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45
제145화 날 따라와
항소운은 용휘의 장로원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튿날 자장하가 스승인 류흔기와 함께 찾아왔다.
류흔기는 마흔 살쯤 되어 보이는 장년의 왕이었다. 보통 체격에 짧게 깎은 머리가 깔끔하고 위엄이 넘쳐 보였다.
그는 일찍이 무당전의 부원장이었다. 어느 날 왕의 경지를 돌파하더니 아무런 미련 없이 무당전을 떠나 운애각으로 왔다.
항소운도 그에 대해서는 자장하를 통해 대강 알고 있었다. 류흔기의 본가는 원래 운애성이나, 어찌 된 영문인지 젊은 시절을 무당전에서 보냈다.
왕의 경지에 오른 후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운애성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3품 경지의 왕이 항소운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담담하게 물었다.
“네가 바로 장하가 말하던 천재 항소운이냐?”
자장하가 항소운에게 소개를 했다.
“소운아, 이분이 바로 내 스승님이신 류흔기 대인이시란다.”
항소운이 류흔기를 향해 예를 올리며 말했다.
“류 대인께 인사드립니다.”
일전에 자장하는 스승을 대신해 항소운을 제자로 들이고 싶었으나, 훗날 이는 자신의 일방적인 바람인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항소운의 내력이 비범하단 것을 알고 난 후론, 다신 그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류흔기도 자장하를 통해 항소운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직접 항소운을 만나보니 인물이 빼어나고 풍채도 뛰어난데다 7품 화강경의 경지에 오른 것을 보고, 속으로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 정도 재능이면 수련원 내의 다른 천재들과도 견줄만하겠는데. 이 아이를 제자로 삼을 수만 있다면, 분명 내 명성을 크게 빛내줄 텐데.’
류흔기는 이러한 속마음을 숨긴 채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항소운이라고 했지. 너는 어떻게 용휘 장로를 따라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냐?”
그러자 항소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정말 우연이었어요. 용 장로님과는 먼 친척이라서, 절 운애각으로 데려오신 것뿐이에요.”
그 말에 류흔기는 맥이 풀리면서 희망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용 장로님은 널 제자로 받아들이셨겠구나?”
류흔기가 묻자 항소운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장로님께선 제가 아직 자격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면서 잠시 수행원으로 있으라고 하셨어요.”
‘뭐? 7품 화강경인데 용 장로의 제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정말 가당치도 않아서리! 그 탁의라는 애도 아마 7품이었던 것 같은데.’
류흔기가 속으로 욕을 퍼붓더니, 항소운을 보며 물었다.
“그럼 내 제자가 되는 건 어떻겠느냐. 넌 이미 장하와 사형사제지간으로 지내고 있으니, 나와도 인연이 있다고 할 수 있지. 분명 용 장로님도 허락하실 것 같구나.”
그가 항소운을 직접 찾아온 것은 단지 자장하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제 항소운이 문금서와 왕교화를 감히 반격도 못 할 정도로 때려 준 소식을 그도 들었다. 게다가 금황의 제자인 궁금음도 이 아이와 관계가 있다는 말을 듣고, 자장하를 얼른 따라 나온 것이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젠 진심으로 항소운을 자신의 제자로 삼고 싶었다.
항소운도 류흔기의 마음에 내심 고마움을 느꼈으나, 여전히 다른 사람에게 무술을 배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도황(刀皇) 두훤호가 제자로 삼겠다는 것도 거절한 마당에 이런 작은 왕이 눈에 차겠는가.
그러나 능구렁이 같은 항소운은 겉으론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류 대인의 호의는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나, 이 일은 용 장로님께서 결정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좋다, 그럼 내가 당장 가서 용 장로님과 얘기를 나눠보마. 분명 허락하실 게야!”
류흔기가 시원스럽게 대답하더니 바로 용휘를 찾으러 갔다.
이제 이곳에는 자장하와 항소운만이 남게 되었다.
“이 녀석아, 살아있으면 무당전으로 돌아올 것이지,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걱정한 줄 아니?”
자장하가 짐짓 나무라는 투로 항소운에게 말했다.
항소운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참, 진붕은 잘 있죠?”
“응, 잘 지내셔. 지금은 경지를 높이기 위해 수련에 몰두하고 계시지. 다만 시종일관 네 생각을 떨치질 못하시더라. 시간이 되면 찾아뵙도록 해.”
자장하가 이렇게 말하자, 항소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하지요. 시간이 나면 꼭 만나러 갈게요.”
“이제 너도 운애각에 왔으니, 네 능력이면 분명 큰 업적을 이룰 수 있을 거야. 다만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큰 소란을 벌였으니, 그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진 않구나.”
자장하가 약간 근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일 때문에 그러세요?”
항소운이 되물었다.
“그래, 넌 잘 모르겠지만 운애각은 규모가 큰 곳이라서 이 안에도 자신만의 강호가 따로 있단다. 그리고 이 강호는 젊은 세대가 싸워서 얻는 것이다. 각종 경쟁을 통해 향후 수련원에서 자신의 지위와 자원을 확보하는 거지. 그런데 네가 때렸던 두 사람은 젊은 세대 중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알려진 섬전맹의 일원이야.”
자장하가 그렇게 설명하면서 현재 운애각 내 젊은 세대의 세력에 대해 알려주었다.
자장하는 섬전맹이 항소운을 귀찮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항소운도 그런 그의 깊은 뜻을 알아차렸다.
운애각 내에서 젊은 세대 간의 싸움에 선배 세대는 관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적자생존의 경쟁이었다.
“병사가 오면 장수가 막고, 물이 오면 흙으로 덮는다고 하잖아요. 다 막아낼 방법이 있으니, 걱정하실 것 없어요.”
