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85
제185화 사람이냐?
항소운은 아픈 척 연기를 하면서도 귀문왕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상대방이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자연스럽게 몸을 돌려 귀문왕이 날려 보낸 돌을 은근슬쩍 피했다.
“흥, 운이 좋은 놈이군.”
귀문왕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다시 주변의 돌들을 조종해 동시에 날려 보냈다.
귀문왕은 왕급 경지답게 염력이 대단해서 빠르게 날아오는 돌에 찔리기라도 하면 그저 죽은 목숨이었다.
항소운도 더 이상 속일 필요가 없다고 느낀 건지 순식간에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르면서 자전도를 빠르게 휘둘렀다.
청천벽력!
항소운은 필사의 일격을 가하며 상대에게 반격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
귀문왕은 항소운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하며 물러서려 했으나, 잠시 방심하고 있던 터라 자전도의 빠른 공격을 피할 수는 없었다.
우르르 쾅쾅!
벼락이 내리치듯 거대한 울림이 천지를 뒤흔들자, 방어에 취약한 귀문왕은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그러나 항소운은 기뻐할 겨를도 없이 전방의 돌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빠르게 내달렸다.
그것은 이 근방에서 유일한 돌산이었다. 그리 높지는 않으나, 인간의 팔이 우뚝 솟아있는 것처럼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산 정상은 손바닥처럼 납작한 형태로 되어있어 멀리서 보면 거인의 손이 하늘을 향해 어떤 보물을 갈구하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획쟁의 설명대로라면 그곳은 양혼석이 있는 곳이었다. 어쩌면 혼천의 발원지일 수도 있었다.
항소운은 망월대에 있을 때,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강렬한 부름을 느꼈다. 어떤 알 수 없는 물체가 자신과 공명을 일으키며 찾으러 와달라고 애타게 부르는 것 같았다.
그는 이 느낌에 의지하여 이곳까지 달려온 것이다.
돌산 앞에 이르자, 그는 섣불리 뛰어들지 않고 즉시 걸음을 멈췄다.
‘이곳으로 오는 동안 귀문을 한 마리도 만나지 않다니, 정말 이상한데.’
항소운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그는 먼저 명혼 공간을 이용해 돌산의 상황을 전부 파악한 후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번에는 명혼 공간도 제 역할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의 감응력으로는 돌산 안쪽의 상황을 도저히 파악할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알 수 없는 힘이 명혼 공간을 차단하는 바람에 감응 자체가 불가능했다.
순간, 그는 자신의 갈망이 한층 강해진 것을 느꼈다.
이것은 명혼 공간과 명룡혼고가 발산하는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었다. 그들이 탐낼 만한 물건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건 여기에 분명 영혼의 보물이 있다는 증거야.’
이런 생각을 하며 돌산으로 들어가려 할 때, 갑자기 뒤쪽에서 한 무리의 귀문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귀문왕도 있었는데, 하나같이 섬뜩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은 항소운을 단숨에 죽이려는 듯 바로 영혼력을 사용해 공격을 전개했다.
그러자 명룡혼고가 다시 위력을 발휘하며 보기 좋게 공격을 무마시켰다.
“헛수고할 필요 없다. 너희들 실력으론 어림없어.”
항소운이 귀문왕을 보며 말했다.
“한낱 인간족 주제에 우리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하나, 너도 살아나가진 못할 거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귀문왕이 성난 소리로 외치면서 즉시 수많은 돌을 조종해 날려 보냈다.
“젠장.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항소운이 놀라 소리치며 바로 백호지익을 펼쳐 돌산을 향해 빠르게 날아올랐다.
돌산에 다다를 무렵, 무시무시한 영혼력이 그를 에워싸는 것이 느껴졌다.
그 영혼력은 실제 장인(掌印)처럼 그의 영혼을 세게 내리치는 것만 같았다.
귀문족의 영혼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압박감이 느껴지는 힘이었다.
항소운은 놀라서 그대로 멈춰서고 말았다. 이번에는 아무리 해도 이 무서울 정도로 강한 압력에 맞설 수가 없었다.
