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93
제193화 경지를 돌파하자!
항소운이 냉소를 지으면서 백호지익을 잇달아 움직이며 귀문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느 틈엔가 그의 손가락이 귀문왕을 노리고 있었다.
번개처럼 빠르게 파강지를 세 번 날리자, 화력이 실린 손가락이 귀문왕을 향해 뻗어나갔다.
귀문왕은 날개를 살짝 비틀며 교묘한 몸놀림으로 항소운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고는 환각 공격을 전개하려는 듯 날개를 흔들며 사악한 힘을 흘려보냈다.
하나, 항소운에게는 이런 공격마저 통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귀문왕의 앞까지 바짝 다가선 항소운은 주먹을 수차례 휘둘렀다.
그러나 귀문왕은 왕급 존재답게 반응 속도가 빨랐다. 항소운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는 주변의 물체를 사정없이 날리기 시작했다.
“꽤 머리가 좋긴 하지만, 그래도 넌 죽을 수밖에 없어!”
항소운이 차갑게 웃으며 온 힘을 폭발시키자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라졌다. 그는 상대방이 알아차리기도 힘들게 자전도를 빠르게 꺼내 들고 천둥의 힘을 그리며 귀문왕에게 돌진했다.
귀문왕은 다시 공격을 피했으나, 계속 이렇게 피하는 것은 무리였다.
항소운은 눈 깜짝할 사이에 공격을 수차례 퍼부었고, 자줏빛 천둥의 힘이 실린 공격은 무서울 정도로 강한 위력을 내뿜었다.
귀문왕은 쏟아지는 공격을 가까스로 피했지만, 결국 걸려들고 말았다.
천둥의 힘이 무자비하게 내리치자 귀문왕의 몸은 순식간에 그을렸고, 그 충격에 허공에서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항소운이 한 줄기 빛처럼 빠르게 그 뒤를 쫓아 자전도를 가볍게 휘두르자, 상대는 허무하게 죽고 말았다.
그러나 기뻐할 틈도 없이, 다시 십여 마리의 귀문왕이 그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들은 영혼력을 이용해 공격하는 것은 물론 물체를 조종한 공격까지 퍼부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협이 된 것은 빠르게 날아오는 돌과 고목들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극한실에 있는 것처럼 수동적으로 방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면 죽음뿐이었으니, 달리 생각하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자, 이걸로 단련하는 셈 치자!”
항소운이 눈을 번뜩이며 큰 소리로 외쳤다. 그는 방어 태세로 들어가 자줏빛과 금빛이 섞인 방어막으로 온몸을 감싸고 용과 호랑이의 기세를 불러일으켰으며, 자전도로 좌우 양쪽을 향해 쉴 새 없이 휘두르면서 날아오는 물체들을 부서뜨렸다.
천둥의 힘이 하늘 높이 치솟으며 천지를 뒤흔드는 폭발음이 쉬지 않고 울려 퍼졌다.
그러나 수비가 길어지면 필경 패한다는 말처럼 날아오는 돌과 나무를 어떻게든 막아내긴 했지만, 빠져나갈 기회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쿵!
쿵쿵!
항소운은 결국 덫에 걸려들고 말았다.
사방에서 돌과 나무가 어지러이 날아와 부딪치자, 그는 머리가 빙빙 돌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고급 갑옷이 없었다면, 심한 부상을 당했을 터였다.
역시 귀문왕의 공격력은 범상치 않았다. 그런 그들이 한꺼번에 공격을 퍼붓자 항소운도 쉽게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항소운은 쉴 새 없이 날아오는 물체에 얻어맞아 입가엔 피를 흘렸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끝내 돌무더기에 파묻히지 않고, 명혼 공간을 통해 사방에서 날아오는 물체를 파악한 다음 자전도로 있는 힘껏 베어버렸다.
하나, 아무리 명혼 공간을 가지고 있다 한들 신체의 반응은 날아오는 돌의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어서, 시간이 갈수록 온몸 구석구석이 얻어맞아 상처투성이가 되고 있었다.
