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59
제1059화 공평범과 백리웅사
“중원은 어지러워지고 각 종족은 제각기 살길을 찾느라 바빠졌지. 우리 시족 역시 살아갈 땅이 필요할 뿐, 어찌 이마저도 안 된다고 하느냐?”
땅 밑에서 아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이놈! 죽었으면 땅으로 돌아갈 것이지, 어찌 밖으로 나와 인간 세상을 어지럽히느냐?”
황천은 발밑에 온 힘을 집중시켜 관을 맹공격했다.
그러나 황천의 공격은 미처 관에 떨어지기도 전에 무시무시한 반탄력에 튕겨져 나와 되려 황천을 역공격했다.
황천이 누구인가.
오전 경지의 수호신으로, 실제 전투력은 칠전 경지에 육박했다.
그런 그가 강력한 반탄력에 당해 되려 날아가고 말았다.
허공까지 날아가서야 중심을 잡은 그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넌 사람이냐 시체냐?”
관 속에서는 기이하게도 생명력이 느껴졌다.
그렇기에 선뜻 적의 존재를 단정 지을 수 없었다.
항소운은 무슨 상황인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지금은 놓아줄 터이니, 당장 떠나라. 저들에게는 확장을 멈추라 하겠다. 허나 다시 날 성가시게 한다면 그땐 너희 두 놈도 내 병사로 만들어주마.”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황천은 미간을 찡그린 채 고민에 잠겼다.
자신과 항소운의 실력으로 저 공포스러운 존재를 막기란 아무래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내버려 두자니 장차 큰 화가 닥칠 게 뻔했다.
항소운은 갑자기 분신을 밖으로 불러내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바로 네놈이 중원의 정수 신원(神源)을 빨아들이고 있었구나. 어떻게 결계가 마족에게 뚫렸나 했더니 네놈과 관련이 있으렷다?”
황천은 등 뒤로 소름이 쫙 끼쳤다.
대지의 정수 신원은 중원 대륙을 지탱하는 근간이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 힘이 전부 사라지면 중원은 죽은 성진으로 전락하고, 이곳에 사는 생명체도 덩달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뭔가 아는 모양이군. 그렇다면 살려둘 수 없지.”
곧이어 공포스러운 힘이 한데 응집되더니 순식간에 특수한 공간을 만들어 바깥세상과 완벽히 차단했다.
이어서 거대한 힘이 두 사람을 향해 휘몰아쳤다.
봉쇄의 힘이 워낙 강한 탓에 명시를 부를 수도 없었다.
갈마와 묘구명은 이미 바깥으로 밀려난 상태였다.
공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거대한 힘은 시마(尸魔)의 형태가 되어 두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항소운의 진신과 분신은 각각 음양신검과 태초전도를 들고 닥치는 대로 시마를 베었다.
그러나 시마의 공격력은 상상외로 강해서 되려 진신과 분신이 버티질 못하고 피를 훅 뿜었다.
황천도 역부족이라 당하고 있었다.
“본래 조용히 돌파하려 했거늘 기어코 훼방을 놓는군. 이젠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것이다.”
관 속 존재가 무심히 말을 뱉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관 속에서 혼돈의 기운이 솟구쳐 올랐다.
시마는 온데간데없고 혼돈의 기운이 그 자리를 꿰찬 채 파괴력을 압축시킨 두 덩어리가 항소운과 황천을 뒤덮었다.
이대로 두 사람의 숨통을 끊어놓을 작정이었다.
항소운은 혼돈의 기운에서 극한의 파괴력을 느꼈다.
혼돈세계에서 혼돈신련과 처음 맞닥뜨렸을 때도 이랬지.
다만 미지의 존재는 훨씬 강력했다.
그가 태초장벽으로 가까스로 버틴 반면, 황천을 둘러싼 겹겹의 방어막은 무참히 부서지고 있었다.
“젠장. 하필 이런 놈을 건드려서.”
항소운은 저도 모르게 욕을 지껄였다.
이제 구전 경지에 올랐으니 천하 제패까진 아니더라도 누구든 두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정체 모를 것에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목숨마저 위험했다.
