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97
제197화 내 사전에 도망이란 없어
그러나 어느 틈엔가 그들 뒤에 접근한 항소운은 금빛 주먹으로 마사의 등을 세게 내리치려 했다.
마사는 상대의 기세에 압도되어 순간적으로 두려움이 일었다.
여기서 화홍루를 죽인다면, 상대도 주먹으로 자신을 죽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선택의 기로에 선 그는 결국 자신의 목숨을 선택했고, 몸을 움직여 가까스로 공격을 피했다.
그러자 상대는 더 이상 공격할 의사가 없던 건지, 쓰러져있던 화홍루를 번쩍 안아 올려 다른 쪽으로 물러갔다.
화홍루는 남자의 강한 팔뚝과 고유의 향기에 이끌려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
“버틸 수 있겠어?”
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해진 화홍루를 보며 항소운이 물었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자신의 몸에 닿자, 은은한 향기에 젖어 든 항소운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응, 괜찮아…….”
화홍루가 그의 목을 꽉 끌어안은 채 말했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이 발그레 물들자 여성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묻어났다.
항소운이 다시 입을 열려 할 때, 마사가 다시 공격해왔다.
“항소운. 난 또 네가 어디로 숨어버린 줄 알았지. 그럼 이제 죽어라!”
광사랑도(狂沙浪涛)!
모래가 파도처럼 일렁이자 마치 사막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모래 폭풍이 휘몰아쳤다.
확실히 그의 전투력은 항소운이 죽였던 마면보다 훨씬 우세한 것이, 마혈문이 은밀히 숨겨둔 천재 같았다.
항소운은 화홍루를 안은 상태에서 다시 피하기 시작했다.
“참 도망은 빠르단 말이야. 한데, 언제까지 도망칠 수 있을까!”
마사가 차갑게 말을 뱉으며, 칼을 곧추세운 체 그 뒤를 추격했다.
마사의 공격은 냉혹함 그 자체여서 보는 사람이 다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그러나 항소운은 명혼공간을 통해 상대의 공격과 허점을 꿰뚫고 교묘한 보법으로 피하는 바람에 마사의 공격은 전부 허사로 돌아갔다.
내심 항소운이 안쓰럽게 느껴졌던지 화홍루가 입을 열었다.
“난 상관하지 말고, 그냥 내려놔.”
“괜찮아. 널 안고도 충분히 공격할 수 있으니까.”
계속 피하기만 하다가 드디어 걸음을 멈춘 항소운이 한 손으로 자전도를 꺼내 들고 마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항소운은 단칼에 끝낼 심산으로 처음부터 인정사정 가리지 않고 공격을 전개했다. 도의가 실린 칼이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상대를 가격했다.
칼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상대의 허점을 공격해 공세를 와해시키곤, 그 여세를 몰아 상대의 복부까지 베어버렸다.
쿵!
마사는 칼에 베인 충격으로 날아가고 말았으나, 고급 내갑을 입고 있던 덕분에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 그러나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위력이었다.
항소운은 숨돌릴 틈도 없이 다시 공격을 전개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끝내겠다는 듯 마사의 머리를 노렸다.
무예의 경지가 한층 높아지면서 그의 힘과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강해져서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의 앞까지 성큼 다가섰다.
“날 쉽게 죽이진 못할 거다.”
마사는 항소운의 강력한 공격에 깜짝 놀랐으나, 그래도 얼른 정신을 가다듬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고는 갑자기 옷소매에서 암기를 꺼내 날리는 것이 아닌가.
“소운아, 조심해!”
화홍루가 재빨리 알렸으나, 암기는 어느 틈엔가 항소운의 코앞까지 날아온 상황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항소운은 재빨리 칼을 돌려 암기를 막아냈다.
깡!
낭랑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불꽃이 일어났다.
“이럴 수가……!”
마사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말을 흘렸다.
그동안 그의 암기는 백발백중이었다. 일단 손에서 떠나면 거의 실패한 적이 없었고, 설령 비천경이라 해도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선 피하기 힘든데 이번에는 어이없이 실패하고 만 것이다.
항소운은 통찰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된 덕분에 마사가 암기를 날린 순간, 이미 알아채고 막아낼 수 있었다.
