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33
제133화 선택의 기로
궁분은 진자룡과 화린비 등이 모두 성과 없이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고 탄식을 했다. 그도 결국 천년 지심화를 포기하고 이 치열한 싸움에서 물러났다.
다만 궁금음은 천년 지심화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오로지 항소운의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는 우연히 이아훤과 마주치게 되었다.
“지금 그자를 기다리고 있는 겁니까?”
이아훤이 궁금음에게 물었다.
그러자 궁금음이 예를 갖춰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네, 아훤 아가씨.”
“그럼 기다릴 필요 없어요. 그자를 다시 보긴 힘들 거예요.”
이아훤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궁금음이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자는 용암 속으로 떨어졌어요. 설령 왕이라 해도 살아나오기 힘든 곳이죠.”
이아훤은 이렇게 말하며 홀연히 사라졌다.
날벼락 같은 소식에 궁금음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한참이 흐른 뒤에야 그녀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분화구 쪽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렇게 쉽게 죽다니…….”
그녀는 항소운과 친분이 두텁지는 않았으나, 그와 수차례 대면하면서 그를 향해 알 수 없는 감정이 생겨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다니.
가슴이 찢어지듯 아파져 오며, 당장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그녀는 그렇게 반나절을 우두커니 서 있었다.
“모든 사람이 네가 금하곡에서 죽었다고 했지만, 넌 살아있었지. 그러니까 이번에도 분명 어떻게든 살아남았을 거야.”
궁금은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고는 과감히 고개를 돌려 화염산을 떠났다.
그녀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자신의 실력이 너무 약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운애각에서 열심히 수련하여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책임지기로 결심했다.
그들이 떠나고 난 후에도 또 많은 수의 사람들이 다시 화염산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도 매일같이 수많은 화강경 고수들이 천년 지심화를 얻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펄펄 끓는 뜨거운 온도를 견디지 못해 수도 없이 죽어 나갔으나, 천년 지심화를 얻는 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 * *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반년의 시간이 흘렀다.
화염산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 장엄한 자태를 갖추고 있었다. 그 근처에 상주하는 사람의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다만 천년 지심화를 찾으러 선뜻 나서는 자는 없었다.
소식에 따르면, 천년 지심화는 반년 전에 모습을 감춘 뒤로 지금까지 두문불출하여 당분간은 찾기 어려울 거란 얘기가 나돌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에서 불의 힘을 수련하며 자신의 실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만 있었다.
확실히 이곳은 불의 힘이 강했다. 불의 힘을 수련하는 무인이 빠르게 힘을 강화시킬 수 있었다. 적지 않은 사람이 잇따라 경지를 돌파하면서 최적의 수련장소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화산 중심부의 아래에서는 평소보다 많은 양의 용암이 격렬하게 분출되었다.
뭔가 이상한 조짐이 시작된 것이다.
아무도 이 용암 아래,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자는 바로.
반년 전 용암 속으로 떨어진 항소운이었다!
용암 아래는 수천 도가 넘는 고온이었다. 왕의 경지에 오른 자라 해도 일각의 시간도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 항소운은 이곳에서 반년을 버틴 것이다!
그건 세상 누구도 믿지 못할 기적이었다.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
바로 일전에 발견했던 사람 가죽 덕분이었다.
반년 전 그날.
항소운이 아래로 떨어질 때 갑자기 사람 가죽에서 알 수 없는 힘이 일어났다. 가죽 위에 쓰인 고문자에서 둥그런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용암을 밀어내고 항소운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고문자가 기호를 하나씩 만들어내자, 불꽃과 같은 빛이 그의 주변을 날아다니면서 신비로운 광경을 자아냈다.
기호문자에서는 예스러운 정취가 느껴졌다. 그 안의 심오하고 난해한 기운이 끊임없이 항소운의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반년의 시간 동안, 항소운은 이 심오하고 난해한 기운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데 모든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이 기호문자가 상고시대 최고 수준의 불을 다루는 방법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본래 이 사람 가죽의 주인은 높은 등급의 불씨를 길들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보통의 불씨로는 피해를 받지 않았다.
사람 가죽이 무슨 이유로 전해져 내려오게 되었고, 왜 갱도 안에 있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는 없었다. 아무튼 항소운에게 커다란 수확인 것만은 확실했다.
불을 다루는 방법은 극히 보기 드문 기술이었다. 최상급 문파라 해도 쉽사리 가질 수 없었다.
그런데 그가 운 좋게도 옛 시대의 불을 다루는 법을 얻게 된 것이다.
항소운 이야말로 천년 지심화를 복종시킬 운명이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마침내 불을 다루는 법을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바로 천년 지심화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항소운은 천년 지심화가 용암 깊숙한 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심화는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그의 앞에서 어른거렸으나, 당시에는 불을 다루는 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던 때라 복종시킬 방법이 없었다.
이제 그 방법을 안 이상 항소운은 더 지체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천년 지심화를 얻기 위해 더욱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천년 지심화는 천 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불꽃이 모여 이루어진 상급의 불꽃이었다.
분화구의 모든 곳은 천년 지심화의 구역이었다. 지금은 잠시 한 곳에만 머물러 있을 뿐 만년 지심화가 되고 나면 모습을 바꿔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었다.
항소운은 사람 가죽을 통해 불을 다루는 법을 얻게 되자, 천년 지심화를 얻을 수 있는 방도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았다 해도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곳에는 강렬한 용암이 들끓고 있어서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들었다.
그런 만큼 용암 속에서 천년 지심화를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항소운은 명혼 공간을 자유자재로 이용해 주변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은 없었다.
