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95
제195화 자네도 다 계획이 있었군
그제야 항소운이 결심을 굳힌 듯 말했다.
“좋아. 그럼 우선 해보자!”
그는 족장을 보며 말했다.
“그럼 너희 종족을 전부 데려가겠다. 다만 여기서 나가면 너희들에게 따로 살 공간을 마련해주고, 내 공간은 가장 강한 자만이 살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
“좋다. 여기서 떠날 수만 있다면, 우린 아무래도 상관없어.”
족장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좋아. 그럼 종족을 전부 불러와. 이제 너희들을 데리고 나갈 테니까.”
항소운의 말에 족장은 즉시 명령을 내려 귀문을 전부 소집했다.
귀문족 족장의 명령에 귀문들이 기이한 음성으로 화답하고 그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지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귀문족이 미쳤다는 생각에 하나같이 몸을 숨기고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았다.
“귀문이 전부 사라진 것 같은데?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그럼 빨리 혼천을 찾으러 가야겠어. 운이 좋으면 혼천을 얻을지도 모르잖아.”
“요 며칠 혼천이 통 보이질 않던데, 설마 혼천지지에 무슨 변화가 생겨서 귀문도 그 영향을 받은 건가?”
“아무튼 곧 있으면 이곳에 온 지 한 달이 되잖아. 난 그 전에 반드시 혼천을 찾고 말겠어.”
하지만 순식간에 혼천지지가 고요해지자, 사람들은 일순간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들은 누군가 혼천을 거둬들였고 심지어 귀문족까지 거둬들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자가 바로 항소운이란 것을 알게 되면, 그들은 하나같이 기가 막히고 원통해서 얼빠진 표정을 지을 것이다.
혼천은 거둬들였다 쳐도, 어떻게 귀문족을 전부 거둬들인단 말인가.
수만 마리의 귀문이 차지하는 면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으나, 항소운의 명혼 공간은 놀랍게도 이들을 전부 거둬들였으니 그 자신도 꿈만 같은 일이었다.
이제야 그는 명혼 공간이 성해건곤처럼 자신의 의지대로 물체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항소운의 영혼력은 8품 비천경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지금의 명혼 공간에 충분히 수용 가능한 크기였다. 그러나 이렇듯 많은 귀문족을 전부 수용할 만큼 크진 않았는데 어떻게 해낸 것일까.
그것은 바로 양혼석을 명혼 공간에 보관해두었기 때문이다.
반나절 전, 그는 귀문족 족장에게 귀문을 전부 데리고 이곳을 떠나겠다고 약속했다.
하나, 귀문들이 전부 모인 후 명혼 공간을 개방하자 뜻밖에도 이들을 전부 수용할 수 없단 게 드러났다.
항소운은 명혼 공간의 면적이 그다지 넓지 않아, 5~6만 마리의 귀문을 전부 수용하기란 어렵다고 생각했다.
항소운이 난처해하고 있을 때, 서귀가 다시 귀띔했다.
“현재 명혼 공간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유혼화를 먹는 것이고, 또 하나는 양혼석을 명혼 공간으로 보내 서로 융합시키는 거지요. 전 이 두 가지 방법 중 두 번째 방법을 권유해 드리겠습니다. 만일 양혼석이 명혼 공간과 하나가 된다면, 소주님께 큰 도움이 될뿐더러 앞으로 혼태경에 오르실 때도 절대적으로 필요할 겁니다.”
그 말에 항소운은 난처해졌다.
획쟁에게 양혼석을 가져다 주겠다고 약속까지 한 마당에 자신이 사용해버리면 그녀를 볼 면목이 없었다.
비록 자신을 성인군자라 칭할 수는 없지만, 한번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신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양혼석을 그녀에게 전해줄 의무감을 느끼고 있었다.
항소운이 고민에 빠져있을 때, 족장이 양혼석을 공손히 바치며 말했다.
“주인님. 이걸 받으시지요.”
뜻밖에도 귀문족에게 양혼석이 두 개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게다가 이번 양혼석은 그 전 것보다 배는 커 보였다.
