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84
제184화 이제 죽어라
항소운은 그제야 양장민의 행동을 의식한 듯 정신이 든 얼굴로 말했다.
“형님, 혼천을 얻으셨어요?”
“하하. 그래. 아우에게 약속한 일은 반드시 지킨다고. 물론 사매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힘들었겠지만 말이야.”
양장민이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자 항소운이 감격한 얼굴로 양장민과 화홍루를 보며 말했다.
“고마워요.”
그러고는 말을 덧붙였다.
“형님, 이 혼천은 우선 형님이 갖고 계세요.”
“왜, 내 선물이 마음에 안 드는 거야?”
양장민이 볼멘소리로 묻자 항소운이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럴 리가 있겠어요. 그럼 우선, 제가 갖고 있을게요.”
항소운은 이렇게 말하며 혼천이 담긴 옥병을 손에 쥐었다.
그제야 양장민도 호쾌하게 웃었다.
“당연히 그래야지.”
이때, 혼천들은 이미 여러 천재의 수중에 들어간 상태였다.
아직 혼천을 얻지 못한 자들은 눈이 벌게졌으나 대량의 혼천이 나타날 거란 기대를 품으며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형님, 홍루. 우린 이만 가죠.”
항소운이 갑자기 말을 꺼내자, 화홍루가 내키지 않는다는 듯 대꾸했다.
“뭘 벌써 가려고 해. 난 혼천을 더 갖고 싶다고.”
양장민도 옆에서 거들었다.
“그러게 말이야. 어렵사리 자리도 얻었는데, 지금 떠나면 아깝잖아. 어쨌든 시간도 많은데 말이야.”
“절 믿는다면 지금 바로 떠나야 해요. 안 그랬다간 늦고 말 거에요.”
항소운이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얼굴에서 자신의 말을 절대 거역하면 안 된다는 결심이 읽혀있었다.
화홍루와 양장민은 그가 뭘 걱정하는지 도통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항소운은 설명은 제쳐두고 두 사람의 손을 잡아끈 채 아래쪽으로 빠르게 내려갔다.
그들이 자리를 뜨자, 다른 사람들이 재빨리 자리를 차지했다.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넌 혼천이 있으니까 더는 필요 없다는 거야?”
화홍루가 불만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목숨보다 중요하진 않잖아.”
항소운이 작은 소리로 화홍루를 꾸짖듯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화홍루가 다시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항소운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귀, 귀문이 날아온다! 엄청난 수야!”
망월대 쪽에서 누군가 놀라 소리쳤다.
과연 멀지 않은 곳에서 귀문 무리가 빼곡히 날아오고 있었다. 그 수를 보니 족히 수천 마리는 되어 보였다.
귀문은 도착하기 전부터 망월애 위의 사람들을 향해 돌들을 무차별적으로 던졌다.
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돌들이 운석처럼 자신들의 앞에 떨어지고 있어서 피할 곳도 없었다.
뒤늦게 심각한 상황을 인지한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속수무책으로 돌을 맞고 부상을 당했다. 커다란 아픔에 고통스러운 비명을 마구 질러댔다.
사람들이 일제히 힘을 합쳐 날아오는 돌들을 정신없이 부수면서 주변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제야 양장민과 화홍루도 항소운이 자신들을 이끌고 망월애를 재빨리 벗어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양장민은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세상에! 귀문족이 전부 몰려온 건가?”
화홍루도 몸서리를 치며 말했다.
“정말 무섭네요. 조금만 늦었으면 우리도 꼼짝없이 포위될 뻔했어요.”
“형님과 홍루는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먼저 이곳을 떠나세요. 여기는 귀문이 너무 많으니 혼천을 더 얻을 생각은 하지 마시고요. 귀문왕까지 왔으니 시간을 끌다간 꼼짝없이 당하고 말 거에요.”
항소운의 말에 양장민과 화홍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뭐? 귀문왕이 왔다고?”
