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90
제190화 너희들 정말 제정신이 아니구나
두 사람은 동시에 뒤로 밀려나면서 쉽사리 승패를 가르지 못했다.
“너도 천둥의 힘을 수련하다니 이거 뜻밖인걸. 하나, 내게 천둥으로 이길 순 없을 거다!”
섬전자가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소리쳤다. 순간, 천둥의 힘이 한층 격렬해지더니 뱀이 똬리를 틀 듯 번개의 힘이 휘어 감았다. 그리고 거대한 천둥 뱀이 허상처럼 등 뒤에서 나타나 사람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것이 바로 섬전자의 진정한 위력이었다. 그는 일찍이 뇌사단(雷蛇蛋)을 운 좋게 손에 넣었는데, 그걸 삼켜서 체내에 흡수시키자 천둥의 힘이 한층 강해지면서 천둥 뱀의 위력까지 지니게 된 것이다.
천둥 뱀은 흔히 볼 수 없는 고급 요수의 일종으로, 예사롭지 않은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섬전자가 다시 공격을 전개하자, 위력이 일순간에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1품 비천경이라 해도 막아낼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뿜어냈다.
뇌사출동(雷蛇出洞)!
섬전자는 손바닥을 뱀의 형태로 바꿔 항소운을 공격하려고 했다. 동굴에서 도사리고 있던 천둥 뱀이 기습을 가하는 것처럼 빠른 속도와 한층 강해진 천둥의 위력이 항소운을 향해 돌진했다.
“운애각의 화강경 1인자답게 정말 무서운 실력이군.”
“원래 천둥의 힘이란 게 공격력은 가장 강하거든. 섬전자도 제법 실력이 있긴 하지만, 우리 만검종의 제일검(第一劍)과 비교하면 어림도 없지. 내가 봤을 땐 거적검 번인도 저 녀석은 이길 것 같은데.”
“그런데 섬전자와 싸우는 자는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
“항소운이라고, 우리 운애각에서 왔어. 한데, 섬전맹과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아. 그래도 실력만큼은 전투 왕이야.”
“운애각은 이번 기수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전투 왕을 배출한 거지? 섬전자 자경운에다 기린자 진자룡, 거기다 항소운까지. 드디어 운애각이 빛을 발할 때가 온 건가?”
두 사람을 사방에서 에워싼 사람들이 한마디씩 떠들어댔다.
천둥 뱀이 할퀴고 지나간 자리엔 돌이 폭발하고 모래가 흩날리면서 섬광이 번뜩였다.
섬전자는 운애각의 화강경 1인자라는 별호에 걸맞게 무서울 정도로 강한 천둥의 힘을 발산하고 있었다.
정면에서 상대의 힘이 성큼 다가오자, 항소운도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상대의 전투력이 양장민에 대적할 만한 수준이라고 확신했다. 상대는 2품, 심지어 3품 비천경과도 충분히 겨룰 만한 실력자였다.
항소운도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온몸에서 힘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자줏빛 천둥의 힘이 주먹에 실리면서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천지를 뒤흔드는 위력이 발산되었다.
두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또다시 백여 합을 겨루면서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였다.
그들의 현란한 동작에 주변 사람들은 그저 멍하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들 눈엔 천둥 뱀이 용솟음치고 자줏빛 용이 포효하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천둥 뱀은 천지간의 이종(異種)이나 자줏빛 용은 진정한 황자였다. 처음에는 두 요수의 싸움이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으나 결국 만물 중 최상급 존재로 불리는 자줏빛 용이 강한 기세로 상대를 물리쳤다.
쿵!
항소운의 주먹이 섬전자의 손바닥을 가격한 순간, 자줏빛 천둥의 힘이 강하게 압박을 가했고 섬전자의 천둥의 힘이 그 기세에 눌리면서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섬전자는 팔이 저려오면서 뼈까지 아려오는 것을 느꼈는데, 더 이상 팔을 못 쓰게 돼버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체 이건 어떤 천둥의 힘이길래, 내가 통증을 느끼는 거지? 이건 말도 안 돼!”
