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59
제159화 훌륭한 인재로군
항소운이 구중뢰의 별원으로 쳐들어가 섬전맹을 이겼다는 소식은 날개 돋친 듯 퍼져나갔다. 구중뢰가 바지에 똥오줌을 지릴 정도였다는 소식이 더해졌다.
한편, 어느 고급 장로원에서는 제자가 죽었다는 비보를 접한 하락이 침통한 표정으로 이 소식을 보고한 집사에게 물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하나도 빠짐없이 소상히 보고하도록 해라!”
집사가 재빨리 사건의 경과를 보고하자, 하락이 눈썹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장수를 죽인 제자는 운애각에서 파문됐고, 항소운은……! 흥, 아무리 전투 왕의 무공을 지녔다 해도 절대 살려둘 수 없다.”
“대인, 하나 그 녀석은 금황의 제자와 한 편인 것 같습니다.”
집사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흥, 도려만 아니면 상관없다. 금황 대인도 그런 사소한 일까지 신경 쓸 틈이 없을 테니, 빨리 가서 처리하도록 해라.”
하락이 집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운애각 내에서는 선대가 젊은 세대의 일에 관여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었으나 사람이 죽었으니 이번에는 달리 처리해야 했다.
한편, 또 다른 곳에서는 사삼천의 수호자가 항소운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사람이 죽었다고? 보아하니, 중품 수정 만 개는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겠군.”
운애각의 수많은 장로들은 새롭게 나타난 소년 강자에게 깊은 흥미를 느꼈다.
이런 소년을 제자로 삼게 된다면, 이 얼마나 체면이 서는 일이겠는가. 게다가 앞으로 뛰어난 왕이나 인황으로 키울 수도 있으니, 그들에게 이보다 중요한 일은 없었다.
많은 장로가 항소운의 내력을 알기 위해 그에 관한 온갖 정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운애각 깊은 곳에는 고급 장로원이 하나 있었다. 그곳은 부각주(副閣主)가 전용으로 사용하는 공간이었다.
부각주의 이름은 천욱(天旭). 겉모습은 서른 살 정도의 아주 건장한 청년이나 실은 백 살을 훌쩍 넘긴 나이였다.
천욱은 일찍이 운애각에서 천재적인 인물로 유명했다. 유명한 세력가 출신이 아니라서 오로지 자신의 능력만으로 부각주의 자리까지 오른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지금, 세속을 초월한 듯한 비범한 풍격의 부각주 앞에는 류흔기와 자장하 두 사람이 서 있었다.
류흔기는 본래 부각주를 곁에서 모셨고, 자장하는 항소운의 일로 이곳을 찾은 것이다.
“그 항소운이란 아이가 무당전에서 온 소년이란 말이지?”
천욱이 고서를 든 손을 뒤로 한 채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두 사람에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왠지 모를 강한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부각주 어른, 그 일이라면 제 제자가 잘 알고 있습니다.”
류흔기가 이렇게 답하더니, 자장하를 보며 말을 재촉했다.
“장하야, 어서 항소운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거라.”
자장하는 잠시 망설이다가 항소운에 관한 이야기를 부각주에게 아뢨다.
설령 자신이 숨긴다 해도 상대가 사람을 보내 조사만 하면 금방 알게 될 내용이었다.
“음, 푸른 하늘을 비춘 5성 지체가 겨우 2년 만에 3품 수행자에서 7품 화강경에 올랐단 말이지?”
천욱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5성 지체는 작은 마을에선 극히 보기 힘들지만, 운애성에서는 매년 이런 재능의 제자가 새로 들어오곤 했다.
따라서 이 점은 그리 놀랍지 않았으나, 천욱을 진짜 놀라게 한 것은 항소운의 성장 속도였다.
물론 운애각의 천재들도 어려서부터 수련을 시작하여 재능과 기연을 통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항소운이 단지 2년 만에 이토록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은 자신의 경험으로 볼 때 듣도 보도 못한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게다가 그가 현 경지에서 전투 왕이 되었다는 것은 영약이나 치료 단약의 힘을 빌린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자신의 재능과 기연을 통해 착실히 무공을 쌓았다는 의미였다.
‘분명 큰 기연을 가진 소년이 틀림없어.’
천욱이 확신에 차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때, 류흔기가 입을 열었다.
“항소운은 용휘 장로님이 데려온 아이로, 장로님의 먼 친척이라 들었습니다. 저도 본래 그 아이를 제자로 들이고 싶었으나, 장로님이 거절하는 바람에 포기하고 말았지요. 한데, 용휘 장로님은 항소운을 제자로 들일 생각은 없고, 잠시 처소에 머무르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뜻밖에도 이런 사달이 벌어진 것이지요.”
류흔기는 부각주에게서 인재를 아끼는 마음이 동한 것을 눈치챘다. 항소운에게 아직 스승이 없다는 사실을 일부러 알려준 것이다.
그러자 천욱이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좋네. 그럼 자네들은 가서 그 소년을 데려오게. 이렇게 비범한 소년이라면 당연히 우리 운애각에서 온 힘을 다해 훌륭한 인재로 만들어야지.”
“예. 부각주님.”
류흔기가 기분이 좋아져서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한편, 부각주뿐 만 아니라 다른 장로들도 항소운에게 이와 비슷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당사자인 항소운은 자신의 행동이 운애각 내에 이렇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 * *
항소운은 금황이 마련해준 별원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의 별원은 궁금음의 처소와 백여 미터 남짓 떨어져 있어 가장 가까운 이웃이었다.
이 별원은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곳이었다. 궁금음의 처소와 비교해도 절대 손색이 없는 최고의 수련 장소였다.