과연 망월애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머리를 움켜쥔 채 정신 나간 사람처럼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들은 전투력을 완전히 상실한 채 날아오는 돌에 그대로 맞아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귀문왕은 공간을 뛰어넘어 물체를 움직이는 능력뿐 아니라, 영혼력을 이용해 타인의 영혼을 직접 공격할 수 있었다.
머리를 움켜쥔 채 비명을 지르는 자들은 귀문왕의 공격을 받고 저항 능력을 상실한 채 날아오는 돌에 맞아 무참히 죽고 말았다.
무인의 최대 약점은 영혼이었다. 일단 영혼이 부상을 당하게 되면 정신까지 영향을 받아 경미한 경우 정신을 잃게 되지만 심한 경우 영혼이 괴멸되어 죽음에 이를 수도 있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망월대의 젊은 천재들은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그곳을 떠났다.
망월애에 있던 사람들도 여유를 부릴 새 없이 재빨리 그곳을 빠져나왔다.
본래 망월대를 오르내리는 길은 좁은 길 하나뿐이었는데,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자 서로 밀고 밀치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으아악!
수많은 무인이 한 데 엉켜 매우 혼란스러운 와중에 비명이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한편, 항소운에 이끌려 일찌감치 아래로 내려온 양장민과 화홍루는 위험한 고비는 넘겼으나, 아직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들은 홍루와 자유문의 제자들이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야 했다.
“홍루, 넌 석궁으로 다른 사람들이 여길 빠져나갈 수 있게 도와줘!”
항소운이 화홍루에게 재촉하듯 말했다.
“그럼 너는? 넌 우리와 같이 안 갈 거야?”
화홍루는 항소운이 자신이 모르는 어떤 결심을 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물음에 항소운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난 여기 남을 거야. 귀문도 날 어쩌지는 못할 테니까.”
“아우야, 지금 장난할 때가 아니야. 빨리 여길 떠나자.”
양장민의 충고에도 항소운의 결심은 꺾이지 않았다.
“형님, 절 믿으세요. 우선 두 사람이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울게요.”
바로 그때, 수많은 돌이 그들이 있는 쪽으로 쏟아졌다.
항소운이 자전도를 쉴 새 없이 휘둘러 돌들을 가루로 만들어 흩뿌렸다.
이곳까지 내려온 귀문의 수는 아직 많지 않았다. 항소운은 혼자서도 이 부근을 철통같이 방어할 수 있었다.
양장민과 화홍루는 항소운의 결심이 확고한 것을 보고는 더 채근하지 않고 즉시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그곳을 떠났다.
사람들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너나 할 것 없이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바로 그때, 귀문 몇 마리가 항소운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들은 돌 공격을 멈추고 자신들의 날개를 흔들며 사악한 기운이 깃든 광망(光芒)을 퍼뜨렸다.
광망이 물결처럼 쉴 새 없이 일렁이자 현기증이 나서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항소운 역시 눈앞이 빙빙 돌고 어지러운 데다가 영혼까지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이때, 위기의식을 느낀 뇌 속의 명룡혼고가 발동되면서 영혼을 붙들자 순식간에 정신이 맑아졌다.
항소운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바로 머리 위에서 거대한 바위가 여럿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잽싸게 몸을 피했다.
쿵!
바위가 떨어지면서 그 충격에 지면에는 구덩이가 깊게 파였고 땅이 흔들렸다.
“아이고, 큰일 날 뻔했네.”
항소운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명룡혼고가 영혼력의 공격을 전부 막아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하마터면 위험한 상황에 빠질 뻔했다.
‘귀문족은 육체적으론 약하지만, 그들의 사악한 기운이 실린 공격은 막아내기 힘들구나.’
항소운은 그런 생각을 하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양장민과 화홍루 등 운애각 인물들이 피할 수 있도록 단지 시간을 끌기 위해 이곳에 남은 것일 뿐, 목숨을 걸고 귀문과 싸울 생각은 없었다.
