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60
제160화 이게 무슨 일인가요?
이 집사의 이름은 하찬(賀瓚)이었다. 화강경 정점의 실력을 지녔으며 장로원을 관리하고 있었다.
하류휘의 질문에 하찬이 온화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항 대인은 여기에 안 계신단다.”
“말도 안 돼. 한 달 전만 해도 형님은 여기에 계셨다고요!”
하류휘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류휘, 집사 어른께 버릇없이 굴지 마!”
육소청이 하류휘를 가볍게 꾸짖었다.
성력경인 하류휘가 집사에게 이런 식으로 캐묻는 것은 상당히 무례한 행동이었다. 잘못을 깨달은 하류휘가 재빨리 용서를 빌었다.
“죄송합니다, 집사 어른. 그만 마음이 급해서 그랬어요. 절대 집사 어른의 말을 의심한 건 아니에요.”
하찬이 괜찮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다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다. 항 대인은 재능이 뛰어난 분이니, 당연히 용휘 장로님 밑에 계속 있을 수 없단다. 지금은 혼자 독립된 별원을 쓰고 계신데, 이곳의 환경과 별반 차이가 없지.”
“이제 보니 형님은 자신만의 별원이 생긴 거로군요. 정말 대단해요!”
육소청 역시 항소운을 자랑스러워하며 말했다.
“역시 소운이는 사람을 깜짝깜짝 놀래키는 재주가 있다니까.”
하찬이 육소청의 말을 받으며 말했다.
“확실히 항 대인은 예상을 뛰어넘는 분이지. 이제 내각에선 그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니까.”
“집사 어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설마 우리 형님이 무슨 큰일이라도 벌이셨나요?”
하류휘는 형님이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형님은 늘 예상치 못한 일로 사람들을 기절초풍하게 만드는 재주 아닌 재주가 있었다.
“허허. 항 대인이 섬전맹의 사분지 일의 사람들과 싸워 이겼지 뭐냐. 게다가 4대 호법 중 하나인 구중뢰까지 이겼다니까!”
하찬은 기분 좋게 웃으며 그동안 벌어졌던 사건을 설명하고는 그대로 자리를 떴다.
그는 밖으로 나가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항 대인처럼 뛰어난 친구를 두다니, 저 세 사람은 운이 참 좋군. 항 대인은 왕급 무인인 진우 장로까지 이긴 전투 왕이니까.’
이른바 최상급 전투 왕이란 항소운처럼 화강경 정점에 이르지 않았는데도 품급을 뛰어넘어 왕에게 도전할 수 있는 자를 일컫는 말이었다.
이런 자는 9품 화강경의 전투 왕보다 훨씬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하찬이 가고 난 후, 하류휘와 육소청, 왕진천은 얼이 빠져서 멍하니 있었다.
그들은 외문제자이긴 했으나, 외각에서 뛰어나다고 알려진 제자들을 포섭하는 섬전맹의 존재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 항소운이 섬전맹의 사분지 일의 사람들을 상대로 싸운데다 4대 호법 중 한 명을 이겼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시간이 한참 흐른 후, 하류휘가 신이 나서 말했다.
“형님은 역시 대단해. 형님이 계시니 앞으로 우리도 운애각에서 마음 편히 다닐 수 있겠어요.”
왕진천도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숙님은 정말 대단하셔.”
그러나 육소청은 기뻐하기는커녕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섬전맹 맹주는 비천경 1인자라 불리는 강력한 무공을 지닌 사형이라던데, 소운이가 괜찮을까 몰라.”
오로지 항소운의 안위만 걱정하는 일편단심 육소청의 모습이었다.
그러자 하류휘와 왕진천도 금세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그들은 항소운이 이겼다는 사실에 기뻐했을 뿐, 섬전맹이 대단한 실력을 지녔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었다.
“형수님. 형님은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조금 전 집사 어른이 형님을 항 대인이라고 부르는 거 못 들으셨어요? 분명 용휘 장로님도 형님이 무사하도록 지켜주실 거예요.”
