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73
제1073화
원시신존의 분신
적들은 도망치고 항소운과 공송영웅만 남았다.
공손영웅이 복잡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자네가 이 정도까지 강해질 줄은 몰랐군.”
항소운은 상대에게 별달리 존경심이 없던 터라 주눅이 들지도 않았다.
“강해지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죽임을 당할지도 모를 일 아닙니까? 전 젊은 나이에 죽고 싶지 않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곧장 다른 전장으로 향했다.
곳곳에선 절대 강자들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대부분 생령이 우세한 상황이라 당장 돕지 않으면 아군의 목숨이 위험했다.
공손영웅은 항소운의 마음속에 아로새겨진 깊은 분노를 알기에 구태여 해명하지 않았다.
그는 간단한 재정비 후 항소운과 함께 다른 이들을 도우러 떠났다.
두 사람의 도움 덕분에 많은 이가 위험에서 벗어났다.
그들은 항소운을 알고 있었다.
한목소리로 비판했던 자가 되려 자신들을 구해주자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했다.
“다들 신전으로 돌아가세.”
공손영웅이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들은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항소운은 한쪽으로 물러났다.
수호 공회라면 지긋지긋했다.
공손영웅 역시 구태여 강요하지 않고 공회 사람들을 데리고 신주성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 * *
이 무렵, 멸인대군 최강자인 마랑한, 마장생, 명황, 사이경은 신주성을 맹공격하고 있었다.
이들의 목적은 수호 공회를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신전은 수많은 진법으로 견고한 방어막을 형성해 신주성 전체를 보호했다.
진법의 힘은 결코 예사롭지 않았다.
그 속에 실린 무적의 기운은 구전급 정점이라도 뚫기 어려웠다.
마랑한이 두 눈을 매섭게 번뜩였다.
“인간족, 무의미한 발악은 그만둬라. 이런 진법 따위로 스스로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진법 아래 진구는 안절부절못했다.
“할아버지, 정말 진법이 막아낼 수 있을까요?”
비록 오전급지만, 구전급과 실제로 맞닥뜨리자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멸인대군은 절대 강자만 오륙십 명에 달했다.
게다가 구전급은 둘에, 팔전급은 여덟이나 되어서 실력이나 규모 어느 면에서나 인간족을 압도했다.
인간족에선 공평범만이 유일한 구전급이었다.
다만 같은 구전급 생령이 영역 밖으로 꼬여내는 바람에 그곳에서 싸우느라 당분간은 돌아오기 힘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팔전급인 진홍연과 공손영웅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상태다.
“걱정 말거라. 노회장께서 남겨두신 것이라 그분의 무적의 기운이 깃들어 있으니 놈들도 뚫지는 못할 거다.”
진홍연이 말했다.
“다행이에요. 너무 강한 놈들이라 우리만으로는 맞설 방도가 없으니까요.”
진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근데 가장 괘씸한 건 선로궐, 광릉궁, 신맹에서 아직도 최강자들이 나서지 않았다는 거예요. 이건 우리 공회가 망하는 꼴을 보겠다는 거잖아요.”
“중요한 때일수록 남에게 기댈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단다.”
진홍연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시각, 멸인대군은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우두머리인 마랑한이 창을 뽑아 들자 거대한 기세가 물결치며 하늘이 꿈틀거렸다.
마창(魔槍)은 마랑한의 통제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별안간 창 위로 알 수 없는 형체가 떠오르더니 강력한 힘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마랑한을 비롯한 생령들은 마치 왕을 대하듯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걸 보는 진홍연과 진구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서, 설마 윤회급 병기는 아니겠지??”
진홍연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그럼 진법이 버틸까요?”
진구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그건 나도 모르겠구나. 회장 대인의 능력을 믿어보는 수밖에.”
진홍연은 이 순간 무력감을 느꼈다.
“기령(器靈) 대인이시여, 이 진법을 깨뜨려 주시옵소서!”
마랑한이 창을 향해 간청했다.
“이 진법은 예사 것이 아니다. 이 속엔 나와 같은 경지의 의지가 깃들어 있다.”
창의 기령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럼 뚫을 수 있을까요?”
마랑한이 되물었다.
