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96
제196화 두 눈 크게 뜨고 똑똑히 보거라!
“내가 정말 못 죽일 것 같아?”
항소운이 차갑게 웃으며 장검을 그녀의 목에 바짝 들이밀었다. 자칫 잘못하면, 목숨이 달아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항 형제, 우선 흥분하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보세요. 이건 전부 오해예요. 사저를 대신해 사죄할 테니, 이 일은 이렇게 끝냅시다.”
임자함이 다가와 진심 어린 태도로 말했다.
항소운도 여인과 싸우고 싶진 않은 터라, 검을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그들을 지나쳐 앞으로 성큼 걸어갔다.
“항 형제, 만검종과 마혈문의 제자들이 당신을 찾고 있다 들었습니다. 듣자 하니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다던데, 조심하십시오.”
임자함의 말에 항소운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항소운의 모습이 멀리 사라지자, 안연이 불만이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
“임 사제, 이런 좋은 기회를 왜 포기한 거야. 우리가 함께 싸웠으면, 분명 승산이 있었다고.”
임자함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설령 우리가 전부 덤볐다 해도, 저자를 이기진 못했을 겁니다.”
“사제, 왜 싸워보지도 않고 저자보다 약하다고 하는 거야? 이건 사제답지 않아.”
곁에 있던 또 다른 여인이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임 사제의 전투 왕의 실력이면 저 녀석과 일대일로 싸우는 것도 가능하잖아. 거기에 우리까지 가세하면 저 녀석 하나 잡는 게 뭐 어렵겠어?”
안연이 맞장구를 치자, 임자함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항소운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 돼서 그래요. 저자가 섬전자를 이기고 사령검자를 죽였을 때만 해도 일대일로 겨룰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자신감이 완전히 사라졌어요.”
“설마 여기서 실력을 더 높였단 건가? 설령 그렇다 쳐도 아직 화강경이잖아. 여기선 왕의 경지에 오를 수 없다고.”
여인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
“확실히 항소운은 아직 화강경이에요. 그리고 경지나 실력만 놓고 보자면, 제가 그자보다 한 수 위인 것도 맞고요. 항소운이 섬전자와 사령검자를 이겼을 때 8품 화강경이었으니까, 지금은 9품이 됐겠죠.
전 화강경 정점이긴 하지만, 절대 그자의 상대가 되진 못해요. 설령 사저들이 돕는다 해도 도리어 호되게 당할 수도 있어요. 안 사저가 검을 뺏겼을 때 확실히 보셨잖아요.”
임자함의 냉철한 판단이 깃든 말에 두 여인은 멍해졌다.
그녀들은 항소운을 일찌감치 화강경 정점에 오른 인물로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일전에는 8품이었고, 이제야 9품 화강경에 올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는 8품 화강경일 때 전투왕의 실력이었으니, 이제 품급이 오른 상황에서는 전투왕의 실력을 뛰어넘는다는 이야기였다.
상대가 그 정도라면 자신들의 실력으론 어림도 없었고, 심지어 전멸을 당할 가능성도 있었다.
“사제, 그럼 안으로 계속 들어가 보자. 분명 혼천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안연이 화제를 돌리자, 임자함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어차피 더 들어가봤자 혼천은 없을 것 같아요. 우리도 이만 나가죠.”
임자함은 혼천을 얻기 위해선 역시 항소운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항소운이 혼천을 하나만 갖고 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상대와 친분을 쌓으면 운 좋게 혼천을 손에 넣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그는 발걸음을 돌렸다.
나름 냉철하고 현명한 판단이었다.
혼천지지의 출구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운애각과 만검종, 마혈문에서 온 사람들로, 만검종과 마혈문은 운애각의 제자들을 둘러싼 채 이들이 혼천지지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었다.
물론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세 문파의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니었다.
“소운 아우를 건드리려는 놈들은 나 양장민부터 상대해야 할 거다!”