확실히 그의 반응 속도는 여느 왕급 무인보다 뛰어났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항소운이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다시 마사를 공격하려 할 때, 뜻밖에도 마사를 도우려는 마혈문의 제자 몇몇이 기습을 가했다.
항소운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그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우르르 쾅쾅!
천둥이 쉴 새 없이 내리치는 가운데, 날카로운 칼날이 춤을 추며 비명이 끊이질 않았다.
마사는 이때를 틈타 정신을 가다듬고, 측면에서 회심의 일격을 가했다.
“나 마사, 무림에 발을 디딘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찌 네 손에 죽겠느냐. 이만 죽어라!”
마사가 포효하며 힘을 최대로 끌어올리자 손에 든 광사도에서 빛이 번뜩이더니 거대한 힘이 순식간에 항소운을 향해 파고들었다.
사막풍폭(沙漠風暴)!
순식간에 그들이 싸우는 곳은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사막으로 변해버렸고, 용이 꿈틀대듯 모래 폭풍이 기염을 토하면서 천재(天災)와 같은 위력을 드러냈다.
이것은 마사가 한 달간 사막에 고립됐을 때 절망적인 모래 폭풍 속에서 터득한 초식이었다.
이 초식은 2품 비천경도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위력적이었다.
항소운과 화홍루 역시 위력적인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때, 화홍루가 다급히 소리쳤다.
“소운아. 빨리 도망쳐!”
“내 사전에 도망이란 없어.”
항소운이 날카로운 눈빛을 번뜩이며 자전도를 높이 들어 올리자 자줏빛 천둥의 힘이 솟구쳐, 어느샌가 자줏빛 용이 사납게 울부짖었다.
청천벽력!
순간, 천둥의 힘이 폭풍 한가운데로 돌진하더니 폭풍과 치열한 각축을 벌이다 산산이 흩어졌다.
천둥에 정통으로 맞은 마사는 선혈을 토하며 튕겨 날아갔고 사지를 부들부들 떨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떻게…… 이렇게 강해진 거지……!”
마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을 삼켰다.
항소운과 섬전자가 대결을 벌일 때 옆에서 지켜보던 그는 자신의 실력이면 항소운과 충분히 겨룰 수 있다고 장담했었다. 하나, 지금 상황을 보니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상대는 이전보다 전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훨씬 강해졌다.
“이제 죽어라!”
한 손엔 화홍루를, 다른 한 손엔 자전도를 쥔 항소운이 칼을 높이 들어 올리며 돌진했다.
“날 죽일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반격할 힘조차 상실한 마사가 끝까지 저항하는 건 비장의 무기를 의미했다.
항소운이 칼로 내리치려는 순간, 마사는 손에 있던 물체를 깨뜨렸다.
펑!
물체가 터지면서 알 수 없는 힘이 폭발하자, 항소운은 하는 수 없이 화홍루를 안고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교란할 목적으로 사용된 건지, 다행히 파괴력은 강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알 수 없는 힘이 전부 사라지고 나자, 마사도 감쪽같이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이지?”
항소운이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화홍루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의아하단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애안법(碍眼法) 또는 은신술이라 불리는 것으로, 짧은 시간 내에 도망칠 수 있는 비술이지요. 지금쯤 그자는 출구 쪽으로 도망쳤을 겁니다.”
서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 말에 항소운은 재빨리 명혼 공간을 통해 출구 쪽을 들여다보았다.
과연, 서귀의 말대로 그는 출구 쪽으로 몰래 달아나고 있었다.
항소운이 마사의 뒤를 쫓으려 할 때, 화홍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운아. 난 이제 내려놓고, 가서 홍루의 사제사매를 구해줘.”
“널 안고도 충분히 싸울 수 있어. 그리고 널 혼자 두면 왠지 마음이 안 놓여서 말이야.”
항소운은 이렇게 말하며 혼란스러운 싸움터로 뛰어들었다.
마치 늑대가 양 떼에 달려드는 것처럼 그가 파죽지세로 자전도를 휘둘렀고 마혈문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으악!
항소운의 칼에 마혈문의 제자들은 비참하게 죽어가며 어느 누구도 그가 휘두르는 칼을 피하지 못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대여섯 명이 죽어 나갔다.
