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50
제150화 들켰다
이제 항소운은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그가 온 힘을 불러일으켜 신도합일의 상태를 만들었다. 순간, 도의(刀意)가 실린 칼이 매서운 기세를 내뿜으며 순식간에 수없이 많은 사람의 머리가 잘려 나갔다.
“덤벼라! 네 놈들을 전부 저승으로 보내주마!”
항소운이 분노로 가득 찬 눈을 번뜩이며 불(火)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몸 안의 운지염까지 불러일으키자 천 년을 간직한 불꽃이 사방을 불태우며 병사들의 몸에 붙는 바람에 전장은 삽시간에 불바다가 되어버렸다.
항소운이 한창 신이 나서 병사들을 죽이고 있을 때, 갑자기 고금 소리가 멈췄다.
그러자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어지러운 전장과 병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항소운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섰다.
그는 손에 쥔 전천도를 보고 몸에서 흘러나오는 화력을 느끼며 속으로 외쳤다.
‘아차차! 내가 속았구나!’
항소운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모든 기운을 거둬들였다. 그는 분함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그 고상한 여인을 쳐다보았다.
방금 그는 상대의 고금 소리에 완전히 놀아난 것이다. 만일 상대가 그를 죽일 마음만 있었다면, 아주 쉽게 죽일 수도 있었다.
항소운은 다른 사람에게 통제를 당했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었다. 생각할수록 자신의 실력이 너무 형편없다는 생각만 들었다.
“잘했다, 아주 잘했어. 도의를 깨치다니, 정말 대단하구나. 그래서 네가 금도를 무시했던 거로구나.”
획쟁이 감탄을 감추지 못하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네 몸에 있는 천년 지심화는 분명 화염산의 새 불꽃이겠지. 네가 이렇게 뛰어난 재능과 기연을 가진 줄은 미처 몰랐구나.”
“이제 저에 대해 다 아셨으니,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세요!”
상대방이 자신의 모든 것을 알아버렸으니, 그저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천년 지심화는 운애각이 줄곧 눈독을 들이던 물건이었다. 상대가 강제로 빼앗아간다 한들 그로서는 저항할 능력도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고금 실력을 뽐냈던 자신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 일만 아니었다면, 이 여인이 이곳에 나타날 일도 그리고 자신을 시험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획쟁이 담담히 웃으며 항소운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산들바람처럼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항소운입니다!”
“그래, 앞으로 널 소운 동생이라 부를 테니, 넌 날 획쟁 누님이라 부르도록 해라. 그렇게 오누이로 지내자꾸나.”
획쟁이 큰 눈을 깜빡이며 꾸밈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궁금음과 이아훤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두 사람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획쟁을 보면서, 자신들이 환청을 들은 것은 아닌지 혼란스러워했다.
명색이 인황이란 자가 화강경 소년과 오누이로 지내겠다니,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자포자기의 심정이던 항소운은 뜻밖의 결과에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누님, 그럼 약속하신 거예요. 전 어려서부터 누님처럼 예쁜 누나를 갖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렇게 이뤄지다니 너무 기뻐요!”
그러자 획쟁이 생글거리며 말을 받았다.
“이제 내가 누나니까, 앞으로 내 말 잘 들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혼날 줄 알아!”
“누님이면 당연히 동생을 먼저 아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항소운이 되물었다.
“흥, 난 널 응석받이로 만들 생각은 없다고! 앞으로 열심히 검술을 수련하면서,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 비록 난 칼을 연마하진 않았지만, 널 가르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획쟁이 이웃집 누나처럼 당부의 말을 했다.
“걱정 마세요. 절대 누님 체면을 떨어뜨릴 일은 없으니까요.”
항소운이 가슴을 툭툭 치며 말하더니,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누님, 이렇게 잘생기고 재능 있는 동생도 생겼는데, 선물이라도 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도 명색이 인황인데 체면이 있잖아요.”
그의 말에 획쟁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살짝 웃었다.
“이거 갑자기 후회되는걸. 넌 너무 잘난 척을 한단 말이지. 이러다 내가 지금까지 일궈온 명성도 없어지는 거 아냐?”
그러더니 순간 그녀의 손에 옥패가 나타나 항소운에게 전해졌다.
“이건 취성옥(聚星玉)이란 건데, 네게 선물로 줄게. 대신 절대 이걸로 운애각의 질서를 어지럽혀선 안 돼. 안 그랬다간 내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
획쟁이 그렇게 신신당부를 하더니,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이따가 매 할멈을 시켜 네게 따로 처소를 마련해줄게. 그러니 앞으로 수련에 몰두해서 열심히 실력을 높이렴. 나중에 당대 제일의 도객(刀客)을 소개시켜줄 테니 스승님으로 모시고 열심히 배워야 한다. 이 누님 실망시키지 말고, 알았지?”
획쟁이 항소운에게 준 취성옥은 예전에 무당전에서 얻었던 잡옥과 비교도 되지 않았다.
취성옥은 영패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위쪽은 고금 모양으로 조각되어 있었는데 그 위에서 은은하고 신비한 기운마저 감돌아 잠시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았다.
이것은 진정한 취성옥으로, 성력을 흡수하는 속도를 3~5배 정도 향상시키는 효능을 발휘했다.
이 정도면 최상급 약왕에 버금가는 가치라, 왕의 경지에 오른 자도 탐낼만 했다.
획쟁은 이렇게 귀한 물건을 선뜻 내어준 것이다.
이것만 봐도 그녀가 항소운을 동생으로서 얼마나 마음에 들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호감은 항소운이 그녀의 비범한 분위기를 겁내지 않는 데다, 금도에 대한 재능과 도의에 대한 깨달음을 그녀가 매우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를 동생으로 삼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누님, 정말 감사해요. 절대 누님이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요!”