황천의 상황은 갈수록 나빠졌다.
육신이 못 버티고 갈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항소운은 명음지문을 펼치려 했으나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온 천지가 봉쇄당한 건지 작은 틈도 존재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절망에 빠져 낙담하고 있는데, 밖에서 메마른 손 하나가 불쑥 들어와 공간을 갈기갈기 찢기 시작했다.
뒤이어 작고 여윈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백리, 그만해라.”
황천은 노인을 보더니 기쁨에 차 소리쳤다.
“공 대인, 드디어 오셨군요.”
공평범(孔平凡).
이름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결코 예사 인물이 아니었다.
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서 나이를 세는 것도 잊은 지 오래다.
노인은 중원의 제1대 수호신으로, 원시신존보다 일찍 이름을 떨쳤다.
그러다 원시신존의 명성이 그를 앞지르자 노인은 이 세상에서 종적을 감추었다.
황천은 당시 난리 속에서 노인이 싸우는 것을 두어 번 본 적이 있는데, 워낙 인상이 깊어서 지금껏 기억하고 있었다.
노인은 현재 중원 대륙에서 윤회 경지에 가장 근접한 무적의 존재였다.
“영감, 너도 날 막으러 온 건가?”
관 속 존재가 불만에 차 소리쳤다.
“내가 널 막을 수 있었다면 지금껏 기다리지도 않았겠지.
중원의 혼란이 너와 관련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결국 누군가는 중원을 지키는 막중한 임무를 져야겠지. 그런데 이리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넌 아직도 경지를 넘어서지 못했구나. 이제 집착을 버리고 포기해라.”
공평범이 담담한 얼굴로 말을 뱉었다.
노인은 말을 하면서도 두 손을 계속 놀려 항소운과 황천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제야 항소운은 노인의 무공이 까마득히 높다는 것을 알았다.
개일도 노인의 상대는 못 될 듯싶었다.
“젊은이, 가세. 우리가 끼어들 수 있는 일이 아니야.”
황천이 풀이 죽어 말했다.
오랜 세월 오직 수련을 위해 애썼건만 성장은 갈수록 더뎠다.
전설적 존재와의 격차는 아직 까마득하기만 했다.
“그 막중한 임무를 질 사람은 바로 나다. 네가 날 키운 것도 이런 날이 오길 바라서가 아니더냐?
대지의 정수 신원만 모조리 빨아들이면 난 윤회 경지에 오를 수 있어. 그렇게 되면 영역 밖 생령도 날 막지 못한단 말이다!”
관 속 존재가 분노를 드러냈다.
“소용없어. 대지의 정수 신원은 의식이 생겨서 스스로 주인을 선택했다. 다만 그자는 힘을 흡수해 윤회 경지에 오르는 걸 거부하고 있지. 안 그랬으면 네놈이 분란을 일으키지도 못했을 거다.”
“그자가 누구지?”
관 속 존재가 물었다.
“원시의 제자, 개일이다.”
“말도 안 돼, 그럴 리 없어……. 그때도 원시신존한테 당했는데, 놈의 제자한테까지 당할 순 없어!!”
관 속 존재가 분노를 터뜨렸다.
* * *
항소운과 황천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얼마 후, 시신주와 명시가 동시에 돌아왔다.
그들은 결국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시신주는 온몸이 너덜너덜해졌고, 명시의 상태도 썩 좋지 못했다.
항소운은 시신주를 공격하지 않았다.
명시도 제압하지 못한 놈을 무슨 수로 이기겠는가.
그와 황천은 오마령을 벗어난 후에야 이야기를 시작했다.
궁금한 것 천지였으나 황천도 영문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공평범과 관 속 존재가 무슨 사이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평범의 마지막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대지의 정수 신원이 스승님을 주인으로 택했다고?’
달리 말하면 오직 개일만이 정수 신원을 흡수해, 윤회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말 아닌가.
‘이 사실이 알려지면 중원 전체가 들끓겠지.’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수호 공회의 두 부회장도 윤회 경지에 오르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리고 은둔 중인 여러 늙은이도 구전 경지를 넘어 윤회 경지에 오르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즉, 공평범의 말 한마디에 이들의 꿈이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다.
