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38
제138화 참으로 절묘하군
용휘를 제압하고 나자, 항소운은 자신의 영혼력이 크게 약해진 것을 느끼면서 머릿속이 아득해져 왔다.
이것은 영혼력이 소모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명룡혼주를 펼치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성공해서 다행이다!”
항소운이 득의양양한 마음에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명룡혼고의 통제를 받는 용휘의 낙인이 새로 생겼다. 앞으로 그가 주문을 읊기만 하면 용휘는 다시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이 낙인을 소멸시킬 수도 없었다. 소멸하고자 한다면 용휘 머릿속의 명룡혼고의 힘이 즉시 폭발하면서 용휘는 영혼마저 소멸하게 된다.
명룡혼고는 이렇게 절대적인 통제력을 지니고 있으니, 어느 누구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항소운을 죽일 수도 없었다.
혹여나 항소운이 목숨을 잃게 되면 영혼력이 소멸하면서, 용휘도 따라 죽게 되기 때문이다.
항소운이 명룡혼주의 저주를 풀어줘야 비로소 용휘는 자유의 몸을 되찾을 수 있었다.
“지금 당장 나가서, 아무도 이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하게!”
항소운이 용휘에게 첫 번째 명령을 내렸다.
“예!”
용휘는 항소운의 통제를 받고 있는 데다가 항소운의 능력을 잘 알고 있던 터라, 재빨리 대답하고는 용암 밖으로 날아갔다.
항소운은 용휘가 떠난 후에도 용휘 영혼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그의 위치를 시시각각 파악하고 있었다.
‘명룡혼주라, 정말 절묘한 주문인데!’
항소운은 기뻐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왕의 경지에 오른 자가 앞으로 자신을 수호하게 되면 훨씬 안전해질 수 있었다. 게다가 힘도 늘어나게 되니 자신의 세력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시발점으로서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항소운은 명룡혼주의 장혼편(壯魂篇)을 이용해 영혼력을 회복시켜 최상의 상태로 만든 후, 이곳을 빠져나갈 작정이었다.
이때, 용암 밖에서는 초문파가 용휘 곁으로 돌아와 처참한 몰골이 된 그를 보며 물었다.
“장로님,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왜 온통 불에 그을리셨단 말입니까?”
그러자 용휘가 아무 일 없다는 듯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화산 중심부에 천년 지심화가 있는지 확인해보다가, 이리되고 말았습니다.”
“하하, 혹시 천년 지심화를 차지하려 하신 건 아니고요? 그런 생각일랑 접어두는 게 좋을 겁니다. 만일 각주 어른이 알게 되신다면, 장로님이나 저나 모든 걸 낱낱이 실토할 때까지 추궁을 당할 게 뻔하죠.”
초문파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건 아닙니다!”
용휘가 강하게 부정을 하더니 초문파에게 물었다.
“저쪽의 천년 지심화는 가짜였습니까?”
“천년 지심화 자체가 아니라, 한 줄기 힘이 흘러나온 것 같습니다.”
초문파가 물음에 답했다.
“흠, 그럼 우린 밖에서 지키고 있는 게 좋겠군요. 그쪽 일은 후배들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고요!”
용휘가 말했다.
“그럼 이 아래는?”
초문파가 용암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래쪽엔 아무것도 없어요. 어서 갑시다!”
용휘가 그렇게 말하며 먼저 그곳을 떠났다.
초문파는 마음에 약간의 의혹이 일었으나 더 추궁하지는 않았다. 본래 불의 힘을 수련하지 않으니, 이곳에 어떤 비밀이 있다 해도 자신과는 무관했다. 게다가 용휘의 실력은 자신보다 뛰어난 만큼 상대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용암 아래에 있던 항소운은 조용히 몸을 회복시킨 후,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이젠 나가야겠다. 계속 있다간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항소운은 혼잣말을 하고 재빨리 그곳에서 기어 나왔다.
이곳을 지키던 두 명의 왕이 사라지고 없자, 항소운은 여유 있게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화염요수들은 즉시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공격을 하기 위해 벼르고 있었다.
“꺼져!”
항소운이 운지염의 화력을 내뿜으며 소리쳤다.
화염요수는 운지염의 힘을 알아차리자 금세 얌전해졌다.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항소운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는 주변을 살피고 아무도 없는 쪽으로 빠르게 내달렸다.
그러면서 얼굴을 덮고 있던 사람 가죽으로 만든 가면을 벗어버렸다.
‘용암 아래로 떨어진 것을 몇 사람이나 봤으니, 이대로 나갔다간 내가 천년 지심화를 얻었다는 걸 눈치채고 말 거야. 이젠 진짜 내 모습으로 나설 때가 됐어!’
항소운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용암에서 살아나온 항소운의 새로운 행보가 시작되고 있었다.
* * *
천년 지심화를 얻은 항소운이 마침내 화산 중심부에서 빠져나왔다.
그곳에서 1년 1개월이란 시간을 머물렀으니, 어찌 보면 굉장히 긴 시간이었다.
이제 그는 17세의 소년이 되어 있었다.
처음 무당전에 발을 들여놓을 때만 해도 15세가 채 되지 않았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2년여의 시간이 흐르며 신체나 실력 양 측면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현재 그는 키가 훌쩍 자라있었고, 골격이 성인 수준으로 장대해져 예사롭지 않은 기개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그가 실력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였다.
무당전에 처음 들어갔을 때만 해도 여리디여린 서생에 불과했다. 이제 7품 화강경 정점의 고수가 되어 강호를 혼자 휘젓고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항소운은 화염산 외곽에서 물을 찾아 재빨리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옷이 날개라고 했던가. 항소운은 이제 깨끗하고 단정한 모습이 되어 잘생긴 풍모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어느 여인이든 그의 모습을 보기만 하면, 누구랄 것도 없이 가슴이 설렐 정도였다.
