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8
제18화 마치 예전 집에 있는 느낌이야
육소청과 매연화는 막불회를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보았다. 막불회가 어째서 이렇게 확신을 하는지 잘 모르는 눈치였다.
이때, 집사가 일행이 들으라는 듯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녀석 시험 시간은 아직 안 끝났어. 아직 일각이 더 남았다고!”
“일각이 더 남았다고요? 그건 2배 아니에요?”
육소청이 놀라서 말했다.
“집사 어른,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 녀석이 요구한 건가요?”
매연화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집사에게 물었다.
막불회도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집사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정도 시간이면 내가 생각했을 땐 좀 짧아. 이따 저 녀석이 나오려고 할지나 모르겠네!”
집사는 육소청과 매연화의 질문을 아예 듣지 못한 듯 혼자 중얼거렸다.
그의 말을 들은 세 사람은 모두 너무나 놀라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극한당 제2실 안.
사방에서 수많은 돌이 쉴 새 없이 날아와 부딪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그 누구라도 제멋대로 날아다니는 돌들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돌들이 매번 1,000근의 힘으로 공격하여, 일반 수행자는 절대 견뎌낼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이곳에서 일각을 버틸 수 있는 자는 비범한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무당전이 개설된 후, 이곳에서 일각을 버틴 자는 많지 않았다. 제2실을 통과한 자들은 모두 비범한 능력으로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으나, 그중 일부는 불행하게도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런 이유로 극한당의 극한을 통과한 자들에게는 모두 극한 옥패를 발급하여, 일정 부분 지원을 하고 있었다.
무당전은 수행자를 양성하는 곳이었다. 수행자가 강해질수록 무당전의 실력도 강해지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처음으로 극한실에 도전하여 반 시진 이상을 버틴 자는 지금까지 없었다.
지금 항소운은 이미 반 시진을 버티고 있었다. 무당전 역사에서 가장 오래 극한을 버틴 사람이 된 것이었다.
퍽! 퍽!
항소운의 두 주먹은 붉은 피로 전부 물들었고, 몸에도 상처가 가득했다. 상처가 매우 심해 치료하기조차 어려울 것으로 보였으나, 그의 기세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욱 왕성해져서 그의 옆에는 깨진 돌들이 수북이 쌓이고 있었다. 이것들은 모두 그가 다른 무기없이 두 주먹만으로 이뤄낸 성과였다.
충기권!
열운장!
두 가지의 1품 전투기술을 다루는 그의 실력은 더욱 높아졌고, 날아오는 돌들은 모두 산산조각이 나고 있었다.
돌이 깨지는 만큼 항소운도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등 뒤에 날아오는 돌을 미처 피하지 못했더니, 돌에 맞은 부분의 피부가 바로 찢기고 살이 드러났다.
“더 이상 안 되겠다. 이제 무기를 사용해야지!”
항소운은 이렇게 외치고 결국 자신의 중참도를 뽑아 들었다.
중참결!
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나가자, 돌이 즉시 잘리며 산산조각이 났다.
항소운이 나비처럼 가볍게 움직이면서 연달아 두 개의 돌을 피함과 동시에 검을 두 번 휘둘렀다. 검망은 느리게 보였으나 그 안에 내재된 힘은 1,000근을 넘어섰다.
돌 두 덩이가 그 자리에서 바로 잘려 나갔다.
‘중참결의 핵심은 중(重), 즉 무게에 있지. 공격마다 전신의 힘을 다하고, 한 번의 공격으로 명중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회를 놓치게 돼!’
향소운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정신을 집중시켰다.
그가 끊임없이 중참결의 중요 구절을 읊으며 중참결이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도록 하자, 그의 주변에 날아다니던 돌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그를 억누르던 압박감도 크게 줄어들었다.
좀 더 힘을 낼 수 있다면 극한실에 있는 모든 돌을 완전히 자를 수 있건만, 아쉽게도 그는 힘을 거의 다 쓴 상태였다.
지금부터 공격을 계속했다가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임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항소운은 돌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고, 날아오는 돌을 피해 드디어 제2 극한실 밖으로 나왔다.
“나왔다! 형님이 나왔어요!”
하류휘의 놀란 목소리가 밖에서 기다리던 일행의 귓등을 때렸다.
막불회와 매연화 그리고 육소청은 모두 통로 쪽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항소운이 흐느적거리며 한 발 한 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육소청은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남자를 보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기 시작했다.
매연화 역시 눈을 반짝였다. 지금 항소운의 피투성이 몰골은 오히려 매력을 더해 주었다.
