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47
제147화 그건 추파였다
“탁 사형, 대체 절 이렇게 오래 미행한 이유가 뭡니까?”
항소운이 여유 있는 태도로 물었다.
“당장 나와 함께 가자!”
탁의가 어두운 얼굴로 다짜고짜 소리쳤다.
“안 가겠다면요?”
항소운이 되물었다.
“그럼 나도 어쩔 수 없지. 당장 이 녀석을 끌고 가자. 만약 저항하면 무력을 써도 좋다!”
탁의가 사나운 기세로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쪽에 있던 두 명의 젊은이가 항소운을 향해 바짝 다가섰다.
6품 화강경 이상의 실력을 지닌 자들이 좌우 양쪽에서 막아서자 항소운은 도무지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그들은 항소운을 양쪽에서 손을 뻗어 잡았다.
항소운은 이들이 어깨를 잡는데도 피하지 않고, 두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놓지 않으면, 후회할 텐데.”
“이 녀석이 입만 살아서는. 무서운 맛 좀 보여줄까!”
왼쪽의 젊은이가 소리쳤다.
오른쪽의 젊은이도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면 먼저 이 녀석의 팔부터 뽑아버릴까!”
탁의는 두 사람의 말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사실상 그들의 행위를 묵인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는데, 지금 당장 놓지 않으면 뼈저린 고통을 느끼게 될 거다!”
항소운이 재차 경고했다.
“흥, 그럼 네 놈 먼저 고통을 느끼게 해주마!”
왼쪽의 사내가 오른쪽 남자에게 눈짓하고, 동시에 항소운의 팔에 강력한 힘을 가했다.
으악! 으악!
숨이 꽉 막히는 순간에나 나올법한 비명이었다.
비명은 항소운이 지른 것이 아니라, 그를 붙잡고 있던 두 명의 젊은이가 낸 소리였다.
항소운은 그들에게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지 않고, 단지 불의 힘을 약간 이용했다.
두 사내는 갑자기 두 손에 불이 붙자 깜짝 놀라 불타오르는 손바닥을 연신 털어대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러길래 내가 놓으라고 했잖아. 그런데도 안 듣더니, 꼴 좋다!”
항소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는 운지염의 힘을 조금만 이용했다. 만일 전력을 다했으면 이 둘을 태우고도 남았다.
항소운은 운애각에서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 일이 발생했다간, 사람들의 관심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자신에게도 전혀 득이 될 게 없었다.
탁의는 부상당한 동료들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금세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항소운을 향해 소리쳤다.
“너 좋은 말로 할 때 따라가는 게 좋을 거야! 넌 우리 스승님의 일개 수행원일 뿐이라고. 순순히 내 말을 따르면 살려줄 수도 있지. 하나, 계속 그렇게 나온다면 넌 죽은 목숨이야!”
“허허, 전 스승님의 친척이라고요.”
항소운은 환하게 웃으며 맞받아쳤으나, 속으로는 탁의의 언행에 대해 경멸하고 있었다.
‘진짜 바보 같은 녀석이군. 네 스승은 내 꼭두각신데, 네가 무슨 수로 날 죽이겠단 거야?’
만일 탁의가 이 말을 들었다면,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피를 토했을 것이다.
“흥, 친척은 무슨. 네가 무슨 방법으로 스승님의 환심을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네 놈 생각대로 되진 않을 거다. 어서 해치워!”
탁의가 ‘흥!’하고 항소운을 무시한 뒤 그를 향해 공격을 가했다.
탁의는 교룡의 발톱처럼 항소운의 어깨를 움켜쥐려 노려 들었다.
항소운에게 절대 피할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듯 아주 빠른 속도로 공격해 들어갔다.
그러나 그의 동작을 완벽히 간파한 항소운이 가볍게 공격을 피하면서, 허탕을 쳤다.