항소운이 취성옥을 손에 쥔 채 진지하게 말했다.
이어서 획쟁이 궁금음을 보며 말했다.
“금음아, 금도(琴道)에 있어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앞으로 소운이와 얘기를 나누도록 해라. 소운이는 음공을 연마하진 않지만, 고금에 대한 조예는 너보다 훨씬 깊단다.”
“예, 스승님, 앞으로 항, 사숙님께 가르침을 청하겠습니다.”
순간, 궁금음은 항소운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결국 사숙이란 글자를 어렵게 입에 올렸다. 물론 사숙이란 호칭은 그녀가 진정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그러자 획쟁이 가볍게 웃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너희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니, 굳이 항렬을 따져서 호칭을 바꿀 필요는 없단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궁금음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
이번에 획쟁은 이아훤을 보며 말했다.
“넌 이(李) 호법(護法)의 손녀지? 재능이 아주 뛰어나더구나. 하나, 지금보다 더 열심히 수련해야 할 거야.”
그러고는 다시 눈길을 돌려 항소운을 잠시 응시하더니, 그곳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금황이 가고 나자, 이아훤이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진짜 가신 거 맞지?”
이 한마디로 홍루의 부맹주가 금황 앞에서 얼마나 긴장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사저, 그래도 스승님이 무서운 분은 아니세요.”
옆에서 궁금음이 다독이자, 이아훤이 볼멘 소리로 말했다.
“정말? 그런데 너도 대인 앞에선 잔뜩 긴장하고 있던데.”
그러자 궁금음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언제 그랬어요. 전, 소운이가 스승님께 맞을까봐 걱정이 되어 그런 거죠.”
사실 그녀는 획쟁의 제자긴 했지만 직접 만난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보통은 매 할멈이 그녀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래서 매번 스승님을 뵐 때마다, 긴장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자 항소운이 취성옥패를 만지작거리며 담담히 웃었다.
“누님은 인황이긴 하지만, 마음씨도 착하고 스스럼이 없는 사람이에요. 사저들이 누님을 두려워하는 건 오로지 그분의 위상만 바라보는 그런 생각에 사로잡혔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다 너처럼 겁 없이 날뛰는 줄 알아? 다른 인황이었으면, 넌 진작에 죽었을 거야.”
이아훤이 눈을 흘기며 대꾸했다.
궁금음도 그 말에 공감한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사저 말이 맞아. 소운아, 앞으론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항소운은 그녀들의 충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 말 없이 웃더니, 취성옥패를 품에 넣었다.
‘이것만 있으면, 수련 속도도 훨씬 빨라지겠지!’
항소운이 몹시 만족한 듯 속으로 중얼거렸다.
두 여인이 취성옥패를 부러운 듯 바라보더니, 이아훤이 구미가 당긴 듯 말했다.
“소운아, 금황 대인은 널 정말 아끼시나 봐. 궁 사매는 비교도 안 되게 말이야.”
그러자 궁금음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소운이는 저보다 뛰어나니, 스승님이 특별히 대하시는 것도 당연하죠. 그리고 전 지금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하하, 사저들 그렇게 부러워할 필요 없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제가 이런 것 몇 개쯤 드리는 건 문제도 아니에요.”
항소운이 호탕하게 가슴을 치며 말했다.
“넌 최상급 취성옥이 무슨 시장에서 파는 물건인 줄 알아?”
이아훤이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흠, 이건 최상급까진 아니고, 기껏해야 상급 정도에요.”
항소운이 이렇게 대꾸하자, 이아훤은 그의 말이 지나치단 생각이 들어 그를 살짝 째려봤다.
이게 최상급 취성옥이 아니라면, 다른 왕급 장로들이 가진 취성옥은 아무 가치도 없는 돌덩어리란 말인가.
물론 그녀는 항소운이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견문이 넓은 사람이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본래 항소운은 궁금음과 할 얘기가 있어 이곳을 찾았으나, 이아훤이 있어 말을 꺼내기도 쉽지 않아 먼저 자리를 뜨려 했다.
“소운아, 왜 벌써 가려는 거야? 스승님이 네게 별원을 따로 마련해준다고 하셨잖아.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으니까, 얘기나 더 하자.”
궁금음은 소운과 더 얘기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그래, 우리도 할 얘기가 있으니까, 우선 앉아봐.”
이아훤이 옆에서 거들었다.
“음, 무슨 일인데요?”
항소운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혹시 섬전맹이 널 찾아가진 않았어?”
이아훤의 물음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요.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항소운이 태연하게 대답하자, 이아훤이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그런데도 무섭거나 걱정되지 않는 거야? 앞으로 금황 대인이 널 지켜줄 거라 하지만, 그분은 젊은 세대의 일에 관여하지 않으신다고. 그러니 섬전맹이 널 봐줄 거란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래도 별 상관없어요. 신경도 쓰지 않는걸요.”
항소운이 담담히 말했다.
“섬전맹이 너 하나 공격하고 끝날 줄 알아? 우리 홍루에 들어와야 섬전맹도 널 함부로 건들지 못한다고. 그리고 우리는 외부 사람이 홍루 사람을 건드리는 걸 절대 용납 못 해.”
이아원이 그렇게 제안하고 다시 말을 덧붙였다.
“금음이도 우리 홍루의 명예 부맹주 중 하나야.”
이아훤은 그가 분명 궁금음에게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항소운이 홍루에 들어오라는 제안을 거절할 리는 없다고 판단했다.
궁금음도 옆에서 설득했다.
“그래, 소운아. 홍루로 들어와! 네 실력이면 분명 크게 성장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