극한당에서 2시진 넘게 버틴 소년의 전투력은 강했다. 게다가 미래도 밝았으니 어느 소녀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는가?
이때, 집사 어른이 갑자기 움직였다.
그는 항소운에게 다가가 단약 한 개를 건네며 말했다.
“우선 상처를 치료하는 단약부터 먹도록 해라. 상처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야!”
항소운은 단약을 받아들자마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단약을 삼켰다.
단약이 입에 들어가 녹자, 강력한 약성이 항소운의 경맥을 따라 흐르면서 상처 난 몸을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항소운은 온몸이 훨씬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집사 어른, 감사합니다!”
한숨 돌린 항소운이 집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하하, 고마워할 필요 없다. 이건 본래 널 위해 준비한 거야. 극한당 제2실에서 한 시진을 넘게 버티다니! 이건 우리 무당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지! 게다가 넌 겨우 7품인데 말이야!”
집사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운이 좋았던 거예요! 그리고 집사 어른, 우선 점수부터 주세요. 전 가서 좀 쉬어야겠어요. 너무 아프네요. 빌어먹을 난석진 같으니라고!“
항소운이 이를 갈며 말했다.
육소청은 그 모습을 보고, 안쓰러워 말했다.
“응, 빨리 가서 쉬어!”
매연화가 한층 과감함을 보이며 다가섰다.
“소운아, 아니면 내가 널 부축해서 데려다줄게! 나에게 기대렴!”
매연화가 항소운을 부르는 호칭이 이미 바뀌어있었다. 옆에 있던 하류휘와 막불회는 이 말을 듣고 묘하면서도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형님, 요릿집에서 맛있는 거 사주신다면서요?”
하류휘가 눈치 없이 물었다.
“넌 동정심도 없어? 항소운이 다쳐서 이 지경이 됐는데!”
육소청이 불만 가득한 눈으로 하류휘를 쏘아보았다.
매연화 역시 육소청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러니까 말이야, 하류휘 넌 정말 눈치가 없다니까!”
순간 하류휘는 설움이 복받쳤다.
단지 감정이 시키는 대로 즉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을 뿐, 고의는 아니었다.
항소운은 손을 저으며 일행을 진정시켰다.
“여러분께 약속한 식사 대접은 꼭 지킬게요. 그런데 지금 이 꼴로 제가 가게 되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 같아서요. 며칠 후에 반드시 대접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더니, 집사 어른을 따라 점수를 받으러 갔다.
“제2실의 기록을 깼으니, 점수는 2배다. 2,000점을 주마!”
집사 어른이 기쁜 얼굴로 말했다.
막불회, 하류휘, 매연화 그리고 육소청은 이 점수를 듣고 깜짝 놀랐다.
2,000점은 외원 제자들에게 있어 아주 풍족한 재산이었다. 내문제자라 하더라도 이 정도 점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보기 어려웠다.
극한당은 역시 빠른 시간 내에 점수를 쌓을 수 있는 정말 좋은(?) 곳이었다.
“2,000점이라니, 그럴만한 가치가 있네요!”
항소운이 만족한 듯 웃더니,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서둘러 처소로 돌아갔다.
비록 상처를 치료하는 단약을 먹긴 했으나, 피를 지나치게 많이 흘려 상태가 좋지 않았다. 만일 제때 상처를 치료하지 않으면 내상이 남아 그의 앞날에도 좋을 게 없었다.
별원으로 돌아온 항소운이 가부좌를 틀고 앉자, 단약의 약성이 온몸의 오장육부로 조금씩 퍼졌다.
약성이 녹아들면서 그의 부상 상태는 즉시 안정이 되었으며, 점차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건 분명 보통 단약이 아니라, 체내의 힘을 극대화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항소운이 하루 밤낮으로 좌선을 하자, 패왕전천결이 체내의 힘을 끊임없이 응집시키면서 순수한 힘이 9대 성진 안으로 들어갔다.
이 힘은 바로 항소운의 체내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9년간 약물에 제련된 몸이 드디어 빛을 볼 날이 온 것이다.
이번 극한에 도전하면서 항소운의 힘은 7품 경지의 정점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육체의 강도도 1품 정점의 무기와 맞먹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이제는 보통의 1품 무기로 그에게 상처를 입히는 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 * *
이틀 후, 항소운의 상처는 절반 정도 회복되었다. 이 정도면 움직이는 데 큰 지장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건 모두 보통 사람과는 전혀 다른 뛰어난 체질 덕분이었다.