탁의 역시 대단한 실력을 소유한 자였기에, 허공을 휘두른 손의 방향을 갑자기 바꿔 항소운의 얼굴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공격이 명중하기만 하면, 항소운의 얼굴은 망가질 것이 뻔했다.
그걸 본 항소운이 눈썹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더 이상 말로 해선 안 되겠군!”
항소운은 갑자기 손을 뻗어 탁의의 팔을 붙잡고 있는 힘껏 비틀었다.
우드득!
악!
탁의는 팔이 부러지자 돼지 멱따는 비명을 지르면서 굵은 땀을 연신 흘렸다.
“이건 네 스승님을 대신해 어리석은 제자를 훈계한 거야. 그런데도 너희 섬전맹이 다시 날 귀찮게 한다면, 그땐 너희를 모두 해체시켜 버리겠다!”
항소운이 사납게 소리쳤다.
탁의는 여전히 승복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럼 날 죽여보시던가. 섬전맹을 욕되게 하는 자는 용서할 수 없다!”
“단단히 미친 녀석이군!”
항소운이 탁의를 발로 걷어차자 그는 바닥에 고꾸라지고 말았다. 항소운은 바닥에 널브러진 이들 세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궁금음의 처소로 향했다.
탁의가 독이 잔뜩 오른 얼굴로 항소운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조무래기 녀석,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
항소운은 숲속 오솔길로 접어들자 방금 일은 까맣게 잊은 것처럼 편안한 얼굴이 되었다.
사실 그는 이런 싸움을 아주 싫어했다.
‘내가 조용히 수련할 수 있도록 잠시만 내버려 둘 순 없나?’
항소운이 계속 싸움에 휘말리는 자신의 신세에 대해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 * *
얼마 후, 항소운은 궁금음의 별원에 도착했다.
이곳은 풍경이 수려하고 조용한 곳으로, 안에서는 듣기 좋은 고금 소리가 들려왔다.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고금 소리는 마치 봄날의 새가 지저귀고 산에서 맑은 물이 졸졸 흘러내리는 것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또한 고금 음률에서 그리움과 슬픔이 어렴풋이 느껴져 절로 마음이 가라앉았다. 아마도 그 소리는 가질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애처로운 마음이리라.
문득 고금 소리가 멈췄다. 그러나 여음이 계속 넘실거려 그 속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항소운은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 그는 어릴 때 무술을 익히지는 않았으나, 먹고 마시며 노는 것에는 정통했다. 따라서 방금 고금을 연주한 자가 비록 조예는 높지 않으나, 천성적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타고났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연주자는 머지않아 음(音)으로 사람을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경지에 이를 것이 분명했다.
‘설마 궁금음인가?’
항소운은 궁금증을 감추지 못했다.
별원 가까이 다가가자, 노파 하나가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걸음을 멈춰라!”
항소운은 허리를 굽히며 공손히 말했다.
“대인, 궁금음 아가씨께 항소운이 찾아왔다고 말씀 좀 전해주십시오.”
노파가 항소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상관없는 사람은 이곳에 들어올 수 없다!”
항소운은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서 바로 용휘의 장로 영패를 꺼내 들었다.
그는 이 장로 영패가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뜻밖에도 노파는 이를 완전히 무시했다.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상관없는 자는 들어올 수 없다!”
놀랍게도 노파는 용휘보다 강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항소운은 그 무서운 기세에 눌려 별원 안으로 들어가기 힘들 거란 걸 느꼈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돌아설 항소운이 아니었다.
항소운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궁금음, 밖으로 나와!”
“네가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노파가 사납게 소리치며 항소운을 공격하려는 순간, 궁금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매(梅) 할멈, 괜찮아. 저 사람은 내가 부른 거야.”
그러자 노파가 주춤하더니 의미심장한 눈길로 항소운을 찬찬히 훑어보고는 조용히 사라졌다.
별원 입구로 나온 궁금음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어디 다친 데는 없지?”
