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31
제131화 어떻게 된 일이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지심화를 복종시키고 싶었으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화염요수 무리들이 사방에서 지심화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그 무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반드시 충분한 친화력이나 불을 길들일 방법이 있어야만, 지심화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천년 지심화를 응시하며 어떻게 복종시킬지 생각에 잠겼다.
그러한 사람들 가운데 머리를 단정히 깎은 젊은 승려가 한 명 있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정수리에는 계인이 있었고 귀는 거대했다. 승복을 걸친 모습에서 바르고 굳센 기운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뭔가를 쉴 새 없이 읊조렸다. 아마도 불을 복종시키는 불가의 술법 같았다. 그러자 작은 불꽃이 떨리면서 그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어디서 중놈이 먼저 손을 쓰려 드는 것이냐!”
누군가 불만스럽다는 듯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아무도 그자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사실 다른 사람들도 몰래 비법을 이용해 천년 지심화를 차지하려 하고 있었다.
진자룡이 기린비를 불러일으키자, 불기린이 그의 뒤에 나타나 포효를 하기 시작했다.
불기린은 최상급의 화계(火界) 요수다. 천성적으로 불과 친했으며, 전설 속의 주작처럼 화염을 억제할 수도 있었다.
진자룡은 불기린을 통해 천년 지심화를 유인할 생각이었다.
과연 예상대로 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천년 지심화가 방향을 바꿔서 진자룡이 있는 쪽으로 하늘거렸다. 단, 자신이 있는 곳은 벗어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사람들은 더욱 조바심이 났다.
요괴단을 손에 넣은 번인은 더욱 과감하게 아래쪽으로 몸을 뻗어 천년 지심화의 근처로 다가가고 있었다. 이는 실은 아주 위험한 행동이었다.
다만 요괴단에서 지심화와 같은 기운이 흘러나온 덕분에 화력에 의한 피해는 입지 않았다.
화린비 역시 몸에서 푸른 불꽃을 방출시켜 불을 일으켰다. 보통의 불보다 훨씬 강한 화력을 지니고 있어 지심화를 유인하기에 충분했다.
또 다른 사람은 기이한 병 하나를 꺼냈다. 이 병이 어떤 신묘한 작용을 하는지 알 수는 없었다. 다만, 천년 지심화가 있는 쪽으로 힘을 방출하면서 지심화를 강제로 굴복시키려 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냥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들도 각자 알고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지심화를 복종시키려 했다.
그러자 천년 지심화가 혼란을 느꼈는지 거센 화염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화산 내부의 온도가 급속히 상승했으며 화력이 더욱 사납게 주변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사람들 가운데 두 명은 화염불을 버텨내질 못하고 화상을 입었다. 그들은 균형을 잃으면서 하마터면 아래로 떨어질 뻔했다.
그들은 더 있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재빨리 위쪽으로 도망쳤다.
그런데 갑자기 두 줄기의 불꽃이 분화구에서 피어올라 그대로 그들의 몸에 옮겨붙었다. 불꽃은 강경을 뚫고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으아악!
두 사람은 참혹한 비명을 지르며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화염요수들이 불안에 떨기 시작했으나, 쉽사리 움직이는 놈은 없었다.
화염요수들은 천년 지심화가 조종하는 꼭두각시처럼, 그의 명령을 조용히 기다렸다.
사람들은 불타버린 두 사람을 보며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그들은 이 둘이 천년 지심화가 만들어낸 힘에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천년 지심화가 요괴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아까처럼 천년 지심화가 갑자기 자신들에게 공격이라도 하면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줄곧 가만히 있던 항소운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왠지 모르게 천년 지심화가 사람들을 놀리고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 지심화는 마치 놀기 좋아하는 어린아이처럼 굴고 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면서 누구에게도 복종할 생각이 없었다.
‘이 지심화는 보통 녀석이 아닌 것 같은데!’
항소운이 속으로 생각했다.
다만 그는 불의 힘을 수련해본 적도 없고 불을 길들이는 방법도 모르는 데다 요괴단도 없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아미타불, 만물에는 모두 혼이 있으니 사람도 혼이 있고 요수도 혼이 있으며 불에도 혼이 있다. 너는 불의 혼령이고 나는 인간의 부처이니, 네가 나를 위해 업화(業火: 지옥의 죄인을 태우는 불)가 된다면 내가 너를 최고의 업화로 만들어주마.”
젊은 승려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목소리에는 법력이 들어있어 세상 만물을 그 속으로 빨아들일 수 있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도 승려의 영향을 받고, 빠져들 것 같은 충동을 느꼈다.
천년 지심화는 승려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놀랍게도 승려가 있는 쪽으로 한 줄기 힘을 보냈다.
이를 본 승려는 전혀 피하지 않고 양 손바닥을 펼쳐서 불교의 만(卍)자를 그리더니 날아온 힘을 손바닥에 가두고 함께 연화시키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으나, 곧이어 그 이치를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천년 지심화가 사람을 시험하는 것이었다. 만일 승려가 이 힘을 연화시킨다면 천년 지심화의 인정을 받게 되어 그 주인이 될 수 있었다.
“난 기린의 자손으로, 불의 신으로 태어난 자다. 오직 나만이 너를 신의 불로 만들어줄 수 있으니, 어서 내게 복종하도록 해라!”
진자룡이 소리치며 기린비의 힘을 완전히 불러일으키자, 기린이 더욱 실제와 같아진 모습으로 천년 지심화를 향해 달려들었다.
천년 지심화는 뭔가를 느꼈는지, 이번에는 진자룡을 향해 한 줄기 힘을 보냈다.
