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2
제12화 음모가 드러나다
어느새 한 시진이 흘렀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속가제자들은 점차 기다림에 지쳤는지 하나둘 자리를 뜨고, 일부만이 남아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시진 반이 지나자 모두 떠나 버렸다. 이제 항소운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항소운이 극한당에서 나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두 시진이 지나자, 항소운이 극한당 제1실에서 나왔다. 속가제자들은 아무도 없고 오로지 노집사만 앉아서 쉬고 있었다.
“녀석, 잘했다. 아주 잘했어! 네 모습을 보아하니 곧 두 번째 극한실에 도전할 수 있겠구나.”
노집사가 항소운을 칭찬하며 말했다.
“당연하죠. 앞으로 극한당은 저만의 수련 장소예요!”
항소운이 노집사를 바라보며 자신 있게 말했다.
두 시진에 걸친 수련으로 그는 상당한 수확을 거두었다.
“녀석, 극한당 제1실을 무사히 통과했다고 너무 자만하지는 말거라. 극한당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냐!”
“다른 사람한텐 어렵겠지만, 저한테는 아니라고요!”
항소운은 노집사를 보며 자신감을 보였다가 뭔가 생각이 난다는 듯이 말을 서둘렀다.
“집사 어른, 빨리 점수 주세요. 저 급한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해요!”
“허허, 이번엔 점수가 없느니라. 매번 한 개의 극한실에 도전해서 성공할 때만 점수를 얻을 수 있지. 어제 넌 도전에 성공했고 게다가 수월하게 해내서 이미 너에게 2배의 점수를 주었단다. 다시 점수를 얻고 싶다면, 두 번째 극한실에 도전해서 성공해야만 얻을 수 있지!”
노집사가 가볍게 웃으며 극한실의 체계를 설명했다.
“흠, 정말 인색하시네요. 그럼 며칠 있다가 다시 두 번째 극한실에 도전할 테니 기다리고 계세요!”
항소운이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서는 곧바로 외원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그가 달리는 속도는 아주 빨라서 7품, 심지어 8품이라 할지라도 따라잡기 힘들 정도였다.
천 근의 중력에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은 9품 수행자의 능력을 의미했다.
다시 말해서 항소운의 속도와 힘은 이제 9품 수행자와 견줄 만했다.
“오명량, 이 몸이 극한당에서 나왔으니, 7일 후 연무대에서 보자!”
외원에 도착한 항소운은 오명량이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외치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그들에게 자신의 비범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외원은 왠지 텅 비어 사람은커녕 개미 새끼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항소운은 뒤늦게 깨달았다는 듯이 자신의 뒤통수를 치며 말했다.
“젠장, 지금은 저녁 식사 시간이라 다들 식당에 갔네.”
그는 식당으로 빠르게 달려가 다시 한번 큰소리로 외쳤다.
“오명량, 이 몸이 극한당에서 나왔으니, 7일 후 연무대에서 보자!”
그렇지만 항소운의 목소리는 메아리 없는 외침에 불과했다. 수많은 속가제자는 밥을 먹기 위한 자리다툼에 정신이 팔려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리 중대한 일이라 할지라도 그들에게 자신의 배를 채우는 것보다 중대한 일은 없었다.
항소운은 그 광경을 보고 마음속으로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그래도 자신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아무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친애하는 형제여, 너 정말 극한당에서 나왔구나!”
이때, 하류휘의 놀란 목소리가 항소운에게 들려왔다.
항소운은 하류휘가 의리 없는 녀석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짐짓 속내를 감추고 우쭐대며 말했다.
“당연하지. 이 몸은 영리한데다 무공도 뛰어나잖아. 극한당 정도로 내가 쓰러질 것 같아?”
“대단하다, 대단해!”
하류휘가 감탄사를 연발하더니 항소운에게 다가가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자장하 장로님이 보호하고 있으니, 극한당의 집사 어른도 감히 널 어쩌지는 못했겠지! 앞으로 넌 내 형님이야. 나 하류휘는 네 말만 들을게!”
항소운은 기가 막혀 할 말을 잃고, 녀석을 한 대 세게 때리고 싶었다. 의리도 없이 비겁하게 살짝 도망친 녀석이 이제 와서는 아부를 일삼으니 정말 얄미웠다. 항소운은 그렇다고 하류휘를 혼낼 수는 없어서 얼른 화제를 돌렸다.
“오명량은?”
“그 애는 찾아서 뭐 하게? 설마 네가 정말 그 녀석한테 도전하려는 건 아니지?”