대지의 정수 신원은 중원을 지탱하는 힘의 정수와 비슷했다.
힘을 흡수하면 개일은 윤회 경지에 오를 테지만, 반대로 중원을 지탱하는 힘은 크게 약해져 생명체가 극심한 영향을 받을 테고 심지어 멸망에 이를 수도 있다.
“대인, 아까 그분은 누굽니까?”
항소운이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물었다.
“그분은 공평범 대인일세. 나와 자네 스승보다 수만 년은 앞선 신적인 존재지.”
황천은 공평범에 관한 이야기를 천천히 들려주었다.
일찍이 공평범은 이름처럼 평범한 사내였다.
이렇다 할 업적 없이 평범한 인생을 보내던 그는 중원에 혼란이 닥친 후 결정적인 순간 큰 활약을 했다.
다만 그를 아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는 오래전 구전급을 돌파하고 윤회 경지를 목전에 두었다.
허나 아무리 노력해도 그 문턱만은 넘지 못했다.
하늘이 농간을 부린 것인지는 몰라도 지금껏 같은 경지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진작 중원에 윤회 경지가 또 한 명 탄생했을 것이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항소운은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공 대인이 그리 강한 분이셨군요. 근데 관 속 그놈과도 아는 사이인 거죠?”
“내 추측이 맞다면 관 속 존재는 아마도 그분의 제자인 백리웅사일 걸세.”
“백리웅사요?”
항소운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왜? 아는 사람인가?”
“이름은 들어봤는데, 자세한 건 몰라요.”
그는 혼돈세계에 백리웅사가 남긴 글을 들려주었다.
“맞네. 백리웅사는 혼돈전체를 타고났지. 공 대인의 유일한 제자기도 하고 말이야. 다만 두 사람은 오래전 사이가 틀어져서 거의 원수나 다름없었어.
백리웅사는 자신의 스승처럼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어. 그래서 우리는 그자가 영역 밖으로 떠난 줄로만 알았지. 한데 여기에 있었다니…….
게다가 윤회 경지에 거의 다다랐다니 놀랍군. 이게 인간족에게 복인지 아니면 재앙인지 알 수가 없구먼.”
황천은 한숨을 푹 쉬었다.
항소운은 그제야 백리웅사가 어떤 인물인지 알 것 같았다.
혼돈세계에 있을 때만 해도 이런 대단한 인물은 누굴까 궁금했는데, 중원에 돌아오자마자 정체를 알게 되었다.
구전 경지에 올라 어깨에 힘이 약간 들어갔었는데, 이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역시 중원에는 대단한 인물이 넘쳤다.
항소운은 한동안 황천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그는 자릉종으로 돌아가지 않고 죄혈성으로 향했다.
당 백부와 당용비를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 * *
막상 죄혈성에 도착하고 보니 이곳도 아수라장이었다.
성곽은 완전히 허물어져 내렸고 하늘, 땅 할 것 없이 마기가 득실거렸다.
마족은 마치 제집인 양 길을 활보했다.
게다가 시체는 시족으로 변해버려서 도저히 사람이 살던 곳이란 게 믿어지질 않았다.
“설마 백부님과 형님까지 당한 건 아니겠지?”
그는 감응을 통해 사방을 구석구석 살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쪽을 보니 당용비가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으며 마족과 싸우고 있었다.
“아버지를 살려내. 어서 살려내란 말이다!”
당용비는 성한 데가 없이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무기는 멈출 줄을 모르고 정신없이 마족을 베었지만, 적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못했다.
8품 전천 경지지만 상대는 대마성이었다.
이미 경지에서부터 불리한 싸움이었다.
“가련한 인간 같으니. 네 아비는 내 배 속에 있다. 걱정 마라. 이제 널 먹으면 곧 부자가 만날 수 있을 테니.”
식인마가 입맛을 다시며 웃었다.
식인마는 강력한 육체의 힘을 실어 주먹을 휘둘렀다.
당용비의 공격은 무참히 박살 났고, 그 여파로 데굴데굴 구르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