무시무시한 영혼력이 그를 덮치려는 순간, 명룡혼고가 저절로 깨어나 마치 살아있는 용처럼 그의 머릿속을 맴돌며 공격을 막아냈다.
명룡혼고의 대단한 방어력 덕분에 그는 일단 무사할 수 있었다.
“휴, 그래도 명룡혼고 덕분에 살았네.”
항소운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한 순간, 한층 강해진 힘이 다시 그를 덮쳐왔다.
항소운은 명혼 공간을 통해 이 힘이 하늘과 땅을 뒤엎을 정도로 대단한 위력을 지녔음을 느꼈다. 순간, 끝도 모를 두려움이 가슴속에서 물밀듯 생겨났다.
대단한 위력의 힘이 다시금 항소운의 머릿속으로 공격해 들어왔다.
설령 인황이라 해도 감당하기 힘든 위력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명룡혼고가 능력을 발휘해 공격을 다시 저지하면서, 항소운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다.
그렇게 힘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나자, 모든 것이 고요해지면서 상대의 공격도 멈췄다.
“이제 괜찮은 건가?”
항소운이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리더니, 계속 앞으로 향했다.
“인간족이 혼석산(魂石山)으로 들어갔다!”
한 귀문왕이 놀라 소리쳤다.
“그러게 말이야. 대체 저 인간족은 어떻게 들어간 거지? 설마 영혼력이 먹히지 않는 건가?”
다른 귀문왕이 짧게 탄식을 하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 일은 반드시 족장 어른께 말씀을 드려야겠네.”
자신의 행동이 귀문족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도 모른 채, 항소운은 혼석산에 조심스럽게 발을 들여놓았다.
산자락에 도착하고 보니,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산으로 오르는 길은 보이지 않고 온통 가파른 절벽뿐이었다.
절벽을 만져보니 매끄럽고 반들반들한 것이 돌이라면 응당 있어야 할 특유의 거친 느낌이 전혀 없었다.
“대체 이 돌산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거지?”
항소운이 발을 힘껏 구르며 뛰어오르자 백호지익이 나타났다. 이를 이용해 산 정상으로 빠르게 날아올랐다.
혼석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 잠시 후 정상에 도착했다.
산의 정상은 손바닥이 하늘을 향해 살짝 펼쳐진 형상으로 5개의 돌기둥이 손가락처럼 우뚝 솟아있었다. 중앙은 움푹 패어 손바닥처럼 보였다. 그리고 한가운데에는 샘물이 있었는데, 편안한 기운이 흘러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상쾌함이 느껴졌다.
“혼천이다!”
항소운이 놀라 소리쳤다.
그는 혼천이 한 가닥씩 생성될 리 없다고 줄곧 믿고 있었다. 그런데 혼천으로 이루어진 샘물이 눈앞에 떡 하고 나타난 것이다.
소운은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된다면, 얼마나 많은 세력이 몰려들지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그러나 혼석산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혼석산은 귀문족의 근거지에 위치하고 있어 선뜻 이곳까지 접근하는 사람이 없었다. 설령 이곳까지 온다고 해도 그런 행동은 목숨을 내놓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바로 그때, 혼천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항소운은 혼천이 가득 담긴 샘물을 보고 흥분한 와중에도 본연의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돌산에 접근할 때 갑작스럽게 불어 닥친 위력적인 영혼력만 보더라도, 분명 이곳엔 심상치 않은 존재가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 낼 수 없었다.
혼천의 중앙에는 검은 꽃 한 송이가 활짝 피어있었다. 그 꽃에는 모두 49장의 꽃잎이 달려 있었는데, 하나같이 영롱한 검은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혼천이 방울방울 꽃잎을 따라 흐르자 꽃은 한층 더 우아한 미를 뽐내며 꽃 중의 왕처럼 도도한 자태를 드러냈다.
항소운은 꽃을 바라보며 놀란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
“유혼화(幽魂花)다!”
