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1
제11화 일부러 감싸 주다
외원은 외력을 단련하는 곳으로, 매일 정확한 시간에 도착해서 그날 자신에게 부과된 모든 수련 과정을 반드시 이수해야 했다.
강해지기 위해선 외력을 단련하여 기초를 튼튼히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가 외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속가제자들이 그곳에 도착해 무예 단련을 하고 있었다.
그가 도착하자 속가제자들은 그를 보며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하나같이 역귀를 피하듯 그를 멀리하며 그와 나란히 서 있으려 하지 않았다.
항소운은 마음속으로 짐작 가는 일이 있었지만, 그들의 행동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아이고, 우리 형님아, 빨리 가서 자 장로님 모셔와. 안 그랬다간 큰일 난다고!”
누군가 항소운의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어제 만났던 하류휘였다.
“무슨 큰일이길래 우리 장로님을 찾는 거야?”
“오명량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그 애를 따르는 사람까지 때렸는데, 그게 큰일이 아니고 뭐야?”
“난 또 무슨 큰일인가 했네. 뭘 겁내고 그래!”
항소운이 하류휘의 걱정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오명량은 단지 그가 첫 번째로 밟고 일어설 장애물일 뿐, 한 번도 그를 상대할만한 적수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미친 듯이 웃는 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렸다. 소리 자체가 듣는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들 정도였다.
“하하, 입만 살아서는 말야. 이제 보니 외원에서 상위 10명 안에 드는 내 명성도 밥그릇 싸움 하나 제대로 못 하는 천지만 못했네!”
항소운과 하류휘가 곁눈질로 보니, 오명량이 몇 사람을 데리고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세상에. 내가 너와 있는 것을 오명량이 보다니, 이젠 끝났다!”
하류휘가 바짝 겁먹은 표정으로 목을 움츠리고 말했다.
“뭘 겁내고 그래? 앞으로 이 도련님이 널 지켜주면 되지!”
항소운이 하류휘를 바라보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항소운, 너는 우선 네 자신부터 지키고 그런 말 해!”
하류휘는 의리 없게 말하면서 주춤거리다가 슬쩍 몸을 빼 도망쳤다.
“항소운, 너 간덩이가 부었구나! 감히 구자와 다른 애들에게 중상을 입히다니. 이 빚은 반드시 갚아주마!”
오명량이 이빨을 보이면서 사나운 기색을 드러냈다.
“흥, 그럴 능력이 있으면 덤벼보시던가! 내가 너희를 겁낼 것 같으냐?”
항소운이 자신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어제의 항소운이 아니었다. 육체의 잠재력을 깨우고 전투기술을 가지게 되어 아무리 자신보다 대단하다고 평가를 받는 오명량이라 할지라도 맞짱을 뜨고 싸울 자신이 있었다.
항소운의 강인한 성품을 감안할 때 설령 지더라도 절대 피하지 않을 것이었다.
“말은 그럴듯하게 하네. 그러나 넌 우리 무당전의 규율을 어겼으니, 먼저 규율을 어긴 대가부터 받아야 할걸!”
오명량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바로 그때, 외원 제자들의 수련을 감독하는 무관이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항소운은 어디 있나?”
무관이 큰 소리로 좌중을 향해 외쳤다.
항소운은 감히 숨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즉시 대답했다.
“여기 있습니다!”
“항소운 너, 네 죄를 알겠느냐!”
무관이 노기 띤 목소리로 항소운을 다그쳤다.
“모르겠습니다!”
항소운이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흥, 보아하니 아직도 잘못을 모르는구나. 너 아무 이유 없이 동료를 때려 중상을 입힌 것이 사실이냐?”
“영진(令辰) 무관님, 그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구자와 다른 애들은 여기 있는 항소운의 행패로 인해 아직도 인사불성이 되어 침상에 누워 있습니다. 앞으로 수련을 계속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어요.”
오명량이 대화에 슬쩍 끼어들며 말했다.
“항소운, 사실관계가 이러한데도 할 말이 있느냐!”
영진 무관이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구자가 저 보고 때려달라고 한 거예요. 그의 작은 요구도 만족시켜주면 안 되는 건가요?”
항소운은 자신이 겪은 일을 사실 그대로 설명했다.
“보아하니 항소운 너는 아직도 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뉘우치지도 않는구나. 넌 무당전의 규율을 어겼으니 벌을 받아 마땅하다. 지금 바로 극한당 제1실로 가서 한 시진 동안 있으면서, 네 잘못이 무엇인지 반성하라!”
영진 무관이 큰 소리로 항소운에게 명령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항소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영진 무관이 이런 벌을 내릴 줄은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그때, 항소운은 영진 무관이 그를 보며 눈을 깜빡이는 것을 알아차렸다. 엄격하던 본래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일부러 감싸주시는 거구나!’
영진 무관은 어제 항소운을 극한당에 데려다줬던 바로 그 무관이었다. 그는 항소운이 극한당 제1실에서 한 시진을 머무르고도 무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벌이라는 명목으로 똑같은 일을 다시 하라고 명령하는 것은 그를 감싸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한 속사정을 전혀 모르는 속가제자들은 무관의 얘기를 듣고 안색이 변했다.
극한당!
말 그대로 극한에 대한 도전이었다. 도전에 성공하지 못했을 때 느끼게 되는 고통은 평생 잊을 수 없었다.
극한당 제1실의 천 근의 중력은 6, 7품의 수행자라 해도 반 각 정도면 목숨이 위험해지는데, 하물며 한 시진이라니!
“아니, 저 처벌은 너무 심하잖아! 그냥 죽으라는 건데.”