양장민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고, 뒤이어 화홍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가 우리를 잡아두는 건 단지 소운이를 위협하기 위해서겠지. 우리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거다. 홍루 제자들이여, 우리를 공격하는 자들과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라!”
양장민과 화홍루는 항소운과 헤어진 후에도 혼천을 떠나지 않고 출구 근처에 머물면서 언제라도 그가 돌아오면 함께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 역시 다른 사람을 통해 항소운에 관한 소식은 익히 들었다. 그가 섬전자를 이기고 사령검자를 죽인 일은 혼천지지에 널리 퍼져 오룡비, 마령, 오치 등 3대 소년 고수의 명성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들이 항소운의 이야기에 들떠서 한창 기뻐하고 있을 때, 갑자기 만검종과 마혈문이 나타난 것이다.
만검종은 사령검자의 원수를 갚기 위해 칼을 갈고 있었는데, 마침 항소운과 친한 두 사람을 보자 기필코 대갚음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혈문도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그들은 항소운이 마면을 죽였다는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고, 집사 3명이 망월대에서 목숨을 잃은 것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이런 이유만으로도 항소운과 가까운 두 사람에게 강한 복수심을 갖고 있었다.
다만 만검종과 마혈문은 협공에 나설 정도로 평소 의기투합하던 사이가 아니라서, 운애각의 사람들을 둘러싸고도 선뜻 공격하진 못했다.
이때, 초춘우가 눈을 한껏 치켜뜨며 입을 열었다.
“순순히 여기 잡혀있는 게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항소운이 나왔을 때 네 놈들을 살려주는 것도 고려해보지. 하나, 우리 말을 안 들었다간 전부 여기서 죽을 줄 알아!”
“아주 거만한 놈이구나. 설령 오룡비라 해도 내게 명령할 순 없는데, 네가 뭐길래 함부로 지껄이는 것이냐!”
양장민이 앞으로 나서며 온몸에서 흙의 기운을 발산하자, 거대한 기세가 초춘우를 집어삼켰다.
그의 곁에는 어느샌가 십여 명의 자유문 제자가 서 있었다. 그들은 홍루의 제자들만큼 실력이 강하진 않으나, 그렇다고 기가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흥. 무능하다고 소문난 네 놈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한번 볼까!”
초춘우가 냉소를 짓더니 검을 빼 들고 달려들었다.
초춘우는 화린비와 같은 경지이나 실력 면에서는 훨씬 앞섰다. 그는 검을 뽑아 들고 독사가 빠르게 달려드는 것처럼 단숨에 상대의 급소를 노렸다.
“그럼 두 눈 크게 뜨고 똑똑히 보거라!”
양장민도 질세라 전천부(戰天斧)를 꺼내 들고는 사납게 휘둘렀다.
검과 도끼가 서로 맞부딪치자 불꽃이 잇따라 일어났다.
초춘우의 검은 그 충격으로 구부려졌고 그 자신도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양장민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거대한 용처럼 빠르게 돌진했다.
그러나 초춘우는 조금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뱀처럼 유연한 보법으로 교묘하게 상대의 공격을 피하더니, 동시에 반격을 전개하며 검을 수십 차례 찔러댔다.
깡깡!
초춘우의 검망이 양장민에게 떨어졌으나, 놀랍게도 양장민의 방어력은 흔들림이 없었다.
“꺼져!”
양장민이 고함을 치자 전천부의 기세가 한층 강렬해지면서 산과 바위를 부술 정도로 거대한 위력이 휘몰아쳤다.
초춘우는 상대와의 정면승부가 어렵다고 느꼈는지, 이리저리 피하면서 양장민과 승부를 이어갔다.
초춘우는 바람의 힘을 수련한 자답게 속도 면에서는 훨씬 우세했고, 이 점을 이용해 상대를 충분히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양장민의 방어력은 놀라울 정도로 강해서 아무리 공격해도 도저히 뚫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상대의 도끼에 연거푸 부상을 당하면서 그는 붉은 피를 토해냈다.