유혼화는 흔히 볼 수 없는 약초로, 매우 귀한 약으로 쓰였다. 게다가 꽃잎이 49장이나 피었으니 영약 중에서도 약황(藥皇)이라 불리는 최상급이라 할 수 있었다.
비천경에 오른 자라 해도 약왕을 얻기 위해 피 터지는 싸움을 하는 판에 약황의 존재가 알려지면 설령 인황이라 할지라도 두 눈이 시뻘게져서 달려들 판이었다.
항소운도 이런 돌산에 이토록 귀한 물건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곳에서 유혼화까지 손에 넣게 된다면, 금하곡에서 찾은 호살금련과 화염산에서 얻은 열염화를 비롯해 전부 세 송이의 귀한 보물을 얻는 셈이다.
세 송이 중 하나를 얻는 데도 대단한 기연이 필요했다. 항소운은 잇따라 세 송이를 얻었으니 그에게 천운이 작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이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혼천 한가운데서 이상한 움직임이 일어나더니 샘물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움직임이 그다지 심하지 않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샘물이 소용돌이를 이루더니 혼천을 방울방울 내보내기 시작했다.
슈욱-!
혼천은 방울방울 날아올라 혼석산을 벗어나서는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마도 이것 때문에 혼천이 혼석산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
바로 그 순간, 어떤 물체가 샘물 아래서 솟구쳐 올라 항소운을 잔뜩 긴장하게 만들었다.
으르렁!
별안간 매섭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고 공포스런 문양이 새겨진 그릇이 하늘 높이 치솟으며 항소운을 덮어버리려 달려들었다.
항소운은 너무 놀란 나머지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그릇이 그를 집어삼키려 성큼 다가왔다.
절체절명의 순간, 머릿속의 명룡혼고가 다시 빛을 내면서 그릇을 막아냈다.
알고 보니, 이 그릇은 돌산 앞에서 맞닥뜨렸던 공격처럼 영혼력이 응집된 것이었다. 현실감이 강해서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명룡혼고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는 영혼력에게 완전히 집어삼키고 말았을 것이다.
항소운은 깜짝 놀라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마치 죽음의 문턱까지 끌려갔다가 살아 돌아온 기분이었다.
“녀석, 과연 진기한 보물을 가지고 있구나. 뜻밖에도 전력을 다한 내 영혼력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지옥에서 들려오는 듯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항소운이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니, 놀랍게도 샘물 밑에 무섭게 생긴 사람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 얼굴은 노목에 주름이 잔뜩 진 것처럼 무서운 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왼뺨에는 지네가 꿈틀거리듯 기다란 상처가 나 있고 머리카락은 산발이었다. 마치 지옥에서 막 뛰쳐나온 마귀처럼 공포스러운 모습이었다.
혼천 아래 이토록 혐오스러운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항소운은 다리까지 후들거렸다.
“사, 사람이냐 귀신이냐?”
항소운이 두려움을 억누르며 물었다.
“헤헤, 나는 귀신이다! 네 놈을 잡아 먹어주마!”
상대가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소리에 항소운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을 쳤으나, 명룡혼고가 자신을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생각만큼 두렵지는 않았다. 항소운이 배짱 좋게 소리쳤다.
“하하. 설령 네 놈이 귀신이라 해도 날 먹진 못할걸. 방금 날 먹으려다가 실패했잖아.”
항소운은 이렇게 말하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어쩌면 이 사람 얼굴은 어느 고수의 잔념이거나 의지일 뿐, 절대 귀신은 아닐 터였다. 게다가 상대는 혼천에서 나오지 않고 위협만 가하는 것을 보니 영혼력을 통한 공격만 가능한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이 들자, 겁날 것이 없었다.
“흥, 내가 정말 잡지 못할 것 같으냐?”
사람 얼굴이 버럭 소리를 치더니, 큰 입을 쩍 벌리고 항소운에게 달려들었다.
그렇지만 영혼력의 공격이 그에게 통할 리 없었다.
“이제 헛수고는 그만하시지!”
명룡혼고는 어떤 영혼력도 막아낼 수 있었으니, 상대의 공격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흥, 기뻐하긴 아직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