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69
제1069화
화려한 조합
영역 밖 생령이 강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생령이 중원에 주둔하기 시작하자, 인간족은 하루라도 빨리 놈들을 몰아내기 위해 전면전을 준비했다.
그러나 정작 생령은 바로 싸울 생각이 없는지 마족에게 눈을 돌려 연합군이 될 것을 원했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사람들은 크게 당황했다.
인간족은 단합이 어려워서 생령과 마족을 각각 상대하기도 벅찬데, 저 둘이 연합한다면 대체 무슨 수로 막는단 말인가.
그렇다고 마냥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인간족은 곧바로 중원 이족에게 사절을 보내, 함께 손을 잡고 생령과 마족을 치자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이족은 인간족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땅의 주인인 양 행세하며 텃세를 부릴 때는 언제고, 발 등에 불이 떨어지니까 사정하는 꼴이라니.
그동안 당한 게 있는데 선뜻 승낙하겠는가.
게다가 생령은 이족에 대해 무척 우호적이었다.
이족만 원한다면 언제든 자신들의 일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생령 대군 자체가 수많은 종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종족이 다르다고 해서 차별하거나 배척하는 일 없이 동등하게 대했다.
이족으로부터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한 인간족은 이제 요수족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탈것은 대부분 상급 혈통의 요수였다.
그만큼 종족 내에서 영향력이 있기에 부디 요수들을 설득해서 힘을 보태주기를 바랐다.
요수족만 응해준다면 마족, 생령과 전면전은 물론, 적들을 중원에서 몰아내는 것도 가능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요수족은 인간족 못지않게 강했다.
그동안은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사람의 탈것 노릇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요수족은 청룡파와 백호파로 나뉘어 각기 거대한 세력을 운집했는데, 이 정도 대군이면 마족도 쉽사리 건들지 못했다.
한번은 마족이 어느 산맥을 지나고 있었다.
그들은 그 산맥을 통째로 점령할 계획이었는데, 결국 5만 명에 달했던 마족 대군은 그곳에 살던 요수들에 의해 산채로 잡아먹히고 말았다.
이때부터 마족은 요수족을 만만히 보지 못했다.
인간족은 숙련된 조련사 여러 명을 파견했다.
어려서부터 요수 언어에 능통하고 워낙 언변이 뛰어나 요수들을 자기 생각대로 부릴 수 있는 자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설득은커녕 하마터면 죽임을 당할 뻔했다.
조련사들이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오자, 그제야 수호 공회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결국 공회는 최고 수호령을 새로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신급 이상의 인간족 가운데 중원을 위해 막대한 공헌을 한 자에게는 최고 수호령을 수여하며 수호신으로 임명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로서는 다섯 명의 수호신이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최고 수호령을 다시 발행하겠다는 것은 여전히 세상에 나오길 꺼리는 재야의 고수들을 어떻게든 자극해 중원을 위해 힘을 쓰도록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영패가 아니라 유사시에 공회의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권력을 의미했다.
다행히 공회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는지 재야의 고수들이 속속 등장해 인간족의 저력을 한층 견고히 만들었다.
* * *
이 무렵 영역 밖 생령은 인간족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현재 점령한 지역을 공고히 하는 데 집중했으며, 마족과 수차례 대화를 진행했다.
생령 연합군에서 가장 강한 자는 마랑한(魔琅寒)이라는 불사마족 생령이었다.
오늘 그는 명황족 명황과 불사마족 족장 마장생(魔長生) 그리고 사룡 족장 사이경(邪離經)과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 마족이라 저마다 발산하는 마기가 어마어마했다.
다들 팔전급 이상으로 대단한 고수인데, 그중 마랑한은 유일하게 구전급이었다.
마랑한은 미간의 전문을 번쩍이더니 먼저 마장생을 보며 옅은 미소를 띠었다.
“우리는 동족이오. 이점은 당신도 잘 아실 테지요. 우리 불사마족과 명황족 그리고 여러 대종족은 모두 만성 영역에서 최강의 황족으로 불리고 있소.
