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81
제1081화
백리웅사의 희생
항소운의 육신이 구전급을 돌파하자, 영혼의 힘도 극한에 다다랐다.
어떻게 해도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힌 듯했다.
그것은 윤회 관문 앞에 놓인 장애물로, 영혼이 더는 상승하지 못하도록 저지하고 있었다.
항소운은 영롱신수와 혼돈신련의 힘을 계속 압축하고 또 압축해서 경지를 위로 끌어올렸다.
혼돈신련은 영롱신수보다 생장 기간이 길다 보니 힘에서도 월등히 강했다.
다만 두 신물이 거의 9할에 해당하는 힘을 성해건곤으로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항소운의 경지는 구전급 후기에서 멈추었다.
그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안 되겠다 싶어 본래 가지고 있던 신급 수정에다가 진귀한 신물까지 전부 제련해서 어떻게 해서든 경지를 높이려 했다.
‘아직 부족해. 이걸로는 안 된다고!’
도저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중원 밖을 보니 스승님은 두 강자의 협공에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상태로는 얼마 못 버틸 것 같았다.
“얘야, 어서 내 힘을 흡수하거라.”
중원 성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안 돼,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그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하늘로 훌쩍 날아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대지는 천재지변과 전쟁의 여파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차마 눈 뜨기 보기 힘든 참혹한 광경이었다.
마음을 다잡고 주변의 힘을 마구 빨아들였으나 이걸로는 어림도 없었다.
이번에는 거대 세력의 수련지를 찾아가 신급 수정맥을 꺼내어 닥치는 대로 삼켰다.
힘이 조금 상승하는 게 느껴졌지만, 속도가 너무 느렸다.
다음으로는 술법을 써서 몸집을 거인만큼 키웠다.
그러고 나서 성해건곤을 활짝 열어 힘이란 힘은 전부 집어삼켰다.
중원 밖 성진은 물론, 달과 태양의 힘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부디 성진의 상서로운 기운을 모아서 마지막 관문을 넘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힘이란 본래 차곡차곡 누적되어 높아지는 것이었다.
이미 지금 속도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른데, 더 높은 수준을 원하니 당연히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하다 하다 더는 방법이 나오질 않자 이번에는 마연으로 내려갔다.
마연 7층까지 단숨에 내려간 그는 그곳의 마기를 모조리 흡수해 마주의 힘을 높이고 또 높였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구전 경지에선 한 품급을 높이는 데에도 방대한 힘이 필요한데, 하물며 윤회 경지를 넘는 건 오죽하겠는가.
공평범이나 백리웅사 같은 절대 고수는 백만 년이 넘도록 힘을 모았어도 결국 그 관문을 넘지 못했다.
아무리 천부적 재능이 그 두 사람보다 뛰어나다고 해도 하루 만에 돌파하는 건 무리였다.
이때, 개일의 몸이 또다시 폭발했다.
힘은 더욱 쇠약해져서 더는 못 버틸 지경에 이르렀다.
“그만둬!!”
그는 분노를 토해내며 영역 밖 전장으로 내달렸다.
항소운은 늘 품급을 뛰어넘어 싸워왔다.
그는 자신의 전투력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굳게 믿었다.
하물며 자신은 태초전체가 아니던가.
그것만으로도 남들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한 수가 있었다.
그는 거인의 상태로 혼돈쇄성진을 벗어나 영역 밖 전장으로 돌진했다.
무수한 성진의 힘이 그를 향해 물밀듯 몰려와 힘을 더해주었다.
그사이 그는 환형의를 향해 매서운 권법을 날렸다.
성진 여럿쯤은 단박에 부술 만큼 대단한 위력이었다.
환형의는 개일을 죽이려다가 갑작스레 공격과 맞닥뜨렸으나, 당황하기는커녕 슬쩍 몸을 돌려 너무도 가볍게 공격을 피했다.
“흠. 저 녀석, 무적의 의지를 어느 정도 갖고 있군.”
환형의가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개일은 항소운이 온 걸 보고 다급히 외쳤다.
“소운아, 어서 가거라. 이건 네가 끼어들 수 있는 싸움이 아니야!”
잠깐 정신이 분산된 틈을 타 용무생이 주먹으로 몸의 반쪽을 박살 냈다.
