 상대하기에 가장 적합했다.
그렇게 차례로 명령을 하달한 그는 마주의 분신을 불러내 용봉 학당으로 보내고, 진신은 오마령으로 떠났다.
* * *
현재 오마령은 시신주가 차지하고 있었다.
가는 길에 보니 각지는 시체의 기운으로 자욱했고, 무수히 많은 시체가 무덤에서 기어 나왔다.
서막은 이미 끔찍한 지옥으로 변해 있었다.
이 순간에도 각 세력은 시족에 맞서고 있었다.
하지만 작은 세력은 아무래도 역부족이었고, 큰 세력은 제 앞가림하느라 남의 생사에는 관심이 없었다.
항소운은 개일에게 영향을 받은 뒤로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젠 중원을 위해 힘닿는 데까지 노력하고 싶었다.
오마령에 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어떻게 해서든 시신주를 저지해 시족의 확장을 막고, 가능하다면 놈이 다신 일어서지 못하도록 철저히 짓밟아야 했다.
오마령 근처에 이르자, 무시무시한 시체의 기운이 구름처럼 떠다녔다.
곧 악취가 코를 찔렀다.
잘못 들이마셨다간 시체의 기운에 온몸이 썩어 문드러져 결국 놈들과 같은 처지가 되고 만다.
“은자야, 가서 살펴보고 와.”
그는 은자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느덧 은자는 완벽한 은색 뿔을 가진 거대한 천각사로 자라 있었다.
“맡겨만 주세요!”
은자는 망설임 없이 가장 짙은 시운(尸雲)을 향해 돌진했다.
극양의 천둥의 힘이 온몸을 휘감으며 9품 요신의 기세를 남김없이 드러냈다.
생명체인 은자가 뛰어들자 기운을 느낀 시족이 바로 달려 나와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은자는 인정사정없이 천둥의 힘을 토해내 놈들을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은자가 막무가내로 들이닥치자, 곧 시신(尸神)도 눈치를 챘다.
그들은 곧장 맹공격을 퍼부었다.
은자는 있는 힘을 다해 이곳을 닥치는 대로 부수기 시작했다.
가장 강한 놈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그때 오래된 관 하나가 은자가 있는 쪽으로 매섭게 날아갔다.
어찌나 날래던지 하마터면 그대로 받힐 뻔했다.
아슬아슬하게 겨우 피했더니 낡은 관이 바로 방향을 틀어 재차 공격해 왔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임이 날렵했다.
은자는 바로 혼돈의 천둥을 내뱉었다.
과연 판단이 옳았던지 혼돈의 천둥에 낡은 관은 그대로 쪼개졌다.
갈라진 관 사이로 영역 밖 시체 하나가 벌떡 일어났다.
시신주는 아니었지만, 녀석이 타고 있던 시신은 자그마치 9품 신급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낡은 관 여러 개가 둥실 떠올라 공격을 시작했다.
오마령 금지는 현재 시족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은자는 강했지만 강력한 시신 여럿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힘에 부쳤다.
한 번 죽었던 놈들이라 그런지 물불 가리지 않았다. 게다가 최상급 시신까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어떻게든 막아낼 수는 있지만, 이기는 건 불가능했다.
시족은 절대 가벼이 볼 수 없는 상대였다.
놈들이 사방에서 나타나는 걸 보면 오마령 일대가 시족에게 완전히 잡아먹힌 듯했다.
이 무렵, 다른 쪽에서도 시족의 움직임을 감지했다.
그들은 수호 공회 지부 사람들인데, 대규모 병력을 모아 시족에 대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호신 황천이 부상을 입은 뒤로는 되려 시족에 밀리는 형세였다.
그래도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기에 각지의 세력과 연합해 이곳을 진압하려 했다.
다만, 각 세력은 뜻에 동참하는 듯했지만 실제로는 소수 병력만 파견했기에 시족을 멸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게 다들 몸을 사리는데 누군가 자발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요수가 시족과 싸우는 모양이야.”
“무슨 종족인지가 뭐가 중요해. 시족에 맞서 싸우면 무조건 같은 편이지. 손 놓고 있다간 서막 전체가 놈들한테 넘어갈 거야.”
“그건 우리도 알지. 한데 황천 대인께서 다치셨는데 다른 수호신은 도와주러 오지도 않잖아. 우리끼리 어떻게 막냐고.”
“지금 중원은 내우외환에 빠졌어. 공회는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 싸우고 있는데, 다른 놈들은 단합할 생각을 않으니…….”
“어서 빨리 소회장을 정해야 해. 그래야 공회도 통일된 지시를 내릴 수 있고 다 같이 단결해서 싸울 텐데 말이야.”
은자는 결국 시신의 협공을 견디지 못하고 시운에서 허겁지겁 빠져나왔다.
