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44
제144화 음모
그는 이 말로 두 사람을 모두 만족시킬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소녀들이 동시에 그를 흘겨보는 것이었다.
‘아니 예쁘다고 칭찬한 거잖아? 왜 또 째려보는 건데?’
참 여자들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아무튼 세 사람은 본격적으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육소청은 항소운에게 금하곡에서 왜 사라졌는지 또 어떻게 운애각에 나타나게 됐는지를 물었다.
항소운은 하는 수 없이 일전에 하류휘와 왕진천에게 했던 얘기를 다시 육소청에게 들려주었다.
얘기를 다 듣고 난 육소청은 탄식을 하다가, 또 항소운의 엄청난 기연에 감탄했다.
궁금음도 그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으나, 육소청이 옆에 있어서 입을 떼기가 망설여졌다.
세 사람의 얘기가 무르익는 동안, 차츰 주루에 사람이 늘어났다.
그들에게 주목하는 사람들 역시 많아졌다.
물론 사람들의 화젯거리는 단연 궁금음이었다.
그녀는 운애각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인황의 제자가 아니던가.
이런 이유 때문에 그녀는 운애각에서 어디를 가든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한편, 육소청은 청순하고 귀여운 외모로 많은 소년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보지 말라는 말처럼, 궁금음은 아득히 높은 곳에 있는 대단한 인물처럼 느껴져 선뜻 다가서지 못했다. 반면에 육소청에게는 상대적으로 쉽게 구애를 할 수 있었다.
주루에 있던 소년들은 의아하다는 눈길로 항소운을 쳐다보았다. 대체 이 낯선 소년이 누구길래 두 미녀의 호감을 받으며 편하게 얘기를 나눈단 말인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낀 세 사람은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외각의 숲길을 따라 걷고 있을 때, 궁금음이 항소운에게 물었다.
“앞으로 무슨 계획이라도 있어?”
“아직 정한 건 없어. 그냥 조용한 곳에서 수련이나 계속 하려고.”
항소운이 코를 문지르며 말했다.
“용휘 장로님이 널 제자로 삼고 싶어 하신다면서? 차라리 그러겠다고 해. 그럼 운애각에서 우리와 같이 수련할 수 있잖아.”
육소청이 잔뜩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항소운이 다시 떠날까 봐 겁이 나서, 그가 이곳에 남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궁금음도 옆에서 거들었다.
“운애각은 운애성에서 가장 뛰어난 수련원이야. 이곳에 남는다면, 넌 분명 크게 성공할 거야.”
“허허, 정말 내가 남았으면 좋겠어?”
항소운이 담담히 웃으며 되물었다.
“당연하지!”
두 소녀가 동시에 대답했다.
“좋아, 그럼 나도 여기에 남을게.”
항소운은 그렇게 두 소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잘됐다. 그럼 앞으로 같이 수련할 수 있겠어!”
육소청이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궁금음 역시 조용히 미소 짓는 걸 보니, 기분이 좋은 듯했다.
얼마 후, 용휘가 외각으로 나온 것을 느낀 항소운은 그녀들을 먼저 돌려보냈다.
육소청은 항소운과 헤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 돌아갈 때도 그에게 절대 떠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가 떠난다면 자신도 어디든 따라가겠다고 했다.
육소청의 진실됨을 느낀 항소운은 마음이 무거워져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현재 그는 어느 누구의 마음도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과거에 받았던 상처가 너무 커서 도무지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용휘는 항소운을 데리고 사람이 없는 구석진 곳으로 와서는 허리를 굽혀 말했다.
“도련님, 제 일은 전부 처리했습니다.”
항소운이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 걸 보니, 혹시 내 주문을 풀 방법을 여태까지 찾고 있었던 건가?”
그러자 용휘가 마음을 들켰다는 듯 소스라치게 놀라며 재빨리 대답했다.
“도련님, 절대 아닙니다!”
“난 자네의 말 하나 행동 하나까지 전부 느낄 수 있으니, 절대 날 속이지 못해!”
항소운이 차갑게 웃더니 용휘가 알아듣도록 확실하게 못을 박아두었다.