그러자 탄산하가 기다렸다는 듯 튕겨 나온 살점을 꿀꺽 받아먹었다.
항소운은 애간장이 타서 미칠 노릇이었다.
“스승님, 제발 오늘만 같이 싸워요. 스승님이 돌아가시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고요!”
그는 곧장 명혼공간을 펼쳤다.
이제 믿을 구석이라고는 명혼공간뿐이었다.
제발 이 방법이 통하길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지금껏 지켜보기만 했던 명도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 종족의 능력이군. 설마 저 녀석, 명황족인가?”
명도는 갑자기 등장한 녀석이 또 어떤 능력을 보여줄지 우선 지켜보기로 했다.
영역 밖 강자들은 달아나는 시늉은커녕 두려운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명혼공간이 자신들을 뒤덮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명혼공간이라……. 재밌군.”
천연이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렸다.
마불사는 대놓고 코웃음을 쳤다.
“이 중원이란 성진에는 우리 마족을 억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마연이 있는데, 아마도 저 녀석 거기서 명황족의 혈맥을 단련한 모양이군.”
“까짓거 없애버리자. 괜히 귀찮은 일 만들지 말고.”
용무생은 호전적인 성격답게 곧장 명혼공간을 가격했다.
항소운의 분신은 때맞춰 공격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용무생의 용권에 맞섰다.
두 주먹이 맞부딪친 순간, 요란한 폭발음이 잇따랐다.
분신은 현재 구전급 정점이었다.
윤회 경지를 목전에 두고 있으나 좀처럼 그 마지막 단계를 넘어서질 못했다.
아마도 육신의 힘이 뒤처져서 못 버티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태초전체의 힘이 받쳐준 덕분에 윤회 경지와 충분히 겨룰 수는 있었다.
충돌로 그는 조금 밀려나긴 했으나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다.
이로써 자신감이 크게 상승했다.
그는 쇠사슬을 이용해 명혼공간에 갇힌 적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했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도 쉽게 쇠사슬을 끊어버렸다.
천연은 무언가 발견한 듯 음흉하게 웃었다.
“이 녀석, 영혼력이 쓸만하군. 먹으면 도움이 되겠어.”
천연의 천혼(天魂)은 허공으로 떠올라 항소운의 영혼에게 강력한 공격을 가했다.
영혼은 재빨리 연꽃 혼태를 날려 방어에 나섰다.
연꽃 혼태는 태초의 힘까지 발산했으나, 그만 힘에서 밀려 튕겨 날아가고 말았다.
어느새 천혼의 힘이 항소운 앞으로 들이닥쳤다.
항소운은 적잖은 위협을 느꼈으나,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는 전력을 다해 적과 맞붙었다.
양손을 칼날처럼 휘두르자 도광이 심오한 궤적을 그리며 쭉 뻗어나가 천혼의 힘을 산산조각 냈다.
하지만 명혼공간이라는 이점이 무색하게 적들은 너무나 강했다.
한 명을 상대하기도 벅찬데 자그마치 여섯이나 되었다.
그는 죽을힘을 다해 싸웠지만, 상대는 아직 전력을 다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마불사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명혼공간을 단박에 부수는 걸 보고야 자신과 저들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 깨달았다.
“두 놈부터 죽이고 나서 성진을 없앤다.”
마불사는 말을 툭 뱉더니 마창을 꼬나들고 항소운의 진신을 공격해 들어갔다.
항소운은 태초전도를 꽉 움켜쥐고 전력을 다해 휘둘렀다.
칼의 궤적을 따라 눈부신 도광이 뿜어져 나왔다.
약영창궁(掠影蒼穹)!
영역 밖 공간에서 백 년을 갈고 닦은 회심의 도법(刀法)이었다.
“성가신 놈.”
마불사는 대놓고 귀찮은 기색을 드러냈다.
곧이어 마창에서 발산된 무적의 힘이 도광과 거세게 충돌했다.
그 순간 도광은 산산조각이 났고, 창광(槍光) 역시 흩어지듯 사라져 아무런 위협을 가하지 못했다.
항소운은 이때를 틈타 시간의 도를 펼쳤다.
음양이 나눠지고 시간이 통제를 받기 시작하자 마불사는 생전 겪어보지 못한 기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곧 수많은 시간대의 칼이 쉴 새 없이 날아들어 그의 몸을 찌르고 베었다.
