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67
제167화 하여튼 입만 살아서
이 단약은 극한실의 장로가 준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정제되어 나오는 힘이 훨씬 순수하고 방대하여 상처를 치료하는데 더 효과적이었다.
그는 단약을 흡수시키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누님, 갑자기 무슨 일로 오셨어요?”
“왜, 난 동생 보러 오지도 못하는 거야? 네가 오질 않으니까 내가 직접 온 거지. 넌 이 누나가 보고 싶지도 않았지?”
획쟁이 나무라는 투로 말했다.
“하하, 그럴 리가요. 누님이 출입이 금지된 장로원에 살지만 않았어도 매일 보러 갔죠.”
항소운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으이그, 하여튼 말은 번지르르 잘한다니까.”
획쟁이 눈을 흘기더니, 잠시 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은 네게 부탁할 게 있어서 왔어.”
“누님, 뭐든지 말만 하세요. 누님이 부탁하는 거라면 이 동생이 목숨을 걸고라도 해드릴게요.”
항소운이 진지한 태도로 대답하자, 획쟁이 잔잔히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어. 하지만 확실히 위험한 일이긴 하지. 그래도 난 네가 해낼 거라고 믿어.”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네가 혼천지지로 가서 어떤 물건을 가져다줬으면 해서. 그렇게 해준다면, 나도 후하게 사례할게.”
“혹시 누님도 혼천이 필요한 거예요?”
항소운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일반적으로 혼천은 비천경에게는 어느 정도 쓸모가 있었고, 특히 화강경 정점의 무인에게 가장 필요한 기물이었다. 그렇지만 인황에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혼천이 아니라, 그곳에 있는 양혼석(養魂石)이 필요해서 그래.”
획쟁이 갈망하는 눈빛으로 말하자, 순간 항소운의 표정이 확 변했다.
그는 양혼석이 매우 희귀한 물건임을 알고 있었다.
양혼석은 영혼을 강하게 만들 뿐 아니라 정신력을 응집시킬 수 있었다. 이 두 가지 기능만으로도 수행자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기물이었다.
높은 경지의 무인일수록 경지를 한 단계 높일 때마다 많은 위험과 실패를 겪게 된다. 이때, 강한 영혼과 고도의 정신력은 돌파 중에 겪게 되는 위험을 줄이고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실제로 영혼에 도움이 되는 영물은 많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양혼석은 으뜸가는 보물이었으니 인황도 크게 탐낼 만했다.
획쟁은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 양혼석을 필요했다.
그녀가 항소운에게 양혼석의 위치를 알려주자, 그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누님, 양혼석이 어디 있는지도 알면서 왜 직접 가지 않으세요? 저보다 훨씬 무공이 높잖아요.”
“내가 갈 수 있었으면, 진작 갔지.”
획쟁이 불만 섞인 말투로 이야기하더니, 잠시 후 설명을 덧붙였다.
“사실 혼천지지는 기이한 곳이라 비천경의 무인은 들어갈 수가 없어. 설령 들어간다 해도 무공이 화강경까지 낮아지는 바람에 비천경의 무공을 발휘할 수 없지. 그래서 비천경 중 그곳에 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 인황은 더욱 제약이 심해서 바로 기이한 힘에 의해 밀려 나오거나 심한 경우 그곳의 힘에 눌려 죽기도 해.”
“실력이 높을수록 위험하다고요? 그런 곳이 있다니, 참 재미있네요.”
항소운이 신이 난 얼굴로 말했다.
순간, 그는 일전에 이아훤이 이 이야기를 꺼내며 그가 아직 화강경이라 다행이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화강경이 아니면 설사 들어간다 해도 무공이 억제되어 전투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으니 득보다 실이 컸다.
또한, 획쟁은 자신이 양혼석을 발견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그것은 지난 두 차례 동안 혼천지지에 들어갔던 제자가 알려준 것으로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양혼석을 얻은 사람이 없는 이유는 강력한 요수 왕이 그곳을 지키고 있는 데다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기연을 얻지 못한 보통 사람은 양혼석을 손에 넣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지난번에 사람을 보내 양혼석을 찾아오도록 했으나, 그자는 성공도 못 하고 그곳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양혼석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무리하진 마. 그러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안 될 것 같으면, 그냥 나오고. 알았지?”
획쟁이 부탁을 하면서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 누님이 필요하다는데 당연히 가져와야죠. 걱정일랑 푹 놓고 계세요.”
항소운이 웃으며 말했다.
“나도 네가 해낼 거라 믿어. 그만한 실력이 없으면 연달아 세 개의 극한을 통과하지도 못했을 테니까. 나도 그 소식을 듣고 이 이야기를 꺼낸 거야.”
그러더니 갑옷을 꺼내 들며 말했다.
“이건 고급 갑옷인데, 이게 위험한 순간에 목숨은 지켜줄 거야.”
항소운은 흔쾌히 갑옷을 건네받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누님.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요.”
“그래. 그럼 치료 잘하고. 양혼석을 가져오면 이 누나가 또 후하게 챙겨줄게.”
획쟁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다른 인황처럼 거드름을 피우지 않았다. 소운은 그녀가 진짜 옆집 누나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그녀는 떠나고 은은한 향기만이 정원에 맴돌았다.
항소운은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우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수많은 수정을 부서뜨려 흡수시켰다. 취성옥패도 그 효능을 발휘하면서 온몸에 짙은 성력의 힘이 넘실거리며 다양한 힘이 서로 어우러진 가운데 부상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힘도 확실히 강해졌다.