태고 시대, 우리는 처음으로 이 중원이란 성진을 점령하려 했으나 실패로 끝났소. 그 결과 여러분은 지하 감옥이나 다름없는 마연에 갇힌 거요.
그다음은 상고 시대였으나, 그때도 우리는 실패했소. 결국 또 한 무리의 생령이 이곳에 갇히고 말았소.
허나 그건 우리가 인간족보다 약해서가 아니오. 오히려 전반적인 무력은 저들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소. 한데 인간족은 위험에 빠질 때마다 매번 윤회 경지의 구세주가 나타났소. 우리가 번번이 패한 것도 이 때문이오.
허나 이제 여러분께서 마연에서 나오셨으니 우리와 힘을 합한다면 응당 인간족을 노예로 만들 수 있을 거요.”
마랑한은 몇 마디 말로 마족과 인간족의 원한을 설명했다.
사실 중원이 공격당한 것은 상고 시대가 처음이 아니었다.
그보다 오래전인 태고 시대 처음으로 침입을 당했고, 마연도 그때 만들어졌다.
당시 마족을 제압한 것은 무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도군이었다.
인간족 역사상 처음으로 윤회 경지에 오른 무적의 존재다.
그렇다면 도군은 어째서 마족을 죽이지 않았던 걸까.
물론 자비에서 비롯된 마음은 아니었다.
그가 마연을 만든 목적은 마족이라는 적을 가까이 둠으로써 인간족이 끊임없이 경계하고 스스로 강해지길 바라서였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적에게 역공당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러다 상고 시대에 이르러 도군은 갑자기 종적을 감추었고, 원시가 새롭게 급부상했다.
원시는 생령의 두 번째 침공을 완벽히 격퇴하여 중원의 평화를 지켰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중원 수호를 기치로 하는 수호 공회를 창시했다.
그러나 도군과 원시신존이 잇달아 사라진 후 인간족을 구할 존재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생령의 침공을 막아낼 실질적 방도가 없는 것이다.
마랑한은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태고 시대 전쟁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상고 시대에는 직접 싸웠기에 누구보다 속사정을 잘 알았다.
마장생은 마랑한이 자신과 동족이라는 확신 때문에 그와 손을 잡길 원했다.
기회가 된다면 만성 영역에 있다는 불사마성(不死魔星)에 가서 조상들이 살던 곳을 살펴보고 싶었다.
명황과 사이경도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생령 쪽에서 명황족과 사룡족 강자가 찾아와 그들을 설득했기 때문이다.
생령은 그들에게 만성 영역의 상황과 함께 동족이 그곳에 대거 군집해있다고 말해주었다.
이렇게 해서 그들에게는 인간족이라는 공동의 적이 생겼다.
인간족을 완벽히 제압해 노예로 만들고 나면 만성 영역으로 돌아가 동족이 살고 있는 성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 * *
자릉종이 봉문한 지도 어언 100년.
생령과 마족 대군은 완전히 합병하여 ‘멸인대군(滅人大軍)’이라 불렸다.
그들은 막강한 무력으로 인간족을 강제 진압했고, 복종하지 않는 자들은 모조리 죽여가며 미친 듯이 영역을 확장했다.
그해, 수호 공회는 진구를 회장에 추대하기로 하고 사람들을 널리 초청했다.
진구가 회장직에 오른 후 인간족은 멸인대군을 상대로 전면 반격에 나설 계획이었다.
이 무렵 자릉종은 소리소문없이 봉문을 해제했다.
일체의 선전 없이 모든 과정이 조용히 진행되었다.
이날 자릉종에는 요수족 대군이 찾아왔다.
청룡과 백호가 각기 이끄는 군대였다.
동시에 도착한 이들은 먼저 들어가겠다며 실랑이를 벌였다.
“더러운 벌레 녀석, 형님이 아니었으면 넌 용 같은 건 되지도 못했어. 내가 형님을 모실 때 구석에나 처박혀 있던 놈이 어디서 고개를 빳빳이 들어!!
좋게 말로 할 때 뒤에 따라와라. 안 그러면 내 주먹이 가만히 안 있어.”