때마침 이쪽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요수란 걸 직접 확인하고 나자 씁쓸함이 밀려왔다.
그래도 같은 사람이길 바랐던 모양이다.
바로 그때, 웬 사람 그림자가 은자 앞에 나타나더니 뒤쫓아오던 시신을 단숨에 박살 냈다.
단순하면서도 강한 권법에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란 표정이었다.
이어서 항소운은 혼돈의 불을 훅 내뿜어 시운 쪽으로 날렸다.
이대로 시체의 기운을 뿌리째 없애버릴 작정이었다.
혼돈의 불이 가진 파괴력은 다른 화염과 비교조차 불가했다.
순식간에 거대한 시운을 말끔히 태워버리자 시족은 황급히 땅속으로 숨어버렸다.
이때 어디선가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왔다.
“당장 그 고약한 불을 거두어라. 그렇지 않으면 시체로 만들어주마.”
묘하게 기분 나쁜 쉰 목소리.
시신주의 독특한 음성이었다.
시신주는 상대의 무공이 범상치 않다는 걸 알기에 처음부터 싸우지는 않았다.
“오마령에 틀어박혀 얌전히 지내라. 괜히 싸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들쑤시지 말란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넌 오늘 죽어.”
항소운이 침착하게 말했다.
“허, 어린놈이 입만 살았군. 당시 원시도 나한테 이런 말은 감히 못 했는데. 네가 뭐 원시의 환생자라도 된단 말이냐? 닥치고 썩 내려와라!”
시신주는 가소롭다는 듯 입을 비죽이더니 시체의 기운을 뭉친 갈퀴손을 내뻗었다.
수호 공회 사람들은 깜짝 놀라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뒤늦게 젊은이의 정체를 눈치챘다.
바로 소회장 경쟁에 참여한다던 항소운이었다.
그런데 영역 밖 전장에서 생령과 싸워야 하는 자가 왜 여기 나타났단 말인가.
다들 영문을 몰라 하던 그때, 명시가 항소운 앞에 나타나 무시무시한 갈퀴손을 막아냈다.
“꽤 강한 놈이군요.”
명시가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얌전히 만들 수 있겠나?”
“문제없습니다.”
명시는 곧장 시체의 기운 속으로 들어가 땅 밑에 숨어있던 시신주를 공격했다.
가차 없는 공격에 오마령 전체가 흔들릴 정도였다.
누가 보더라도 소생 경지를 초월한 힘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부상을 치료 중이던 황천은 눈을 번쩍 떴다.
그는 서둘러 공회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황천의 등장에 사람들은 일제히 인사를 올렸다.
황천은 이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허공에 떠 있는 항소운을 응시했다.
곧 그의 눈에 놀란 빛이 어리더니, 시신주에게 공격을 펼치는 명시를 보고 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젊은이,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나?”
황천은 항소운에게 전음을 보냈다.
시독에 당해서 시신주에 가까이 갈 수 없어서였다.
대선배가 저리 말하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항소운은 은자를 데리고 내려와 황천에게 인사를 올렸다.
“황 대인께 인사드립니다.”
황천은 중년 나이로, 외모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황색 머리에 누런 이를 하고 맨발로 서 있었다.
이런 꾀죄죄한 사람이 중원 대륙을 지키는 수호신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황천은 오전(五轉) 경지로 개일 못지않게 강했다.
“개일이 아주 훌륭한 제자를 뒀군.”
황천은 눈앞의 청년을 보며 감탄했다.
젊은 나이에 벌써 일전 경지라니. 동년배는 물론이요, 원로들도 실력에서 크게 앞서고 있었다.
“과찬이십니다.”
항소운은 겸손히 말을 받았다.
“한데 대인, 혹 독에 당하셨습니까?”
“알아보았구나.”
황천은 한숨을 푹 쉬고 말을 이었다.
“이 시독은 예사 것이 아니라 해독하는 데 시간이 걸릴 걸세. 하니 지금은 시신주를 건드려봤자 좋을 게 없어. 내가 지금은 싸울 수가 없거든.”
“걱정 마십시오. 곧 고분고분해질 겁니다.”
항소운은 진지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대인, 혹 제가 독을 제거해드려도 될런지요?”
“이건 아주 까다로운 독이야. 내가 직접 함세.”
황천은 괜한 일에 남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오전 경지인 자신도 제거 못 하는 독인데, 젊은이에게 딱히 방법이 있을 것 같진 않았다.
그러다 항소운 손바닥 위에서 일렁이는 혼돈의 불을 본 순간, 그의 얼굴이 환히 밝아졌다.
“내가 자네의 실력을 얕보았군그래. 혼돈의 불은 만독의 천적이지. 그거면 이 늙은이를 도울 수 있을 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