하류휘가 육소청을 위로하며 말했다.
“네 말이 맞아. 그래도 이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어. 난 극한실에 도전해 빠르게 실력을 높이러 가야겠어.”
육소청이 굳은 의지를 드러내며 말하더니, 하류휘와 왕진천을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너희들도 나와 함께 극한실에 갔으면 좋겠어. 하루빨리 강해져야 우리도 소운이를 도울 수 있지 않겠어? 안 그래?”
그녀의 말에 두 사람도 당연한 얘기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타고난 재능이 출중하지 않은 터라 모질게 마음을 먹고 끈질기게 수련을 해야 비로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건 천재가 아닌 범인이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 * *
하락의 장로원에는 항소운을 상대하러 보냈던 사람이 되돌아와 있었다.
“대인, 장수를 실수로 죽였던 제자는 이미 처리했습니다. 한데, 항소운은……, 저희도 어쩌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집사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라? 너희들도 그놈 하나 처리하지 못한단 말이냐? 아니면 그놈을 지키는 자라도 있는 게냐?”
하락이 눈썹을 찌푸리며 소리치자, 집사가 서둘러 대답했다.
“항소운은 매 할멈을 따라 천자호(天字號) 별원에 살게 됐습니다.”
그러자 하락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매 할멈이 그놈을 천자호 별원으로 보냈다고? 설마 그놈이 금황의 제자가 된 건가?”
“그것까지는 저희도 잘 모르겠으나, 항소운의 별원과 금황의 제자가 사는 처소는 지척의 거리라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항소운이 금황의 제자가 아니라 해도, 제자의 도려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었다. 이렇게 되면, 금황의 보살핌은 당연한 것이었다.
매 할멈은 금황의 심복과 같은 존재였다. 각주도 예의를 갖춰 깍듯이 대하는 인물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하락은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한참이 지난 후, 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이 일은 더 이상 우리가 나서지 말고 섬전자 무리거 처리하도록 내버려 두자꾸나.”
항소운이 금황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 그를 해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설령 장로회를 소집한다 해도 그를 처벌할 방법이 없었다. 어쨌든 제자는 다른 사람의 손에 죽었고, 항소운과는 젊은 세대들간의 충돌이 있었을 뿐이었다.
* * *
항소운이 머무는 별원은 수많은 장로의 수하들이 찾아오는 바람에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갑자기 많은 사람이 들이닥치자, 항소운은 처음에는 이들이 싸움을 걸러 온 사람들인 줄 알았다. 다행히 이들은 고급 장로들이 그를 초대하기 위해 보낸 사람들이었다.
수많은 사람 속에 둘러싸이자 항소운은 살짝 난처해졌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
“자네가 항소운이지? 우리 대인께서 만나고 싶어 하시는 데 같이 갈 수 있겠나?”
먼저 입을 연 것은 키가 작은 집사였다.
“대인, 실례지만 어느 곳에서 오셨습니까?”
“난 18장로 심관(沈寬) 대인을 모시고 있다네.”
집사가 거만하게 말했다.
운애각에서 서열 20위 안에 드는 장로들은 모두 명성이 자자한 인물들이었다. 적어도 7품 비천경의 무공을 지닌 자들이었다.
그러니 집사의 오만한 태도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허허, 냉(冷) 집사, 아주 위세가 대단하십니다. 우리 황(黃) 장로님께서도 이 천재 소년을 만나고 싶어하십니다.”
옆에 있던 키가 크고 마른 남자가 냉소를 띠며 말했다.
“황 집사, 순서는 지키셔야죠.”
냉 집사라 불린 작은 키의 남자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는 황 장로가 자신이 모시는 장로와 무공이 비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항소운이 누굴 선택하는 가죠.”
