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80
제1080화
난 필요 없다
용무생은 아무리 해도 상대를 제압 못 하자,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때 탄산하가 자연스럽게 끼어들어 개일과 맞붙었다.
탄산하의 탄천신공(呑天神功)은 실로 대단해서 어떤 것이든 집어삼켰다.
그는 아예 개일과 중원을 통째로 집어삼킬 작정이었다.
하지만 개일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중원 9대륙의 힘을 응집해 공격을 날리자 아홉 대륙의 힘이 곧장 적의 배 속으로 뚫고 들어가 배가 터질 뻔했다.
이번 싸움 역시 끝이 보이질 않았다.
계속된 싸움으로 개일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신혈, 뼈, 경맥 어느 곳 하나 성한 데가 없었다.
그래도 정수 신원이 끊임없이 몸속으로 흡수된 덕분에 계속해서 회복할 수 있었다.
결국 탄산하는 풀이 죽어 퇴장했고, 다음으로 환형의가 나섰다.
개일이 한창 무패를 이어가고 있을 무렵, 돌연 중원에서 사악한 존재가 나타나 훼방을 놓았다.
“흐흐, 대지의 정수 신원이 어디 숨었나 했더니 바로 여기 있었군.
내 것은 못 되어도, 신원이 저 늙은이한테 가는 건 막을 수 있지.”
온몸이 피로 뒤덮인 생령이 결계의 중심 지역에 나타나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혈령.
아주 오랫동안 세상에서 종적을 감췄던 영역 밖 생령으로, 아무도 모르는 사이 중원 최심부에 자리한 결계로 숨어들었다.
혈령은 그간 수많은 생명체를 잡아먹은 결과 무력이 칠전 경지로 상승했다.
더 상승할 수 없었던 건 타고난 체질과 관련이 있다.
만물의 피를 흡수해 실력을 높일 수는 있으나 어쨌든 잡다한 힘이 섞여 있기에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그런 그가 최강의 생령이 되기 위해서는 만 가지 피를 전부 융합해 완전히 새로운 몸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수많은 방법을 연구하고 생각한 끝에 적잖이 실력이 향상되긴 했으나 바라던 수준에 닿기까지는 아직 까마득히 멀었다.
지금 혈령은 중원의 핵심 구역으로 숨어들어 있었다.
과거, 대지의 정수 신원을 흡수해 강해지고자 했으나 아무리 해도 흡수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답답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대지의 정수 신원이 개일의 몸으로 쉴 새 없이 모여드는 것이다.
그걸 보자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정수 신원이 개일에게 갈 수 없도록 공급을 끊어버리는 것이었다.
‘개일이 패하면 중원은 분명 멸망할 테다.’
혈령은 과감하게도 생각을 바로 행동에 옮겼다.
강력한 힘을 방출해 역장을 만들어내더니 정수 신원의 중심을 봉하여 그 힘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았다.
대지의 정수 신원은 이곳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 분포되어 있으나, 이곳은 그중에서도 핵심이었다.
이곳의 공급이 줄어들면 개일은 제대로 된 공급을 받을 수 없어 전투력이 급감하고 만다.
한창 전투 중이던 개일은 힘이 끊긴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집중력이 잠시 흐트러진 사이, 환형의의 형의환권(形意幻拳)이 사방에서 맹공격을 퍼부었다.
형의환권이란 권법은 허상이 아니라 수없이 내찌르는 주먹 속에 무시무시한 환영이 깃들어 있어 인간의 영혼을 공격했다.
신체와 영혼에 동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는 잔인한 권법이다.
개일은 건곤멸도권으로 맞섰지만, 처음보다 위력이 확실히 급감했다.
결국 적의 공격에 당해 양팔이 갈기갈기 찢겼다.
개일은 하는 수 없이 혼돈쇄성진 쪽으로 물러났다.
당분간은 시간을 끌면서 직접적인 충돌은 피해야 했다.
안 그랬다간 적에게 상황을 간파당해 무참히 살해되고 말 것이다.
“소운아, 당장 신원 중심에 가보거라. 내가 신원의 힘을 흡수하지 못하도록 무언가 막고 있다. 이 상태면 얼마 못 버틸 게다.”
개일이 전음을 보냈다.
“네, 당장 가볼게요. 조금만 버티고 계세요.”
