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6
제16화 지금 헛것을 본 건 아니지?
마치 폭탄에라도 맞은 듯 오명량이 붉은 피를 토하며 연무대 아래로 나가떨어졌다. 이제는 아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널브러져 있었다.
그가 연무대에 아래로 내팽개쳐진 순간,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속가제자들은 모두 놀라 넋을 잃었다.
이건 그들이 예측했던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다들 오명량이 항소운을 거뜬히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눈앞에 전개된 상황은 전혀 달랐다. 외원 상위 10위 안에 드는 오명량이 놀랍게도 3수 만에 패하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짧은 순간에 일어났다.
“나, 나 지금 헛것 본 거 아니지? 오명량이 맞아서 연무대에서 떨어졌다고?”
“내가 봐도 그런 것 같아. 오명량 실력이 너무 떨어지는 거 아냐?”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오명량이 방금 사용한 권법은 1,000근이 훨씬 넘는 힘이었다고! 우리 중 누구라도 절대 받아내질 못할걸! 그런데 오명량이 패했으니, 항소운이 그만큼 강하다는 소리야.”
“역시 푸른 하늘을 비춘 5성 지체는 다르구나. 무당전에 들어온 지 겨우 열흘밖에 안 됐는데, 벌써 실력이 이 정도라니!”
속가제자들은 너무나 놀라 서로 얘기를 하면서, 항소운을 종전과 다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더 이상 무시하거나 깔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은연중 경외감이 드러나고 있었다.
“내가 말했지. 3수 안에 널 이기겠다고.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항소운이 연무대 위에서 오명량을 내려다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어떻게 너 같은 놈한테 질 수 있지! 이건 말도 안 돼!”
오명량은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분함을 참지 못해 악다구니를 써댔다. 자신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오명량이 고개를 돌려 항소운을 잠시 노려보더니, 갑자기 몸을 일으키면서 등 뒤의 오검을 꺼내 들고 빠르게 달려들었다.
“멈춰라! 넌 이미 패했다!”
오명량이 항소운에게 공격하려는 순간, 무관이 큰 소리로 제지하고 나섰다.
“무관님, 저는 상관없어요. 한 번 이겼으니, 또 이기면 되죠!”
항소운이 뒤로 물러나 오명량의 공격을 피하면서 침착하게 말했다.
“방금 전엔 내가 잠시 딴생각을 하느라 그랬던 거고, 이번에 패하는 것은 분명 너다!”
오명량이 악에 받쳐 소리를 질러댔다.
어느새 오명량은 장검으로 항소운을 겨누고 있었다.
2품 검법 쇄석검(碎石劍)!
쇄석검은 돌도 부순다는 이름처럼, 검광 만으로 1,000근짜리 바위를 산산조각 낼 수 있었다.
오명량은 어려서부터 이 검법을 연마하여, 이미 5성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힘이 증폭되는 정도만 놓고 보면 1품 전투기술은 비교조차 불가능했다.
항소운은 연달아 공격을 피하고 있었지만, 오명량의 공격 기세가 워낙 강한 탓인지 몇 차례 검광에 의해 옷이 찢어졌고 급기야 피까지 조금씩 흘리기 시작했다.
“역시 2품 검법과 2품 검병(劍兵)은 다르구나!”
항소운은 검병의 날카로운 칼날을 온몸으로 느끼며 속으로 감탄했다.
항소운은 오명량의 연거푸 이어지는 매서운 공격을 피하느라 반격할 기회도 찾기 힘들었다.
“네가 얼마나 버티나 보자!”
자신감을 회복한 오명량이 큰소리로 외치더니, 전력을 다해 힘을 불러일으켰다. 검광이 더욱 촘촘하게 항소운을 죄어 오자 항소운은 급기야 연무대 끝으로 몰린 상태가 되었다. 오명량은 이제 단 한 번의 공격이면 항소운을 연무대 밖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 순간 항소운이 정신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오명량의 동작과 검광이 떨어지는 위치가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이 순간을 파악하기 위해 그는 방금 전까지도 공격을 피하면서 계속 뒤로 물러났던 것이다. 오명량의 공격 방식을 알아야 치명적인 한 방을 먹일 수 있었기 때문에.
“꺼져라!”
항소운이 몸을 낮춰 오명량의 강력한 공격을 피하더니, 갑자기 공세로 돌아서면서 손바닥을 거세게 내리쳤다.
1품 전투기술 열운장!
외원 전기당의 5가지 전투기술 중 하나였다. 항소운은 검법 외에 다른 4가지 기술을 이미 모조리 익혔다. 다른 속가제자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말이다.