몸은 성한 데가 없었고, 무엇보다 예리한 시간의 칼날에 의해 생기가 빠르게 사라져갔다.
그래도 노련한 자라 마불사는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
그는 오로지 힘만으로 시간의 도를 박살 내고는 다시 분노에 찬 공격을 퍼부었다.
“오늘 넌 내 손에 죽는다!”
자신보다 경지가 낮은 인간족한테 몇 번을 당하자, 분노가 참을 수 없이 들끓었다.
마창이 닥치는 대로 찌르는 탓에 태초장벽은 결국 버티질 못하고 온몸이 벌집이 돼버렸다.
마불사는 그걸로도 직성이 풀리지 않는지 갈퀴손을 마구 휘둘렀다.
찢어 죽이고 말겠다는 듯 살기가 대단했다.
반대쪽에서는 항소운의 분신이 천연의 맹렬한 공격에 당하고 있었다.
그래도 처음에는 싸워볼 만했는데, 용무생이 합류하는 바람에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꼴이 됐다.
분신은 하도 맞아서 살아있는 게 거의 기적이었다.
마지막으로 개일은 잠깐 한숨 돌리기는 했으나, 곧바로 이어진 탄산하와 환형의의 공격에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스승과 제자 모두 목숨이 위태로웠다.
바로 그때, 혼돈신광 한 줄기가 하늘로 솟구쳐 올라 혼돈세계를 이루더니 곧장 전장으로 날아왔다.
“네놈들은 내가 상대해주마!!”
그는 줄곧 오마령에 틀어박혀 있던 백리웅사였다.
자존심이 얼마나 대단한데 당연히 항소운의 성해건곤에 들어갈 리 없었다.
개일과 항소운이 영역 밖 강자들에게 초주검이 되도록 얻어맞는 것을 보자,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108개의 낡은 관을 거느리고 나타났다.
거기다 일신의 무공과 중원 성진이 부여한 일부 힘으로 중무장한 채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108개의 관은 무수한 죽음의 기운과 시체의 기운을 결집하여 힘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
그렇게 형성된 죽음의 공간은 여섯 강자를 뒤덮고 극강의 혼돈신력으로 이들을 봉쇄했다.
그는 적들과 동귀어진이라도 할 기세였다.
허나 실상은 적을 가둬두고 그 틈에 개일과 항소운을 구해냈다.
그의 힘만으로는 여섯 강자를 제압할 방도가 없지만, 중원 성진이 힘의 일부를 준 덕택에 목숨을 걸고라도 자신 있게 싸울 수 있었다.
다른 공격과 달리 죽음의 기운은 적들에게도 골치 아픈 존재였다.
거기다 혼돈의 힘까지 가세하자 안 되겠다 싶었는지 이를 악물고 죽음의 공간을 없애버렸다.
지금껏 지켜만 보던 명도는 무시무시한 마력을 불어넣어 일 권에 관을 전부 터뜨렸다.
탄산하는 입김을 훅 불어 죽음의 기운을 멀리 날려 보냈으며, 용무생은 용권으로 백리웅사를 가격했다.
갑작스레 등장한 훼방꾼 때문에 배알이 뒤틀려서 공격이 인정사정없었다.
백리웅사는 이미 죽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는 결연한 표정으로 하늘을 향해 웃어 보였다.
“실은 윤회 경지를 동경하고 경외했었다. 난 평생 윤회 경지에 오를 날만을 꿈꿨으나, 그 관문을 넘어서지 못했지.
오늘 내가 여기서 죽는다면, 다음 생에는 그 경지를 뛰어넘을 기회가 꼭 주어지기를 바라마.”
그는 자폭 대신 끝까지 싸우는 길을 택했다.
일신의 정신력은 원시신존이 남긴 수호 영패에 불어넣어 혼돈쇄성진을 다시 공고히 만들었다.
구전급 정점의 강자가 대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순간이었다. 다만 그의 영웅적인 행동은 오직 개일과 항소운 두 사람만 알뿐이었다.
“스승님, 보고 계십니까? 생전에 스승님께서 지키셨던 성진을 이제 이 제자가 잠시나마 지켰습니다.”
백리웅사는 후회도 원망도 없는 편안한 얼굴로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윽고 혼돈쇄성진은 다시 본래 모습을 되찾았고 더 많은 힘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