개일이 일러준 대로 따라가니 금세 중원의 중심 지역에 다다랐다.
잠시 후 그는 용의 형태를 한 아주 오래된 산맥에 도착했다.
무도천안을 발동하니 땅 밑에 숨어 있는 혈령이 보였다.
녀석은 역장을 이용해 신원의 이동을 차단하고 있었다.
“저놈이 여기 숨어 있었군. 이참에 없애버려야겠어.”
그는 신속히 아래로 뛰어들어 혈령이 있는 곳을 향해 혼돈의 불을 날렸다.
살기를 느낀 혈령은 즉시 기괴하게 생긴 결정(結晶)을 층층이 쌓아 올렸다.
이걸로 어떻게든 막아 볼 생각이었겠으나, 혼돈의 불은 만물을 태울 수 있는 불이었다.
당연히 결정 따위가 막아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악!”
방어막에 불이 붙자 혈령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결정을 빠르게 거둬들였다.
그 틈에 항소운은 신속히 뛰어 내려가 혼돈의 불로 신련을 만든 뒤 혈령을 에워쌌다.
놈이 다신 활개를 치지 못하도록 이참에 죽여버릴 작정이었다.
혈령은 항소운의 의도를 눈치채고 섬뜩한 웃음을 지었다.
“네가 정수 신원 때문에 온 건 알고 있다. 허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되진 않을걸.
마침 적적했는데 잘 됐어. 나와 함께 죽자!”
뒤이어 혈령의 몸이 갑자기 팽창하더니 수많은 종족의 형체가 등 뒤로 떠올랐다.
무수한 능력의 집합체지만 그 안은 무질서하게 뒤섞여 있었다.
순간 칠전 경지의 힘이 거세게 폭발했다.
“안 돼!!”
항소운이 놀라 소리쳤다.
그러나 혈령은 이미 자폭한 뒤였다.
대폭발로 주변은 완전히 붕괴됐으며, 대지가 차례로 가라앉았다.
중추 지역에는 거대한 균열이 발생했고, 9주 대륙은 무너질 조짐이 보였다.
강력한 힘의 여파로 항소운은 멀리 창공까지 날아가고 말았다.
태초장벽은 박살이 났고, 이곳저곳에 부상도 심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가하게 부상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그는 다시 아래로 급강하했다.
무엇보다 지금은 신원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혹여나 신원이 훼손됐다면, 스승님의 목숨이 위험했다.
아래로 내려가 보니 신원 주변의 결계가 박살 나서 더는 유지할 수 없는 상태였다.
“빌어먹을!!”
입에서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시간의 도를 이용해 시간을 되돌려 보자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서든 혈령의 자폭을 막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허나 이곳의 힘은 이미 혼란 그 자체인 데다가, 무적 강자들이 밖에서 싸우고 있어 시간의 도를 펼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실력의 한계 때문이다.
만일 그가 저 무적 강자들만큼 강했다면 시간을 되돌려 모든 걸 원래 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었을 거다.
항소운은 완전히 분노했다.
그는 무도천안을 발동해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의 시야를 피할 순 없었다.
이윽고 작은 핏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재빨리 혼돈의 불을 일으켜 몰래 도망치고 있던 핏덩이를 뒤쫓았다.
“오늘 네놈을 놓치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위치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사방을 향해 거대한 혼돈의 불을 퍼뜨렸다.
이제 무도천안을 피해 혈령이 달아나는 건 불가능했다.
조금씩 퍼뜨렸던 핏자국도 혼돈의 불에 의해 말끔히 사라졌다.
혈령은 재빨랐으나, 항소운은 그것보다 훨씬 빨랐다.
그는 손바닥에 혼돈신련을 응집시켜 단숨에 놈을 가둬버렸다.
“아아악!!!”
혈령의 비명이 다시 들렸다.
공포와 분노 속에서 혈령은 한 줌의 재가 되어 철저히 사라졌다.
항소운은 안도할 새도 없이 즉시 스승의 상황부터 살폈다.
개일은 완전히 열세에 몰려 적들에게 돌아가면서 맞고 있었다.
“스승님, 제가 도울게요!”
스승이 위험에 처했는데 어떻게 제 목숨만 챙기겠는가.
중원 밖으로 나가려 하자, 갑자기 정체 모를 의지가 머릿속으로 들어와 말을 건넸다.