진자룡은 크게 기뻐하며 양팔을 정면으로 뻗어 불꽃을 받아들였다. 자신의 기린비와 융합시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 광경을 보고 잇달아 큰 소리로 고함을 쳤으나, 천년 지심화가 반응을 보인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한편, 병을 들고 있던 사람이 불만이 가득한 소리로 외쳤다.
“내 반드시 널 복종시키고 말겠다!”
그러면서 병의 힘을 최대로 넓히자 강한 흡입력이 터져 나오면서 천년 지심화를 강제로 흡수하려 했다.
그러나 천년 지심화를 흡수하기는커녕, 오히려 화염요수를 놀라게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요수 여러 마리가 달려들면서 사나운 화염을 토해내 공격을 하는 것이었다.
“젠장! 안 하면 되잖아!”
남자는 놀라 소리를 지르더니 영리하게도 재빨리 분화구 쪽으로 뛰어 올라갔다.
도망치는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사람들이 혀를 내둘렀다.
항소운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실력은 있는 놈이네.’
항소운이 속으로 생각했다.
바로 그때, 갑자기 항소운이 있던 곳이 이글거리더니 한 줄기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천년 지심화의 화력이었다.
항소운의 강경이 불에 타서 갈라지자 더 많은 화력이 그의 몸에 들러붙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항소운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조금 전 그는 천년 지심화가 두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목격했다.
자신은 절대 그런 꼴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항소운은 한상석을 재빨리 손에 쥐고 마지막 남은 차가운 기운을 완전히 방출시켜 화력과 맞서도록 했다. 그리고 빙설과의 힘도 완전히 방출시켜, 자신의 몸을 얼음안개로 둘러쌌다.
이렇게 하자, 천년 지심화는 그를 바로 태워버릴 수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항소운은 다급한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천년 지심화의 목표물이 된 이상 달아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지심화의 공격에서 벗어나거나 저지할 방법을 반드시 생각해내야 했다.
항소운 뿐만 그런 문제를 겪는 게 아니었다. 천년 지심화의 인정을 받지 못한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상황에 놓여 있었다.
으아악!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비명을 질렀고, 세 사람이 불에 타서 죽고 말았다. 그 중에는 운애각의 고급 집사인 천진도 있었다.
오직 한 사람만이 몸에 지닌 차가운 보물을 통해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위험에서 벗어나자마자, 갑자기 수많은 화염요수가 그를 둘러싸며 달려드는 바람에 그도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었다.
확실히 천년 지심화는 이곳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을 곱게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오직 진정으로 지심화의 인정을 받는 자만이 이곳을 살아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항소운은 지금 제 코가 석자인지라, 다른 사람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재빨리 머리를 굴려가며 자구책을 수도 없이 생각해봤다.
그의 명혼 공간은 열을 내리는 기능이 없었다. 명룡혼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줏빛 뼈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줏빛 천둥의 힘만이 천년 지심화의 힘에 대항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으나, 현재 강경의 방어력으로는 얼마 버티기 힘들었다.
아직 그의 경지는 너무 낮았다.
만일 두세 품급 정도 더 높았다면, 타고난 자줏빛 천둥의 힘을 더 높은 경지까지 끌어올려 수월하게 막아낼 수 있었을 텐데.
항소운이 도저히 더 버텨낼 방도가 없다고 느끼면서 도망치려던 순간,성해건곤의 구석진 곳에 있던 사람 가죽이 눈에 들어왔다.
이 사람 가죽은 항소운이 동재원과 함께 흑산교의 갱도 안에서 발견한 것이었다.
그 가죽에는 뜻을 알 수 없는 고문자가 적혀 있었다. 나중에 그 비밀을 풀어볼 셈으로 한쪽 구석에 두고 신경을 전혀 쓰지 않았었다.
무슨 영문인지 그는 지금 이 사람 가죽이 갑자기 생각났다.
일전에 전천도로도 가죽을 흠집 하나 내지 못하고 불로도 태우지 못했던 일이 떠올랐다.
“이판사판인데 아무튼 한번 시도나 해보자!”
항소운은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는 생각으로 사람 가죽을 꺼내 온몸을 덮었다.
사람 가죽은 신축성이 좋아서 마치 털옷처럼 그의 몸을 완전히 감쌌다.
사람 가죽을 뒤집어쓰자, 맹렬한 화염은 그에게 어떤 위협도 가하지 못했다. 오히려 겁을 내면서 잔뜩 움츠러들었다.
‘정말 효과가 있잖아!’
항소운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기뻐했다.
이제야 그는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천년 지심화는 다시 화염요수를 보내 그를 공격하게 했다.
“젠장! 정말 다 죽일 셈인가!”
항소운은 저도 모르게 욕을 퍼부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위로 도망치면서 빨리 이곳을 벗어날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화염요수는 속도가 훨씬 빠른데다 화염까지 내뿜으며 달려들고 있었다.
항소운은 뒤쪽에서 거세게 몰아치는 화염요수의 공격을 느끼고 있었지만, 화산 중심부에서 위로 올라가야 했으니 쉽게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그가 가까스로 공격을 막아내며 올라가고 있을 때였다. 달려들던 불꽃이 갑자기 멈추더니 좌우 양쪽으로 흩어지며 위협을 가하지 않는 것이었다.
“응? 어떻게 된 일이지?”
항소운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때, 화염요수들이 더욱 세찬 화염을 토해내며 다시 달려들었다.
그리고 또다시 아까처럼 기적이 발생했다!
불이 항소운 앞에서 흩어지더니, 어떤 위협도 가하지 못했다.
“아하, 사람 가죽은 화염을 막아주는구나!”
항소운은 크게 기뻐하며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문득 천년 지심화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항소운은 사람 가죽을 걸친 채 몸을 돌려, 자신에게 달려드는 화염요수를 향해 전천도를 세차게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