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46
제146화 내가 왜 널 속여?
탁의는 용휘의 말투가 평소와 다른 것을 느끼고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스승님, 저 애가 우리 섬전맹의 형제를……,”
“그건 그 녀석들이 맞을 만했어. 너도 당장 섬전맹에서 나와서 앞으론 그 녀석들과 어울리지 말거라. 온 힘을 다해 수련해야 비천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단 말이다. 안 그러냐!”
용휘가 여러 사람 앞에서 탁의를 꾸짖자, 탁의의 안색이 갈수록 어두워졌다.
단 한 번도 스승에게 이런 꾸지람을 들어본 적이 없던 그는 속으로 이를 바드득 갈았다.
‘항소운, 두고 보자. 섬전맹이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다!’
그는 모든 것을 항소운의 탓으로 돌렸다. 항소운만 아니었으면, 스승님이 자신을 이렇게 차갑게 대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탁의는 용휘의 말에 풀이 죽은 채로 물러갔다.
그러자 용휘가 걱정스러운, 아니 다소 두려운 눈길로 항소운을 보며 물었다.
“도, 아니 소운아, 괜찮니?”
“장로님, 전 괜찮아요.”
항소운이 대답했다.
류흔기는 항소운을 대하는 용휘의 태도를 보고,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용 장로님은 소운이를 내어주실 마음이 없는 것 같군요. 뭐 어쩔 수 없지요. 그럼 저도 포기하겠습니다.”
류흔기는 항소운을 제자로 삼는 일로 용휘를 찾아가 상의를 했지만, 뜻밖에도 용휘는 단칼에 거절했다.
게다가 용휘가 항소운을 얼마나 아끼는지 직접 눈으로 보니, 그저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용휘의 실력과 지위가 자신보다 훨씬 높으니 어쩌겠는가.
류흔기는 용휘와 몇 마디 나누고는 먼저 자리를 떴다.
자장하는 이곳에 남아 항소운과 함께 밀린 얘기를 계속 나누다가 반나절 후 떠났다.
그 후 항소운은 운애각의 상황을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 용휘를 불러 섬전맹의 상황과 사람들이 모르는 운애각의 사정을 얘기해달라고 했다.
특별히 궁금음의 스승인 금황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알고 보니 금황은 오래전부터 유명한 인황이었다.
운애각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었고 또한, 운애성의 10대 인황 중 하나였다.
특히 고금 솜씨가 뛰어나 그 소리로도 적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니 감히 대적하겠다고 나서는 자가 없었다.
금황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나자, 항소운은 궁금음의 기가 막힌 행운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항소운은 운애각의 상황을 파악한 후, 바로 수련을 시작하지 않고 용휘를 통해 하류휘와 왕진천을 불렀다.
항소운은 이들 두 사람의 실력을 빨리 높일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와, 형님, 정말 대단하세요. 어떻게 저희를 내각으로 부르신 거예요!”
하류휘가 깜짝 놀라 말했다.
그는 아직 상처를 동여매고 있어서 웃을 때면 얼굴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져 흡사 돼지머리처럼 보였다.
왕진천은 아무 말이 없었으나, 그의 표정만 봐도 하류휘와 같은 심정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항소운은 설명하기도 복잡해서 아예 화제를 바꿔 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너희들은 실력이 더디게 느는 것 같아. 혹시 실력을 빨리 높이고 싶지 않아?”
그 말에 두 사람은 잔뜩 흥분한 얼굴이 되었다.
“형님, 무슨 방법이라도 있으신 거예요?”
하류휘가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그는 형님이 함부로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던 터라, 기대감에 부풀어 바짝 긴장했다.
항소운이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하류휘를 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물은 거잖아!”
“당연히 그러고 싶죠!”
하류휘와 왕진천이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대답했다.
그러자 항소운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내가 너희에게 고급 전결을 전수해줄게. 하지만 절대 다른 사람에게 알려줘선 안 돼. 설령 가족이라 해도 마찬가지야. 그것만 지킨다면, 너희에게 전수해줄게.”
그 말에 하류휘와 왕진천은 천지신명을 상대로 엄숙하게 맹세했다.
항소운은 자신이 예전에 기억해두었던 고급 전결을 두 사람에게 알려주었다.
고급 전결이 있으면, 수련 속도가 훨씬 빨라지게 되어 앞으로 그들은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항소운은 이들에게 어떤 보답도 바라지 않았다. 그저 이들이 지금보다 잘 지내길 바랄 뿐이었다.
하류휘와 왕진천은 전결을 얻은 후, 항소운에 대해 더욱 깊은 고마움을 느꼈다.
이어서 항소운은 그들에게 각각 4품 전투기술을 알려주면서, 반드시 화강경에 오른 후에 수련할 것을 당부했다. 그렇지 않으면, 본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힘에 되레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 사람은 다른 제자들이 쉽게 얻을 수 없는 전결과 전투기술을 갖게 되었다.
항소운은 두 사람을 보낸 후, 육소청을 조용히 불렀다.
이번에는 그녀와 단둘이 할 얘기가 있어서, 궁금음은 부르지 않았다.
육소청은 항소운을 보자마자 피풍의(避風衣)를 건네며 말했다.
“소운아, 이건 내가 직접 만든 거야. 맞는지 한번 입어봐.”
항소운은 육소청의 말에 가슴이 저려왔다.
그는 어려서부터 아버지 외에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을 거의 만나질 못했다. 그런데 평민도 아니고 수행자인 육소청이 직접 자신을 위해 옷을 만들다니.
그녀의 깊은 정에 항소운의 단단했던 마음은 일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진심은 결국 통하는 법일까.