“시도는 해보마. 정 안 되면 그땐 네 힘을 빌려야지. 그렇게 하면 가능할 거다.”
창의 기령은 홀로 진법을 향해 달려들었다.
“놈이 온다! 다들 진법을 사수하도록!!”
진홍연이 목소리를 높였다.
명령에 따라 각 진 안에 위치한 진법 대사들은 진법의 힘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신주성 상공에 반원 형태의 빛무리가 생겨나더니 그 위로 힘이 겹겹이 쌓여 마침내 혼돈의 힘을 이루었다.
혼돈세계의 혼돈장벽과 꼭 닮은 것으로, 수호 공회의 수비진이었다.
창은 검은 꼬리를 길게 그리며 하늘에서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창이 혼돈장벽과 부딪친 순간,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중추 전체가 흔들렸다.
사람들은 공포에 몸을 떨었다.
* * *
절대 강자들은 곳곳에서 심각한 상황을 감지했다.
선로궐의 노(老)선인은 흰 두루미를 타고 있었다.
머리는 새하얗게 셌지만, 혈색이 좋고 기력이 충만한 것이 아무리 봐도 예사 노인은 아니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윤회급 병기까지 나타났으니, 이제 인간족은 어찌할꼬.”
노선인은 선로궐에서 유일하게 팔전급에 오른 인물이다.
그의 곁에는 몇몇 강자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전력을 다해 수호 공회를 지원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다른 세력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병마를 지원하긴 했으나, 비장의 수단은 아껴둔 상태였다.
대의보다는 문파의 명맥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었다.
또 다른 곳에선 젊은 부인이 서 있었다.
광릉궁 궁주 궁항아(宮嫦鵝).
한때 중원 최고의 미녀로 불렸던 여인이다.
지금은 중년의 모습이 되었지만, 여전히 생기 있고 아리따웠다.
그녀는 팔전 경지로, 무공으로는 광릉궁에서 최강자였다.
“원시가 없으니, 신전은 지키기 힘들겠구나.”
그녀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궁주님, 그럼 저희가 도와야 할까요?”
곁에서 능자약이 물었다.
능자약은 두 관문을 뛰어넘어 현재는 이전 경지였다.
미색이나 자태 어느 면에서나 궁주 못지않게 빼어난 여인으로 성장했다.
“만약 신전이 파괴된다면 어쩔 수 없이 도와야지. 수회 공회가 사라지면 우리 광릉궁도 무사하긴 힘들 게다.”
그 말에 능자약은 생각에 빠졌다.
‘정녕 신전이 뚫리고 마는 걸까?’
그녀의 머릿속에 익숙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가 또다시 기적을 이뤄내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치고 지나갔다.
한편, 남동쪽에서는 신맹 맹주 묵정천이 감파주 등 심복들과 함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초조한 기색 없이 평온한 얼굴을 보니 신전이 뚫리든 말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 듯했다.
* * *
신주성 상공에선 마창과 진법이 맞물려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마창이 계속해서 공격을 퍼붓자, 진법이 만들어낸 태초장벽은 완벽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방어력으로 빈틈없이 막아냈다.
“고작 이따위 방어를 못 뚫을 것 같으냐!!”
창의 기령은 대로해서 전속력으로 달려들었다.
곧 날카로운 창끝이 태초장벽을 사정없이 찔렀다.
콰아앙-!!
또다시 엄청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그 충격으로 성안 사람들은 몸이 휘청이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무공이 약한 자들은 칠공에서 피를 쏟고 초주검 상태가 됐다.
신주성 밖의 생령들 역시 사상자가 대거 발생했다.
그들은 성 근처로 허겁지겁 달아났다.
마창의 맹공격 속에 결국 혼돈장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진을 지키고 있던 진법 대사들은 일제히 피를 토했다.
“네 힘을 보태다오.”
마창이 마랑한에게 돌아와 말했다.
“예, 대인.”
마랑한은 지체 없이 창에 온 힘을 불어넣었다.
마창이 다시 길게 꼬리를 그리며 태초장벽에 박히자 층층이 쌓인 방어막이 와르르 무너졌다.
공중에 떠 있던 신주성은 금방이라도 추락할 듯 휘청였다.