눈썰미가 좋은 항소운은 이 별원에서 줄곧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발견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곳의 하인들이 이렇게 서둘러 정리할 리가 없었다.
옆에 있던 궁금음이 항소운의 생각을 눈치챈 듯 말했다.
“이곳은 본래 어떤 사형이 살던 곳인데, 그 사형이 계속 이곳에 머물 수 없게 돼서 매 할멈이 다른 곳으로 이사시키고 너에게 내준 거야.”
“그렇다면 제가 어떤 사람에게 또 미움을 받게 됐다는 뜻이네요?”
항소운이 별로 달갑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이 별원의 주인이 비범한 재능을 지녔거나 대단한 내력을 지닌 자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금황이 자신에게 처소를 마련해주기 위해 상대를 내쫓았으니, 그 자가 자신에게 앙심을 품을 것은 분명했다.
“소운아, 걱정하지 마. 운애각 내에서 스승님의 뜻을 거역할 사람은 없으니까.”
궁금음이 그리 문제될 게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상황을 설명해줬다.
“네가 알아둘 게 있는데, 그 사형은 이곳에서 살 자격이 없어졌어.”
항소운은 그녀의 말을 통해 이곳의 주인이 어떤 일로 세력을 잃었음을 깨달았다.
‘그래?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기왕 이렇게 됐으니 이곳에 머무르는 수밖에.’
궁금음은 항소운에게 별원에서 생활하는 방식에 관해 몇 가지를 일러준 후, 수련하기 위해 자신의 별원으로 돌아갔다.
항소운의 강한 실력을 직접 목격한 그녀는 한순간도 쉬지 않고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부담감을 느꼈다.
궁금은은 자신의 처소로 돌아온 후, 매 할멈을 불러 분부를 내렸다.
“매 할멈. 자네는 소운이의 처소로 가서 소운이가 잘 지내는지 지켜봐 줘. 분명 스승님께서도 그 아이가 무탈하게 지내길 바라실 거야.”
매 할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가씨, 걱정 마세요. 처소는 제가 마련한 것이니 다른 사람들도 감히 그곳에서 말썽을 일으키진 못할 겁니다.”
“그럼 다행이고. 난 수련하러 갈게.”
궁금음은 그렇게 당부한 후 폐관실로 향했다.
한편, 항소운은 새 처소의 기존 주인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용휘를 불렀다.
용휘는 이곳의 주인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따로 조사할 필요도 없이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들려주었다.
“이쪽 별원에 살고 있는 자들은 모두 운애각에서 천재라고 불리는 제자들입니다. 그들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대단한 재능을 지닌 자들인데, 이곳에 살았던 제자는 양장민(良壯民)이란 자로서 재능 있고 성실한 아이로 화강경 정점에 올랐을 땐 겨우 스물 두 살의 나이였습니다.
이 정도 속도면 현재 최고로 손꼽히는 소뇌왕이나 소응왕, 화선왕 같은 아이들보다 훨씬 빠른 것이지요. 따라서 각내에서도 이 아이를 매우 중시한 터라 일찌감치 이 별원을 하사하면서 수많은 수련 자원을 통해 하루빨리 왕의 경지에 오르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그 아이는 왕의 경지를 돌파하지 못하고 7년이란 시간을 보냈지요. 각내에서 약왕을 하사해도 그 경지를 넘지 못했으니, 많은 사람들이 결국 그에게 실망을 한 거죠.”
용휘의 말을 들은 항소운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스물두 살의 나이에 화강경 정점이라니.
이런 재능은 운애성 같은 변두리 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화강경 정점에서 왕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고 7년이란 시간을 허비했으니, 일반 사람이라면 17년이 걸렸다 해도 이해할 수 있지만, 천재에게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이른바 천재란 재능과 성장속도가 남들보다 훨씬 뛰어난 자였다. 경지를 빠르게 돌파할수록 많은 시간을 성장에 할애하여 더욱 높은 경지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황금 시기를 놓치게 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게 되는 운명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양장민이 바로 그 꼴을 당한 것이다.
이번에 매 할멈이 이 천재를 별원에서 쫓아낸 것은 운애각이 이 왕년의 천재에게 완전히 실망했으며 더 이상 희망을 두지 않을 것임을 의미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항소운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용휘에게 하류휘와 왕진천, 육소청이 내각에서 수련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항소운은 이번 대결이 끝난 후 섬전맹이 이들 세 사람에게 암암리에 보복을 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들이 내각에서 머물게 되면 안전을 보장받으므로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이런 사소한 일은 용휘가 직접 나설 필요도 없이 해결되었다.
용휘는 장로의 신분을 이용해 하류휘, 왕진천, 육소청 등을 자신의 장로원으로 불러 수련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자 세 사람은 놀라면서도 흥분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용휘 장로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외각보다 수련환경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좋은 내각에서 수련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흥분했다.
“용휘 장로님이 왜 우릴 챙기시는 거지? 설마 소운이 때문인가?”
육소청이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하류휘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하죠. 형님이 아니면 누가 이런 능력을 갖고 있겠어요. 형님은 우리의 무공이 빨리 성장하길 바라시는 거예요.”
옆에 있던 왕진천도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그럼 형님의 배려에 어긋나지 않게 앞으로 더욱 열심히 수련해야겠어.”
이때, 용휘 휘하의 집사가 다가와 아주 친절한 태도로 그들이 머물 처소로 안내하고는 이곳에서 마음 놓고 수련을 하면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요청하라고 말했다.
“집사 어른. 제 형님인 항소운은 어디 있는 거죠?”
집사의 안내를 듣고 난 하류휘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