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75
제175화 10년 전?
’대단하다!‘
항소운은 양장민의 엄청난 힘을 느끼고,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양장민은 전투력만 강한 게 아니라 방어력까지 뛰어나, 식인들의 뼈 몽둥이도 그의 철통같은 수비를 뚫지 못했다.
항소운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조용히 지켜보았다. 자신이 굳이 끼어들 필요는 없었다.
양장민은 십여 명의 식인을 연달아 죽였는데도 전혀 힘든 기색이 없었다.
다만 이곳은 식인족의 근거지와 근접한 곳이라, 치열한 전투 소리에 더욱 강한 식인왕들이 몰려들었다.
먼저 달려온 식인왕이 양장민과 맞붙어 격렬한 전투를 벌였으나, 양장민은 전혀 밀리지 않고 강한 전투력을 보여주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양장민은 대결을 빨리 끝내고 이곳을 빠져나가려는 듯 싸우면서 도망칠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나 식인왕은 그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 추격해왔다. 다른 식인왕까지 합세하여 양장민을 에워싸자 순식간에 상황이 급박해지기 시작했다.
식인왕 둘이 달려드는 데 모두 2품 비천경의 실력들이었다.
양장민은 두 명을 상대로 싸우면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으나, 도망치기엔 역부족이었다.
“진짜 날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양장민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순식간에 힘이 솟구쳐 오르면서 근육이 터져버릴 것처럼 비대해지더니 몸집이 한층 커졌다.
그가 쌍도끼를 들어 좌우 양쪽으로 동시에 휘두르자 맹렬한 기세가 뿜어져 나와 식인왕들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정도 기세에 물러설 수 없다는 듯 식인왕들이 협공을 취하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양장민은 싸울수록 더욱 용맹해졌다. 도끼 기술에도 매우 능하여 동시에 둘을 상대하는데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식인왕들이 하늘을 날지만 않았어도, 진작 그의 손에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어느 순간, 양장민이 기지를 발휘하여 땅에 넘어진 척하자 식인왕 하나가 빠르게 돌진해왔다.
그 틈을 노린 듯 그가 갑자기 온 힘을 집중시켜 식인왕을 향해 쌍도끼를 휘둘렀다.
식인왕은 공격을 연거푸 막아냈으나 양장민의 힘에 당해내질 못하고 가슴이 깊게 베이고 말았다.
양장민의 공격은 성공했지만, 그만 식인왕이 죽기 전 날린 마지막 일격에 그도 당하고 말았다. 식인왕이 포효하자 흉강의 기운이 달라붙으면서 그의 정신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식인왕이 가세하여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양장민은 의지력이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부상을 당했으면서도 흉강의 기운을 막아내면서 동시에 식인왕과 끈질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다만 현재 상태로는 얼마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
“젠장. 정말 이렇게 죽어야 한단 말인가!”
양장민이 참을 수 없다는 듯 고함을 질렀다.
그 순간, 식인왕의 몽둥이가 그를 제대로 직격했고, 한참을 날아가 돌무더기로 떨어지면서 한 움큼 선혈을 토해냈다.
컹!
식인왕은 그를 살려둘 수 없다는 듯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곧장 달려들었다.
바로 그때, 누군가 빠르게 달려와 뒤쪽에서 식인왕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식인왕은 금세 기습을 눈치채고 흉강의 힘을 끌어올려 자신의 몸을 단단히 둘러쌌다.
하나, 칼의 위력 역시 예사롭지 않았으니 그대로 방어를 뚫고 등을 베어버렸다.
식인왕은 고통에 몸부림을 치며, 옆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죽어라!”
항소운은 고함을 치며 도의가 실린 칼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이곳에서는 자연계의 천둥을 불러올 수 없었으나, 체내의 자줏빛 천둥의 힘만으로도 2품 식인왕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했다.
항소운은 일격에 치명상을 가한 후,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으며 식인왕에게 반격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식인왕은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하기는 했지만, 힘을 상실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잔인하고 포악한 기세를 드러냈다.