흰옷을 입은 건장한 젊은이가 파란 머리의 젊은이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파란 머리의 젊은이는 수련한 용모에, 흰옷 젊은이보다 키가 한 뼘 정도 더 컸다.
눈빛의 기세도 결코 상대에 밀리지 않았다.
“얼룩 고양이가 참 말이 많네. 어디 계속 지껄여 봐. 바로 잡아 먹어버릴 테니까.”
“좋게 말로 하니까 우습냐? 가만 안 둬!”
흰옷 젊은이는 호통을 치더니 대뜸 주먹을 휘둘렀다.
파란 머리 젊은이는 존귀한 용의 기운을 펼치며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거봐, 딱 고양이네. 자, 내 공격이나 받아라!”
쿵-!
두 젊은이는 순식간에 수백 합을 겨루었다.
동작이 워낙 빨라 맨눈으로는 따라잡기도 힘들었다.
힘을 쓰지 않고 오로지 맨몸으로 싸우는데도 위력이 상당했다.
뒤쪽에서 대기 중이던 두 부대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둘이 태생적으로 상극인 걸 알아서다.
둘의 싸움은 결국 자릉종 사람들까지 놀라게 했다.
잠시 후 누군가 쏜살같이 날아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사실 두 젊은이는 마음만 먹으면 주먹 한 번에 신급 정점을 때려죽일 수 있는 자들이었다.
그렇다면 갑자기 끼어든 소년은 제 발로 불구덩이에 들어간 셈이 아닌가.
그러나 소년은 아주 태연하게 양손을 뻗어 두 젊은이의 팔을 붙잡았다.
그들은 어떻게든 잡히지 않으려고 동시에 소년을 공격했다.
하지만 소년의 손은 마치 마력을 지닌 듯 둘을 가볍게 제압했다.
뒤쪽에 있던 군대는 그 광경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두 젊은이가 가만히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다면 당장 구하러 달려갔을 것이다.
하는 짓이 유치해서 그렇지, 상상 이상으로 지위가 높은 자들이었다.
소년은 두 젊은이를 땅으로 던지고는 씩 웃었다.
“오랜만에 봤는데 실력은 그대로네.”
“형님, 난 인정 못 해요. 다시 싸워요.”
흰옷의 젊은이는 씩씩대더니 다시 전력을 다해 주먹을 내뻗었다.
백호의 형상이 희미하게 보이는가 싶더니 범의 포효가 산천을 울렸다.
옆에서는 파란 머리 젊은이가 말도 없이 갈퀴손을 날렸다.
공간이 쭉 찢어지며 사나운 기세가 휘몰아쳤다.
일, 이전 경지도 둘의 협공은 당해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나 소년은 그들의 공격을 너무도 가뿐히 와해시켰다.
두 젊은이는 인정할 수 없다는 듯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소년의 옷자락도 닿질 못했다.
왠지 속이 뒤틀렸다.
결국 소년이 손을 써서 수십 장이나 날려버리고 난 뒤에야 싸움은 끝이 났다.
“형님, 대체 무슨 경지에요? 어떻게 우리보다도 성장이 빨라요?”
흰옷의 젊은이는 돌아오자마자 대뜸 이것부터 물었다.
“그러니까 우리 형님이시지.”
파란 머리 젊은이가 당연하다는 투로 대꾸했다.
“그만들 해라. 아부나 듣자고 부른 거 아니야.”
소년은 손을 휘휘 내젓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도 그동안 열심히 수련했나 본데. 이제 이 형님과 큰일 해도 되겠어.”
“헤, 그 말만 기다렸죠.”
흰옷의 젊은이가 싱긋 웃었다.
“전 진작부터 목에 힘주고 다니는 놈들을 혼내주고 싶었다고요.”
옆에서 파란 머리 젊은이가 맞장구를 쳤다.
“그래, 우선 안으로 들어가자. 마침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거든.”
소년을 따라 두 젊은이는 자릉종 안으로 들어갔다.
소년은 항소운, 흰옷의 젊은이는 백호 그리고 파란 머리의 젊은이는 청룡이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화려한 조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