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19
제119화 돈이 많긴 하지
“네가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문금서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그러나 그는 항소운을 바로 공격하진 않았다. 지금 항소운을 때리면, 운애각 사람들이 문가를 더욱 안 좋은 시선으로 볼 것이고 결국 자신들만 더 난처해질 터였다.
물론 지금 문금서는 가면을 쓴 항소운을 대하고 있었다. 만일 상대가 진짜 항소운인지 알게 된다면, 그는 절대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렸을 것이다.
“후후, 자신 있으면 공격을 하든가? 그때 가면 누가 죽는지 알게 되겠지!”
항소운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주 건방진 놈이군. 네 놈이 운애성을 벗어나기만 하면, 그땐 벌레 잡듯 단번에 죽여주마!”
문금서가 독기를 드러내며 말했다.
“할 말 다 했으면 그만 나와!”
항소운이 문금서 형제에게 큰 소리로 고함을 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범이 포효하는 위력이 실려 있어 가까운 거리에 있던 문가 형제는 귓속이 ‘웅!’하고 울려 견딜 수가 없었다.
이때를 틈타 항소운은 막말을 데리고 경매장 쪽으로 걸어갔다.
정신을 차린 문가 형제는 살의와 원한이 가득 실린 눈빛으로 항소운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경매장으로 들어간 항소운은 먼저 귀빈실을 예약하려 했으나, 그런 객방은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였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다른 사람들처럼 큰 대청에서 경매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정말 싫은데.’
자리에 앉은 그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만일 진짜 한기에 찬 물건이 경매 물건으로 나왔을 때, 그가 사게 된다 해도 그걸 가지고 이곳을 빠져나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희생 없이 공짜로 얻기를 원하는 세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진행되는 상황을 보고 그때그때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지금 사람 피부로 만든 가면을 쓰고 있으니, 언제든 자신의 본모습을 감춘 채 행동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매장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경매사가 무대 위로 올라와 경매의 시작을 선포했다.
가장 먼저 경매될 물건은 3품 최상급 무기로 칼, 검, 삼지창 등 다양한 물건들이 올라왔다.
그러자 경매장 안이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항소운은 이런 무기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으나, 다른 사람들은 달랐다.
심지어 옆에 있던 막말까지 이런 무기들을 탐내고 있었다.
특히 지금 경매 중인 여성용 장검은 그녀의 마음에 쏙 들어 당장이라도 경매에 참여하고 싶었다.
과거 홍랑채의 둘째 두목이었던 그녀는 수중에 꽤 많은 돈이 있었다. 충분히 값을 부를 수 있었지만, 항소운 때문에 선뜻 나설 수 없었다.
항소운은 막말의 마음을 눈치채고 바로 입을 열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내 눈치 보지 말고 편하게 해.”
그러자 막말이 기뻐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도련님.”
이렇게 해서 그녀는 경매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나 운애성에는 재력가들이 너무 많아 그녀가 제시한 가격은 금세 다른 사람이 제시한 높은 가격에 묻히고 말았다.
오랫동안 도적 생활을 해온 것이 무색하게 검 하나 사기도 힘이 들자 그녀는 크게 낙심했다.
“하품 수정 오백이십 개! 더 부르실 사람 없으십니까?”
경매사가 소리 높여 말했다.
“하품 수정 오백이십 개…….”
항소운은 잔뜩 고민하고 있는 막말을 보며, 그녀를 대신해 큰 소리로 외쳤다.
“하품 수정 육백 개!”
그가 순식간에 하품 수정 팔십 개를 더 부르자, 다른 사람들은 바로 포기하고 말았다.
3품 최상급 무기라 해도 많아야 하품 수정 오백 개 정도의 가치였다. 거기다 백 개를 더하니 대부분 사람은 그럴 만한 가치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
검을 낙찰받은 후, 항소운이 막말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하품 수정이 몇백 개도 없는 거야? 대체 부두목으로 있을 때 뭐 했어?”
