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41
제141화 죽여버릴 거야
“저기 왕 사형이에요!”
하류휘가 뛰어오는 사람을 가리키며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항소운도 그자가 자신이 자장하에게 제자로 추천했던 왕진천인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하 사제, 괜찮아?”
왕진천이 달려오며 물었다.
그는 온 신경을 하류휘에게 집중시킨 탓에 항소운을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게다가 일 년여의 시간 동안 항소운의 모습은 몸이나 얼굴 측면에서 많이 달라져 있었다. 특히 항소운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왕진천이 바로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도 맞아서 돼지머리처럼 부어올랐는데, 괜찮을 리가 있겠어요?”
하류휘가 잔뜩 부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쁜 놈! 야릉운 패거리가 한 짓이지? 다음에 내가 혼쭐을 내줄게. 사촌 누님이 내문제자면 사람을 괴롭혀도 된다 이건가!”
왕진천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욕을 퍼부었다.
현재 그의 실력은 9품 성력경의 정점에 올라 있었다.
화강경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는 타고난 자질은 평범했으나 각고의 노력으로 수련한 끝에 일 년 반 만에 이 정도 수준에 오른 것이다. 그 성과가 대단하다고 칭찬할만했다.
물론, 왕진천의 실력 향상은 자장하가 전력을 다해 그를 양성한 덕분이기도 했다.
“왕 사형, 여기로 오는 길에 야릉운이 불구가 될 뻔한 얘기는 못 들으셨어요?”
하류휘가 능청맞은 얼굴로 이렇게 묻더니 옆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이 누군지 알아보겠어요?”
그제야 항소운을 발견한 왕진천은 격하게 끓어오르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공손히 말했다.
“사숙님께 인사 올립니다!”
“하하,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지?”
항소운이 큰 소리로 웃으며 왕진천의 어깨를 살짝 안았다.
당시 항소운은 자장하와 사형제 지간으로 지냈다. 왕진천은 자장하의 제자니 이렇게 항렬이 정리된 것이다.
“사람들은 사숙님이……, 아무튼 잘 됐어요. 스승님께서 아시면 분명 기뻐하실 거예요. 그리고 진붕 장로님도요!”
왕진천이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평소 그는 과묵한 사람이었으나, 항소운을 보자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아직도 항소운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었다. 자신을 자장하에게 제자로 추천했을 뿐 아니라, 지성천까지 줬던 것을 어떻게 잊을 수 있는가.
이런 일로 그는 항소운에게 뼛속 깊숙이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자, 우리 이렇게 만났으니 그럼 실컷 술이나 마시면서 밀린 얘기나 하자!”
항소운 역시 기분이 좋아져서 말했다.
“좋아요. 그럼 바로 주루로 가죠!”
옆에서 하류휘가 거들었다.
그렇게 해서 이들 세 사람은 운애각 외각의 주루를 찾았다. 그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향기로운 술을 마시며 지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 * *
운애각 내각의 어느 별원.
자색이 뛰어난 한 여인이 기분 나쁜 소식을 듣고 화를 버럭버럭 내고 있었다.
“간덩이가 부은 놈이구나. 감히 나 왕교화(王嬌花)의 사촌 동생을 건드리다니, 어떤 놈이 감히 나를 이렇게 무시한 것인가!”
여인의 곁에 있던 젊은 남자가 그녀의 허리를 가볍게 어루만지며 물었다.
“교화,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난 거야?”
“어떤 정신 나간 놈이 내 사촌 동생을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갈 정도로 처참하게 만들었다잖아. 이대로 가만있을 수는 없어!”
여자가 말했다.
“외각 쪽 제자가 한 짓이야? 그럼 나도 함께 갈게. 내가 대신 그놈들을 혼내주면 되지!”
젊은 남자가 말했다.
“좋아, 그럼 함께 가자. 그놈들에게 내문제자의 무서움을 보여주자고!”
