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98
제198화 애들 싸움에 끼어들어서 뭐 해
항소운이 미안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저자들이 먼저 네 혼천을 훔치려 든 거잖아. 이건 아우 잘못이 아니야.”
양장민이 괜찮다는 듯 항소운을 다독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사매는 좀 어때?”
“부상에다 독까지 당했어요.”
항소운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그는 화홍루가 부상을 당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독에 당한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진작 알았다면, 상처부터 치료했을 터였다.
다행히 그녀는 불의 힘을 수련한 자라, 불로 독을 억제하여 상태가 그 이상 악화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이미 그녀는 항소운 뒤편에서 조용히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고, 홍루의 다른 제자들도 그곳에서 부상을 치료했다. 그들은 죽임을 당한 동료를 떠올리며 조용히 한숨짓고 있었다.
혼천지지는 본래 잔혹한 곳으로 싸움이 벌어지면 사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실력이 약한 자는 죽음뿐이었으니 다른 이를 탓할 수도 없었다. 그저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다 내가 제대로 지키지 못한 탓이지…….”
양장민이 자책을 하며 말끝을 흐리자, 항소운이 재빨리 손을 저으며 말했다.
“형님, 그런 생각 마세요. 그들은 머릿수도 많고 세력도 강한데, 그런 놈들을 쫓아 보낸 것만 해도 대단한 거죠. 그리고 홍루는 암기에 당한 거라 어쩔 수 없었어요. 다만, 마혈문의 우두머리란 자가 도망친 게 마음에 걸려요.”
“놈이 도망쳐봤자 어디로 숨겠어. 우리가 바로 뒤쫓아 죽이면 되지.”
양장민이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형님 말씀처럼 그놈이 도망친다 한들 우리가 못 잡겠어요? 하나, 놈을 쫓는 일은 급하지 않으니, 우선 홍루의 상처부터 치료하고 다시 상의하도록 하죠. 그리고 형님도 상처를 좀 돌보실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항소운의 말에 양장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도 부상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양장민과 화홍루 등이 부상을 치료하고 있을 때, 항소운은 다른 사람을 통해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각 문파에서 온 천재 소년들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마령과 오룡비가 장차 결투를 벌이고, 진자룡은 오치를 상대로 대결을 벌인다는 소식이었다. 한 달이라는 기한이 끝나기 전에 누가 화강경의 제1인자인지 가리는 시합이었다.
오룡비와 마령, 오치 이 세 사람은 자타가 공인하는 강자들이다.
진자룡은 항소운과 마찬가지로 혼천지지에서 돌연 두각을 나타냈는데, 기린비(麒麟臂)로 무서운 위력을 드러내면서 현빙궁의 현한창 한진을 제압하고 단숨에 명성을 얻었다.
그리고 이제 향불사의 치선자(痴蟬子) 오치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한편, 오룡비는 소년제일검이라 불리는 인물로, 검의를 깨달은 자답게 뛰어난 검술을 자랑했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천지가 개벽할 정도였는데, 이 정도 위력이면 같은 경지에서 적수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마령은 마혈문에서 가장 촉망받는 인물로, 그녀의 무공 또한 대단했는데 소년제일검인 오룡비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만 봐도 얼마나 대단한 실력인지 알 수 있었다.
항소운은 이런 이야기를 듣자, 가슴 속에서 뜨거운 피가 솟구쳐 올랐다.
어느 누가 1인자로 추대되고 싶지 않겠는가. 설령 이 모든 것이 일순간의 허명이라 해도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아냐, 됐어. 애들 싸움에 끼어들어서 뭐 해. 내 상대라면 적어도 비천경은 돼야지.’
항소운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애써 깨어나려는 전투 의지를 잠재웠다.
사실 그는 자신의 진짜 적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혼천지지를 나간 후 운애각을 떠나야 했다.
그는 적당한 장소를 찾아 실력을 비천경까지 올린 후, 다시 서귀의 조언에 따라 빠르게 무공을 높일 계획이었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당장 해야 할 일이었다.
그는 반역자들이 곧 자신을 찾아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만일 아직도 그를 찾아내지 못했다면, 그건 자릉종의 얼굴에 먹칠하는 셈이었다.
반나절 가량 지나자, 양장민은 원기가 왕성해졌다.
그는 본래 외상만 입고 내상은 심하지 않은 터라, 상처를 동여매고 휴식을 취하자 금세 힘을 회복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으나, 다행히 움직일 수는 있어서 모두 한자리에 모여 밖으로 나갈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 남은 사람들은 혈기가 왕성하고 의협심이 강한 자들로, 위험한 상황에서 당당히 맞서 싸운 것만으로도 용기가 대단한 자들이었다.
양장민은 먼저 자유문의 제자들을 출구 밖으로 보냈다.
밖으로 나가 운애각의 장로들과 함께 있으면 감히 시비를 걸 자는 없을 터였다.
한편, 홍루의 제자들은 화홍루가 깨어난 후 다음 할 일을 모두 결정하기로 했다.
사실 그녀의 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했다.
호흡은 갈수록 약해졌고, 안색은 검게 변해갔다. 독을 제거하지 않으면 온몸으로 퍼질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항소운과 양장민은 그녀의 상태를 보며 극도로 안색이 어두워졌다.
“사매의 상태가 좋질 않아.”
양장민의 말에 항소운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형님, 제가 독을 빼낼 테니 저와 홍루에게 호법을 해주세요.”
항소운은 아무 망설임 없이 성큼 걸어가 화홍루를 안고는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홍루, 내가 독을 빼줄 테니까 꼭 버텨야 해.”