어느새 항소운은 차마 보기 힘들 정도로 참혹한 상태로 변해있었다.
“소주님, 도와드릴까요?”
머릿속에서 서귀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고집스러운 항소운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힘든 상황을 처음 겪는 것도 아니니, 마침 이번 기회에 자신을 제대로 단련시킬 작정이었다.
그가 다시 힘껏 힘을 끌어올리자 생기를 잃어가던 백호지익이 다시금 단단해지면서 좌우 양쪽으로 힘차게 날갯짓을 시작했다.
쿵쿵!
백호지익이 절세의 무기처럼 짙은 살기를 드러내며 좌우에서 날아오는 돌들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자, 항소운이 받던 충격도 크게 줄어들었다.
항소운은 계속 방어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다시 명혼 공간을 통해 상대의 공격 속에서 빈틈을 파고든 다음, 최대한 귀문왕에게 가까이 접근했다.
그러나 귀문왕은 싸움을 하는 도중에 어느새 영리하게 항소운에게 접근할 기회를 허용치 않았다. 뿌리까지 뽑힌 수많은 나무는 이들의 좋은 방어막이 되어주었을 뿐 아니라, 항소운을 쉴 새 없이 힘들게 하는 기가 막힌 공격수단이기도 했다.
항소운이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백호지익의 위력을 발휘했다고는 하나, 이렇게 힘을 소모하면 얼마 못 가 힘이 전부 소진될 터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항소운과 십여 마리 귀문왕의 싸움이 길어지면서 그는 힘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몸의 부상 상태만 봐도 더 이상 버티기는 힘들어 보였다.
백호지익이 다시 빛을 잃으면서 그는 또 십여 차례 날아오는 물체에 부딪쳤으며, 갑옷이 닿지 않는 곳에선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끝없이 밀려드는 고통은 그의 의지를 갉아먹으면서 어서 포기하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아직 버틸 수 있어. 버틸 수 있다고!’
항소운은 이대로 질 수 없다며 계속 극한에 도전해야 한다고 속으로 끊임없이 소리쳤다.
순간, 그가 미친 듯이 패왕전천결을 운행시키자, 9대 성진이 일제히 빛을 발했다. 체내의 힘은 쉴 새 없이 솟구쳐 올라 드디어 내재되어 있던 힘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몸속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온 힘이 성진의 힘을 채우며 부상당한 부위를 부드럽게 감쌌고, 그와 동시에 그의 전투력은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걸론 부족해. 아직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고!”
항소운이 포효하며 전결을 최대로 운행하자, 자줏빛 천둥의 힘과 백호의 살기 그리고 운지염의 힘이 전부 폭발했다. 자줏빛, 금빛, 불의 세 가지 힘이 동시에 나타나 순식간에 몸 구석구석으로 빠르게 퍼졌다.
강경은 방어력이 끊임없이 강화되면서 훨씬 견고해졌고, 백호지익도 한층 단단해졌을 뿐 아니라 훨씬 길어졌다.
쿵쿵!
여전히 사방에서 물체가 날아와 몸에 부딪혔으나, 이젠 힘을 회복한 그의 방어를 쉽게 깨뜨리지 못했다.
어느 순간, 항소운의 힘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경지를 돌파하자!”
항소운이 하늘을 향해 포효하자, 백호지익이 좌우 양쪽으로 활짝 펼쳐지면서 거대한 힘이 좌우로 휘몰아쳤다. 그러자 날아오던 물체가 오히려 거대한 힘에 의해 되돌아가면서 귀문왕 쪽으로 돌진했다.
깜짝 놀란 귀문왕이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저 인간족이 아까보다 더 강해진 것 같은데.”
“빌어먹을. 저 인간족은 왜 다른 인간들과 다른 거지. 설마 불사신인가?”
귀문왕들은 놀란 와중에도 계속 공격력을 강화했다. 그들은 항소운을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항소운은 마침 경지를 뛰어넘기 위한 중대한 고비에 있음을 알아차리고, 순식간에 몸 안의 수정을 분해하여 경지를 돌파하는 데 필요한 힘을 공급했다.