여인이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리하여 남자와 여자는 내각 쪽으로 향했다.
이때, 항소운은 하류휘, 왕진천과 외각의 주루에서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항소운도 두 사람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간략하게 들려주었다.
그는 해야 할 얘기와 하지 말아야 할 얘기 정도는 당연히 구분할 줄 알았다.
그런데도 워낙 신기하고 기묘한 그의 여정과 경험에 하류휘와 왕진천은 연신 감탄사와 탄식을 연발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다만 그들은 항소운이 어떻게 운애각으로 들어왔는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정확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연히 운애각의 고급 장로를 알게 됐는데, 나를 반드시 제자로 삼겠다잖아. 내가 계속 싫다고 하니까, 날 강제로 데려온 거야.”
항소운이 농담조로 말했으나, 하류휘와 왕진천은 그 말을 진담으로 받아들였다.
항소운은 성력경일 때 화강경을 상대로 싸워 이겼었다. 이런 등급을 초월한 전투력은 운애각에서도 소수에 불과했다. 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항소운이니 왕의 경지에 오른 자가 제자로 삼고자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형님, 이제 화강경 고수가 되셨으니 차라리 그 장로님 말씀대로 내문제자가 되는 건 어때요? 그럼 앞으로 형님이 든든하게 지켜주실 테니, 저희도 겁날 게 없죠.”
하류휘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맞는 말이에요. 사숙, 운애각에서 같이 수련해요. 분명 사숙은 큰 업적을 이루실 거예요.”
왕진천도 옆에서 거들었다.
두 사람이 그렇게 말하자, 항소운도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그는 줄곧 앞으로의 계획을 고민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하루빨리 향상시킬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다. 만일 운애각에 머무르게 된다면, 좋은 수련 장소를 제공 받아 수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당분간은 적이 자신을 찾아낼 걱정도 덜게 되니 분명 좋은 방법이 틀림없었다.
“생각 좀 해볼게.”
항소운이 망설이며 대답했다.
그는 한곳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서 즉답을 피했다. 그런 일들은 용휘와 상의를 거쳐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형님, 고민할 게 뭐 있어요? 혹시 더 좋은 수련 장소라도 알고 계신 거예요? 아니면 이참에 운애성을 떠나시려고요?”
하류휘가 대뜸 물었다.
“뭘 그렇게 알려고 그래!”
항소운은 언짢은 듯 하류휘를 흘겨보더니, 화제를 돌려 육소청에 관해 물었다.
육소청은 잘 지내고 있었다. 그녀는 예전보다 훨씬 수련에 매진하면서 내문제자를 목표로 화강경을 돌파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노력하고 있었다.
육소청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하류휘는 항소운에 대한 그녀의 마음을 전했다.
“형수님은 줄곧 형님을 그리워하셨어요. 저와 있을 때면 매번 형님 얘기를 꺼내시면서, 분명 형님이 살아서 언젠가는 우리 앞에 나타날 거라고 하셨어요. 이제 보니, 형수님 말씀이 딱 맞았네요.”
하류휘가 짧은 탄식을 하며 말했다.
그는 항소운을 향한 육소청의 일편단심에 탄복하고 있었다. 또한 마음속으로 이미 육소청을 형수님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절대 다른 남자가 건드리지 못하도록 그녀를 지키는 호위무사 역할을 자청했던 것이다.
“형수님이라고 하지 마. 난 그 애의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다고!”
항소운이 짧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는 육소청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예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는 누군가를 사랑할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아무튼 전 그분을 형수님으로 인정했으니, 다른 형수님을 들이시려거든 먼저 그분부터 받아들이고 생각하세요.”
하류휘가 고집을 피우며 말했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네 말이 다 맞지 뭐!”
항소운은 이 일로 하류휘와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인연에 맡길 따름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항소운은 주루 밖에서 다급하게 걸어오는 발소리를 느꼈다. 명혼 공간을 통해 밖을 살핀 그는 얼굴에 냉소를 띠며 말했다.