“이번에 얻은 수확이 꽤 많은데, 시간이 되면 제2실에 자주 가서 수련해야겠어!”
항소운이 혼잣말을 했다.
각각의 극한당은 설정된 상황이 달랐다. 제1실에서 주로 단련하는 것은 외력으로, 스스로 잠재력을 돌파하고 더욱 강력한 힘이 폭발할 수 있도록 했다. 제2실은 난석진으로, 모든 돌은 각각 천 근의 무게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촘촘하게 밀집되어 보통 사람은 이를 상대하기가 힘들었다. 이런 환경에서 수행자는 반응 능력과 전투 능력을 단련할 수 있었다.
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예민함과 신법(身法)이 필요했고, 돌을 부수기 위해서는 폭발력이 필요했다. 만일 여기서 버텨낸다면 수행자의 전투력은 한꺼번에 크게 향상될 수 있었다.
단기간 내 전투력을 향상시키고 싶은 항소운에게 난석전은 가장 좋은 수련 장소였던 셈이다. 거기에다가 무려 2,000점의 점수까지 획득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였다.
항소운은 그렇다고 자만하지 않고 제2실에서 수련을 계속하기로 결심했다. 그에 앞서 막불회 등에게 먼저 식사를 대접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항소운이 다시 외원으로 돌아오자, 수련 중이던 속가제자들이 경외하는 눈빛을 드러냈다. 눈빛뿐만 아니라 온 얼굴로 경외감을 드러내는 속가제자들이 부지기수였다.
연무대의 맞짱 대결에서 오명량을 이기면서 그는 이미 명실상부한 외원 상위 10위 안에 드는 고수가 되었다. 그러니 이들이 그를 절대적으로 경외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들 소년, 소녀들은 모두 그를 ‘항 사형’이라 불렀다. 일부 과감한 여 제자들은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져 그의 마음을 뿌듯하게 했다.
“이런 기분은 정말 좋아. 마치 집에 있었을 때 같단 말이지.”
항소운은 잠시 옛 경험을 기억해냈다. 곧장 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의 집은 이미 다른 사람의 집이 되었다. 그는 이제 의지할 곳 없는 불쌍한 신세가 되어 더 이상 돌아갈 집도 없었다.
“형님, 상처는 좀 나아지셨습니까?”
하류휘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하여 멀리서도 들릴 정도였다. 마치 다른 사람들에게 그의 형님이 항소운인 것을 알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제정신이 돌아온 항소운이 대답했다.
“상처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나아? 하지만 기분은 많이 좋아졌어!”
그는 하류휘에게 면박을 주려다가 화제를 바꿨다.
“너 가서 육소청과 막 사형 그리고 매 사저를 불러와. 내가 맛있는 것 사준다고 했잖아. 약속은 지켜야지!”
하류휘가 항소운을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전 형님이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신의있는 사람인 줄 이미 알고 있었죠! 다들 저쪽에 있네요. 제가 가서 불러올게요!”
막불회, 매연화 그리고 육소청은 항소운에게 자극을 받고, 이틀 동안 맹렬히 외력을 단련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루빨리 제2 극한실을 통과해서 앞으로 절대 항소운에게 뒤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운아, 상처는 좀 나았니?”
항소운을 본 매연화가 다정하게 말을 걸어왔다.
역시 항소운에게 관심을 갖고 있던 육소청은 매연화 앞에서 멈칫하더니 하려던 말을 삼켰다.
옆에 있던 하류휘는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속이 쓰라렸다.
그는 매연화를 몰래 짝사랑하고 있었는데, 상대는 그에게 관심조차 없고 오히려 형님에게 마음이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관심 가져줘서 고마워요. 거의 다 나았어요. 이제 요릿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테니, 저와 가시죠!”
항소운이 대답했다.
“마침 배고팠는데.”
매연화가 항소운의 곁으로 가며 싱긋 웃었다.
그녀의 행동으로 막불회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그의 눈빛에 불만스러운 기색이 엿보였다.
항소운이 나타나기 전, 매연화는 늘 그와 함께였다. 비록 사이가 가깝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절대 항소운에게 하는 것처럼 다정하지는 않았다. 그랬던 매연화의 오늘 모습을 본 그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
막불회는 마음이 불편했으나, 애써 기색을 감추고 말했다.
“항 아우가 그렇게 하겠다니, 그럼 우리도 사양하지 않을게.”
“그럼 빨리 가죠. 가서 먹고 마십시다!”
2,000점이라면 요릿집에서 실컷 먹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