더군다나 양혼석이 있는 위치도 감응을 통해 발견한 터라, 더 이상 이곳에서 지체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해서 항소운이 빠르게 달려간 곳은 놀랍게도 귀문족의 요지였다.
귀문족이 대량의 귀문을 보내 인간족을 공격한다 해도 그들의 본거지에는 아직 많은 수의 귀문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어느 틈엔가 항소운의 앞에 귀문이 나타났다.
귀문의 공격은 역시 단순했다. 물체를 조종해 공격하거나 날개로 사람을 미혹시켰다.
하나 이런 것을 겁낼 항소운이 아니었다. 그가 자전도를 쉴 새 없이 휘두르자 날아오던 돌과 나무가 산산조각이 났고, 그 기세를 몰아 미처 도망치지 못한 귀문까지 단숨에 베어버렸다.
슈욱!
이렇게 귀문 몇 마리가 그의 칼에 죽임을 당하자, 남은 귀문들도 겁을 먹고 도망쳤다. 항소운이 재빨리 그 뒤를 쫓았다.
끼이이-
도망치던 귀문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도움을 요청하자, 잠시 후 멀리서 하늘을 가득 메운 귀문 떼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귀문 떼에 둘러싸이게 되면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란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몇 마리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지만, 수백 마리의 귀문이 물체를 조종해 동시에 공격을 퍼붓기라도 하면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이 들자, 항소운은 백호지익을 불러일으켜 튕긴 활인 양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몸 상태가 좋은 날이면 비행 속도가 왕급 무인에 버금갈 정도였으니, 평범한 귀문은 그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이미 귀문족의 본거지에 근접한 터라 귀문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으나, 명혼 공간을 통해 전방을 살피면서 모든 장애물을 선명히 파악할 수 있었다.
적지 않은 귀문이 날아가는 항소운의 좌우 양쪽에서 포위해 들어오면서 공격을 날렸다.
그러나 귀문의 날개는 항소운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고 근접전에도 약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마리가 항소운의 칼에 잘려 나갔다.
그는 귀문의 공격 따윈 아랑곳하지도 않고 그대로 포위를 뚫고 돌진했다.
귀문들이 그 뒤를 쫓으려 하는 상황에서 어느샌가 귀문왕이 나타나 큰 소리로 말했다.
“너희는 모두 물러나거라. 저 인간족은 내가 상대하겠다!”
귀문족의 말은 그들 종족만이 알아들을 수 있었다.
명령이 떨어지자, 썰물이 빠지듯 귀문들이 전부 물러났다.
귀문왕은 무공이 대단해서 비행 속도도 상당히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항소운의 바로 앞에 성큼 나타났다.
“인간족 주제에 감히 우리 금지(禁地)에 발을 들여놓다니, 네 놈을 죽여주겠다!”
귀문왕이 영혼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항소운에게 전달했다.
“아, 여기가 너희 종족의 금지란 말이지. 그렇다면 제대로 살펴봐야겠는데.”
항소운이 호기심이 생긴 듯 말했다.
“멍청한 놈 같으니. 이제 죽어라!”
귀문왕이 섬뜩한 웃음을 짓자, 영혼력이 항소운의 뇌 속으로 빠르게 달려들었다.
영혼력은 형체가 없어서 도무지 잡을 수 없었다. 오직 예리한 영혼을 지닌 자만이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항소운은 명룡혼고를 통해 감응을 할 수 있었으니, 영혼의 공격도 겁나지 않았다.
영혼력은 항소운의 머릿속으로 들어왔으나 명룡혼고에 완전히 가로막혀 그를 털끝 하나도 손상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항소운은 귀문왕을 속이기 위해 일부러 머리를 움켜쥐고 비명을 지르면서 공중에서 아래로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 귀문족의 천부적인 공격을 막아낼 자는 이 세상에 없지.”
귀문왕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더니, 항소운이 있는 쪽으로 날카로운 돌을 날려 보냈다.
마치 마지막 숨통을 끊어놓겠다는 일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