섬전자가 팔을 부여잡은 채 소리쳤다.
“겨우 그 정도 실력으론 날 절대 이길 수 없어!”
항소운의 표정이 다시 진지하게 바뀌더니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많은 자줏빛 천둥의 힘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섬전자는 전력을 다해 막았으나, 항소운이 발산하는 천둥의 위력은 실로 대단해서 마치 진정한 천둥과 대면한 것처럼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몰려왔다.
고급 갑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면, 항소운의 공격에 이미 중상을 입었을 터였다.
“저리 썩 꺼져!”
섬전자는 일방적으로 계속 당하고만 있는 상황에 화가 나서, 소리를 버럭 지르며 동시에 성진의 힘을 폭발시켰다.
뇌정천진(雷霆天震)!
섬전자를 중심으로 천둥의 힘이 휘몰아치자 항소운은 그만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섬전자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병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섬전보(閃電步)!
그는 번개처럼 빠른 보법으로 순식간에 항소운을 따라잡고는 손에 든 뇌정창으로 항소운의 심장을 노렸다.
그가 혼신을 다해 공격을 전개하자, 창이 수십 미터에 이르는 천둥 뱀으로 모습을 바꾸어 항소운을 집어삼키려는 듯 입을 쩍 벌린 채 달려들었다.
항소운은 상대가 뇌정천진의 초식을 순식간에 전개하자 당황하여 하마터면 그 공격에 당할 뻔했다.
급한 대로 뇌권으로 창끝을 때렸으나 힘이 부족했던지 섬전자의 초식에 밀려 뒤로 날아가고 말았다. 게다가 거대한 반동으로 팔이 얼얼해져 당분간은 힘을 쓰기 힘들 것 같았다.
확실히 전투 왕이라 불리는 섬전자의 실력은 만만치 않아 단숨에 제압할 수 없었으니, 이제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내야 했다.
공격이 단번에 성공하자, 섬전자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의 손에 들린 뇌정창이 강력한 천둥 뱀처럼 다시 사나운 이빨을 들이밀었다.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공격 속에 천둥 뱀의 형상이 겹겹이 무리를 이루면서 상대에게 빠져나갈 기회를 주지 않았다.
‘우르르 쾅쾅!’하는 소리와 함께 천둥이 내려치자 사방이 진동했다.
근처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행여나 화를 입을세라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정말 무서운 힘이다. 이게 바로 섬전자의 진짜 실력이란 거지? 분명 전투 왕의 실력이야!”
“이건 전투 왕보다 훨씬 강한데. 비천경도 당해내지 못하겠어.”
“그러게 말이야. 항소운도 이번엔 힘들겠는데.”
“그건 아직 모를 일이지. 조금 전만 해도 항소운이 우세했는데, 이렇게 쉽게 패할 리 없어.”
상대의 맹렬한 공격 앞에 항소운의 강경은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히 고급 갑옷을 입은 덕분에 중상은 막을 수 있었다.
대결은 개인의 실력뿐만 아니라 장비와 병기의 우세까지 겨루는 시합이었다.
항소운은 어렵사리 중상은 막았지만, 팔이 잇달아 창에 찔리는 바람에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소주님. 제가 나설까요?”
위기에 몰리자, 서귀가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
비록 항소운의 실력에 실망하긴 했지만, 자신이 모시는 소주가 죽는 것은 원치 않았다.
그는 서귀가 자신의 실력을 얕잡아보는 것만 같아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니. 가만 있어.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어.”
어-흥!
순간, 항소운의 기세가 바뀌면서 용과 호랑이의 기세가 하늘 높이 치솟더니 범의 포효가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공격을 퍼붓고 있던 섬전자는 항소운이 공포스러운 소리를 내자 고막이 마구 울려대는 통에 극심한 고통을 느껴야 했다. 무시무시한 백호의 왕이 자신을 덮치는 것만 같아 순식간에 기세가 꺾이고 말았다.
“이제 끝내자!”
