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79
제179화 내가 누군지 몰라?
길고 지루한 싸움이 계속되면서 그녀의 몸에는 상처가 늘어갔다.
홍루의 사상자도 더욱 늘어만 갔다.
그러나 홍루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 않았다. 화홍루는 실력이 낮은 귀문 몇 마리를 검으로 베어 죽였다. 또 수하 중 누군가 잇달아 화살을 쏘자 귀문들도 더 이상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힘겹게 싸우며 도망친 끝에 그녀를 따라 3대 구역의 경계 지역까지 빠져나온 사람은 겨우 7, 8명에 불과했다.
이곳은 요수가 출몰하는 지역이라, 귀문들도 더 쫓아오지 않았다.
화홍루와 수하들이 한숨 돌리며 휴식을 취하려 할 때,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하하. 보아하니 너희 운애각에서 뭘 찾은 것 같은데.”
요란한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마혈박쥐를 탄 사람들이 그녀들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그들은 다름 아닌 마혈문 사람들이었다.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검은 무사복을 입은 채 사악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그러자 화홍루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우린 아무것도 찾은 게 없어. 그런데 이 앞의 귀문족 구역에 혼천이 한 줄기 있는 건 발견했지. 혼천을 얻을 생각이라면, 지금 가보는 게 좋을 거야.”
“너 운애각의 화홍루지?”
우두머리가 느닷없이 물었다.
이 자는 얼굴의 절반을 가면으로 가리고 있었다. 그는 ‘마면(魔面)’이라 불리는 화강경 정점의 고수였다.
마면은 마혈문에서 마령(魔靈) 다음으로 지위가 높았으니, 화홍루에게 뒤지지 않는 실력이었다.
“맞아.”
화홍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 큰 여자는 머리가 나쁘다더니, 너희 홍루의 루주(樓主)도 예외는 아니군. 어서 혼천을 내놓고, 나랑 즐겁게 놀아보자고. 그렇게 하면 너희들은 곱게 풀어주마. 그렇지 않으면……, 헤헤. 우리가 더 강한 방법을 쓸 수도 있지.”
마면이 음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놈이 감히 우리 사저를 모욕하다니. 나 북인화(北仁華)가 가만두지 않겠다!”
홍루 쪽에서 한 남자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이 자는 8품 화강경으로 전투력에서는 섬전맹의 4대 호법과 비등한 수준이었으며, 남몰래 화홍루를 흠모하고 있었다.
“네놈들이 그렇게 죽고 싶다면, 소원대로 해주지.”
마면이 냉소를 띠며 말을 내뱉자, 그들 일행이 전부 공중에서 내려왔다.
이와 동시에 마혈박쥐를 탄 두 명의 무인이 북인화를 향해 곧장 달려들었다.
그들은 높은 위치에서 북인화를 공격했으니, 당연히 우세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화홍루는 수하를 보호하려 움직였을 때 마면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저리 꺼져!”
화홍루가 소리를 치며 마면을 향해 매섭게 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해서 마면과 화홍루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두 사람의 무공은 비슷했으나, 화홍루는 혼천을 얻기 위해 많은 힘을 소모한데다 내상까지 입은 탓에 곧 열세에 몰리고 말았다.
게다가 수하의 비명이 들리자 빨리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집중력까지 흐트러져 도무지 전투에 전념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화홍루는 마면의 거센 공격에 제대로 맞아 날아가고 말았다.
“그러니까 좋게 말할 때 순순히 들었어야지. 꼭 내가 세게 나가야 말을 듣는다니까. 이제 어디 맛 좀 볼까.”
마면이 화홍후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탐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화홍루는 옷이 찢겨 눈처럼 흰 피부를 그대로 드러났다. 찢긴 앞섶 사이로 탐스러운 가슴이 드러났다.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네 뜻대로는 안 될 거다!”
화홍루가 죽을힘을 다해 소리쳤다. 그렇다고 중상을 입은 그녀가 마면의 손아귀를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였다.
마면이 화홍루에게 다가서는 위기일발의 순간, 어디선가 강한 기세를 담은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내 시녀니까, 내 허락 없인 못 죽어!”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항소운이었다.