그렇게 하루가 흘렀다.
항소운은 부상이 6~7할 정도 회복되었다. 무공이 8품 화강경 초기에서 중급까지 오르게 되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극한을 돌파하면서 억눌렸던 힘이 폭발하여 1품급을 뛰어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나 항소운은 범인과 달리 9성 지체라 더욱 방대하고 많은 힘을 필요로 했으니, 보름 만에 이만큼 경지를 높인 것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가 막 떠오르는 태양으로부터 상서로운 기운을 흡수하고 나자, 이아훤이 보낸 사람이 찾아와 외각으로 모이라는 전갈을 전해왔다.
항소운은 간단히 짐을 정리해서 집합 장소로 향했다.
가는 도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존경 어린 눈빛으로 그에게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항소운의 명성이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증거였다.
그중에는 넋을 잃고 그를 바라보는 여 제자들도 있었고, 간혹 용기 있게 다가와 마음을 고백하는 소녀도 있었다.
“항소운, 너무 갑작스러운 거 같긴 하지만 너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
그때 통통한 얼굴의 소녀가 다가와 소맷자락을 비비 꼬며 부끄러운 듯 말했다.
순간, 항소운은 난처해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 저기…….”
항소운은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라 말을 더듬거렸다.
소녀는 키가 작고 얼굴에 여드름도 많은데다 통통하단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덩치가 컸다. 어찌 됐든 용기 있고 사랑스러운 소녀였다.
단칼에 거절한다면 상대가 상심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냥 듣고 있기엔 속이 울렁거렸다.
바로 그때, 날씬한 몸매의 여인이 나타나 소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앙칼지게 소리쳤다.
“못생기고 뚱뚱한 게 어딜 감히 항소운한테 고백을 하는 거야? 저리 안 꺼져? 항소운은 내 거라고!”
‘아니, 이거 너무 직설적인 거 아닌가!’
그는 속으로 이런 생각으로 하다가, 잠시 후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래도 난 이런 게 좋더라. 하하하’
그러나 그 날씬한 여인이 뒤돌아서 미소를 짓는 순간.
항소운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엉엉 울고 싶었다.
“항소운, 나도 네가 너무 맘에 들어!”
여인이 그윽한 눈길로 말했다.
그러자 항소운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결국 그 자리에서 속을 게워내고 말았다!
그 여인은 그냥 마른 것이 아니라 가슴도 전혀 없었고 얼굴은 그야말로 남자처럼 생겼다. 턱에는 수염같이 생긴 털이 한가득 자라 있었다.
“너 때문에 항소운이 놀랐잖아! 빨리 저리 안 꺼져? 항소운은 내 거야!”
통통한 소녀가 여인을 혼내주려는 듯 소매를 걷어붙이며 말했다.
“내가 널 겁낼 줄 알아? 그럼 300합을 겨뤄서 이기는 사람이 항소운을 갖는 걸로 하자!”
날씬한 여인이 질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좋아. 누가 겁낼 줄 알고?”
항소운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황급히 그곳에서 도망쳤다.
특이하게 생긴 그러고 너무나 용감한(?) 두 여인 때문에 너무 놀라 심장이 벌렁거릴 정도였다.
그는 아직도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는지 집합 장소에 도착하고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항소운, 왜 그래? 아직 부상이 다 안 나은 거야?”
이아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와 물었다.
항소운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이젠 괜찮아요. 속이 좀 안 좋아서요.”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그곳에는 이미 수천 명의 사람이 모여있었다.
“혼천지지는 10년에 한 번 개방되는 곳이라, 집사, 제자 할 것 없이 다들 이때만 기다리고 있다가 함께 모여서 출발해.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면 각자 움직이니까 넌 우리 홍루와 다니면 돼.”
항소운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는 듯 이아훤이 이렇게 말했다.
그제야 그도 이번 여정이 단체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혼천지지에는 혼천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영물도 있나 보구나.’
항소운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순간, 그는 날카로운 시선들이 자신에게 꽂히는 것을 느꼈다.
그중 가장 위압감이 느껴지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줏빛 머리카락을 가진 비범한 풍모의 젊은이가 항소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자줏빛 눈동자는 날카롭게 번뜩였고 온몸에서 드높은 기세와 투지가 느껴져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을 풍겼다.
항소운은 그의 시선을 마주하면서도 기세가 꺾이기는커녕,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상대의 날카로운 시선을 완전히 무시했다.
‘어라, 내 눈빛을 무시해. 재미있는 녀석이군.’
자줏빛 머리카락의 청년이 속으로 생각했다.
항소운은 이 젊은이가 누군지 알아차렸으나 별달리 신경 쓰지 않고, 바로 다른 사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서른 살 남짓의 남자였다. 점잖고 호감이 가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어 정직하고 온화한 사람이란 인상을 주었다. 그는 소매가 없는 옷을 입고 있었는데 겉으로 드러난 팔뚝과 근육에서 놀랄만한 힘이 느껴지는 건장한 남자였다.
자줏빛 머리의 청년과 마찬가지로 그의 시선에서도 강한 도전 의식이 느껴졌다.
다만 그는 감정을 잘 감추고 있어서 보통 사람은 쉽게 그 속내를 눈치챌 수 없었다.
‘나름 재미있는 사람이네.’
항소운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항소운은 자줏빛 머리의 청년보다 이자에게서 더욱 강한 압박을 느꼈다.
두 사람의 기세가 모두 그의 승부욕을 크게 자극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