이때, 만검종은 자유문과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초춘우는 족히 사십 명이나 되는 만검종의 사람들을 불러 모았으니, 자유문의 제자들을 상대로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본래 우세를 차지하고 있던 양장민은 하는 수 없이 초춘우와의 대결은 접어둔 채, 사형사제를 돕기 위해 다른 만검종의 제자들을 죽이러 달려들었다.
양장민은 혼자서도 십여 명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방어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해서 왕급 병기가 아니면 도저히 뚫을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자신의 안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쉴 새 없이 적을 물리칠 수 있었고, 만검종은 양장민의 험악한 기세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아마도 초춘우가 양장민에게 불시의 기습을 가하지 않았다면, 만검종의 사상자 수는 훨씬 늘어났을 것이다.
한편, 다른 쪽에 있던 화홍루도 마사와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화강경 정점으로 막상막하의 실력인데다, 하나같이 전투왕인지라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화홍루는 뛰어난 검술로 공격을 전개했다. 불처럼 붉은 힘이 쉴 새 없이 휘몰아치자, 붉은 꽃이 피어나듯 화력이 순식간에 폭발하면서 무서운 파괴력이 형성되었다.
마사는 광사도(狂沙刀)라는 절세의 무기를 지니고 있었는데, 칼을 휘두를 때마다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면서 사방이 모래로 가득 차는 바람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우르르 쾅쾅!
폭발음이 쉴 새 없이 울려 퍼지면서 서로 다른 힘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홍루와 마혈문 역시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다만 홍루는 진자룡이 빠진 상태라 전투력이 크게 약화된 탓에 열세에 놓여 있었다.
“자유문의 형제들이여, 다들 포위를 뚫고 먼저 혼천지지를 빠져나가라!”
양장민은 사형사제를 보호하기 위해선 이러한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때, 그는 서너 명의 적을 베어버린 상태였으나 초춘우가 쉴 새 없이 기습을 날리는 바람에 자신도 부상을 면하기 어려웠다.
이런 식으로 계속 싸우다가는 결국 패할 것이 분명했다.
화홍루 역시 홍루의 제자들에게 먼저 철수할 것을 명령했다.
죽음이 눈앞까지 닥친 상황에서 자유문과 홍루의 제자 중 일부는 혼천지지 밖으로 나갔으나, 죽음도 불사하겠다고 나선 몇몇은 여전히 남아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다.
한편, 화홍루는 동료들을 신경 쓰다가 마사가 던진 암기에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악!
그녀가 비명을 지르자, 가까이 있던 양장민도 집중력이 흩어지고 말았다.
“사매, 내가 구하러 갈게!”
“네 목숨도 지키기 힘든 판에 어떻게 다른 사람을 구한다는 거냐?”
초춘우가 양장민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이런 육시랄 놈이!”
분노가 극에 달한 양장민이 포효를 하더니 있는 힘껏 전천부를 휘두르며 상대를 위협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마사가 모래 돌풍을 일으키며 화홍루를 향해 칼을 겨눴다.
“죽어라!”
암기에 급소를 찔리기 직전의 상태에서 화홍루는 반격할 힘도 완전히 상실한 채, 두 눈을 꼭 감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소운아, 잘 있어…….’
바로 그때, 어디선가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감히 그 여자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가는 네 놈의 사지를 비틀어 죽여버리겠다!“
천둥이 내려치듯 천지를 울리는 목소리가 들리자, 마사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그때, 지망(指芒)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마사의 광사도를 때렸고 다행히 화홍루는 죽음 일보 직전에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누군가 무수한 잔영을 남기며 마사와 화홍루 사이로 빠르게 돌진해왔다.
“소운아!”
화홍루가 눈을 번쩍 뜨며 힘은 없지만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흥. 아무도 널 구하진 못해.”
마사가 차갑게 웃으며 다시 칼을 치켜들었다. 그녀를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는 듯 그의 눈에선 살기가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