그러자 막말이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부하들을 해산시키면서, 그들에게 좀 나눠줬어요.”
그 말에 항소운은 막말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응, 그건 잘했네, 잘했어!”
항소운이 칭찬을 하더니,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했다.
“또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나오면 마음대로 가격 불러. 그래도 내 사람인데 당연히 내가 챙겨야지!”
막말이 환한 미소를 짓고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도련님!”
경매장은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 약초 경매로 넘어갔다. 이것들은 전부 중품 이상의 약초로, 상품(上品)의 약초들도 있었다.
경매 물건으로 빙설과가 나오자, 현장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이 빙설과는 오백 년이 넘은 것으로, 상품 영과(靈果: 영험한 과일) 중에서도 최상급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얼음의 힘을 수련하는 무인의 힘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으며, 얼음의 기운을 만들 수도 있어서 보통 화력(火力) 정도는 막아낼 수 있지요. 시작 가격은 하품 수정 삼백 개부터 시작하며, 최소 입찰 증분은 하품 수정 열 개로 하겠습니다.”
빙설과는 옥합에 담겨 있었는데, 차가운 얼음의 기운을 뿜으며 영롱하게 빛나는 과육은 아주 매력적이었다.
“그 빙설과는 제가 사겠습니다. 하품 수정 사백 개를 내겠습니다!”
곧바로 누군가 값을 불렀다.
“흥,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전 하품 수정 사백오십 개로 하겠습니다!”
“전 하품 수정 오백 개를 내겠습니다!”
빙설과의 가격은 빠르게 뛰어올라, 순식간에 하품 수정 칠백 개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보통 평범한 하품 약초는 한 그루에 하품 수정 몇 개면 살 수 있었고 많아야 스무 개 미만이었다. 중품 약초는 그보다 높아서 백에서 이백 개 사이의 가격이었고, 상품 수정도 많아야 삼백에서 오백 개 정도였다. 빙설과는 벌써 상품 약초의 가치를 넘어선 셈이었다.
그때, 화갑을 입은 소년이 큰소리로 외쳤다.
“빙설과는 저 사삼천이 하품 수정 칠백오십 개로 사겠습니다! 다들 제게 양보를 해주신다면,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이 자는 천재소년 사삼천으로, 반드시 빙설과를 손에 넣겠다는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금세 입을 다물며 아무도 그와 경쟁하려고 하지 않았다.
딱 하나 예외가 있었다. 항소운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한기에 찬 물건을 많이 준비할수록 지심화를 얻는데 용이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하품 수정 천 개!”
항소운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는 바로 자신을 죽일 듯이 날카롭게 쏘아보는 사삼천의 눈빛을 느꼈다.
항소운은 고개를 돌려 사삼천을 향해 예의 바른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사삼천은 그의 웃음을 도발로 느끼고는 콧방귀를 뀌며 다시 하품 수정 오십 개를 더 불렀다.
항소운은 그 기세에 전혀 굴하지 않고 단번에 백 개를 높여 부르면서 사삼천보다 훨씬 호기를 부렸다.
“하품 수정 천삼백 개!”
사삼천이 자신의 최대치를 불렀다.
이 정도 액수에 이르자, 그는 더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후에 나올지 모르는 어떤 대단한 물건을 위해 더 많은 수정을 남겨둬야 했다.
“하품 수정 천오백 개!”
항소운이 잔잔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자리에 있던 수많은 사람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저자는 누구길래 사삼천도 신경 쓰지 않는 거지? 겉모습을 봐선 돈 꽤나 있는 사람 같은데.”
“처음 보는 얼굴인 걸 보니, 다른 성에서 온 사람인가? 아니면 사삼천을 모를 리가 없잖아.”
“어쩌면 보통 신분이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운애성에 왔으면 자신의 몸을 생각해 당연히 나서지 말아야지!”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우선 상황을 지켜보자고. 빙설과가 좋긴 하지만, 그걸로 지심화를 막는 건 어림도 없으니까!”