키 큰 남자가 이렇게 말하더니 항소운을 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우리 대인은 17장로님으로 자네를 제자로 맞이하고 싶어 하신다네. 그러니 어서 채비하고 스승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세.”
“우리 18장로님도 자네를 마음에 들어 하시네. 나와 함께 간다면 장로님께서 자네가 왕의 경지에 오를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힘 써주실 것이네.”
냉 집사 역시 황 집사에게 질세라 항소운을 설득하고 나섰다.
이렇게 두 집사가 옥신각신 언쟁을 벌이자 항소운은 골치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이때, 한 사람이 등장하자 두 집사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7장로님의 명령이시니, 항소운은 나와 함께 가자꾸나.”
이 자는 앞선 두 사람보다 더욱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 그는 그리 수준이 높지 않은 장로였으나, 집사보다는 계급이 높았다.
냉 집사와 황 집사가 급히 다가와 이자에게 인사를 올렸다.
“갈(葛) 장로님께 인사드립니다.”
이 자의 이름은 갈추(葛秋)로 2품 비천경의 실력이었다. 7장로인 용소랑(龍嘯狼)의 심복이었다.
서열 10위 안의 장로들은 운애각에서 손꼽히는 고수들이었으니, 갈추가 이렇게 오만한 데도 다 이유가 있었다. 게다가 그 자신도 왕급 장로가 아니던가.
“7장로님은 절 무슨 일로 찾으시는 겁니까?”
항소운이 갈추에게 예의를 갖추며 물었다.
“그건 알 필요 없다. 어쨌든 좋은 일이지, 절대 나쁜 일은 아니야!”
그러면서 갈추가 항소운을 자세히 살피더니, 속으로 중얼거렸다.
‘7장로님의 눈에 들다니, 운이 좋은 녀석이군.’
그 말을 듣은 항소운이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세 분 대인께서 모두 절 초대하시니, 어느 장로님부터 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는 어느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둘러댄 것이었다.
그는 획쟁 누님을 불러서 이들을 강제로 내보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에 빠졌다.
“흥, 7장로님이 보자 하시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물러나시오.”
갈추가 냉 집사와 황 집사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
두 집사는 화가 나서 얼굴이 달아올랐으나 감히 대꾸도 하지 못하고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에이 눈꼴시어서. 세력만 믿고 날뛰는 꼴이라니!’
“잘 봤느냐? 7장로님께서 기다리시니 어서 가자.”
갈추가 두 집사를 꼼짝 못하게 해 놓고 나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항소운이 난처해하고 있을 때, 갑자기 뒤쪽에서 누군가 입을 열었다.
“갈 장로님, 아주 대단한 기세군요. 아무래도 7장로님이 항소운을 보자고 한 일은 뒤로 미뤄야겠군요. 부각주님 역시 저 아이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문밖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 들어왔다.
다름 아닌 류흔기와 자장하였다.
“류 장로님, 자 사형, 여긴 어쩐 일이세요?”
항소운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허허, 너는 우리 무당전이 배출해낸 천재가 아니더냐. 그런데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키다니, 정말 자랑스럽구나. 부각주 어른께서 널 만나보고 싶어 하신단다.”
류흔기가 다정하게 말했다.
“류 장로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갈추가 금세 안색이 어두워져 물었다.
“갈 장로님, 방금 못 들으셨습니까? 천욱 부각주님께서 항소운을 만나고자 하십니다. 설마 갈 장로님은 제 말이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시겠죠?”
류흔기가 갈추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제가 어찌 그러겠습니까? 부각주 어른께서 뵙고자 하신다니,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갈추가 서둘러 말을 하고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냉 집사와 황 집사, 그리고 아직 입도 뻥긋 못한 다른 집사들까지 전부 물러갔다.
부각주까지 나섰으니, 이제 항소운은 자신들과 인연이 닿기 힘들었다.
그들은 누구보다 권세의 힘을 잘 알고 있었고, 그에 편승하는 자들이었다. 편승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게 운애각의 법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