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79
제1079화
희망이 생길 거에요
개일은 지체 없이 주변을 봉쇄했다.
이렇게 해서 개일과 무사 그리고 항소운만 남게 되었다.
항소운은 술법을 써 성해건곤을 배에서 밖으로 조금씩 드러냈다.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개일과 무사는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었다.
‘몸속에 성진을 품고 있다니!’
그저 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황결을 연마해서 9성을 합일한 뒤로 진짜 성진이 만들어졌습니다.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도 갖추었고요.”
그는 담담히 말을 꺼냈다.
처음에는 스스로도 믿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몸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이건 결코 기이한 일이 아니라 남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 문제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좋은 방향으로 발전했으니 그거면 됐다.
“네가 태초전체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비밀과 관련이 있겠구나.”
개일은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말을 이었다.
“앞으로 이 일은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널 믿는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항소운은 볼록하게 튀어나왔던 성해건곤을 서서히 거둬들였다.
“소운이가 할 수 있다고 하니, 그 방법대로 해보죠.”
무사가 개일을 보며 말했다.
“그래, 그 방법밖엔 없겠군.”
그래도 개일은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당장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중원의 모든 생명체가 위험했다.
개일은 중원의 의지를 읊어 만물을 개화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사람들이 항소운의 의지에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일이 구전 강자에 맞선 일은 이미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었다.
더군다나 수호신이기도 해서 그의 발언은 즉시 많은 이의 호응을 얻었고, 그들은 개일의 분부에 따르길 원했다.
하지만 여전히 적잖은 수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항소운은 소백과 소청을 불러 요수족을 설득하도록 했고, 자전신후에게는 이족을 설득하도록 했다.
한편 공손영웅은 오랜만에 수호 공회 부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중원이 곧 멸망할 거란 사실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뒤, 곧이어 내려질 명령에 따라야 살길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중원은 순식간에 혼란의 도가니로 변했다.
“중원이 정말 멸망한단 말이야? 말도 안 돼. 그럼 대체 우릴 더러 어디로 가란 말이야!!”
“개일 대인의 제자인 항소운이 우릴 데리고 중원을 떠날 수 있다고 했대. 근데 여기에 기반이 있는데, 어떻게 다 버리고 떠나란 거야.”
“천재지변이 속출하고 결계가 깨진 곳도 수두룩해서 당장 떠나지 않으면 여기서 죽게 될 거야.”
“근데 항소운, 마족이라고 하지 않았어? 정말 우리를 구해줄까? 설마 함정은 아니겠지.”
“이러나저러나 죽는 건 마찬가지인데 고민해 봤자 뭐 해? 어서 가자고.”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목숨이 달린 문제인 만큼 누구의 강요도 없이 스스로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무사와 공손영웅은 거대 세력을 차례로 방문해 그들을 설득했고, 다시 그들에게 하위 세력을 설득하도록 했다.
가장 먼저 자릉종과 자릉성에 변화가 발생했다.
하룻밤 사이에 사람은 물론이고 인근 산까지 통째로 사라졌다.
이어서 절망 사막의 성정도 종적을 감추었다.
그리고 항가와 용봉 학당을 비롯해 항소운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전부 사라졌다.
현재 항소운의 몸속에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공간이 여럿 만들어졌다.
산이나 호수는 진작부터 형성되었고, 영롱신수와 혼돈신련이 대지를 촉촉이 적셔 생물이 뿌리를 내리고 자랄 수 있는 토양을 이루었다.
항소운은 자신의 부름에 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찾아낸 자들은 전부 성해건곤에 거두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푹 쉬었다.
“사람들을 구하고 있긴 하지만, 스승님이 하시는 일에 비하면 내가 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개일이 중원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중원을 위해 무수한 공헌을 했다는 뜻이다.
* * *
이 무렵, 영역 밖 마불사는 공간신교를 통해 무적 강자 다섯을 데려왔다.
명황족 명도(冥道), 천혼족 천연(天衍), 환족 환형의(幻形意), 탄천족(呑天族) 탄산하(呑山河) 그리고 용인족 용무생(龍武生)이 그들이다.
이들 다섯은 무적의 존재였다.
하나같이 만성 영역에서 유명한 맹주들인데, 마불사의 요청에 전부 모인 것이다.
“마불사, 원시도 없는 외딴 성진에 뭐 볼 게 있다고 우릴 부른 겐가?”
명도가 가벼운 걸음으로 걸어왔다.
그는 요사스럽게 생긴 중년 남자였다.
기골이 장대하고, 마기는 안으로 감췄으며 두 눈은 부리부리한 것이 패기가 넘쳤다.
“우리 연합 대군이 참패를 당한 곳이 바로 여긴가?”
천연이 괴상야릇한 목소리를 냈다.
난쟁이처럼 키는 작은데, 머리는 아주 크고 생김새는 추했다.
반면 환형의는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은빛 머리칼은 허리춤까지 길게 늘어뜨리고 은신을 한 채 담담히 미소 지었다.
“인간족의 근원이 되는 성진이군. 인재가 많이 배출되는 곳이라 노예로 삼아도 나쁠 건 없지. 한데 부질없이 발버둥 치고 있으니 불사도 화가 날 수밖에.”
“그럼 내가 먹어 치워줄게.”
민머리에 뚱뚱한 사내가 웅웅 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섰다.
바로 탄산하였다.
용무생은 아무 말 없이 직접 행동으로 옮겼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용권이 중원을 향해 쭉 뻗어나갔다.
쿵-!!
용무생의 권법은 실로 강력했다.
주먹은 커다란 성진이 되어 혼돈쇄성진과 거세게 충돌했다.
