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52
제152화 범의 위력
탁의가 잔뜩 흥분해서 말을 늘어놓더니, 항소운에게 사태의 책임을 떠넘겼다.
항소운이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비천경 1인자? 하하, 기회가 되면 그자의 얼굴 한번 봐야겠네.”
그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자신의 처소로 들어가 버렸다.
“항소운, 넌 네 결정을 후회하게 될 거야!”
탁의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용휘가 나타나 그의 뺨을 매섭게 휘갈겼다.
악!
탁의는 비명을 질렀고, 그 충격에 앞니 여러 개가 날아갔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 넌 이제 내 제자가 아니다!”
용휘가 단호한 얼굴로 소리쳤다.
탁의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에 그저 멍하니 스승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항소운은 탁의와 같은 녀석을 신경 쓸 시간도 없었다. 그는 며칠간 폐관 수련을 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탄탄히 다진 후 극한실에 도전할 생각이었다. 물론 운지각에서 며칠 수련을 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순 없었다. 어쨌든 하루빨리 실력을 화강경 정점까지 올려야 했다.
왕의 경지에 오르는 것은 현재 그의 가장 큰 목표였다.
비천경에 오르기만 하면, 위급한 상황에서 빠르게 도망치거나 숨는 것도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었다.
항소운은 안력(眼力)을 몸 안으로 집중해 성해건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는 운지염을 흡수하면서 남은 힘을 성해건곤으로 보내 백호 뼈와 최상급 금강석을 제련하는 데 사용했었다.
운지염의 힘은 최상급 금강석을 충분히 융해시킬 수 있었다. 융해된 금강석은 금진액으로 흘러 들어가 전천도의 파손된 부분을 메우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백호 뼈는 운지염의 힘에도 융해되지 않고, 그저 조금 부드러워졌을 뿐이었다.
따라서 항소운은 며칠간 운지염의 불의 힘을 이용해 백호 뼈를 완벽히 제련시켜 전천도를 최대한 복원시킬 계획을 세웠다.
전천도는 비범한 무기라 복원만 된다면, 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항소운은 운지염의 모든 힘을 흘려보내 백호 뼈를 태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운지염의 화력이 세차게 용솟음치면서 도도한 불길이 백호 뼈를 완전히 감쌌다.
일전에 화력의 일부분만으로 뼈를 태우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운지염의 모든 힘을 집중시키자 범상치 않은 화력이 뿜어져 나왔다.
다만 백호 뼈는 단단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서 운지염이 전력을 다해 태우고는 있지만, 바로 융해되지는 않았다.
항소운은 인내심을 가지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조만간 백호 뼈가 완전히 녹아 전천도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사흘 밤낮이 지났다. 드디어 백호 뼈가 조금씩 융해되는 조짐을 보였다.
어흥!
순간, 백호 뼈 위로 갑자기 백호의 형상이 나타나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것은 백호 뼈에 남아있던 백호의 정기(精氣)였다.
항소운은 백호의 정기를 느끼며 왠지 모를 친근함에 젖어 들었다.
이미 백호의 혼령을 제련시켰기 때문에, 백호의 정기는 그에게 어떤 위협도 가하지 않았다.
그는 백호의 정기가 나타나자,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일전에 백호의 혼령을 제련할 때, 백호의 살기(殺氣)도 함께 두 번째 성진으로 보냈었다. 그런데 혼령의 힘이 대부분 명혼 공간에 동화되면서 그가 지녀야 할 백호의 위력이 줄어들게 되었다. 어쩌면 그는 본래 백호의 살기와 공명(共鳴)하지 않아서 그 힘을 운용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백호의 정기가 떡 하고 나타나니 기쁘지 않을 수 있나.
“나와라!”
항소운은 백호의 정기를 소환했다.
백호의 정기는 친근한 기운을 풍기면서 성해건곤 밖으로 나왔다.
순간, 항소운은 전천결을 운행하면서 백호의 정기를 두 번째 성진으로 흘려보냈다.