항소운과 양장민은 이곳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호흡을 숨긴 채 조용히 다가왔는데, 뜻밖에도 마혈문이 홍루를 향해 이런 잔악무도한 짓을 벌이고 있었다.
마면은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 자신을 방해하자, 놀라서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가 상대는 사람 두 명과 호랑이 한 마리뿐이라 금세 마음을 놓았다.
화홍루는 항소운을 보고 큰소리로 외쳤다.
“빨리 도망가. 이 녀석들은 수가 많다고!”
그녀는 항소운의 무공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마혈문은 강하기로 유명한 놈들이었다. 항소운이 이들을 상대로 이기긴 힘들 거란 생각이 들었다. 책임감이 강한 그녀는 다른 사람이 자신 때문에 목숨을 잃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다.
“그래. 네 놈들 목숨은 살려줄 테니 방해하지 말고 썩 꺼져!”
마면이 항소운 일행을 잔뜩 무시하는 눈초리로 쏘아붙였다.
“에이, 또 마혈문의 쓰레기가 나타났군. 10년 전에도 몇 놈을 해치웠는데, 쓰레기 같은 놈이 또 나타나다니 오늘 네 놈들을 전부 없애주마!”
양장민이 벽력같이 호통을 치더니, 다른 마혈문 제자를 상대로 공격을 시작했다.
오랜 휴식 끝에 그는 전투력의 7할을 회복했다. 이것만으로도 화강경의 적을 상대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이제는 토석지심까지 가지고 있으니, 힘이 달릴 걱정도 없었다.
양장민은 일찍이 어릴 적부터 이름을 날린 인재답게, 비천경이 아닌데도 무서운 전투력을 발휘했다.
그는 가장 근접한 상대 2명에게 돌진하여 도끼를 사정없이 휘둘렀다.
그러자 마혈문의 제자들도 물러서지 않고, 전력을 다해 그의 강공을 막아냈다.
그러나 양장민의 힘이 어찌나 세던지 강한 힘으로 계속 내리누르자 마혈문 제자들은 그만 무기를 떨구고 말았다. 한 명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고 다른 한 명은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양장민이 상대가 안도할 틈도 없이 다시 거센 힘으로 도끼를 휘두르자, 부상을 당한 상대방은 달려들던 마혈박쥐와 함께 동시에 몸이 잘려 나가고 말았다.
양장민의 공격은 단순했으나, 보통 사람은 범접하지 못할 거대한 기세를 담고 있었다.
연달아 두 사람을 죽이고 나자, 마혈문의 다른 고수가 양장민을 향해 달려들었다.
양장민은 철옹성처럼 단단한 방어로 온몸을 겹겹이 둘러 자신을 절대 패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
항소운은 한창 싸우고 있는 양장민을 돕지 않고, 화홍루 쪽으로 걸어갔다.
“꼬마야, 너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거냐?”
마면이 느긋한 말투로 항소운에게 물었다.
마면은 동료가 죽임을 당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혈문이 얼마나 냉혹한 곳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왜 죽을 사람을 알아야 하는 건데?”
항소운이 되물었다.
“하하, 그래. 너희 운애각은 자존심 빼면 시체지. 하나, 자존심도 부릴 때 가서 부리는 거야! 마복, 저 녀석을 해치워라!”
마면은 직접 나서지 않고, 자신의 타고 왔던 마혈박쥐를 내보냈다.
이 마혈박쥐는 8품 정점의 대형급 요수였다. 같은 8품의 화강경 무인도 상대하기 벅찰 만큼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마혈박쥐는 하늘 높이 올랐다가 항소운을 향해 빠르게 돌진하면서 예리한 발톱을 곧추세우고 그의 얼굴에 공격을 퍼부었다.
항소운이 미처 반격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호랑이가 포효하더니 풀쩍 뛰어올랐다.
호랑이는 단숨에 몇 장을 뛰어올라 곧장 마혈박쥐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마혈박쥐는 깜짝 놀라 쉴 새 없이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면서 음산한 빛이 번뜩이는 두 발을 곧추세웠다.