“보아하니 술은 이쯤에서 그만 마셔야겠는데.”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젊은 남녀가 많은 소년을 대동한 채 주루 안으로 들어왔다.
주루 안의 분위기가 갑자기 살벌해졌다.
젊은 남녀는 운애각의 내문제자로 화강경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여자는 야릉운의 사촌 누나인 왕교화였고, 남자는 왕교화의 도려인 문금서였다.
그들이 이곳으로 오는 도중, 남의 일에 관심 많은 제자들까지 좋은 구경거리를 놓칠세라 합세한 것이다.
제자들은 왕교화가 야릉운이 당한 분풀이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음을 잘 알고 있었다.
“누가 하류휘야? 당장 기어 나오지 못해?”
왕교화는 주루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호통을 쳤다. 안하무인의 자세였다.
“혀, 형님, 큰일 났어요.”
그 소리에 깜짝 놀란 하류휘가 바들바들 떨며 목을 잔뜩 움츠린 채 항소운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얼굴빛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러자 왕진천이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뭘 겁내고 그래? 정 안되면 그냥 싸워야지!”
이때, 누군가 하류휘 쪽을 가리키자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되었다.
왕교화와 문금서 두 사람이 그들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형님, 이제 어떻게 해요?”
하류휘가 다급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넌 그냥 좀 가만히 있어. 이 형님이 있는데, 뭐가 무섭단 거야?”
항소운이 표정 하나 바꾸지 않으며 말했다.
그는 걸어오는 문금서를 힐끔 보며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이렇게 또 만나다니, 너도 참 나와 악연이다. 이번에는 확실히 본보기를 보여줘야겠군.’
문가는 그를 수차례 공격하면서 놓아주질 않았다. 그는 일전에 화염산 초입에서 갑자기 나타난 왕이 문가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의심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다시 문금서와 마주치니 이번에는 절대 곱게 넘어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금서도 항소운을 보았으나, 그가 운애성에서 만난 항패왕인 줄은 모르고 오진에서 그에게 놀아났던 기억만 떠올랐다. 하기야 항소운이 운애성에서는 사람 가죽을 썼으니 동일 인물인 것을 알 리가 없다.
‘이거 뜻밖인걸. 저놈도 우리 운애각에 오다니, 그거 잘됐네. 모든 원한을 그냥 한꺼번에 해결하면 되겠어!’
문금서가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너 하류휘 맞지? 이 둘은 네 녀석과 한 패거린가? 너희 셋 다 당장 밖으로 나와. 감히 내 사촌 동생을 건드리다니, 오늘 누가 와도 나를 막지 못해!”
왕교화가 거만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랬다. 뛰어난 미모의 여인이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포악한 말을 하다니, 확실히 패기가 있었다.
왕교화는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나이에 벌써 5품 화강경의 실력을 지녔다. 이렇게 오만방자한 자세로 일관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녀는 오만하기는 했으나, 주루에서 소란을 피워선 안 된다는 운애각 규정쯤은 알고 있던 터라 가까스로 자신을 억제하고 있었다.
하류휘가 뭐라 하기도 전에, 항소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웬 아줌마가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거야? 다들 식사 중인 거 안 보이나?”
순간, 사방이 적막에 휩싸였다.
아줌마라니!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에게 이 얼마나 모욕적인 언사란 말인가!
그러자 왕교화의 어여쁜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머리끝까지 치솟은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죽여버릴 거야!”
운애각에 입문한 후로 그녀에게 이런 모욕을 준 사람은 항소운이 처음이었다.
그녀가 화를 이기지 못하고 항소운에게 달려들려 하자, 옆에 있던 문금서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교화, 화내지 마. 저 녀석은 일부러 널 화나게 만들어서 규율을 어기게 하려는 속셈이야. 이 일은 내게 맡겨.”
“알았어. 꼭 저놈을 죽여줘야 해!”
왕교화가 순간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