백호의 정기는 조금의 저항도 없이, 항소운이 운용하는 대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갔다.
두 번째 성진에 있던 백호의 살기는 백호의 정기를 느끼자, 갑자기 활발하게 움직이더니 범의 소리로 울부짖었다.
뿐만 아니라, 명혼 공간의 어떤 힘이 공명을 불러일으키면서 그의 영혼도 수혜를 받게 되었다.
그는 재빨리 활성화된 힘을 백호의 정기와 한데 융합시켜 수차례 운행시켰다. 온몸이 백호 정기의 힘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그런 과정을 통해 그의 신체와 정신은 한층 강해지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명혼 공간 한가운데 백호 족의 타고난 공격 능력이 어슴푸레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것은 백호 족에 계승되어 내려오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항소운이 이를 얻게 된 것이다.
백호족의 공격 능력은 항소운에게는 예상치 못한 커다란 선물이었다.
백호 족은 요수 족의 최상위 등급이다. 막강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항소운이 백호의 정기를 깨닫기는 무리였다.
그러나 금하곡에서 얻은 백호의 혼령에 의해 생겨난 힘이 백호의 정기와 만나게 되면서 부분적으로 항소운에게 계승되었다.
비록 적은 양이었지만 항소운은 그 사실을 깨닫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범의 포효는 일종의 음파 공격이었다. 사자족의 사자후만큼 유명하진 않으나 그렇다고 파괴력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면, 무서운 공격 수단이 될 수 있었다.
범의 포효는 온 산천을 뒤흔들 정도로 위력이 있어서, 천하의 미물 중 그 소리에 놀라 승복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항소운은 백호의 혼령을 얻을 당시, 범의 포효를 어느 정도 이해하긴 했지만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제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으니 다시 이 공격을 쓰게 된다면 분명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것이 틀림없었다.
이 기술 외에도 백호지익과 백호살강이라는 두 가지 기술이 더 있었다.
백호지익이란, 백호의 날개가 자라나는 능력으로 하늘을 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유자재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호족이 이 능력을 얻게 되면, 진정 범이 날개를 단 격으로 전투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다만 인간족인 항소운이 백호지익의 능력을 얻었다 한들 사용이나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몰랐다.
백호살강은 공격형 능력으로, 범의 살기를 활성화시켜 투지를 높이고 용맹한 기세를 발휘하여 범의 살기가 상대를 덮치는 공격 수단이었다.
명혼 공간에 있던 그의 영혼은 세 기술의 강력함을 느끼고 바로 흡수해버릴 기세였다.
그러나 지금은 백호 뼈를 태우는 중요한 순간이라 마음을 분산시킬 수 없어 잠시 억누르고 있었다.
이때, 백호 뼈는 조금씩 융해되고 있었다.
항소운이 전천도를 조심스럽게 보내자, 전천도에서 용과 호랑이의 포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범의 포효는 귀청이 떨어질 만큼 소리가 커서, 마치 살아있는 생명처럼 융해된 백호 뼈를 단숨에 삼켜버렸다.
백호 뼈가 전천도에 완벽히 스며들자, 순간 전천도에서 살기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수많은 깨진 틈들이 조금씩 복원되기 시작했다.
항소운은 백호 뼈로 전천도를 대부분 회복시켰으나, 완전히 복원시키기 위해선 최상급 재료가 필요함을 느꼈다.
백호 뼈는 주재료일 뿐, 이를 뒷받침할 부재료 없이 완전한 복원은 불가능했다.
최상급 금강석은 부재료라 할 수도 없었지만, 이 상황에서 급한 대로 쓸 수밖에 없었다.
한편, 백호 뼈가 전천도로 녹아들자 칼날이 빛을 발하면서 칼끝이 한층 날카로워졌다. 살기의 기운과 자줏빛 천둥의 힘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용과 호랑이의 기세가 선명히 드러나 비범한 기운을 풍기는 칼이 되었다.