동료들이 마구 죽어 나가자 마혈문의 사람들은 마사가 사라진 것을 알아채고는 마지막 방어선이 무너졌다는 생각에 일제히 달아나기 시작했다.
한편, 양장민은 항소운의 등장에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뒤를 받쳐줄 든든한 원군이 생기자, 그는 기세를 힘껏 일으켜 다시 초춘우 쪽으로 달려갔다.
“동료를 방패막이로 삼다니, 이젠 그만 죽어줘야겠다.”
양장민은 전천부를 좌우로 휘두르며 만검종의 제자들을 쓸어버리고는 초춘우를 향해 돌진했다.
상대의 기세에 초춘우는 크게 당황했으나, 재빨리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대와 대결을 벌였다. 그는 바람처럼 빠른 속도로 상대의 힘을 소모시킬 작정이었다.
양장민은 속도 면에선 우위를 점하지 못했지만, 전력을 다해 힘을 폭발시키자 이제는 제법 속도도 빨라졌다.
그가 한 마리의 거대한 용처럼 매섭게 돌진하자, 초춘우는 계속 밀려나고 말았다. 어느 틈엔가 상대에게 접근한 양장민은 거대한 기세를 폭발시키면서 전천부를 힘껏 휘둘렀다.
지룡번신(地龍蹯身). 용이 땅을 구르듯 엄청난 위력이었다.
도끼가 사정없이 내리치자 마치 용이 땅을 뚫고 승천하는 것처럼 대지가 진동하고 돌이 마구 날렸으니 그야말로 당당한 용의 기세였다.
이렇듯 무서운 힘이 실린 도끼가 높이 솟구쳤다 떨어지자 초춘우는 놀라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떻게 한다 해도 이 일격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는 정면 승부를 택했다.
천사전교(千蛇纏絞). 천 마리의 뱀이 뒤엉켜 있는 형국이었다.
초춘우가 검을 마흔아홉 번 찌르자, 마흔아홉 마리의 독사가 달려드는 것처럼 순식간에 포위망이 형성되어 거대한 용을 향해 입을 쩍 벌렸다.
그러나 용의 거대한 몸집과 힘에는 대적할 수 없으니, 용은 독사를 단숨에 짓밟았다.
우르르 쾅쾅!
도끼날이 초춘우의 머리를 힘껏 내리치자, 그대로 머리부터 몸까지 두 동강이 나면서 상대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초춘우의 피가 자신의 몸에 튀자, 양장민이 미친 듯이 웃으며 말했다.
“오룡비도 감히 내게 싸움을 걸지 못하는데, 조무래기 주제에 설치다니.”
양장민이 초춘우를 도끼로 베어버리자, 만검종의 사람들은 깜짝 놀라 기겁을 했다.
“자, 우릴 전부 죽여버리겠다고 했던 놈들이 누구지? 이젠 너희도 함께 보내주마!”
양장민이 고개를 돌려 성난 얼굴로 호통을 쳤다.
그는 잠시도 쉬지 않고 다시 공격을 전개했다. 거센 도끼날이 허공을 가르자, 다시 두 사람이 잘려 나갔고 땅이 갈라지며 균열이 일어나는데 양장민이 도무지 화강경이란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위력적이었다.
과연 양장민은 운애각의 화강경 1인자라는 예전 별호가 무색하지 않게, 놀라울 정도로 강한 존재였다.
마혈문 역시 초춘우의 죽음에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양장민을 도저히 상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뿔뿔이 달아났다.
이렇게 해서 여러 문파 간에 벌어졌던 대전이 막을 내리게 되었다.
자유문과 홍루는 절반이 죽었고, 만검종과 마혈문 역시 큰 피해를 입었다.
누구 하나 승리한 자가 없는 처참한 결말이었다.
물론 항소운이 제때 나타나지 않았다면,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하하. 아우가 제때 도우러 와서 다행이야. 사매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나도 마음이 편치 않았을 거야.”
양장민이 호기로운 걸음으로 걸어오며 기분 좋게 웃었다.
“이건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잖아요. 형님과 홍루까지 끌어들인 것 같아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