마혈박쥐가 높은 곳에서 공격을 펼치자, 호랑이는 상대를 바로 잡지 못하고 오히려 상처만 입고 말았다.
호랑이는 7품 화강경의 경지였다. 땅에서 싸웠다면 마혈박쥐를 바로 덮쳤을 테지만 상대는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마혈박쥐는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며 상공을 가로질렀고, 입으로는 강한 부식성을 지닌 마혈의 기운을 연신 토해냈다.
호랑이는 힘겹게 버티고 있었으나, 이처럼 공격을 받았다가는 얼마 못 가 곧 목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하하. 네 호랑이 요수도 별 볼 일 없군.”
마면이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허허. 그래?”
항소운이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넌 지금 저게 안 보여? 네 호랑이가 곧 마혈박쥐한테 죽게 생겼잖아.”
마면이 호랑이를 가리키며 항소운을 조롱했다.
“내가 보기엔 네 마혈박쥐가 내 호랑이한테 먹히게 생겼는데.”
갑자기 호랑이가 공격하고 있는 마혈박쥐를 향해 갑자기 포효를 했다.
어흥!
범의 포효소리에는 살기가 가득하여 주변을 뒤흔들었다. 갑작스러운 음파 공격에 마혈박쥐는 바로 휘청이더니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호랑이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힘을 전부 일으켜 떨어져 내리는 마혈박쥐를 덥석 물었다.
끼이!
호랑이에게 급소를 물린 마혈박쥐는 고통에 몸부림을 치며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호랑이가 있는 힘껏 물고 놓아주지를 않으니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빠져나올 수 없었다.
“젠장!”
마면은 울화통을 터뜨리며 빠른 걸음으로 돌진했다.
항소운이 대뜸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네 상대는 나야!”
“그래? 그럼 이만 죽으시지!”
마면이 냉소를 짓더니 양손을 갈퀴로 만들어 휘둘렀다.
마혈조(魔血爪)!
순간, 조공(爪功)의 힘에서 검붉은 빛이 올라오며 사악한 기운이 주변을 감쌌다.
마면은 화강경 정점의 실력이었다. 전투 왕으로 불리는 자라서 공격을 전개하자 무서운 힘이 솟구쳤다.
“그럼 나도 조공으로 놀아볼까.”
항소운이 옅은 웃음을 짓더니 마찬가지로 조공을 전개했다.
두 사람의 갈퀴 같은 두 손이 쉴 새 없이 부딪치자, 그 충격에 파공음이 일어나며 주변의 나무와 돌들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항소운은 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면처럼 강한 적수를 상대하다 보니, 단번에 이기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그의 열양칠조는 상대의 마혈조보다 한 수 위였다. 풍부한 전투 경험에 안력(眼力)까지 뛰어나 마면과 대등한 승부를 벌일 수 있었다.
항소운이 마면을 상대해주자 한숨을 돌린 화홍루는 영약을 삼킨 다음 부상을 치료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그녀는 짧게 상처를 치료하고 바로 몸을 일으켜 마면에게 기습을 가할 준비를 했다.
그러자 항소운이 그녀에게 소리쳤다.
“방해하지 말고, 싸울 힘이 있으면 가서 형님이나 도와.”
그는 화홍루의 도움 없이 마면과 제대로 겨뤄보고 싶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화홍루도 즉시 방향을 바꿔 다른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무리 양장민의 무공이 뛰어나다 해도, 혼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의 협공을 당해낼 순 없었다. 게다가 그는 부상을 당한 몸이지 않던가.
항소운이 잠시 양장민 쪽을 보면서 정신이 팔려있을 때, 마면이 그의 한쪽 어깨를 붙잡고 있는 힘껏 찍어 내렸다.
스윽-
마면의 조공(爪功)에 항소운은 어깨에서 팔까지 깊게 긁히면서 금세 피가 스며 나왔고, 항소운은 아파서 미칠 지경이었다.
마면은 다시 항소운의 등을 노렸다. 그때 갑자기 화염이 치솟으면서 마면의 손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