“설령 인황이라 해도 내가 건 주문은 풀 수 없어. 혹시 내가 죽기라도 하면, 자네도 함께 죽는 거니까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용휘는 감히 항소운의 말을 의심할 수 없었다. 그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서둘러 충성을 맹세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목숨 바쳐 도련님 곁을 지키겠습니다!”
왕의 기세도 죽음 앞에서는 한낱 종이짝처럼 아무 쓸모가 없었다.
“그래 그래,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거야.”
항소운이 경고 섞인 말을 하더니, 잠시 후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난 합당한 신분으로 운애각에 남아 수련을 하고 싶은데, 운애각의 제자는 되고 싶지 않아. 혹시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용휘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도련님께서 제 수행원이 되시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만 그렇게 되면 내문제자보다 못한 수련 자원을 사용하시게 될 겁니다.”
“괜찮아. 수행원이라 해도 상관없어. 그냥 여기서 자유롭게 수련할 수만 있으면 돼.”
그는 운애각에 잠시 머물다 떠날 계획이라서, 어떤 신분이든 크게 상관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도련님, 저와 함께 내각으로 가시지요. 따로 알려드릴 일이 있습니다.”
용휘가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게 하여 항소운은 용휘를 따라 내각으로 향했다.
이때만 항소운은 알지 못했다.
운애각에 남겠다는 그 결정으로 인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혼란이 불어 닥칠지.
항소운은 운애각 내각에 머물게 되었다.
그는 용휘가 혼자 쓰는 장로원에 머물면서 운애각의 이름 없는 수행원 중 하나의 신분이 되었다.
수행원은 간단히 말하면 노비와 비슷했다. 운애각에서 별 볼 일이 없는 존재였다.
그나마 항소운은 고급 장로에게 딸린 노비라서, 보통의 노비보다 대우가 나은 정도였다.
용휘의 장로원에는 십여 명의 수행원이 있었다. 대부분이 화강경으로 극히 소수만이 성력경의 실력이었다.
그들이 기꺼이 용휘의 수행원이 되고자 했던 이유는 용휘가 한가할 때 잠깐이나마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이들은 대부분 타고난 재능이 그리 뛰어나진 않았다. 그중에는 일찍이 운애각에서 도태된 제자도 있었고, 운애각 밖에서 용휘에게 투항하고 따라온 자들도 있었다.
이런 사연이 있기에 이들은 시중을 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용휘에게는 두 명의 제자가 있었다. 한 명은 왕의 경지에 들어선 자로 나이는 꽤 많았으며, 이름은 진우(秦羽)였다. 다른 제자는 탁의(卓毅)라는 스무 살 가량의 청년이었다. 실력이 벌써 7품 화강경에 올라 직전제자 중에서도 꽤 뛰어난 인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진우는 사실 왕의 경지에 올라 보통 장로급이 되면서 자신만의 장로원을 소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용휘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던 건지, 여전히 용휘의 장로원에 남아 수련을 하고 있었다.
어쨌든 고급 장로인 용휘가 사는 장로원은 규모가 꽤 커서 백여 명이 살아도 충분할 정도였다.
진우와 달리 탁의는 아직 독립할 수 있는 자격이 없어서 그 역시 이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용휘가 항소운을 데려오자, 사람들은 새로 들어온 수행원이 이렇게 어린 것에 대해 의아해했다.
용휘는 그들에게 항소운을 자신의 먼 친척이라고 소개하면서, 잠시 이곳에 머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식적으로는 수행원의 신분이지만, 어떤 일도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해주었다.
단독으로 머물 곳을 마련해줄 것이라고 자기 처소의 모든 사람에게 알렸다.
용휘의 보살핌으로 인해 항소운은 이곳에서 편안히 머물게 되었다.
운애각은 운애성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답게 대형 진법이 둘러싸고 있어 천지의 영기(靈氣)가 가득했다. 이런 기운은 수련하는 무인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항소운은 조용히 자신의 실력을 다지면서, 앞으로의 길을 고민했다.
* * *
운애각의 어느 작은 별원.
문금서과 왕교화가 와 있었다.