하류휘가 누가 듣지나 않는지 주변을 살피며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
“당연히 도전하려는 거지. 넌 내가 그 녀석이랑 장난으로 얘기하는 줄 알았어?”
항소운이 아주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오명량은 외원 제자 중 상위 10위 안에 드는 전투력을 가진데다가 이미 9품 무예의 경지에 올랐다고. 듣자 하니, 벌써 중기에 도달했다던데 곧 후기에 이르겠지. 그럼 성력경에 이를 가능성도 있는 거야. 게다가 13장로 여혈몽의 눈에 들어서, 올해 안에 성력경에 도달하기만 하면 13장로의 직전제자가 될 수도 있어!”
하류휘가 장황하게 설명하더니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하고 나섰다.
“그리고 오명량 그 녀석은 현(現) 오진 진장의 일곱 번째 아들이라고!”
“그래서 어쨌다는 건데? 난 이래 봬도 반은 장로라고!”
항소운이 오명량의 신분이 뭐가 그리 대단하느냐는 표정을 지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응수했다.
하류휘가 항소운의 말을 듣고 한마디 덧붙였다.
“그래? 근데 오명량 오늘 밖에 나갔다고 그러더라.”
오명량이 무당전을 비우자, 항소운이 그에게 도전했다는 사실에 관심을 두는 사람도 거의 없어졌다.
항소운은 이곳에서 더 이상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아 하류휘를 데리고 요릿집에 갔다.
비록 하류휘가 의리가 없긴 했으나, 항소운이 보기엔 친구로 삼을 만한 녀석이었다. 나름 정보가 빠른 그를 통해 외원의 상황을 알고 싶기도 했다.
“형님, 보아하니 자장하 장로님이 형님한테 아주 잘해주는 것 같네. 옥패로 요릿집에서 밥도 먹게 해주고 말이야. 정말 부럽고 질투 난다!”
요릿집에 처음 와본 하류휘가 꽤나 흥분해서 말했다.
하류휘는 이번엔 줄을 잘 섰다고 생각했다.
자장하 장로의 사제인데다가 실력이 출중한 항소운만 있으면, 앞으로 마음 편히 사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이런 생각을 하자, 하류휘는 내심 흐뭇해졌다.
항소운은 요리를 여러 개 주문하더니, 그동안 줄곧 갖고 있던 의문점들에 대해 하류휘에게 물었다.
“외원 상위 10인의 제자들은 누구야? 그리고 그건 어떻게 정하는 거고?”
“형님, 형님은 외원에 온 지 며칠 안 돼서 모르는 게 많을 거요. 이 아우가 하나하나 설명해드리리다!”
하류휘가 목소리에 은근히 힘을 주었다.
“우리 외원의 제자들은 모두 심사를 거쳐야만 무당전에 들어와 수행을 할 수 있죠. 심사에 통과하고 나면 속가제자들은 무술시험을 보게 되는데, 바로 여기서 외원 상위 10인이 나오게 된 거죠. 대사형 냉한(冷寒), 둘째 사형 막불회(莫不悔), 셋째 사저 매연화(梅蓮花), 그리고 오명량은 4위. 아, 그리고 형님과 대화를 했던 육소청 사저는 6위고, 우리 외원의 10대 미녀 중 하나죠. 그 애를 쫓는 사형, 사제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하류휘가 무당전 외원의 상황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을 하자, 항소운의 머릿속에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졌다.
외원 상위 10인의 제자만이 점수 옥패를 가질 수 있고, 다른 사람들도 옥패를 갖고 싶으면 반드시 상위 10인 안에 들어가야 했다.
옥패가 있어야 점수도 생겨서 이 요릿집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항소운은 점수 옥패의 다른 용도도 알게 되었다. 무기당(武器堂)에 가서 점수와 무기를 교환하거나 약당(藥堂)에 가서 약초로 바꿀 수도 있었다.
요컨대, 무당전의 다양한 곳에서 점수 옥패를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점수가 충분하다는 전제조건이 있었지만!
외원 상위 10인의 제자들은 다른 특권도 있었다. 자유롭게 무당전 밖으로 출입이 가능했던 것.
이 점은 많은 외원 제자들이 동경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들은 아직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 소년들이라 무미건조하게 수련만 하는 것을 누구도 원치 않았다. 그러니 무당전 밖으로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다면 정말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외원 상위 10인 제자가 될 수 있지?”
“도전이죠! 상위 10인 제자들에게 도전해서 이기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어요!”
“하하, 좋네. 그럼 상위 10인 제자 자리는 이제 내 거야!”
