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89
제189화 지금 절 뭐라고 부르셨어요?
항소운도 모처럼 맞이한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즉시 명룡혼주의 수련편을 운행하면서 혼천의 힘을 흡수하여 영혼력을 강화했다.
명룡혼주는 주문이면서 영혼력을 수련하는 일종의 비술(秘術)이었다. 혼천의 힘이 쉴 새 없이 머릿속으로 들어오자, 그의 영혼은 이들 힘에 둘러싸여서 마치 여름날 강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처럼 상쾌한 기분이 되었다.
한편, 명혼 공간은 혼천의 힘을 에워싼 채 빠르게 그 힘을 흡수하면서 공간을 조금씩 늘려갔다.
항소운은 모든 것을 잊고 그저 조용히 이 안락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흐르고 나자, 영혼은 훨씬 강해졌고 온갖 더러움이 완전히 씻겨 나갔으며 명혼공간은 종전보다 2~3배는 커져 있었다.
한 줄기의 혼천에는 화강경 정점의 무인을 비천경에 오르게 만드는 힘이 있는데, 항소운은 그런 혼천에 아예 몸을 담그고 있으니 그의 영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해졌다고 할 수 있었다.
항소운은 명혼 공간이 있어 태생적으로 범인보다 영혼이 강했는데, 뇌를 갉아먹는 송장벌레의 힘을 흡수한데다 명룡혼주로 수련을 하며 더욱 강해졌으니 영혼력만 놓고 보자면 3, 4품의 비천경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여기에 이젠 혼천의 힘까지 더해졌으니 8품 비천경의 영혼력을 가졌다 해도 손색이 없었다.
따라서 무방비 상태의 상대라면 8품 비천경이라 해도 영혼력 대결에서 승산이 있었다.
혼천의 힘이 극에 달해 더 이상 영혼력을 높일 수 없게 됐을 무렵, 항소운도 정신이 들었다.
그는 혼천 밖으로 나와 기지개를 쭈욱 폈다.
“아, 개운하다!”
영혼력이 강해지자 실력도 상승하면서 항소운은 단숨에 8품 화강경의 정점에 이르렀다.
물론 8품 중기에서 소폭 상승했을 뿐이지만, 9품 화강경에 근접했으니 1, 2개월의 수련 시간을 단축한 셈이었다.
잠시 후 그는 유혼화을 바라보면서 기쁨에 겨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뇌 속에 있는 서귀의 존재를 잠시 잊어버린 상태였다.
“이제 유혼화를 먹으면, 영혼력이 훨씬 강해지겠지.”
“소주님. 진정하십시오. 유혼화는 좋은 물건이긴 하나, 소주님은 실력이 너무 약해서 지금 먹는다고 해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유혼화의 힘만 낭비될 겁니다. 그러니 기다렸다가 비천경 후기에 먹어도 늦지 않습니다.”
서귀의 말에 항소운이 코를 만지며 어색하게 웃었다.
“지금 절 뭐라고 부르셨어요?”
“소주님. 앞으로 이 서귀가 소주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물론 재능이 많이 부족하시긴 하지만, 주인님의 계승을 받았으니 분명 장래에 그분 못지않게 성장하실 겁니다. 소주님이 무공을 높일 수 있도록 지금부터 제가 온 힘을 다해 보필하겠습니다.”
서귀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자, 항소운은 너무나 기뻐 바로 대답했다.
“좋아. 그럼 자네 말대로 할게.”
그러고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 재능이 부족하다고? 조만간 내 실력을 보여줘야지.’
항소운은 성해건곤에 자리를 마련해 혼천이 담긴 샘물과 유혼화를 전부 거둬들였다.
현재 항소운의 성해건곤에는 세 가지 기이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우선 금진액에 호살금련이 심어져 있고, 다음으로는 천년 용암에 열염화가 피어있으며, 마지막으로 혼천에 유혼화를 심은 것이다.
이 기이한 식물들이 항소운의 성해건곤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이 식물들은 또한 성해건곤에 불가사의한 영향력을 미치게 되는데, 그러한 사실은 세월이 흐른 후에야 항소운 자신도 알게 될 일이었다.