항소운이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넌 아직도 섬전맹의 무서움을 모르는구나. 섬전맹의 맹주는 섬전자란 녀석인데, 소뇌왕의 사촌 아우로 9품 화강경의 경지야. 얼핏 듣기론 왕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지녀서 젊은 세대 중 가히 1인자라 할 만하다고 하더라. 그리고 그 밑에는 두 명의 부맹주와 4대 호법이 있는데, 하나같이 비범한 전투력을 갖고 있어서 화강경 정점의 고수라 해도 그들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들 중 누가 와도 충분히 너를 해치울 수 있다고!”
자장하가 경고 섞인 말을 했다.
“사형,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런 김빠지는 얘기는 그만하죠. 그러지 말고 운애각에 어떤 좋은 수련 장소가 있는지나 알려주세요.”
항소운이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자장하는 항소운이 안색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을 보고 계속 얘기하기도 민망해졌다. 그는 소운의 부탁대로 운애각의 상황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도 운애각에서 지낸 시간이 짧은 터라 형식적인 내용만 들려주었지만, 그것만 가지고도 항소운에게는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
운애각에서 가장 수련하기 좋은 장소는 ‘운지각(雲之閣)’이란 곳이었다.
운지각은 가장 높은 산봉우리에 세워진 건물로 49층에 달해 하늘에 거의 닿을 수 있는 정도였다. 성진과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건축물이었다.
그곳에는 인황이 만든 대형 진법이 있어서 성진의 힘을 대량으로 모아 실력을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제자가 앞다퉈 이곳에 들어가려 했다.
다만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통행을 위해서는 공헌치가 필요했다. 공헌치는 무당전의 점수와 같은 개념으로, 공헌치를 운지각의 수련 시간과 맞바꾸는 것이었다.
운지각에 들어가기 위해선 많은 공헌치가 필요했다. 내문제자들은 꼬박 반년 동안 모은 공헌치로 이곳에서 겨우 며칠간 수련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은 단 며칠에 불과했지만, 나름 큰 성과를 거두기에 충분했다.
운지각은 수련 속도를 빠르게 향상시킬 뿐 아니라, 왕의 깨달음이 담겨 있어서 49층에 오르게 되면 인황의 가르침을 들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모두가 이곳을 원하고 있었다. 운지각 이외에도, 운애각에서는 매달 보름이 되면 왕급 장로가 연무장에서 경험을 전수했다. 임무각(任務閣)에서는 외부로 나가 수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극한을 뛰어넘어 수련하는 극한실도 있었다.
이것들은 전부 운애각의 수련 자원으로, 다른 곳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항소운은 자장하의 얘기를 듣고, 운지각과 극한실에 흥미가 생겼으나 다른 것에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
‘운지각은 공헌치가 필요하지만, 극한실은 누구나 갈 수 있다고 했어. 다만 극한실에 갔다가 큰 소란을 일으키진 않을까 걱정이야.’
항소운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기서 몇 년간만 열심히 수련해봐. 네 실력이면 왕의 경지에 오르는 것도 문제가 없을 거다.”
자장하가 항소운을 격려하며 말했다.
그때 갑자기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는 곳에 누군가 맹렬한 기세로 뛰어 들어왔다.
항소운과 자장하는 동시에 그자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스무 살가량의 젊은이였다. 네모나게 각진 얼굴과 짧게 깎은 머리, 진한 눈썹에 부리부리한 눈을 하고 있었다. 아주 다부져 보이는 자로 사람을 압도하는 기운을 풍기고 있어 예사 인물이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 자는 용휘의 제자인 탁의였다. 용휘가 가장 아끼는 제자이기도 했다. 용휘는 그를 친자식 대하듯 하면서 진우보다 훨씬 아껴주었다.
탁의가 아랫사람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항소운을 보며 말했다.
“네가 항소운이냐?”
항소운은 탁의를 향해 예를 올리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탁 사형.”
현재 그의 신분은 용휘의 수행원이었다. 용휘가 그를 자신의 먼 친척이라고 소개하기는 했으나, 그래도 수행원이란 역할을 잘 수행해야 했다.
“네가 문금서와 왕교화를 때린 거지?”
탁의가 퉁명스러운 말투로 캐물었다.
항소운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대답했다.
“네, 탁 사형.”
그러자 탁의가 항소운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명령조로 말을 했다.
“그럼 날 따라와!”
자장하는 재빨리 항소운에게 따라가지 말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항소운이 탁의의 시선을 마주보며 물었다.
“탁 사형,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따라오라면 따라올 것이지, 웬 잔말이 이렇게 많아?”
탁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제 용휘가 항소운을 데리고 왔을 때,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아랫사람을 통해 항소운이 스승님의 수행원이란 소리를 듣고, 자신의 수행원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항소운과 같이 신분이 낮은 인물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다만 항소운을 직접 만나고 보니, 이렇게 어린 나이에 문금서와 왕교화를 동시에 이긴 것을 보고 왠지 모를 위기감을 느꼈다.
그는 스승님이 항소운을 제자로 받아들이면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진 않을까 겁이 덜컥 났다. 그 나름의 직감이라고나 할까.
물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는 섬전맹의 일원이었다.
바로 그때, 어디선가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누구더러 따라오란 것이냐!”
그렇게 말한 사람은 용휘였다. 옆에는 류흔기가 따라오고 있었다.
“스승님! 류 장로님!”
탁의가 용휘와 류흔기에게 인사를 올리고는 대답했다.
“항소운 더러 따라오라던 참이었습니다.”
“흥, 분명 섬전맹에게 이 아이를 넘기려는 거겠지!”
용휘가 콧방귀를 뀌며 큰 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