포효소리와 함께 백호 왕의 기세가 완전히 드러나면서 용의 위엄이 더해졌다. 어떤 것도 두렵지 않은 왕의 기세가 그의 몸을 에워쌌다. 그는 호랑이가 먹이를 노리듯 빠르게 달려들었다.
분뇌권!
항소운은 여전히 병기를 사용하지 않고 주먹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이번에는 전력을 다한 공격으로 바로 섬전자의 급소를 가격했다.
섬전자는 얼굴에 주먹을 얻어맞고 즉시 붉은 피를 토해냈다.
그 후로도 쉴 새 없이 주먹이 쏟아지자, 섬전자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마구 두들겨 맞고만 있었다.
퍽!
섬전자는 세차게 불어오는 비바람 속에 휘청이는 작은 배처럼 정신이 흐릿해져 갔다.
“우리 맹주님을 죽일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섬전맹의 일원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여러 명이 동시에 항소운을 에워싸며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고 나섰다.
“날 막는 자는 살려두지 않겠다!”
항소운이 사납게 소리치며,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표시로 자전도를 뽑아 들었다.
슈욱-
자전도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 자리엔 선혈이 낭자했고, 여러 명이 그 위로 풀썩 쓰러졌다.
항소운은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다시 섬전자를 죽이기 위해 칼을 높이 들었다.
바로 그때, 누군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제지하고 나섰다.
“항소운. 장로의 신분으로 명령하니 당장 그 손을 멈춰라!”
그 소리에 항소운도 최후의 일격을 거둬들일 수밖에 없었다.
곁눈질로 보니 중노인이 서 있었다. 누군지는 알 수 없으나 상대가 운애각 장로의 영패를 꺼내든 걸로 봐선 무공의 경지를 낮춰 이곳에 들어온 왕급 무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경지가 불안정한 사람이 둘은 더 있었는데, 그들은 일순간 화강경 정점이었다가 다시 8품 화강경까지 떨어지는 등 요동을 치고 있어서 이들 역시 힘이 억제된 왕급 무사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저 녀석에게 다시는 귀찮게 하지 말라고 전해주십시오. 안 그랬다간 지금처럼 좋게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항소운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무엄하다! 섬전자가 누군지 정녕 모른단 말이냐. 저분은 부각주 뇌왕의 직전제자이자, 명성도 자자한 소뇌왕의 아우란 말이다. 당장 저분께 무릎을 꿇고 사죄를 올려라. 그리고 네 놈이 찾은 물건을 전부 내놓고! 그럼 우리가 네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도련님께 청할 수도 있지.”
장로 영패를 든 자가 항소운을 꾸짖고 나섰다.
항소운이 너무나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번뜩이며 그 자에게 반문했다.
“나더러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라고?”
“그렇다. 지금 난 장로의 신분으로 명령하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운애각에 머물 생각은 꿈도 꾸지 말거라.”
장로가 매몰차게 말을 뱉자, 옆에 있던 사람도 한마디 거들었다.
“맞는 말이네. 당장 도련님께 사죄를 올려라. 안 그랬다간 운애각에 발도 못 붙일 줄 알아!”
그들의 말을 듣고 난 항소운이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조롱과 비난이 섞인 웃음소리에 두 사람의 안색이 금세 어두워졌다.
“너희들 정말 제정신이 아니구나.”
어느새 웃음기를 거둔 항소운이 경멸의 눈초리로 그들을 쏘아보았다.
설령 운애각의 현 각주가 온다 해도 자신의 무릎을 꿇릴 수 없는데, 겨우 장로의 신분으로 자신을 제압하려 들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사내대장부가 돼서 어찌 다른 사람에게 쉽게 굴복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항소운의 신분은 한낱 왕급 무인이 억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들은 아직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들은 항소운의 말에 금세 분노를 터뜨렸다.
“운애각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놈은 내 손으로 처리하겠다!”
한 장로가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항소운을 향해 공격을 전개했다.
장로는 경지가 억제되긴 했지만, 자신의 실력이면 충분히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가 항소운의 실력을 간과한 것이 불행의 화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