“소주님, 성해건곤을 가지고 계십니까?”
서귀가 사라진 혼천을 보며 물었다.
“응. 어쩌다 보니 만들게 됐어.”
항소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성해건곤은 비천경 중에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았다. 적어도 인황의 경지에 올라야 만들 수 있고, 성해건곤을 제련하는 비법이 있어야 가능했다.
“그럼 지금 크기가 얼마나 됩니까?”
서귀가 다급한 소리로 물었다.
“적어도 500평방은 될걸.”
항소운이 어림잡아 말했다.
실력이 향상되고 다양한 기연을 얻으면서 성해건곤도 급속도로 확장되었다.
“그, 그렇게 크다니!”
“뭐, 별거 아니야.”
서귀가 놀라 소리치자, 항소운이 태연히 대꾸했다.
그 말을 들은 서귀는 다시 아무 말 없이 침묵 상태로 들어갔다.
항소운이 혼석산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을 때, 멀리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빠르게 돌진하는 것이 명혼 공간을 통해 느껴졌다.
“정말 간덩이가 부은 놈들이네. 귀문족의 소굴까지 들어오다니 말이야.”
항소운이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다 문득 혼석산에 들어오기 전, 서귀가 한 무리의 귀문을 모조리 죽여버린 일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이 근처에 귀문이 나타날 일이 없을 테니 항소운에게는 나름 좋은 방어막이 사라진 셈이었다.
“뭐 온다 해도 어쩔 수 없지. 아무튼 챙길 만한 물건은 다 챙겼으니까, 겁날 게 뭐 있어.”
항소운은 보무도 당당하게 혼석산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그때, 무리 중 선두에서 돌진하던 자가 항소운을 발견하곤 큰소리로 외쳤다.
“하하.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항소운 오늘이 바로 네 놈 제삿날이다!”
선두에서 달려온 자는 다름 아닌 섬전자 자경운이었다.
그의 뒤로는 섬전맹에서도 무예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십여 명이 따라오고 있었다.
항소운 역시 전의를 불태우며 말했다.
“그래? 그럼 얼마든지 덤벼!”
사실 그도 몸이 근질거리던 참이라 운애각의 요물이라 불리는 자경운과 승부를 가리고 싶었다.
“항소운! 그렇게 급할 거 없잖아. 너희는 이 녀석을 잘 보고 있어. 난 위에 가서 혼천의 발원지가 있는지 보고 올 테니까.”
섬전자는 이렇게 말하고 번개처럼 빠르게 혼석산으로 향했다.
섬전자 외에도 다른 방향에서 고수들이 잇따라 나타나 그에 못지않게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갔다.
항소운도 그다지 급할 게 없던 터라, 섬전자가 돌아오면 대결을 벌일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혼천과 유혼화는 다 챙겼는데, 양혼석만 보이지 않는단 말이지. 아무래도 서귀에게 물어봐야겠다.’
“서귀. 혹시 양혼석이 어디 있는지 알아?”
항소운은 영혼을 통해 서귀와 대화를 나누었다.
“아, 소주님이 여기 오신 건 양혼석 때문이었습니까?”
서귀가 물었다.
“그래. 분명 여기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질 않네.”
“양혼석은 제가 먹었습니다.”
서귀의 솔직한 대답에 항소운은 순간 몸이 휘청거렸다.
“그, 그걸 먹을 수도 있어?”
“당연하죠. 안 그랬으면 제 혼태가 어떻게 회복될 수 있겠습니까? 당시 그놈들이 금기를 거는 바람에 전 영혼력을 전혀 사용할 수 없었거든요. 다행히 이곳에 숨겨져 있던 양혼석을 발견할 수 있었던 덕분에 그걸 먹고 혼태의 힘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서귀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전 10년마다 이 공간을 열어 절 도울 사람을 찾았던 겁니다. 다행히 하늘은 뜻이 있는 사람을 저버리지 않는다더니 이렇게 소주님이 나타나셨습니다.”
항소운은 이 공간이 개방되는 것이 서귀의 능력이란 사실에 당황했다. 이 일이 알려지게 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놀라겠는가.
