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64
제164화 네가 항패왕이지?
“힘이 강해지니까, 백호의 날개도 전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네.”
항소운이 만족스러운 듯 백호의 날개를 거둬들이고 밖으로 나갔다.
방금 그는 또 다른 강력한 힘의 움직임을 느켰다. 자장하가 성진을 점화시키는 광경이 명혼 공간에 나타나기도 했다.
그는 폐관실에서 경지를 돌파하는 자장하의 모습을 보진 않았다. 그러나 자장하의 영혼이 구중천으로 날아올라 성진을 점화시키는 상황을 감응한 터라 상당히 신비로운 느낌을 받았다.
그에게는 이런 느낌도 큰 수확이었다.
다른 사람이 성진을 점화시키는 과정을 느끼면 앞으로 그가 같은 과정을 겪게 됐을 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가 이런 생각에 깊이 빠질 틈도 없이 자장하와 용휘가 다가왔다.
“사형, 왕의 경지에 오르신 것 정말 축하드려요.”
항소운이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건넸다.
자장하가 서른 살의 젊은 나이에 왕의 경지에 올랐으니, 머지않아 운애각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물론 운애각에서 괴물이라 불리는 몇몇 특별한 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다른 인재들에 비하면 훨씬 뛰어난 수준이었다.
자장하의 현 경지면 운애각에서 적지 않은 자원을 제공 받을 수 있었다.
항소운의 말에 자장하가 기뻐하며 말했다.
“하하, 다 네가 도와준 덕분이지. 앞으로 사형이 도울 일이 있으면, 두말하지 않고 도와주마.”
“괜찮아요. 그보다 먼저 류 장로님께 소식을 알려야죠. 분명 아주 기뻐하실 거예요.”
항소운이 웃으며 말했다.
자장하가 항소운의 말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별원을 떠났다.
자장하가 떠나자, 용휘가 항소운에게 도전장을 건네며 말했다.
“도련님, 이건 섬전맹 부맹주인 화린비가 도련님께 보내온 도전장입니다.”
항소운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도전장을 받아 들고는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섬전맹은 아직도 주제를 모르고 덤비는군. 그럼 싸워야지!”
그러고는 손에 쥔 도전장을 꽉 쥐어 부숴버리자 예사롭지 않은 화염이 흘러나와 짙은 도발의 기운이 담긴 ‘전(戰)’ 자를 만들어냈다.
항소운은 화염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휘휘 저어 글자를 지워버렸다.
“내일 연무대에서 결투를 벌이자고 답장을 보내주게.”
“예, 도련님.”
항소운의 분부에 용휘가 바로 응했다.
항소운은 깨끗이 씻고 난 후, 육소청과 하류휘, 왕진천 세 사람을 만나기 위해 용휘의 장로원으로 향했다.
곧바로 장로원에 도착하자, 하찬이 그들 세 사람은 극한실에 갔다고 알려주었다.
그 말에 항소운이 몹시 만족스럽다는 듯 말했다.
“드디어 그 아이들이 자신에게 엄격해지기로 했나 보군. 당연히 그래야지.”
재능이 부족할수록 더욱 열심히 수련해야 좋은 미래를 맞이하는 법이었다.
항소운은 그들을 더 기다리지 않고 다시 자신의 처소로 돌아와 새로 돌파한 경지를 공고히 다지기로 했다.
아울러 명룡혼주에 대한 수련을 통해 영혼의 힘을 한층 강화했다.
그렇게 하루가 빠르게 흘러갔다.
다음날 항소운은 화린비와의 결전을 통해 섬전맹의 부맹주를 따끔히 혼내줄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용휘가 찾아와 화린비가 급한 일로 외출을 하게 되어 대결이 불가피하게 연기됐다고 보고했다.
순간, 항소운은 당황했다.
“아랫사람을 시켜 도전장을 보냈으면 언제라도 대결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 아니야? 그런데 싸우지도 않고 도망치다니, 정말 형편없는 놈이군!”