“그러게 말이야. 7품 경지에 이른 사람이라도 최대 버틸 수 있는 건 일각 정도라고! 내가 알기론 궁금음 사저가 극한당에서 반 시진을 버텼다던데, 당시 사저는 7품 수행자라 가능했지만 항소운은 겨우 3품이라 아마 들어가자마자 죽을 수도 있어!”
“혹시 영진 무관과 오명량이 한통속 아냐? 저들은 자장하 장로님은 안중에도 없나?”
“정말 안타깝다. 5성으로 푸른 하늘을 비춘 천재가 극한당에 갇혀서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니.”
수많은 속가제자들이 모두 한숨을 쉬며 낮은 소리로 웅성거렸다. 항소운을 보는 그들의 눈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오명량 역시 무관이 이런 가혹한 처벌을 내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오명량은 얼굴을 실룩거리며 영진에게 말했다.
“무관님은 정말 상벌이 분명하시네요.”
그러더니, 다시 항소운을 보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이번 여행 잘 즐기라고!”
그의 생각에 항소운은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그래, 좋다. 오명량, 극한당에서 나오면 너에게 도전하겠다!”
항소운이 짐짓 화난 얼굴을 하고 말했다.
“나에게 도전하겠다고? 너 그럴 기회라도 있어?”
오명량이 조롱하며 되물었다.
“만약 내가 죽지 않는다면, 7일 후 연무대에서 만나자!”
항소운이 기개 있는 모습으로 말했다.
“하하, 좋다. 그렇게 하마. 네가 극한당의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다면 7일 후 나와 겨루자!”
오명량은 항소운의 결투 신청이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친 듯이 웃어 젖혔다.
겨우 3품 경지에 이른 놈이 9품 경지에 이른 나에게 도전하다니!
이건 그냥 죽고 싶어 환장한 거잖아!
“7일 후, 날 무시한 대가를 반드시 알게 해주마!”
항소운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오명량을 한번 쓱 훑어보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극한당 쪽으로 걸어갔다.
극한당 제1실에 들어가는 것이 벌이라고?
아니, 이건 그에게 있어 단지 수련일 뿐이었다. 벌이 아니라 상이었던 셈이다.
* * *
극한당 제1실.
항소운은 이미 낯이 익은 극한당 안에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누가 보면 뛰는 시늉을 하는 것으로만 비칠 뿐이었다.
극한실에서는 천 근짜리 중력이 누르고 있으니, 뛰고 싶다고 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비록 어제 이곳의 중력에 적응하기는 했지만, 극한실은 절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실제로 항소운이 한 걸음 뛸 때마다 온몸으로 천 근의 중력을 견뎌야 했으니 한 걸음 내딛기도 어려웠다.
한 걸음에 천 근이라니!
이것은 적어도 9품 무예의 경지 후기에 이른 자만이 할 수 있는 단계였다.
그러나 지금 항소운은 6품 무예의 경지로 해내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항소운은 패왕전천결을 운행하면서 체내의 힘을 움직이고 경맥과 혈도를 확장시켜 9대 성진의 힘을 조금씩 분출시켰다. 이렇게 계속 순환을 시키자 몸 안에 내재되어 있던 수많은 힘이 활성화되었다.
항소운은 어려서부터 각종 상급 약물에 몸을 제련시킨 덕분에 체내에 아주 거대한 힘이 내재되어 있었다.
어제의 경우 천 근의 중력에 적응한 후에도 그의 몸에선 더 이상 어떤 힘도 활성화되지 않았다. 그와 달리 오늘은 달리는 과정에서 다시 힘들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힘들은 보기엔 많아 보이지 않지만, 수행자의 실력을 향상시키기에 충분했다.
항소운의 생각에 이제 곧 7품 무예의 경지에 도달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항소운이 계속 힘을 억제하자, 이 힘들은 더 이상 성진(星辰)으로 흘러가지 않은 대신 365개의 혈도 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항소운이 이렇게 한 것은, 혈도의 힘을 강화시키기 위해서였다. 나중에 때가 되면, 성진지력과 혈도의 힘이 서로 어우러져 고법을 더욱 빠르게 운행시키고, 그가 휘두르는 외력도 강해질 수 있었다.
어쨌든 그는 이미 충기권과 질풍퇴를 연마했으니, 반드시 자신의 힘을 최대로 강화시켜야 했다. 그리고 그 힘을 이용해 혈도를 강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수련 방법이었다.
이것은 항소운이 고서를 통해 깨달은 수행 방법이기도 했다.
반 시진이 지나자, 그는 극한실의 중력에 더 익숙해졌다. 달리는 속도도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걸음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진짜 달리기 수준이었다.
“극한당은 그래도 괜찮네. 실력을 빨리 높일 수 있게 해주니까. 하지만 이걸론 만족할 수 없어. 고서의 기록에 따르면, 1품 수행자가 천 근짜리 바위를 들어 올린 적도 있고, 그들의 타고난 체질은 따라올 자가 없다고 했어! 나 항소운은 반드시 그들을 목표로 해야 하고 그래야 빨리 성장할 수 있어!”
이런 생각이 들자, 그는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투지에 불타올랐다. 달릴수록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체내의 힘도 점차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열심히 수련을 하고 있을 때, 극한당 밖에서는 수많은 속가제자들이 모여 있었다.
이 제자들은 항소운에게 무슨 큰일이 생기지나 않을지 하나같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반 시진도 더 지났는데, 왜 아직 안 나오는 거지?”
“그러게 말이야. 봐봐, 집사 어른이 저렇게 누워서 쉬고 있다니. 항소운을 풀어줄 생각이 없는 건가?”
“얘들아, 혹시 항소운이란 녀석이 안에서 죽은 거 아냐?”
“그럴 가능성도 있어. 일단 극한실에 들어가면 생명을 보장받는 것 자체가 어려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