“아니, 이걸 숨겨 놓았다가 지금에야 내놓다니! 이제 보니 자네도 다 계획이 있었군.”
항소운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양혼석이 하나 더 생기자, 걱정거리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는 바로 양혼석을 명혼 공간으로 보내 흡수시켰다.
양혼석이 명혼 공간으로 들어가자, 그 안에서 놀랄 만한 변화가 일어났다.
명혼공간이 막대한 흡입력을 일으켜 양혼석의 힘을 대거 빨아들이자 면적이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면적이 족히 5배는 커지는 것을 확인한 항소운은 양혼석의 신묘한 기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예전에는 명혼 공간이 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정원이었다면, 지금은 큰 마을이 되어 수만 마리의 귀문을 너끈히 수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명혼 공간의 확장은 항소운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그의 영혼력은 순식간에 비천경 정점에 이르게 되었다.
육체의 경지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 영혼의 경지는 더욱 상승했을 터였다.
예상치 못한 변화에 항소운은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서귀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안 그랬으면 양혼석이 이렇게 도움이 되는 줄은 꿈에도 몰랐을 테니까.’
그는 얼마 전 9품 화강경을 돌파했는데, 양혼석이 영혼력을 상승시키면서 어느 틈엔가 해당 경지의 힘이 더욱 공고해지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눈과 귀도 한층 선명해진데다 감응력도 훨씬 예민해지고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그건 앞으로 누구든 그에게 소리 없이 접근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게 귀문족을 전부 명혼 공간으로 보낸 항소운은 그들이 그 안에서 편안히 머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귀문족 족장의 제재가 없었다면, 그들은 기뻐 날뛰며 소란을 피웠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귀문 몇 마리가 그 안에서 귀문왕의 경지를 뛰어넘는 바람에 항소운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역시 명혼 공간은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존재군요. 앞으로 명혼 괴뢰대군을 길러내신다면, 천하 제패도 문제가 없으실 겁니다. 하하하!”
서귀가 껄껄 웃었다.
“응? 명혼 괴뢰도 만들 수 있어?”
항소운이 말뜻을 잘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연하죠. 한데,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릅니다. 앞으로 소주님의 실력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지고 견문이 넓어지면 저절로 알게 되실 겁니다.”
서귀가 뜸을 들이더니 갑자기 화제를 바꿨다.
“모든 게 마무리됐으니 그럼 이제 이 괴상한 곳을 떠나죠. 전 이곳에 아주 신물이 났거든요.”
“좋아. 그럼 바로 떠나자고!”
항소운은 드디어 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앞으로 한 달이란 기한까지 7~8일 정도가 남아있었다.
한편, 혼천을 얻은 자들은 진작에 이곳을 떠난 후였다.
그리고 혼천을 얻지 못한 자들은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치열하게 혼천을 찾았는데, 며칠이 지나도 혼천이 날아왔다는 소식을 듣지 못해 마음이 초조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들은 죽을 각오로 이곳 귀문족의 소굴로 접근했다.
그러나 아무리 가도 귀문이 전혀 나타나질 않자, 이들은 호기심이 일어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그러다가 한 무리의 인마(人馬)가 밖으로 나오던 항소운과 맞닥뜨렸다.
항소운은 감응을 통해 사람들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출구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지금 그의 실력이면 누구를 상대하든 전혀 두렵지 않았다.
항소운이 가까이 걸어가자, 숨어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걸어 나왔다.
그들은 전부 십여 명으로, 하나같이 8품 화강경을 뛰어넘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하. 누군가 했더니 명성도 자자한 항소운이잖아. 이거 실례를 범했습니다.”
낭랑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항소운이 차분한 얼굴로 그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내가 항소운은 맞는데, 다들 무슨 일입니까? 설마 혼천을 뺏으러 온 겁니까?”
항소운의 앞을 가로막은 자들은 다름 아닌 천림 수련원이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는 스무 살가량의 젊은이로, 잘생긴 얼굴에 사악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몸에 걸친 화려한 옷과 장신구, 손에 부채를 쥔 모습에서 귀족의 기품이 흐르는 자였다.