항소운이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실력이 크게 향상된 터라 마침 대결 상대를 찾아 몸을 풀어볼 생각이었는데, 상대가 운애각을 떠났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항소운이 따분해하고 있을 때, 누군가 그를 찾아왔다.
그들은 한 쌍의 잘생긴 남녀였다. 바로 진자룡과 이아훤이었다.
그들이 함께 걸어 들어오자 한눈에도 예사롭지 않은 인물들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항소운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사형, 사저, 반갑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어요?”
“네게 도전하러 왔다!”
진자룡은 인사치레도 없이 바로 본론부터 꺼내 들었다.
그의 눈은 투지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자룡아, 뜬금없이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아훤이 진자룡에게 나무라는 투로 소리치더니, 항소운을 보며 물었다.
“항소운, 너 비천경에 오른 거야?”
그러자 어리둥절해진 항소운이 대답했다.
“대체 두 분 중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 겁니까? 한 사람은 도전하러 왔다 하고, 또 한 사람은 제 무공을 물으면 어떤 질문에 먼저 답하라는 거에요?”
“난 진지하게 물어보는 거야. 그리고 자룡이가 한 말은 들을 필요도 없어. 이 녀석은 누구라도 만나면 싸워보고 싶어 하는 호전광이니까.”
이아훤의 말에 진자룡이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누님 이야기부터 끝나고 나면, 한번 겨뤄보자!”
그 말에 항소운이 대꾸했다.
“전 아직 비천경에 오르진 못했어요. 다만 실력을 좀 발휘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긴 해요. 원래는 화린비와 대결하기로 했는데, 그 녀석이 갑자기 싸우지도 않고 도망가는 바람에 일이 틀어지고 말았죠. 그런데 사형이 이렇게 찾아왔으니, 그럼 한번 겨뤄보죠!”
그러고는 손목을 가볍게 풀며 진자룡과 대결을 벌일 준비를 했다.
정말 예상치 못하게 특별한 인재들 간에 대결이 벌어질 찰나였다.
진자룡도 이에 맞서 대결을 하려고 나름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이아훤이 정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너희 둘 다 그만 좀 해! 조만간 둘이 실컷 싸우게 해줄 테니까, 지금은 좀 가만히 있어!”
이아훤이 화를 내자 상당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물론 그녀의 기세가 항소운과 진자룡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어찌 됐든 그들은 그녀의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
“누님이 화까지 내시니 좀 그러네. 그럼 우린 다음 기회에 겨뤄보자!”
진자룡이 멋쩍게 웃으며 말하자, 항소운도 대답했다.
“그럼 언제든 기다리고 있을게요!”
항소운은 진자룡의 무공이 자신보다 1품급 높은 9품 화강경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격차는 일 년 전과 달리 별반 차이가 없을 만큼 좁혀졌기에 대결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항소운, 어제 네 처소에서 누군가 경지를 돌파했다고 해서 난 당연히 넌 줄 알았지. 네가 아니라고 하니까 하는 말인데, 그럼 여기에 다른 사람도 있는 거야?”
이아훤은 여전히 비천경 문제를 묻고 있었다.
물론 운애각에는 비천경에 이른 자가 적지 않았지만, 그래도 인재는 늘 대우를 받는 법이다. 매번 이런 자가 나타날 때마다 각 세력은 자신의 편으로 들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었다.
항소운은 하나도 숨김없이 자장하가 돌파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2~3일만 지나면 자장하가 경지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운애각에 파다하게 퍼질 테니,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다.
“네가 아니라 다행이다. 하마터면 큰 기연을 놓칠 뻔했으니 말이야.”
“큰 기연?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항소운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역시 모르고 있었구나. 10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혼천지지(魂泉之地)’가 곧 시작되거든. 난 네가 우리와 한 조가 돼서 함께 갔으면 좋겠어.”
이아훤이 사뭇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
“혼천지지요? 그게 뭔데요?”
항소운이 물었다.