혼돈의 힘이 살짝 흩날리긴 했으나, 진법은 끄떡없었다.
옆에서 마불사가 나지막이 말했다.
“원시가 준비해 둔 수단이 그리 쉽게 깨질 줄 아는가? 다 함께 힘을 합해야 빠르게 부술 수 있지. 혼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
“흥, 난 그 말 안 믿어. 내 일 권이면 은하도 파괴할 수 있는데 일개 진법이 어찌 버틴단 말인가.”
용무생은 코웃음을 치며 재차 권법을 날렸다.
용형감천권(龍形憾天拳)!
권법을 아홉 번 내지르자 아홉 마리의 용이 잇달아 달려들듯 거세게 부딪혔다.
그러나 이번에도 진법은 뚫지 못했다.
하지만 진법 아래 사람들은 그야말로 혼비백산했다.
시커멓게 몰려드는 기운과 천지를 뒤흔드는 힘.
이게 중원이 멸망할 징조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외부로부터 전해지는 압박에 사람들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신이시여, 제발 구해주십시오. 이렇게 죽긴 싫습니다!”
“개일 대인, 하라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제발 저희를 버리지 말아주십시오!”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사람들은 울며불며 살라 달라고 애원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항소운이 큰 소리로 외쳤다.
“다들 당황해 말아라. 모두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내 인도에 따라라.”
이렇게 해서 서막과 동령 등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그의 의념에 따라 성해건곤으로 옮겨졌다.
현 경지가 아니었다면 의념으로 이토록 넓은 면적을 뒤덮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한편, 개일은 중원의 최심부로 들어가 중원 성진과 공명을 이룬 뒤 대지의 정수 신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힘이 체내로 들어오면서 무공이 본래보다 몇 배는 강해졌다.
하지만 윤회 경지를 돌파하기는 아직 역부족이었다.
경지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깨달음과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힘이 늘어났다고 해서 무조건 돌파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영역 밖에서 온 여섯 강자가 이미 힘을 모아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콰광-! 쾅-!!
계속된 공격으로 혼돈쇄성진은 결국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일단 진법이 무너지면 중원은 그대로 끝장이다.
다행히 아직 상황은 심각하지 않아서 금방 무너져 내릴 것 같지는 않았다.
개일은 항소운에게 바로 전음을 보냈다.
“소운아, 대진이 뚫릴 듯하니 이만 난 나가서 싸워야겠다.
대진이 뚫리더라도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볼 터이니 넌 멀리 달아나거라. 윤회 경지를 돌파하기 전에는 절대 이 스승을 위해 복수할 생각은 말아라.”
“스승님, 우리 함께 가요. 어차피 중원은 지키기 힘들잖아요. 그래도 사람들이 있으니 어떻게든 희망이 생길 거예요.”
항소운이 다급히 말했다.
“그게 어디 쉽더냐.”
개일의 음성에선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잠시 후 개일이 중원 위로 솟구쳐 오르자 중원의 아홉 곳에서 아홉 개의 신원이 일제히 치솟아 그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무공은 더욱 강해져서 윤회 경지와 겨룰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도(刀)!”
개일은 용봉 학당이 있던 쪽을 향해 소리쳤다.
이어서 대도가 땅을 뚫고 위로 솟구쳐 올랐다.
흉포한 기운이 하늘을 찌르자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살기가 느껴졌다.
용부봉도(龍斧鳳刀)!
그것은 상고 시대 개일이 영역 밖 생령과 대전을 치를 때 사용했던 무기다.
한쪽은 용 모양 도끼에, 다른 한쪽은 봉황 형태의 칼로 되어 있는 무척 기이한 무기였다.
아주 오래전, 용봉 학당에 봉인해 두었고 당시 수많은 백골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했는데, 오늘에서야 비로소 세상의 빛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비록 윤회급 병기는 아니지만, 절세 병기임에는 틀림없었다.
용부봉도를 손에 쥔 개일은 중원 성진과 완벽히 하나가 되어 단숨에 대진을 뚫고 영역 밖 여섯 강자를 공격해 들어갔다.
“드디어 쥐새끼 한 마리가 나타났군. 저놈은 내가 맡는다.”
용무생은 가장 호전적이라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했다.
대진을 공격했던 용권이 이번에는 개일을 향해 맹렬히 날아갔다.
용권은 성진 수십 개 정도는 거뜬히 박살 낼 정도로 위력이 대단했다.
개일의 부광(斧光)과 도광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나 이번 수는 허초일 뿐, 진짜 공격은 따로 있었다.
어느새 용무생 뒤에 나타난 그는 도끼를 힘껏 휘둘렀다.
그런데 용무생은 도끼가 날아오든 말든 제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깡-!
마찰음과 함께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용무생이 입을 비죽이며 웃었다.
“순진한 놈. 겨우 이 정도로 날 해할 줄 알았더냐?”
말을 끝맺기가 무섭게 용권이 쭉 뻗어나갔다.
개일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다.
다행히 바로 힘을 회복한 개일은 중원 앞으로 돌아가 무기를 쥐고 외쳤다.
“여기는 너희 같은 놈들이 탐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주제를 알고 썩 꺼져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너희 중 한두 놈은 저승까지 끌고 갈 것이다.”
개일은 중원의 힘과 합일을 이뤄 진정한 무적의 상태를 이루었다.
“어리석은 놈. 성진의 힘을 빌렸다고 해서 내게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나?”
용무생은 차갑게 웃었다.
이어서 용의 세찬 포효와 함께 다시 공격이 시작됐다.
이에 맞선 개일은 텅 빈 두 눈에서 검은 태양과 같은 힘을 발산해 용무생을 날려버렸다.
싸움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막상막하라 쉽게 승부가 날 것 같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