식인왕이 포효하자, 한층 강해진 흉강의 기운이 항소운을 에워쌌다.
항소운이 그런 기운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도의를 최대로 끌어올려 청천벽력의 초식을 사용하자, 식인왕과 완벽히 맞설 수 있을 만큼 막상막하의 상태가 되었다.
한 차례 맞붙고 나자, 부상을 당했던 식인왕은 버티질 못하고 뒤로 밀려났다.
그는 패배를 직감하고 항소운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바로 그때, 흉폭이 하늘에서 내려오자 식인왕이 흉폭을 향해 도움을 요청했다.
흉폭은 알았다는 듯 응답하며 빠르게 접근하더니 별안간 2품 식인왕의 머리를 박살내 버렸다.
2품 식인왕은 영문도 모른 채 그렇게 죽고 말았다.
흉폭은 식인왕을 처리한 후, 바로 눈앞에서 사라졌다.
항소운이 그렇게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항소운은 흉폭의 존재를 아직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양장민에게 맞아 초주검이 되었던 식인왕은 항소운이 칼로 숨통을 끊으며 마무리했다.
항소운은 식인왕을 처리한 후, 심각한 상태에 빠진 양장민에게 곧장 달려갔다.
양장민은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 가까스로 노력하고 있었으나 전부 헛수고로 돌아갔다. 이성마저 흉강의 기운에 잠식당할 위기에 놓여있었다.
항소운이 가까이 다가가자, 양장민은 소리를 지르며 그를 공격하려고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부상이 심해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조용히 해.”
항소운이 그의 두 팔을 붙잡고 명룡혼고를 불러일으키자 양장민의 몸속에 있던 흉강의 기운이 전부 흡수됐다.
명룡혼고는 흉강의 기운을 흡수하는 기능이 있었다. 설령 항소운의 몸 밖에 있다 해도 동일한 작용을 할 수 있었다.
흉강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자, 양장민의 눈빛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감격한 표정으로 항소운을 바라보았다.
그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항소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상처가 심하니, 우선 치료부터 해요.”
양장민이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치료 단약과 약초를 꺼내 꿀꺽 삼켰다.
그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좌선을 하자, 항소운도 이왕 시작했으니 끝까지 도와주는 셈 치고 그 옆에서 호법(護法)을 해주었다.
항소운 자신도 왜 양장민을 구하러 뛰어들었는지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가 본래 살던 별원을 자신이 차지하게 되면서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항소운은 흉폭을 시켜 이곳으로 오는 식인들을 막은 뒤 먼저 무리로 돌아가라고 분부를 내렸다.
지금은 조용히 때를 기다리면서 토석지심을 얻을 방법을 생각하기로 했다.
양장민도 이곳에 오래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몸을 어느 정도 회복시키고는 항소운에게 말했다.
“네가 도와줄 줄은 몰랐어.”
“허허, 제가 좋은 사람인 걸 어쩌겠어요.”
항소운이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정말 고마워.”
양장민이 감사의 뜻을 전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은혜는 반드시 갚을게.”
“그건 됐고, 제가 별원을 뺏었다고 미워하지나 마세요.”
항소운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허허, 나 양장민이 그런 사소한 일로 누굴 미워할 것 같아?”
그러고는 말을 이었다.
“물론 망신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내가 그동안 체면을 잃은 일이 한두 번도 아닌걸. 아마도 내 얘기는 들어서 잘 알고 있겠지만, 비천경을 넘는 것과 비교하면 처소 문제는 아무것도 아냐.”
양장민이 낙담하는 표정을 보니, 그 자신도 비천경의 벽을 넘지 못할 줄 몰랐던 것 같았다.
“양형 정도면 비천경에 오르는 것도 어렵지 않을 텐데, 지금까지 오르지 못한 이유라도 있어요?”
항소운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확실히 어렵진 않지. 한데, 일이 생각처럼 안 될 때도 있더라고.”