‘이젠 주변 상황을 쉽게 감지할 수 있어서, 앞으로 전투할 때 쉽게 기습을 당하진 않을 거야. 다만 아직 감지할 수 있는 범위가 넓지 않은 게 문제란 말이지. 어쩌면 경지가 오르고 영혼의 힘도 더 강해지면 그 범위도 더 넓어질지 몰라!’
어느 순간, 그는 천년 지심화가 아래쪽의 정중앙에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리고 천년 지심화가 있는 곳에 한 생명체가 있다는 것도 희미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 생명체는 요수가 아니라 약초였다. 지금으로선 그것 외에는 느낄 수가 없어서 가까이 다가가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천년 지심화는 그가 다가오는 것을 느낀 건지 갑자기 격렬하게 움직이며 쉴 새 없이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불꽃이 몸집을 부풀렸다가 금세 줄어드는 모습이 상당히 신기해 보였다.
항소운은 용암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 아래쪽으로 깊숙이 내려갔다.
천년 지심화에 접근하려는 순간, 갑자기 지심화가 화염요수왕으로 모습을 바꾸더니 항소운을 향해 매서운 화염을 토해냈다.
무시무시한 화력은 주변의 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해서 왕급 무기로도 막아내기 힘들었다.
항소운은 놀라서 눈을 질끈 감고는 거센 불길 속으로 뛰어들며 속으로 기도를 했다.
‘사람 가죽이 꼭 버텨줘야 할 텐데!’
사람 가죽은 예부터 전해 내려오던 고귀한 물건답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천년 지심화의 화력이 거세게 밀어닥치자, 사람 가죽에서 무형의 힘이 뿜어져 나오면서 화력으로부터 그를 완벽히 보호하는 것이었다.
화가 난 천년 지심화가 잇달아 공격을 퍼부어도 아무런 성과가 없자, 지심화는 기괴한 귀신의 얼굴로 모습을 바꾸고 자신의 분노를 드러냈다.
그제야 항소운을 눈을 뜨고, 자신이 무사하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됐다. 이제 복종시키면 되겠어!’
항소운은 이제 입으로 불을 다루는 법을 읊기 시작했다.
불을 다루는 법은 지심화로 하여금 자신을 믿게 만들어 일종의 친근감을 형성하는 것이었다.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행하려면 많은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했다.
어쨌든 천년 지심화는 감지능력만 있을 뿐,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서 이런 친밀한 느낌을 바로 느끼기는 어려웠다.
지심화를 복종시키고 난 후 친밀도를 완숙한 경지로 올리면 그때 지심화를 마음먹은 대로 다룰 수 있었다.
항소운은 머릿속의 온갖 잡념을 떨치고 집중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오직 불을 다루는 법을 생각하며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천년 지심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이 천년 지심화는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주 깨끗한 감지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지심화는 항소운이 보낸 정보를 느낀 듯 점차 차분한 상태가 되었다.
그렇다고 지심화가 항소운을 향해 스스로 다가오도록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며칠이 흘렀다.
항소운은 천년 지심화가 더는 자신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으나, 여전히 접근할 수는 없었다.
‘도대체 문제가 뭘까?’
항소운은 고민에 잠겼다.
원리대로라면, 불을 다루는 법으로 이제 막 생겨난 순수한 불꽃을 상대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완전히 복종시킬 수가 없었다.
항소운은 반나절을 고민하다가, 결국 해답을 찾아냈다.
“아, 난 불의 힘을 수련한 적이 없었어!”
항소운이 작게 소리쳤다.
확실히 체내의 천둥과 금의 두 가지 힘은 불의 힘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아무리 그가 불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있다 해도 지심화를 다가오게 만들 수는 없었다. 오로지 불의 힘을 수련해야만, 지심화를 확실히 복종시킬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항소운은 마음이 답답해졌다.
한 사람이 여러 힘을 수련할 수는 있었지만, 무인들은 보통 한 가지 힘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수련했다. 그래야 가장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만일 두 가지 이상의 힘을 병행하여 수련하게 된다면, 성진에 축적되는 힘이 분리되어 그 어떤 힘도 가장 강력한 상태로 구현할 수 없었다.
물론 병행 수련은 다양한 전투력을 발휘하거나 상호 보완된 위력을 통해 더욱 강력한 파괴력을 만들어낸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런 만큼 많은 무인이 한 가지보다는 보통 두 가지의 힘을 병행해서 수련했으나, 절대 세 가지를 초과하는 법은 없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힘이 난잡한 상태가 돼서, 위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항소운은 불의 힘을 수련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상고시대, 한 가지 힘을 최고 수준까지 연마했던 광인(狂人)은 9성을 모두 한 가지 힘으로 통일시켜 최고의 경지에 올랐었지. 그러나 그 힘이 성진 하나를 완전히 비워내자, 성진을 잃고 균형을 상실하면서 결국 괴멸하고 말았어.
그리고 두 가지 힘을 병행해서 수련하던 뛰어난 무인도 있었어. 상생이나 상극이 되는 힘을 최대로 발휘시켜 발생하는 위력은 절대적으로 단일 수련보다 약하지 않고, 오히려 더 비범한 능력을 지녔다고 했지.
그리고 서너 가지 힘을 동시에 수련한 경우는 기록에 없는데, 도리어 오행(五行)의 혼돈의 성체(星體)는 타고난 전체(戰體)로 가장 강력한 체질 중 하나라고 했어.
이런 전체는 5성만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이 5성은 푸른 하늘을 비추는 5성 지체와 달리, 5가지 힘을 수용할 수 있도록 타고난 터라 대적할 자가 없다고 했어.
그리고 여섯 가지 이상의 힘을 수련하는 자는 범인(凡人)으로 전락한다고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