이런 작은 별원은 요물이라 불리는 천재 소년들만이 소유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이 별원은 한 천재 소년이 머무는 곳으로, 소년의 이름은 섬전자(閃電子)였다.
섬전자는 소뇌왕의 족제(族弟: 같은 성씨에서 촌수가 먼 동생)였다. 소뇌왕과 마찬가지로 천둥의 힘을 수련했으며 그의 섬전창은 동급 내에선 적수가 없었다.
진가(陳家)의 천재 소년이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그는 운애성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신성(新星)으로 널리 인정을 받았을 것이었다.
문금서와 왕교화가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섬전자가 만든 세력인 섬전맹(閃電盟)에 가입했기 때문이었다.
운애각의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스스로를 비범하게 여기는 요물들이었다. 실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다른 천재를 짓밟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들은 상대를 차례로 정복해가면서 자신의 위상을 높였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운애각 내의 위치를 높일 뿐 아니라 향후 각주의 자리도 노릴 수 있었다.
현재 운애각의 젊은 제자들은 세 가지 세력으로 나뉘었다. 가장 강력한 세력은 섬전맹으로 내문제자의 대부분이 가입되어 있었다.
그다음이 이아훤이 만든 홍루(紅樓)로 거의 여자로 구성되어 있으나 진자룡과 같은 요물이 지키고 있어서 섬전맹에 버금가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섬전맹이나 홍루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제자들이 만든 자유문(自由門)이 있었다. 자유문은 어떠한 구속도 받지 않고 수련에 매진한다는 뜻이나, 이는 구심점이 없다는 의미였으므로 세력은 가장 약했다.
문금서와 왕교화가 한참을 기다려도 맹주인 섬전자는 나타나질 않고, 젊은 남자가 나와 두 남녀를 호되게 질책하고 있었다.
“너희 때문에 우리 섬전맹의 위상과 명성이 확 떨어졌잖아!”
“죄송합니다, 구(邱) 호법. 모두 저희가 무능한 탓입니다.”
문금서가 굽실거리며 말했다.
왕교화 역시 주루에서 보여준 사나운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그저 깍듯이 사과를 올릴 뿐이었다.
“저희가 잘못했어요. 한데, 상대가 너무 기고만장해서 우리 섬전맹은 완전히 안중에도 없더라고요.”
“흥, 내가 너희들이 벌인 일을 모를 것 같으냐? 다 네 사촌 동생이 당한 화풀이를 하려다 이렇게 된 거잖아!”
구 호법이 콧방귀를 뀌더니, 앞으로 할 일을 이야기했다.
“본래 이 일은 사적인 일이어서 우리 세력이 나설 필요는 없지만, 홍루의 궁금음이 나서는 바람에 이젠 두 세력 간의 일이 되어버렸다.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너희는 공헌치나 두둑이 준비하도록 해.”
“걱정하지 마세요. 공헌치는 이미 준비해놓았습니다.”
문금서가 즉시 대답하더니, 또 작은 소리로 말했다.
“호법 어른, 최근에 저희 집에서 왕급 무기를 만들었는데 그중에 호법 어른께 적합한 무기가 있는 것 같아서요. 어쨌든 사용하지 않는 것이니, 다음에 집에 들르게 되면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구 호법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역시 자네는 세심한 면이 있군. 이번 일은 사람을 시켜 먼저 상대방의 신분을 확실히 파악한 후에 다음 단계를 논의하겠네.”
“그럼 호법 어른만 믿겠습니다.”
문금서가 기뻐하며 말했다.
그는 왕급 무기가 몹시 아깝긴 했다. 그래도 호법이 대신 항소운을 상대해주기만 한다면 그걸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구 호법은 섬전맹의 4대 호법 중 하나였다. 섬전맹 내 최고 고수 중 한 사람이었다. 본명은 구중뢰(邱重磊)로, 어느 장로의 직전제자이며 8품 화강경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섬전맹의 호법은 품급을 뛰어넘는 전투력을 지니고 있어서, 종종 상식을 초월하는 실력을 발휘하곤 했다.
항소운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문금서와 왕교화로 인해 운애각 내 세력 다툼에까지 휘말리게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