양장민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말 못할 사정이 있는 듯 보였다.
“우선 여기서 나가죠. 이곳은 식인족의 소굴이라, 쉽게 발견될 수 있거든요.”
항소운은 더 이상 캐묻지 않기로 했다. 누구나 감추고 싶은 사연은 있는 법이니까.
확실히 이곳은 식인족과 가까워서 위험했다. 양장민은 현실적으로 틀린 게 없는 만큼 항소운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항소운은 양정민을 데리고 머물 곳을 찾을 생각을 얘기하자, 양장민이 몸을 숨길만 한 좋은 장소를 알고 있다면서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항소운도 호기심이 일어 두말 않고 그 뒤를 따랐다.
잠시 후, 양장민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항소운을 데리고 왔다. 그가 바위를 옆으로 밀자, 그리 깊지 않은 동굴 하나가 나타났다.
“난 여기서 치료할 거니까, 너도 별다른 일 없으면 함께 가자. 이곳은 절대 발견될 염려는 없어.”
양장민의 제안에 항소운도 사양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양장민은 뒤따라 들어가며 다시 바위를 밀었다.
동굴 안쪽은 칠흑처럼 어두웠으나, 항소운은 안력(眼力)을 사용해 뚜렷이 볼 수 있었다.
양장민이 바닥에 앉아 야광주를 꺼내 들자 동굴 안이 환히 밝아졌다.
그제야 항소운은 양장민의 안색이 아주 창백하단 것을 알아차렸다. 부상이 심해서 방금 전 휴식으로도 몸을 제대로 회복시키지 못한 것이다.
“양형, 먼저 상처부터 치료해요.”
항소운이 말했다.
“응, 알았어. 그럼 이야기는 이따 나누자.”
그러고는 부상을 치료하는 데 온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항소운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녀석, 정말 날 믿나 보군.’
생각해보면 항소운이 양장민을 구했으니, 그가 자신을 믿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항소운은 다른 생각은 접어두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또한, 양장민이 식인족의 소굴에 왜 나타났는지도 궁금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천을 찾으러 가느라, 식인족의 구역으로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문득 양장민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토석지심을 얻기 위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흙의 힘을 수련하고 있으니, 토석지심을 얻게 되면 확실히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어쩌면 그걸 계기로 비천경에 오를 수도 있었다.
그렇게 반나절이 지났다.
치료 상태에서 깨어난 양장민은 몸이 한결 편해진 것을 느꼈다.
“항소운, 너도 토석지심 때문에 온 거야?”
정신이 든 양장민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항소운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으나, 바로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네, 전 토석지심 때문에 왔어요. 양형도 그렇죠?”
“이제 보니 우린 목표가 같네. 그럼 우리 협력하는 건 어때?”
양장민이 물었다.
“협력? 그러다 제가 토석지심을 가져갈 수도 있는데, 걱정 안 되세요?”
항소운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하하. 그런 걸 걱정할 정도면 처음부터 이런 말을 꺼내지도 않았지. 함께 토석지심을 찾고 난 다음에 실력을 겨뤄서 이기는 쪽이 가지면 되잖아.”
양장민이 호기롭게 말하자, 항소운은 상대가 꽤 괜찮은 녀석이란 생각이 들었다.
“좋아요. 양형이 그렇게 자신 있다니, 그럼 함께해보죠.”
그러더니 잠시 후 다시 양장민에게 물었다.
“그런데 식인족에는 왕급 무사가 아주 많다던데, 우리 두 사람으로 승산이 있을까요?”
“확실히 골치 아픈 문제긴 해. 그래도 위험을 감수한다면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냐. ”
양장민이 뜸을 들이며 말했다.
“무슨 방법인데요?”
항소운이 조바심이 나서 묻자, 양장민이 짧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10년 전 여기에 왔을 때, 이곳에 식인족의 족묘로 향하는 비밀통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 그곳은 확실히 토석지심이 있는 곳이야.”
“네? 10년 전에 여기 왔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