항소운은 천천히 손을 내밀어 요수 가죽으로 만든 피풍의를 건네받았다. 한층 부드러워진 눈길로 육소청을 바라보았다.
“소청아, 고마워.”
육소청은 항소운의 달라진 눈빛을 느끼며,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
그녀는 온통 마음이 항소운에게 가 있었다.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정도였다.
항소운은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접혀있던 피풍의를 펼쳐 자신의 몸에 걸쳤다. 원래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외모가 한층 돋보였다.
“다행히 잘 맞네. 난 또 안 맞을까 봐 걱정했지.”
육소청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앞으로 다가와 항소운의 옷깃을 세밀하게 정리해주었다.
그녀의 청순한 얼굴이 바짝 다가서며 옅은 향기까지 풍기자, 항소운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품에 안았다.
그러자 육소청은 온몸이 녹아버리는 느낌에 그의 품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항소운은 마음이 복잡했다. 그는 계속해서 사랑을 피했으나, 더 이 착하고 순수한 소녀에게 상처를 줄 수 없었다.
마치 온 세상이 그들의 것이 되어버린 것처럼 두 사람은 아무런 말 없이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항소운이 육소청을 가볍게 밀어내고는 그녀의 수줍은 그러면서도 수정같이 맑은 두 눈을 보며 말했다.
“소청아, 난 지금 너에게 어떤 약속도 해줄 수가 없어. 난 미래가 확실하지 않은 사람이라, 앞으로 큰 위협과 맞닥뜨리게 될 거야. 그래서 너에게 가장 좋은 사람이라곤 할 수 없으니, 네가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줬으면 해.”
그러자 육소청이 굳은 의지가 담긴 눈빛으로 말했다.
“나도 충분히 생각했어. 네가 죽든 살든 상관없이 난 너와 함께 할 거야. 다시는 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
“아이고, 이 바보야!”
항소운이 그녀의 예쁜 코를 가볍게 어루만지며 다정하게 말했다.
육소청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에 푹 빠져 달콤한 느낌이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졌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발꿈치를 들어 항소운의 볼에 입맞춤을 하고는 금세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항소운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더니,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
“소청아, 전에 내가 했던 말 기억나? 네가 내 실력을 따라오기만 하면, 우리 함께 하기로 했잖아. 그런데 지금 네 실력은 너무 약해.”
육소청이 입을 삐죽 내밀며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네 말대로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 난 지금 화강경이라고.”
그녀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항소운과는 많은 격차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진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네가 화강경인 건 나도 알아. 하지만 그 정도론 안 돼. 내 여자가 되려면, 적어도 앞으로 인황 이상은 되어야 해.”
항소운이 진지한 얼굴로 말하자, 육소청의 눈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인황! 그 얼마나 강력한 존재란 말인가.
4성인 그녀의 체질로 그럴 기회가 있기나 할까?
“무슨 말인지 알겠어.”
조용히 눈물이 한줄기 흘렀다.
육소청은 그가 자신을 거절하기 위해 핑계를 대는 줄로 알았다.
그런 생각이 북받쳐 오르자, 그녀는 잠시도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아서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
뛰어나가려는 순간, 강한 힘이 실린 손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소청아, 왜 그래? 내가 이런 말을 한 건, 널 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란 뜻이었어. 난 네게 고급 전투기술을 전수해서 실력이 빨리 향상되게 할 생각이었단 말이야.”
항소운이 재빨리 해명하자, 육소청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진짜야?”
“바보야, 내가 널 뭐 하러 속이겠어!”
항소운이 육소청의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러자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던 육소청의 마음이 다시 따스한 봄날처럼 되살아났다.
항소운은 바로 그 자리에서 그녀에게 전결과 전투기술을 전수해주었다. 또한, 수련과정 중에 자신이 체득한 깨달음을 전수하여 어떻게 해야 실력이 빠르게 향상되는지 알려주었다.
총명한 육소청은 전수 받은 것들을 전부 기억하고는, 다시 진지한 태도로 되돌아가며 마음을 다잡았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수련해야지. 절대 소운이의 짐이 될 순 없어.’
항소운은 훨씬 다정해진 태도로 그녀를 대했지만, 자신의 말처럼 아직은 미래를 약속할 수 없어서 일부러 거리를 두고 있었다.
육소청은 자신이 항소운에게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이렇게 대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마치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소중한 하루를 보내고 난 뒤, 육소청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돌아갔다.
항소운은 용휘를 시켜 육소청을 이곳에 오랫동안 머물게 할 수도 있었으나, 그녀에게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관두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스스로 노력을 통해 차근차근 성장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았다.
육소청이 떠난 후, 항소운은 용휘의 장로 영패를 들고 궁금음의 별원으로 찾아갔다.
궁금음은 신분이 특별했다. 상위 10위에 드는 직전제자들과 마찬가지로 단독으로 별원을 쓰고 있었다.
물론 이런 별원은 장로원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작았지만, 내문제자들이 거주하는 곳에 비하면 훨씬 좋은 조건이었다.
항소운은 장로 영패 덕분에 통행이 금지된 구역을 제외하고는 내각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그가 용휘의 장로원을 나오자마자, 즉시 누군가 미행하는 것이 느껴졌다.
‘혹시 섬전맹 녀석들인가?’
순간, 항소운은 가까이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운애각은 크게 규범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젊은 세대 간의 싸움을 허용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이토록 과감하게 항소운을 미행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를 미행한 사람은 다름 아닌 용휘의 제자 탁의와 두 명의 젊은이였는데, 그 둘은 탁의와 비슷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항소운이 용휘의 장로원을 완전히 벗어나자, 기다렸다는 듯 탁의가 그 앞을 막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