항소운이 자신감을 드러내 크게 웃었다.
“형님, 제가 몇 번을 말했는데 아직도 이해를 못 하세요! 상위 10인들은 9품 수행자들이라고요. 형님은 겨우 3품이잖아요. 설령 타고난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그들을 당해내지는 못해요. 형님, 사람은 어찌어찌해도 현실을 보고 살아야 합니다!”
하류휘가 진짜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항소운에게 경고하고 나섰다.
“됐다, 나도 다 생각이 있으니, 넌 외원 상위 10인 고수의 영예로운 아우가 될 준비나 하고 있어!”
항소운은 더 이상 하류휘에게 긴 설명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지금 3품이 아니라, 6품 경지의 절정에 올라있었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7품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남들은 전혀 몰랐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9품 경지에 필적할 만한 실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이다.
* * *
무당전 밖 오진 전장이 사는 호화로운 저택.
“아버지, 소자 돌아왔습니다!”
소년이 중년의 남자에게 예를 갖춰 문안 인사를 올렸다.
소년은 바로 오명량으로, 그의 앞에 있는 사람은 그의 아버지 오굉서(烏宏西)였다.
오굉서는 마흔 남짓의 나이로 인생의 절정을 달리고 있었다. 그는 화강 고수일 뿐만 아니라, 오진의 진장으로 오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일어나거라.”
오굉서가 사랑하는 아들을 보며 인자한 얼굴로 말했다.
그에게는 일곱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모두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었다. 이 일곱째 아들 또한 기대가 무척 큰 아이로서, 행실이 조금 짓궂기는 했지만 크면 자연히 철이 들 거라고 생각해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아버지, 무슨 일로 오라고 하셨어요?”
오명량이 왜 자신을 불렀는지 물었다.
“다른 게 아니라, 며칠 전 너희 무당전에서 푸른 빛이 빛나는 걸 봤는데, 아무래도 5성이 푸른 하늘을 비춘 것 같더구나. 혹시 누가 이런 기이한 현상을 일으켰는지 알고 있느냐?”
“아버지도 그 일에 관심을 갖고 계셨어요?”
오명량이 한마디 하더니, 별거 아니라는 투의 시큰둥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건 무당전에 새로 들어온 제자가 한 거예요. 겨우 3품밖에 안 되는 녀석인데 어제 저한테 호되게 당했어요. 정말 속이 다 후련했다니깐요! 하하하!”
“겨우 3품 수행자라고? 거의 피라미 수준이잖아. 하하, 좋네. 아주 좋아!”
아들의 대답을 등은 오굉서가 유쾌하게 웃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아, 그런데 말이야. 그 아이를 무당전에서 나오게 할 방법이 있겠느냐?”
“아버지, 설마 그 애를 하인으로 두시려고요? 전 좋아요! 앞으로 그 애가 우리 집 하인이 되면 정말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오명량이 아버지의 생각을 넘겨짚으며 말했다.
“그건 네가 신경 쓸 필요 없다. 다만 그 아이를 무당전에서 밖으로 끌어내거나 자기 발로 직접 나오게 하면 돼. 그렇게만 결론이 난다면 바로 내게 알려다오. 이 일은 네 할아버지께서 분부하신 일이니, 절대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할아버지가 분부하셨다고요? 그 녀석이 할아버지까지 놀라게 하다니! 그럼 전 가서 준비할게요. 이제 생각하니 그 녀석이 아직 안 죽었으면 좋겠네요!”
오명량이 이젠 진지한 자세를 보이며 말했다.
“뭐? 그 애가 곧 죽는다고?”
오굉서가 놀라서 물었다.
오명량은 간단하게 그와 항소운 사이에서 벌어졌던 일을 이야기하더니,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였다.
“항소운 그 녀석, 그 정도 실력이면 극한당 제1실에서 반 각을 버티는 것도 힘든데 이각이라니, 제 생각엔 벌써 죽었을 것 같아요.”
“그 애는 안 죽었을 거다. 무당전에서 그런 천재를 어찌 죽이겠느냐!”
오굉서는 아들의 얘기를 듣고 자신의 짐작이 틀림없다는 듯 말을 하더니, 곧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넌 빨리 돌아가도록 해라. 만약 네가 해결하지 못하면, 네 두 형님이 수련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 애들에게 처리하도록 하마!”
“아버지, 걱정 마세요. 이 일곱째 아들이 반드시 해낼 테니까요!”
오명량이 자신 있다는 얼굴로 아버지에게 대답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