항소운이 가볍게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네, 괜찮아요. 어르신과는 아무 일 없었어요.”
말은 이렇게 했으나, 실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저가 조금만 늦게 나왔으면, 큰일 날 뻔했잖아!’
“응, 네가 직접 날 찾아올 줄은 몰랐거든. 이럴 줄 알았으면 매 할멈에게 미리 귀띔이라도 해두는 건데.”
궁금음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말을 계속했다.
항소운이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멀쩡한데요, 뭐. 진짜 괜찮아요.”
그러더니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운애각에서 사저의 위치가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네요. 왕의 경지에 오른 자가 문을 지키다니 말이에요.”
궁금음이 자신의 위상이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다.
“다 스승님 덕분이지.”
그러고는 항소운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항소운은 정원에 궁금음이 혼자 있을 거로 생각했으나, 뜻밖에도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곳에는 운애각과 화염산에서 만난 적이 있던 아름다운 여인, 이아훤이 있었다.
푸른 천의 옷을 입은 그녀는 아름다운 몸매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아리따운 얼굴은 사람을 홀릴 정도로 오묘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보통 소년이라면 그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기 힘들 정도였다.
항소운이 이아훤을 본 순간, 이아훤 역시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그를 찬찬히 훑어보고 있었다.
항소운은 이미 얼굴을 바꾼 터였다. 자신은 이아훤을 알아봐도 그녀는 그가 화염산의 항소운인 지를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그녀는 화염산 이후 항소운의 행적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고, 지금 이곳에 나타난 이유도 바로 항소운 때문이었다.
홍루의 부(副)맹주인 이아훤은 홍루에서 가장 위상이 높은 여인이었다.
“이 사저, 이 아이가 바로 우리가 방금 얘기하던 항소운이에요.”
궁금음은 항소운의 항패왕 신분을 폭로하지 않고, 마치 이아훤이 항소운을 처음 대면하는 것처럼 소개했다.
이아훤이 우아한 자태로 일어나며 미소를 지었다.
“생각한 대로 잘생긴 청년이네. 궁 사매가 관심을 가질 만해. 난 이아훤이야. 만나서 반가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몰래 항소운에게 눈길을 던졌다.
그건 눈길이 아니라 여자의 추파였다.
보통 남자였다면 그 눈빛에 넋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하나, 항소운은 어려서부터 미인들을 많이 봐온 터라 남들보다 평정심이 뛰어났다.
그가 표정의 변화가 전혀 없이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저는 항소운이라고 합니다. 사저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항소운이 점잖게 인사를 하자, 그 모습에서 고귀한 기품이 느껴졌다.
이아훤과 궁금음은 식견이 몹시 높은 사람들이었으나, 왕이 군림한 듯한 항소운의 위엄 있는 모습을 보며 그 존귀한 기세에 마음이 흔들렸다.
“자, 다들 편하게 앉아 차나 마시며 얘기 나누죠.”
궁금음이 주인 된 도리로 말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세 사람이 자리에 앉자, 궁금음이 돌 탁자 앞의 다기를 이용해 능숙하게 차를 끓이기 시작했다.
다도와 고금 연주는 마음을 수련하는 행위였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고요한 상태로 만들고 정성을 들여야 자연스럽게 좋은 차를 만들고 훌륭한 연주를 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다도는 현재 궁금음이 필수적으로 익혀야 할 덕목이었다.
잠시 후, 향긋한 차향이 사방으로 가득 퍼지자 이아훤이 감탄하며 말했다.
“궁 사매, 정말 다도 솜씨가 뛰어난데!”
“과찬이세요. 어서 드셔보세요.”
궁금음이 웃으며 답하더니, 이아훤과 항소운에게 차를 한 잔씩 따라주었다.
이아훤은 찻잔을 들어 그대로 마신 반면, 항소운은 먼저 향을 맡더니 천천히 찻잔을 돌린 후 조금씩 맛을 음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