“가지 말아라. 곧 내 힘이 사라질 것 같구나. 스승을 정 돕고 싶다면 네 경지를 높여줄 터이니 그때 돕도록 해라.”
항소운은 중원 성진의 목소리를 들었다.
가느다란 음성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위태로웠다.
“누구십니까?”
“나는 중원 성진을 지키는 근원이란다.”
중원 성진은 잠자코 말을 이었다.
“중원의 결계가 깨져서 더는 신원의 힘을 유지할 수 없구나. 내가 완전히 붕괴돼서 사라지기 전에 네 실력을 높여주마. 그러면 조금이나마 희망이 생길지도 모르지.”
“싫습니다. 차라리 제 스승님께 힘을 주십시오. 저 상태로는 얼마 못 버티실 겁니다.”
항소운은 단칼에 거절했다.
대지의 정수 신원. 절대 강자라면 누구나 간절히 바라는 힘이다.
그 힘을 얻는 자는 윤회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항소운은 제 욕심보다 스승의 목숨이 더 중요했다.
“네 체질이 네 스승보다 더 알맞기에 하는 말이다.”
중원의 성진은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네 스승한테 준다고 해도 윤회 경지에 오르려면 시간이 필요하지. 허나 넌 달라. 넌 더 빨리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전 필요 없으니, 그런 얘기는 그만하시고 어서 전력을 다해 스승님을 도와주십시오. 전 혼자 힘으로 해낼 수 있습니다.”
항소운은 다시 한번 매몰차게 거절했다.
그의 눈은 굳은 의지로 번뜩였다.
“하, 어쩔 수 없지. 그럼 내가 있는 곳으로 오거라. 내 힘을 흡수하지 않아도 이곳이라면 네 무공을 빨리 높일 수 있을 게다.”
중원 성진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이번에는 항소운도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
그는 신원 중심 지대로 곧장 들어갔다.
그곳에 있는 한없이 맑고 순수한 힘은 성해건곤과 자연스레 공명을 일으켰다.
삼키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애써 자제했다.
‘신원 없이도 경지는 돌파할 수 있어!’
그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이제 시선은 몸속으로 향했다.
꼭꼭 숨겨두었던 비장의 수단, 영롱신수와 혼돈신련을 사용할 때였다.
두 신물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고 싶었지만, 상황이 절박했다.
중원은 멸망하기 일보 직전이고, 스승님은 목숨이 위태로웠다.
이런데도 망설인다면 스승님께서 돌아가시는 건 불 보듯 뻔했고 심지어 자신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다.
“너희의 힘을 보태라. 난 강해져야겠다.”
그는 영롱신수와 혼돈신련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들의 의견을 물어가며 상의할 시간 따위는 없다.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경지를 돌파해야 한다.
그간 영롱신수는 성해건곤에서 많은 수확을 얻었다.
이곳에서만 통용되는 시간의 비율 덕분에 이미 거목으로 성장해서 꽃을 피웠고, 열매를 맺기까지도 몇 년 남지 않았다.
다만 무력은 아직 항소운만 못했다.
영롱신수는 감히 거역을 못 하고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항소운에게 넘겨주었다.
혹여 자신까지 전부 필요하다는 소리가 나올까 봐 얼른 주고 발을 뺐다.
한편 혼돈신련은 항소운의 성격을 잘 알기에 아무 조건도 달지 못했다.
혼돈신련이 순수한 혼돈의 힘을 방출해 혼돈 호수의 힘과 한데 융합하자 힘이 한없이 충만해졌다.
항소운은 황결을 운용해 두 신물이 내놓은 힘을 흡수하여 신속히 실력을 높였다.
영롱신수는 태초의 시기를, 혼돈신련은 혼돈의 힘을 상징했다.
모두 지극히 순수하고 귀한 힘이라 조금만 흡수해도 무공을 빨리 높일 수 있는데, 항소운은 워낙 경지가 높아서 그것도 쉽지 않았다.
다행히 일전에 혼돈 연밥과 정수 신원 한 알을 흡수해 팔전 정점으로 올려둔 덕분에 두 신물의 힘을 흡수하자 생각보다 빨리 구전 경지를 돌파할 수 있었다.
곧 아홉 줄기 은하의 힘이 몸을 부드럽게 감싸며 그의 힘을 공포스러운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중원 중심에 모여있던 힘은 몸속으로 대거 흡수되었다.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