열운장은 충기권과 질풍퇴보다 더욱 강력한 위력을 지닌 기술로, 손바닥으로 구름을 가르는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탁!
악!
오명량의 몸이 항소운의 공격을 받고 다시 날아갔다. 이번에 공격을 당한 부위는 공교롭게도 방금 전 다리로 맞은 곳이어서, 다친 곳에 또다시 커다란 부상을 당한 셈이었다.
항소운은 그 여세를 몰아 빠른 속도로 달려가 질풍퇴로 공격했다. 오명량이 들고 있던 2품 검은 발로 차서 떨어뜨리고, 또 다른 발로는 그의 얼굴을 세게 짓밟았다.
“너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내가 밥도 못 먹게 방해했지!”
“너 때문에 그 앞잡이가 날 괴롭혔고!”
“그러기에 누가 너더러 날 도발하고, 잘난 체하래?”
항소운은 마음속에 억눌려있던 분노를 모두 폭발시키면서, 인정사정없이 오명량의 얼굴을 향해 미친 듯이 주먹을 날렸다.
오명량의 얼굴이 마구 부어올랐다. 하도 맞아서 얼굴 형태까지 일그러질 정도였다.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며 간담이 서늘해졌다. 만약 저 무서운 주먹이 자신의 얼굴을 때린다면.
그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장면이었다.
특히 오명량을 따라다니던 앞잡이들은 항소운이 앞으로 자신들을 겨냥해 보복하지는 않을까 두려워졌다.
오명량이 처참하게 깨지고 있을 즈음, 멀리 떨어진 누각에서 장로 2명이 이곳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장하 동생, 자네가 거둔 저 제자 말일세. 아주 앞날이 기대되는군!”
상대적으로 나이가 든 사람이 젊은 사람에게 말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 두 사람은 무당전 14장로와 항소운의 사형 자장하였다.
자장하는 애써 태연해하면서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제가 어떻게 저 녀석의 스승이 되겠습니까. 전 저 녀석의 스승이 아니라, 스승님을 대신해 제자를 거둔 것뿐입니다. 저는 그의 사형입니다. 그런데 확실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뛰어나긴 합니다. 열흘 만에 2품을 뛰어넘고, 7품 경지에 이르렀으니 최소한 그 재능을 썩히지는 않은 셈이죠.”
“어디 그것뿐 인가. 그야말로 천재 중의 천재지! 7품의 실력으로 자신보다 2품이나 높은 상대를 이겼으니, 게다가 아주 쉽게 말이지. 원장의 직전제자보다도 뛰어난 실력을 지닌 것 같네.”
14장로가 연신 감탄하며 말했다.
“어디 가서 빠질 실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장하가 그렇게 대꾸를 하더니,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사형, 구경은 그만하시고 이제 백수(百獸) 산맥에 가시죠! 요즘 그곳이 시끄럽다던데, 어쩌면 영물이라도 나타났을지 모르니 녀석들을 지켜주러 가야죠!”
“자네 사제는 그냥 저대로 두고?”
14장로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저 녀석에게 반년 동안 외원에 있으라고 했는데, 그건 녀석의 허풍 떠는 성격을 좀 고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반년 후에 다시 전수를 해주고, 때가 되면 운애성에 데리고 가서 스승님께 인사를 시켜드리려고 합니다.”
자장하가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음, 좋은 옥도 다듬지 않으면 그릇이 될 수 없지. 자네의 방법이 다른 장로들보다 훨씬 좋은 것 같구먼.”
14장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둘의 대화가 끝날 때쯤 항소운은 오명량에 대한 공격을 멈추었다.
오명량의 얼굴은 상처투성이가 되어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지경이었다. 피범벅이 되어있는데 조금 과장하면 코와 입이 어디에 붙어있는지 분간조차 못 할 정도였다.
“이 정도 실력으로 모든 속가제자들에게 날 괴롭히라고 협박하다니.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서 다시 100년간 수련이나 하고 와라!”
항소운이 비웃으며 말했다.
오명량은 항소운을 죽일 듯 노려보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네, 네가 감히 날 때려. 내, 내 두 형님이 널 가만두지 않을…….“
그는 자신의 생각을 말로 다 옮기지도 못한 채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정말 이렇게 끝나는 거야? 난 방금 힘을 얼마 쓰지도 않았다고!”
항소운이 오명량의 상태를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연무대 아래의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힘을 얼마 쓰지도 않았다니, 그 말은 귀신도 믿지 않을 것이었다.
무관이 걸어와 오명량의 코에 손을 대 보고, 아직 호흡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선 잠시 멈추었다가 말했다.