패왕전천도는 겨우 3할의 위력을 회복했으나, 이미 왕급 무기는 물론 황제급 무기에 버금가는 수준이 되었다.
여기서 한층 더 보완하여 최초의 위력을 회복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절세 신검이라고 불려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항소운은 전천도를 불러 칼날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간간이 전해오는 친근감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드디어 모습을 어느 정도 회복했구나. 위력이 훨씬 강해졌겠는데.”
그는 당장이라도 전천도의 위력을 시험해보고 싶었으나, 지금 사용하게 되면 고수들의 시선만 끌 뿐이어서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
‘전천도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기 전엔 다른 칼을 써야겠어.’
항소운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재능이 뛰어날수록 뭇사람의 적이 된다는 세상사 이치를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이미 전천도와 친밀감을 형성했으니, 성해건곤에 두고 천천히 회복시키는 것도 나름 좋은 방법이었다.
다만 전천도 외에 따로 사용할만한 무기가 없어서,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적당한 다른 무기를 찾아야 했다.
다행히 용휘는 비천경에 오른 왕이었다. 진귀한 물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어서 무기 한두 개쯤 빌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항소운은 그런데도 용휘를 찾아가지 않고, 일단 천안석(天眼石)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 천안석은 홍랑채에서 운 좋게 얻은 물건이었다.
이 안에는 천안(天眼: 원근ㆍ전후ㆍ내외ㆍ주야ㆍ상하를 자유자재로 볼 수 있는 눈)을 뜰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이 있는 게 분명했다.
항소운은 천안석을 갈라 그 안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들어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으나, 고민 끝에 그냥 두기로 했다.
어쨌든 그는 천안에 버금가는 명혼 공간이 있어서, 공간을 뛰어넘어 다른 사람이 느낄 수 없는 것까지 구석구석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천안석을 잘 두었다가 말썽쟁이 여동생에게 선물로 줄 생각이었다.
“늘 말썽만 부리던 녀석이 지금은 잘 있나 모르겠네. 실력은 또 얼마나 올랐을까!”
항소운은 문득 장난꾸러기 동생이 그리워졌다.
그에게 있어 여동생은 아버지 외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와 달리 동생은 일찍부터 절세 고수의 직전제자가 되어 집을 떠나 수련을 했다.
이따금 그들을 보기 위해 돌아오곤 했다. 자주 볼 수는 없었지만 남매의 정은 여전히 깊었다.
항소운은 고개를 저어 잡념을 떨쳐내고는 수련을 시작했다.
현재 그가 있는 곳은 용휘의 폐관실이었다. 이곳은 진법으로 주변과 분리돼있어 수련 동작이 밖에 알려질 염려가 없었다.
그는 가장 먼저 범의 포효를 시험해보기로 했다. 명혼 공간을 통해 백호의 계승 장면을 쉴 새 없이 떠올리자 온몸에서 범의 살기가 끓어올랐고 숨을 참았다가 내뱉자 갑자기 입에서 범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흥!
순간, 범의 포효소리가 작은 공간을 가득 메우며 메아리쳤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 음파는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이 쉽게 물리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범의 포효의 진정한 위력이구나!”
항소운이 몹시 만족한 듯 혼자 중얼거렸다.
이어서 그는 반복해서 몇 차례 포효하면서 그 핵심을 파악했다.
어쨌든 전승된 기술인데다 그의 몸에는 본래 백호 혼령의 힘이 흐르고 있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수련할 수 있었다.
다만 후에 나온 두 초식은 난이도가 높았다.
그는 호족이 아닌 인간족이라서 두 기술을 깨닫기 위해선 뛰어난 이해력이 필요했다.
“백호지익은 지금 수련하면 되지만, 백호살강은 적어도 비천경에 올라야 수련할 수 있겠어.”
항소운이 자신의 한계를 생각하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해서 그는 백호지익부터 수련하기 시작했다.
이 기술만 잘 습득하게 되면, 비천경에 오르지 않아도 하늘을 날 수 있었다.
이런 생각만으로도 그는 가슴이 벅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