“혼천지지란, 혼천 즉 영혼의 샘물을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곳이야. 그곳은 특수한 곳이라, 화강경 이하의 무인만 들어갈 수 있어. 그리고 혼천을 얻게 된 자는 영혼의 힘이 강력해져서 비천경의 경지에 쉽게 오를 수 있지.”
이아훤이 설명했다.
항소운은 마음이 동요됐지만, 침착하게 물었다.
“그렇게 좋은 곳이라면서, 왜 같이 가자는 거예요?”
그저 아무런 대가 없이 굴러들어오는 복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역시 똑똑하구나. 그곳은 우리 운애각이 독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만검성 만검종, 마혈성 마혈문, 천림성 천림 수련원, 현빙성 현빙궁, 향불성 향불사와 공유하는 곳이지. 그리고 일부 은둔 세력도 빠지지 않고 찾아올 거야.
아무튼 여러 성의 젊은 천재가 전부 모여들 테고, 비천경에 오르지 못한 화강경 정점의 고수들도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지. 그런데 혼천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질 않으니,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혼천을 얻기란 절대 쉽지 않아. 그래서 네 도움이 필요한 거고.”
이아훤이 간단히 설명하자, 그제야 항소운도 납득이 되었다.
이아훤 등은 이렇게 많은 세력과 다퉈 혼천을 얻을만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을 초대한 것이다.
역시 인재는 어디서나 환영을 받는 법인가.
항소운이 잠시 고민 끝에 대답했다.
“누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동생이 따라야지요. 안 그래요, 누님!”
설령 혼천을 얻지 못한다 해도, 자신을 단련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는 어디든 가고 싶었다. 더 높은 경지에 오를 기회를 얻을 수만 있다면,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물론 혼천까지 얻는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그렇게 되면, 명혼 공간과 영혼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으니, 이 또한 그가 참가를 결정하게 된 중요한 이유기도 했다.
“좋아, 그럼 약속한 거다. 그럼 보름 후에 출발하자!”
이아훤이 기뻐하며 말했다.
항소운까지 가세한다니.
그럼 홍루는 범이 날개를 얻은 듯 실력이 한층 강해질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네, 그럼 나중에 사람을 보내 알려주세요.”
항소운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참, 분명 섬전맹의 고위층도 이번에 참가할 거야. 지금 섬전자가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던데, 너도 우리 홍루와 함께 있어야 골치 아픈 일이 생기지 않을 거야.”
이아훤은 섬전맹을 대비하라는 경고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항소운이 대꾸하기도 전에 진자룡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섬전자는 내가 상대한다! 비천경 1인자 자리는 분명 내 거라는 걸 명심하라고!”
이렇게 말하는 진자룡의 눈에선 강한 자신감이 배어 나왔다. 이 모습만 봐도 그가 얼마나 대단한 호전광인지 알 수 있었다.
“알겠어요. 섬전자가 나타나면, 바로 사형께 양보할게요.”
항소운이 별거 아니라는 듯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그에게는 섬전자와의 대결보다 혼천이 훨씬 중요했다. 싸울 상대야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진자룡이 이런 항소운의 생각을 눈치챈다면, 무슨 표정을 지을지 궁금할 뿐이었다.
그 후로도 이아훤은 항소운과 몇 마디를 더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두 사람이 걸어 나가다가 갑자기 진자룡이 다시 돌아와 항소운의 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네가 항패왕이지? 우리 둘은 언젠가 한 번은 붙어야 되니까, 도망갈 생각은 말라고.”
그러고는 바람에 옷깃을 날리며 이아훤과 사라졌다.
항소운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선 채, 속으로 생각에 잠겼다.
‘이아훤이 알려준 건가?’
그는 한동안 생각에 잠긴 끝에 이아훤이 알려준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녀가 알려줬다면 진자룡이 굳이 떠날 때 자신에게만 조용히 말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인황의 자손은 역시 다르군! 역시 괜히 명성이 높은 게 아니야!’
앞으로 남은 보름 동안, 항소운은 극한실에서 전력을 다해 무공을 높일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