사삼천은 입찰을 포기하고, 매서운 눈으로 항소운을 노려보며 그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했다.
그때 느닷없이 문금서가 끼어들며 큰소리로 외쳤다.
“전 하품 수정 천육백 개를 내겠습니다!”
항소운이 문금서를 쳐다보자, 그가 중지를 치켜들며 도발하는 바람에 항소운은 기분이 상당히 불쾌해졌다.
“하품 수정 천칠백 개!”
항소운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자 문금서가 그를 따라 계속 가격을 높이는 것이었다.
“천팔백 개!”
“천구백 개!”
“이천 개!”
…….
두 사람은 서로 가격을 높여 부르다가, 결국 항소운이 하품 수정 이천오백 개를 말하자 문금서는 더 이상의 경쟁을 멈추었다.
“빙설과 얻은 거 축하해!”
문금서가 항소운을 보며 비꼬듯 말했다.
그는 본래 빙설과를 살 생각이 없었으나, 항소운을 괴롭힐 심산으로 경쟁을 부추겼던 것이다.
옆에 있던 문금락 역시 조롱하고 나섰다.
“저 녀석은 돈은 많은데 머리가 멍청하니까, 어쩔 수 없지!”
항소운은 두 형제를 보며 담담히 대꾸했다.
“내가 다른 건 없어도, 돈이 많긴 하지.”
항소운의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쳐다보았다. 그들 중에는 그를 벼락부자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었고, 또 예사 신분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이제부터 진행될 경매 물건은 전결(戰訣)과 전투기술 그리고 일부가 소실된 왕급 물건이었다.
그러자 그동안 가만히 지켜보던 사람들도 잇달아 경매에 참여했다.
항소운은 이런 물건들에 관심이 없었으나, 막말을 경매에 참가시켰다.
일부가 소실된 왕급 전투기술이 매물로 나오자, 막말이 문가 형제와 다투며 계속 값을 높여갔다. 그러나 결국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가격에 도달했을 때, 갑자기 막말이 경쟁을 멈춰버렸다.
순간, 문가 형제는 넋이 나갔다.
항소운은 처음부터 이 훼손된 왕급 전투기술을 살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막말을 시켜 문가 형제를 골탕 먹였을 뿐이었다.
“형님, 이제 어쩌죠? 어디서 삼천팔백 개나 되는 하품 수정을 구해요!”
문금락이 식은땀을 닦으며 문금서에게 물었다.
문금서 역시 식은땀을 흘리며 놀란 가슴을 억지로 누르면서 말했다.
“그럼 내가 아버지께 부탁을 드릴게. 삼천팔백 개면 많은 것도 아니야!”
“하, 하지만 수정을 내놓지 않으면 우린 여기서 못 나가잖아요!”
문금락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자신들의 발등을 스스로 찍은 꼴이 되고,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자 그들은 기가 막힌 심정이 되었다.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던 항소운은 옅은 웃음을 띠며 말했다.
“흥, 감히 내게 덤벼들다니, 너흰 아직 멀었어.”
경매 물건이 하나하나 낙찰이 되면서 경매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드디어 오늘의 대미를 장식할 물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경매가 진행된 것은 완전무결한 왕급 무기로, 시작 가격은 중품 수정 천 개, 하품 수정으로 환산하면 만개 정도의 가격이었다.
높은 가격에 사람들은 선뜻 나서질 못했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보통 왕의 경지에 오른 자들이 나서는데 그들은 일반 사람보다 훨씬 많은 재산을 갖고 있었다.
이들 외에도, 한 가문이나 문파를 대표하는 자들이나 경쟁에 뛰어들 수 있을 정도였다.
왕급 무기는 그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로, 전투력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사회적 신분의 상징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도련님, 왕급 무기에는 관심 없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