어-흥!
힘이 최고조에 이르자, 그의 입에서 공포스럽기 그지없는 범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
귀청이 떨어질 듯 포효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자 귀문왕들은 그 충격에 땅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자신을 공격해오던 힘이 일순간에 사라지자, 항소운은 몸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그가 성진의 힘을 운행하니 강물이 흐르듯 경맥을 따라 세차게 힘이 흘렀다. 혈도에선 눈부신 빛이 번쩍이며 9대 성진과 공명을 이루었다. 그러자 온몸에 은하수가 펼쳐진 듯 몽환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순간, 모든 힘이 일제히 폭발하면서 항소운은 순식간에 9품 화강경의 관문을 뛰어넘었다.
그 순간, 몸 안에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성진의 면적이 훨씬 커진 것은 물론이고, 성해건곤의 면적까지 넓어진 것이다.
그 외에도 뼈와 근육 할 것 없이 온몸이 한층 강해졌다.
무예를 연마하는 자는 본래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 걸음씩 완벽한 경지에 도달함으로써 오랜 수명을 누릴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무인은 무예의 경지가 오를 때마다 신체 능력이 향상되었다.
이제 항소운이 화강경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은 비천경도 머지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항소운은 이번에 경지를 돌파하면서 보통 사람이 비천경을 돌파할 때보다 더 큰 움직임을 불러일으켰다.
주변에 있던 물체들은 그 힘에 의해 모조리 휩쓸려 날아가 버렸고, 부드러운 빛이 그의 몸을 감싸면서 눈부시게 반짝였다.
따뜻한 강물이 흐르듯 힘이 몸 구석구석을 쉴 새 없이 돌아다니자 부상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고, 다시 몸 상태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는 저도 모르게 기지개를 쭉 켰다.
“역시 전투 중에 실력을 높이는 게 가장 빠르다니까.”
말을 마친 항소운의 시선이 어느새 귀문왕 쪽으로 향했다.
귀문왕들은 방금 전 포효 소리에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예상대로 그들은 음파 공격에 대한 방어력이 전혀 없었다.
“운 좋은 줄 알아. 내가 기분이 좋아서 놓아주는 거니까!”
차마 더는 죽일 수 없었던지 항소운이 담담한 어투로 말을 뱉더니, 귀문왕들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다시 귀문족의 근거지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양혼석을 찾겠다는 듯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귀문족의 소굴은 대단히 위험한 곳으로, 왕급 무인도 이곳에 들어온 이상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항소운은 비천경도 아직 아닌 상태에서 과감히 이곳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분명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한 일이지만, 그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서귀 때문이었다.
사실 항소운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수만 마리에 이르는 귀문을 혼자 상대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러나 서귀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그를 보호할 수 있었다.
항소운이 귀문족의 근거지에 진입하자, 수많은 귀문이 둘러싸긴 했으나 이들은 연신 기이한 소리를 내며 성난 눈으로 노려볼 뿐 감히 공격하질 못했다.
귀문족의 말을 알아듣진 못해도, 그들이 자신을 적대시한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귀문이 먼저 공격하질 않으니, 그도 상대가 무슨 꾀를 부리는지 파악하기 위해 잠자코 지켜보았다.
“인간족. 우리 구역을 침범한 것도 모자라 동료들까지 죽이다니 정녕 우리 종족을 무시하는 것이냐.”
영혼파를 통해 노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수많은 귀문들이 양쪽으로 물러서자, 늙고 거대한 귀문왕이 항소운의 앞에 조용히 나타났다.
귀문왕이 모습을 드러내자 귀문들이 연신 기이한 소리를 냈는데, 그들의 눈빛엔 늙고 거대한 귀문왕에 대한 경외감마저 어려있었다.
이 자는 다름 아닌 귀문족의 족장이었다.
“그럴 리 있겠습니까. 이곳까지 오는 동안 당신네들이 먼저 공격하는 바람에 저도 어쩔 수 없이 저항한 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