성안에선 순식간에 대량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신급 무인도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피를 토했다.
“신존 대인, 한시가 바쁩니다. 어서 도움을 주십시오. 이러다간 성이 무너지고 말 겁니다!”
진홍연은 무릎을 꿇고 간절히 빌었다.
그러자 성안 사람들도 일제히 무릎을 꿇고 한목소리로 빌었다.
“신존 대인, 어서 도움을 주십시오!”
“하하. 실컷 빌어라. 누구를 부르든 이곳은 멸망할 수밖에 없다!”
마랑한은 미친 듯이 마구 웃더니 이미 붕괴되기 시작한 태초장벽을 재차 공격했다.
마창이 다시 공격을 가하려는 순간, 누군가 신전 위에 홀연히 나타났다.
이어서 거대한 손바닥이 빠르게 움직여 마창의 공격을 그대로 막아내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기쁨에 차 소리쳤다.
“신존 대인께서 나타나셨다! 신존 대인께서 나타나셨다! 이제 살 수 있겠어!!”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수호 공회의 1대 회장, 원시신존이었다.
원시신존.
이 얼마나 위대한 인물인가.
일찍이 중원을 통솔하고 수호 공회를 설립한 최고의 수호신이다.
도군에 버금가는 위인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심지어 어떤 측면에서는 훨씬 유명했다.
지금은 진신이 아니라 신전에 남겨둔 무적의 의지로, 한 가닥 분신의 힘에 불과했다.
그러나 분신의 힘이라고 해도 중원 전체를 압박할 수 있었다.
중추 지역은 물론 동령, 서막, 남황 심지어 북강에 이르기까지 전역에서 그 기세를 느꼈다.
멸인대군은 두려움에 떨었다.
저런 존재면 자신들을 몰살하는 것쯤은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일 터였다.
“저게 바로 윤회 경지에 오른 무적 존재의 힘이란 말인가? 기령 대인, 승산이 있을까요?”
마랑한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현재 구전급 정점으로 윤회 경지를 목전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진정한 무적의 기세와 마주하자 전의가 싹 사라졌다.
“흥, 그래봤자 분신의 힘일 뿐이다. 네 힘을 주면 내 직접 놈을 처리하마.”
창의 기령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렇게 마랑한의 힘을 흡수하고 나자 얼음처럼 차디찬 빙한의 마기가 방출되면서 창광(槍光)이 매섭게 날아갔다.
“세월이 흘렀다고 또 영역 밖 생령이 쳐들어왔구나. 정녕 그리 만만하더냐!”
원시신존은 곧장 혼돈신장을 내리쳤다.
쿵-!!
혼돈신장은 천지의 힘을 모조리 휩쓸어 일 장에 마창의 힘을 파훼했다.
그 충격으로 마랑한은 멀리 나뒹굴었다.
마창의 힘이 지켜주지 않았다면 일격에 가루가 돼버렸을 것이다.
일 장에 윤회급 병기의 힘을 와해시키는 자.
바로 무적의 존재였다.
“그래봤자 한 가닥 힘일 뿐이다. 네놈이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마창은 높은 지능을 보유하고 있었다.
자신의 존재가 주인의 위엄과 관련돼 있다는 것을 알기에 도저히 이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
마창은 갑자기 회전을 시작하더니 마랑한의 힘을 조절해가며 재차 공격에 나섰다.
흉마악부(凶魔惡俯)!
* * *
원시신존의 분신이 깨어난 일로 천하의 모든 이는 깜짝 놀랐다.
영역 밖에서 돌아온 공손영웅 일행은 눈시울을 붉혔다.
“회장님께서는 우릴 떠나지 않으셨구나. 늘 우리 곁에 계셨어.”
공손영웅은 감격해 눈물을 훔쳤다.
“맞습니다. 몸은 다른 곳에 계셔도 마음만은 중원 대륙을 지켜주고 계셨어요.”
다른 곳에서도 사람들이 안도감에 미소 지었다.
그들은 무적의 존재가 기적을 일으킬 것이라 굳게 믿었다.
한 가닥 분신의 힘이라 해도 무적인 것은 변함없었다.
조금이라도 무공을 배운 자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의지를 느끼고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