“이번 대결은 항소운의 승리다!”
“하하, 난 우리 형님이 이길 줄 알고 있었다니까! 형님이라면 반드시 이기지! 형님,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하류휘가 감격해서 말했다.
그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속으로 멸시하며 말했다.
“염치도 없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항소운이 너무 비참하게 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던 놈이!”
이때 속가제자들의 틈 속에서 육소청이 예쁘고 착한 눈을 빛내며 항소운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항소운은 육소청의 시선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항소운과 오명량의 결투는 이렇게 끝이 났다.
항소운의 일방적인 승리로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고, 명성도 더욱 높아졌다.
그의 실력이 7품 경지에 올랐다는 사실도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의 강력한 재능도 다시 한번 화젯거리가 되었다.
7품으로 9품을 이겼으니, 이런 재능은 하늘이 내린 절대적 재능이었다.
“형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앞으로 절 지켜주신다고 분명히 그러셨죠! 저, 저는 이제 형님의 사람입니다!”
하류휘가 항소운의 손을 잡고 살살거리며 말했다.
항소운은 하류휘를 발로 차더니 자신으로부터 떨어져 있으라고 말했다.
“웩, 하류휘 너 남자 좋아하는 거야? 난 아냐! 저리 가!”
“저도 아니에요. 그냥 너무 기뻐서 그런 거라고요!”
하류휘의 목소리는 풀이 죽어 있었다.
이때, 항소운의 귀에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항소운, 이긴 것 축하해!”
고개를 돌려 보니, 예쁘장한 소녀 육소청이 지척에서 항소운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 말을 해놓고는 부끄러운 듯 얼굴이 발그레 변했다.
항소운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미꾸라지 하나 잡았을 뿐인데 뭐. 정말 별거 아냐!”
그는 애써 겸손하게 말했지만, 얼굴에는 자신만만함이 한껏 드러나 있었다.
미녀에게 칭찬을 받다니, 이건 꽤 멋진 일이었다.
“항소운, 널 보면 정말 보통 뻔뻔한 게 아니라니까!”
육소청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항소운이 애써 부정하고 나서더니 엉뚱한 제안을 했다.
“예쁜 아가씨 가시죠. 제가 요릿집으로 모시겠습니다!”
“너 또 그렇게 부르면, 나 화낼 거야!”
육소청은 그가 이렇게 부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알았어, 소청 동생, 내가 맛있는 것 사줄 테니까 같이 갈래?”
항소운이 말했다.
육소청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육소청이라고 부르라고! 그럼 내가 가주지.”
“그래 알았어, 육소청! 나랑 맛있는 것 먹으러 가지 않을래?”
“그래, 진작 그렇게 말할 것이자.”
바로 그때 하류휘가 굽신거리며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형님, 저도 갈래요. 저도 데려가요!”
항소운은 하류휘를 매섭게 노려보며 속에 있는 불만을 드러냈다.
“이 녀석은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
그는 육소청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이 녀석이 산통을 깨고 있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떨어뜨리기도 쉽지 않았다.
항소운이 육소청과 하류휘를 데리고 요릿집으로 가고 있을 때, 갑자기 두 사람이 항소운의 앞에 나타났다.
“막불회 사형과 매연화 사저잖아!”
하류휘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두 분께서는 무슨 일이십니까?”
항소운이 막불회와 매연화에게 물었다.
항소운은 하류휘로부터 이 두 사람이 각각 외원 상위 2와 3위라는 사실을 들어 알고 있었다.
“하하하, 항 아우가 한턱낸다고 들어서 말이야. 초대받지는 않았지만, 우리 두 사람도 낄 수 있을까?”
막불회가 쾌활하게 웃으며 말했다.
“항 동생은 절대 인색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상관없겠지?”
매연화가 애교가 가득한 눈으로 항소운을 보며 말했다.
오명량과의 대결이 벌어지기 전까지도 그들은 항소운을 얕잡아보기는 했으나,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항소운은 이미 그들과 견줄 수 있는 실력을 가진데다, 푸른 하늘을 비춘 5성 지체로서 앞으로 그의 실력은 분명 그들보다 높아질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 그와 친분을 쌓는 것이 이득이면 이득이지 절대 손해는 아니었다.
항소운은 본래 친구를 사귀기 좋아하는 성격이어서인지 괜찮다는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
“당연하죠. 사형과 사저께서 오셨는데, 제가 당연히 잘 대접해드려야죠.”
항소운 일행은 금방 5명으로 늘었다.
항소운은 일행을 데리고 요릿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