그러나 지금은 이런 문제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양혼석을 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획쟁이 양혼석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는데, 서귀가 먹어버렸다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런데 양혼석은 왜 찾으시는 겁니까? 물론 좋은 물건이긴 하나, 지금 소주님께는 별 쓸모가 없을 텐데요.”
서귀가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말했다.
“누가 그걸 부탁했거든. 없으면 어쩔 수 없지.”
항소운이 실망한 듯 말했다.
“그랬군요. 어쩌면 귀문족의 근거지에 다른 양혼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말? 그럼 당장 찾으러 가야겠어.”
항소운이 기뻐하며 말했다.
항소운이 즉각 움직이려고 하자, 그를 감시하던 섬전맹의 사람들이 에워싸기 시작했다.
“오늘 넌 못 도망간다. 우리 맹주님이 오실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고 있어.”
섬전맹의 일원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항소운은 상대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바람처럼 빠르게 몸을 날리며 상대의 뺨을 향해 손바닥을 힘껏 날렸다.
퍽!
상대는 항소운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몸이 멀리 날아가며 입 밖으로 이빨이 후두둑 떨어졌다.
다른 자들이 깜짝 놀라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누군가 소리쳤다.
“다 같이 저놈을 잡아!”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러 명이 동시에 공격 자세를 취하면서 항소운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렇게 죽고 싶다면, 나도 도와줄 수밖에!”
항소운은 코웃음을 치며 빠르게 반격을 전개했다.
그가 명혼 공간을 크게 확대하자 감응력이 순식간에 높아지면서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움직임과 허점이 순식간에 파악되었다.
이것이 바로 명혼 공간의 통찰력이었던 것이다.
항소운은 곧바로 그들의 허점을 파고들면서 용이 꿈틀대듯 두 주먹을 빠르게 날렸다.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상대의 허점을 노리자, 협공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중 두 사람은 주먹에 얻어맞아 중상을 입은 채 멀리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다른 몇 사람은 방어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잇따라 주먹에 가격을 당한 탓에 피를 토하며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그만 공격을 멈춰. 또다시 잘못을 번복한다면, 운애각 제자라 해도 살려두지 않겠다!”
항소운이 공격을 멈추고 그들에게 소리쳤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이들을 죽이는 것쯤은 문제도 되지 않았지만, 일부러 힘을 빼고 싸웠다.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던 몇 사람은 이제야 항소운의 실력에 겁이 났는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항소운이 그렇게 상황을 마무리하고 자리를 뜨려 할 때, 뜻밖에도 섬전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녀석이 보물을 가지고 있다. 당장 저놈을 잡아!”
섬전자는 혼석산에서 항소운이 있는 쪽으로 빠르게 돌진했다.
그러자 섬전맹 외에도 다른 세력의 사람들이 항소운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섬전자는 어느 틈엔가 항소운의 앞까지 다가와 큰소리로 외쳤다.
“항소운. 당장 물건을 내놔. 그럼 목숨만은 살려줄 수 있다.”
섬전자는 혼석산에 보물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이곳까지 왔으나 뭔가를 캐낸 듯한 구덩이만 발견했을 뿐이었다. 구덩이는 생긴 지 얼마 지나지 않은데다 항소운이 이곳에서 내려오는 것을 봤으니, 분명 항소운의 소행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하하. 네가 살려주는 게 아니라 내가 널 살려주는 것 아닌가?”
항소운이 섬전자를 깔보는 듯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다. 그럼 죽을 준비나 해라!”
섬전자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손바닥을 매섭게 날렸다.
질전장(疾電掌)!
천둥과 같은 힘이 폭발하면서 섬전자의 손바닥이 눈 깜짝할 사이에 항소운의 얼굴까지 치달았다.
질전장이란 일종의 번개라는 이름에 걸맞게 비천경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속도였다.
항소운은 장법(掌法)에 능하진 못했지만, 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있었다. 순간, 그는 분뇌권을 빠르게 전개했다.
퍽퍽!
순식간에 두 사람이 수십 합을 겨루면서 천둥의 힘이 사방으로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