이 자는 천림 수련원의 풍류공자 임자함(林子涵)으로, 섬전자 자경운, 현한창(玄寒槍) 한진(寒辰)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천재적 인물이었다.
그의 옆에는 자색이 뛰어난 두 미녀가 요염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는데, 풍류공자라는 별호가 무색하지 않은 광경이었다.
“항 형제, 긴장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 천림 수련원은 예로부터 운애각과 친분이 두터웠으니, 저 임자함도 무도(武道)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겁니다.”
임자함이 우호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항소운이 공수를 하며 말했다.
“항 형제, 잠깐만요. 방금 귀문족 근거지에서 나오는 것 같던데, 혼천은 많이 찾았습니까? 그런 거면 나 임자함과 거래를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도 많이 찾지는 못했습니다.”
항소운이 담담한 어투로 대답했다.
“그게 무슨 태도냐? 우리 임 사제가 좋게 말하고 있는데, 감히 호의도 모르고.”
임자함 옆의 여인이 차갑게 소리쳤다.
“제가 호의도 모른다고요?”
항소운이 기분이 나쁜 듯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임 사제가 네 혼천을 갖고 싶어 하니, 당장 꺼내서 거래하면 될 것 아니냐.”
여인이 별일 아니라는 듯 자기 생각을 늘어놓자, 임자함이 그녀를 나무랐다.
“안(顔) 사저,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항 형제에게 혼천이 많이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거죠.”
“하지만 이건 네가 왕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기회잖아.”
“하하. 반드시 혼천이 있어야만 비천경에 오를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나 임자함의 재능으로 비천경에 오르는 게 어렵겠습니까.”
임자함이 자신감을 드러내며 큰 소리로 웃어 젖혔다.
“나도 알지. 하지만 혼천이 있어야 빨리 돌파할 수 있잖아. 그럼 넌 가만히 있어. 내가 가서 받아낼 테니까.”
여인이 그렇게 말하며 항소운의 앞으로 성큼 걸어왔다.
“값이나 불러봐. 얼마나 주면 되겠어? 아니면 영천(靈泉)과 바꿔도 되고. 그 혼천은 나 안연(顔姸)이 반드시 가져야겠으니까!”
“안 사저, 돌아와요.”
임자함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또 다른 여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냥 사저가 하도록 내 버려둬. 넌 너무 착해서 탈이라니까.”
여인이 만류하자, 임자함도 더 이상 만류하지 않고 망설이기 시작했다.
이때, 항소운이 안연을 보며 말했다.
“내가 남는 혼천은 없다고 했을 텐데요.”
“넌 하나만 있으면 되잖아. 우린 그게 정말 필요하니까, 빨리 내놓으라고. 그럼 중품 수정 일만 개면 되겠어? 이 정도면 정말 공정한 거야.”
안연이 사납게 쏘아붙였다.
“허허. 그게 공정한 거면 다른 사람과 거래하면 되겠네요. 난 수정은 필요 없어서 이만 가볼 테니, 그만 비켜주시죠.”
항소운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게 좋게 말로 하니까 못 알아듣네. 꼭 매운맛을 봐야겠어?”
안연이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장검을 꺼내 항소운에게 겨눴다.
바로 그 순간, 항소운이 살짝 옆으로 피하며 바람처럼 빠르게 상대에게 접근했다.
“사저, 조심해요!”
임자함이 다급히 소리쳤으나, 이미 상황은 벌어져 버렸다.
항소운은 안연의 손목을 낚아채 장검을 단숨에 빼앗고는 그녀의 목에 들이밀었다.
“힘으로 뺏겠다고? 나 항소운은 누굴 겁내본 적이 없어!”
항소운이 얼음처럼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기도 뺏기고 검이 턱 끝까지 들이닥치자 안연은 놀라움과 분함이 뒤섞인 얼굴로 말했다.
“자, 자신 있으면 죽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