“드디어 용암에서 벗어나 빛을 볼 수 있게 됐구나. 정말 상쾌한걸!”
항소운이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두 팔을 활짝 폈다.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용암 아래에 머무르면서 그는 지루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바깥으로 나오니 온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앞으로 인생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 안의 운지염도 처음으로 바깥세상을 느끼고 기분이 좋아졌는지 ‘즐겁다’는 감정을 전해오고 있었다.
게다가 운지염은 태양으로부터 강력한 양의 기운을 흡수하면서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보니 너도 바깥세상을 좋아하는구나. 앞으론 신기한 걸 더 많이 보게 될 거야!”
항소운은 운지염에게 다정하게 얘기하면서 앞날의 계획에 대해 고심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막말을 찾아야 했다. 그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지, 아니면 혼자 떠났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그다음으로는 용휘의 거취 문제였다. 그를 자신의 곁에 둘 것인지, 아니면 운애각에 두고 상황을 살피게 할 것인지도 결정할 문제였다.
마지막으로는 수련을 통해 더욱 강해질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항소운은 일단 화염산의 외곽으로 되돌아갔다.
그가 막말과 헤어진 장소에 도착하자,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실망한 듯 속으로 중얼거렸다.
‘막말도 내가 죽은 줄로 아는구나.’
하지만 그는 크게 괘념치 않았다. 어쨌든 함께 보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터라 그녀는 항소운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은 아니었다.
“우선 운애성에 한번 다녀와야겠어!”
항소운은 고민 끝에 먼저 운애성에 가기로 결심했다.
다만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용휘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
용휘는 항소운의 통제를 받고 있긴 하지만, 평상시와 같이 행동한다면 생각에 제한을 받지 않았다. 항소운이 그를 필요로 할 때, 명령에 따라 행동하면 그만이었다.
항소운은 화염산 부근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수행자 몇 명과 조우했다. 그들은 그를 수련하러 온 평범한 소년으로 여길 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항소운은 많은 사람이 화염산에 갑자기 불이 꺼진 일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듣고는 의기양양해져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미안하지만, 천년 지심화는 이미 내 것이라고!’
항소운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진 곳으로 자리를 옮겨 용휘를 불렀다.
용휘와 초문파 두 사람은 운애각의 임무를 받고 있었다. 그 임무는 왕의 경지에 오른 자가 천년 지심화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이곳을 지키라는 것이었다.
보통 이 둘은 몸을 숨기고 있어서, 일반적인 화강경 무인이라면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없었다.
잠시 후 용휘가 항소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불쾌하다는 듯 항소운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날 이렇게 만든 것이냐?”
항소운이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왜, 너무 뜻밖인가?”
“네 놈을 가만두지 않겠다!”
용휘가 화를 버럭 내며 항소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용휘가 공격을 하려는 순간, 그의 생각을 알아차린 항소운이 한발 앞서 명룡혼주를 읊었다.
무형의 고대 문자가 용휘를 향해 날아가자, 그는 머릿속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아악!
용휘는 머리를 움켜쥔 채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명색이 6품 비천 왕의 경지에 오른 자가 괴로워하며 바닥을 마구 뒹구는 꼴은 처연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항소운은 그런 용휘를 조금도 안쓰러워하지 않고 계속 명룡혼주를 읊었다. 마침내 고통을 더 이성 견디지 못한 용휘가 살려달라고 용서를 빌고 나서야 주문을 멈췄다.
“다시 내게 살의를 품는다면, 그땐 바로 네놈 목숨을 거둬버리겠다!”
항소운이 눈에 살기를 띠며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
“예, 예. 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용휘는 아직도 고통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공포와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땅에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그만 일어나고, 앞으로는 날 도련님이라고 부르게. 난 이제 자네의 주인이니, 내가 하는 말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할 것이야!”
항소운이 말했다.
“예, 도련님.”
용휘가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하게 말했다.
“자, 그럼 먼저 자네의 신분을 상세히 말해보게.”
항소운이 말했다.
용휘가 운애각 내의 직위를 포함해, 자신의 신분을 소상히 밝혔다.
그에 대한 정보를 알고 나자, 항소운이 기뻐하며 생각했다.
‘운애각의 고급 장로에다 6품 비천 경지라니, 꽤 괜찮은데.’
“앞으로 날 따라다녀야 할 텐데, 혹시 문제라도 있나?”
항소운이 물었다.
“그건 아니지만, 먼저 운애각에 보고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용휘가 대답했다.
“어차피 나도 운애성에 가려던 참이니, 함께 가면 되겠네.”
항소운이 이렇게 대꾸하더니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내게 운애각을 구경시켜 주게. 자네한테 당연히 그 정도 권리는 있겠지?”
“물론입니다. 다만, 외각은 들어갈 수 있으나 내각에 들어가려면 합당한 신분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세!”
용휘는 일단 초문파에게 자신이 왜 운애각으로 가는지에 대해 간단히 이유를 지어내서 설명했다. 그러곤 항소운과 함께 운애각으로 향했다.
운애각은 운애성 외곽의 깊은 산중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곳은 산세가 웅장하고 주변에 나무가 빼곡히 자라있었다. 기이한 화초가 도처에 널려있어 매우 아름다운 경관을 과시하고 있었다.
오래된 누각 건물들이 산봉우리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득한 운무가 넘실거려 마치 큰 기운이 온 산을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매우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은 족히 만 명에 이르렀다. 하나같이 무인의 복장을 하고 활기차게 수련하는 모습에서 운애각의 방대한 규모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 3품 최상급의 규모인 운애각으로, 무당전 같은 보통의 세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일반 사람은 이 정도 세력을 보면 입을 쩍 벌리고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