그녀가 힘겹게 눈을 뜨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알겠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항소운은 그녀를 안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앉히고는 자신도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화홍루가 암기를 맞은 부위는 공교롭게도 가슴 근처 심장과 가까운 곳으로, 독이 심장으로 들어가 버리면 살아날 가능성이 없었다.
“네 화력으론 독을 없애지 못하니까, 내가 천년 지심화를 보내줄게. 그걸 제련시키면 독을 없앨 수 있을 거야.”
항소운의 말에 그녀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항소운이 그녀의 상처 부위에 손을 올렸다.
화홍루는 신음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사실 그 표정은 부끄러움이었다.
항소운의 손이 닿은 곳은 민감한 부위인데다 그의 커다란 손바닥에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제대로 만져진 것이다.
부드러운 감촉이 살결에 닿고 그녀의 신음이 나지막이 들려와 항소운은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러나 사내대장부는 일의 경중을 가려야 하는 법. 그는 재빨리 잡념을 떨쳐 내고 운지염의 힘을 상처 부위로 조심스럽게 흘려보냈다.
화력이 단번에 전해지면 독을 제거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장을 태울 수도 있어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운지염의 힘이 전해지자, 독이 대부분 제거되었으나 어찌 된 영문인지 남은 독들이 다른 쪽으로 이동하고 말았다.
항소운은 재빨리 그녀의 심장을 보호하면서 독이 심장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저지했다.
그는 또 다른 손으로 그녀의 손바닥을 쥔 채, 조그마한 운지염의 힘을 보내며 말했다.
“지금 바로 천년 지심화를 제련시켜서 독을 막아.”
그 말에 화홍루는 서둘러 전결을 운행하면서 운지염을 성진으로 보내 제련을 시작했다.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는 힘이었지만, 그녀는 항소운의 배려를 생각하며 고통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 가닥 힘이 그녀의 몸 안으로 들어가자, 그녀의 얼굴엔 고통스러운 빛이 감돌았으나 아직은 견딜 만한 수준이었다.
어찌 됐든 이 운지염은 항소운이 제어하는 것이라 성질이 그다지 사납지는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독이 퍼지는 상황에서 마음 놓고 제련할 엄두 자체를 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녀도 역시 천재답게 화력을 분리한 후, 즉시 전결을 운행하면서 독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다만 화력이 세질 않아 그녀는 항소운에게 더 많은 화력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 말에 항소운은 종전보다 더 큰 운지염을 전해주었다.
그녀는 방금 경험을 통해 익숙해진바, 더욱 빠른 속도로 제련시키면서 체내의 화력을 더욱 강화했을 뿐 아니라 독을 더욱 말끔히 씻어버렸다.
그 후로도 항소운이 힘을 몇 차례 더 전해주고 나니, 그녀의 얼굴에 핏기가 돌았다. 마침내 독이 완전히 제거된 것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기운은 한층 단단해져 이제는 언제라도 비천경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마침내 눈을 뜬 화홍루가 지척에 있는 항소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 좀 괜찮아?”
“응, 이젠 괜찮아.”
화홍루가 큰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
“그러지 말고 잘 살펴봐. 이런 일은 그냥 넘어가면 안 되니까. 그 독은 일반 화력으로도 제압이 안 되는 걸 보니, 상당히 강한 것 같아.”
“응, 그래서 나도 몇 번 살펴봤는데 전부 사라졌어.”
“그럼 다행이다. 무사하면 됐어. 하마터면 시녀 하나가 줄어들 뻔했네.”
“그건 그렇고 이젠 괜찮으니까, 그만 손 좀 치워줄래?”
화홍루가 미동도 않고 그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아……. 나, 난 독이 제대로 제거가 안 됐을까 봐 그런 거지. 이젠 놓을게.”
항소운은 당황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
그는 아쉬운 듯 그녀의 가슴을 움켜잡고 있던 손을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그러자 뜻밖에도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사실 계속 만지고 싶으면 그래도 되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항소운은 다시 손을 내밀고 싶었다. 그렇지만 화홍루는 말만 그렇게 했을 뿐 사뿐히 몸을 일으켜 홍루 사람들을 향해 걸어갔다.
앞으로 사흘 후면 한 달이 되는 날이었다.
남은 3일 동안, 혼천을 찾으러 떠났던 사람들은 출구 앞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그들은 혼천을 찾지 못했다는 생각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풀이 죽어있었다.
“귀문족이 자취를 감추고, 혼천도 감쪽같이 사라졌다니까. 혹시 귀문족이 혼천을 가지고 숨어버린 걸까? ”
“그럴지도 모르지. 며칠 전에 귀문족 소굴에 갔는데 귀문이 한 마리도 없더라니까. 혼천은 아예 보이지도 않고……. 너무 허망해서 진짜 발이 떨어지질 않더라고.”
“이 형님도 망월대에서 한참을 기다렸는데, 혼천이 한 방울도 없이 정말 코빼기도 보이질 않더라. 아마도 혼천은 완전히 사라진 것 같아.”
“어쩌면 혼천은 본래 숫자가 정해져 있어서 10년마다 조금씩 생겨나는 건 아닐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이미 가져간 거고.”
“됐어. 이미 지난 걸 생각해서 뭐 해. 그보다 오룡비와 마령, 그리고 오치와 진자룡이 싸운다던데 분명 볼만하겠지?”
“내가 봤을 때 1등은 오룡비가 떼 놓은 당상이야. 그자의 검의(劍意)가 가장 뛰어나니까.”
어느 틈엔가 사람들의 관심은 혼천지지에서 멀어져 곧 벌어질 대결로 향해 있었다.
항소운과 양장민, 화홍루 등 세 사람도 이곳에 남아 두 대결의 결말을 지켜보기로 했다.
사실 항소운과 양장민은 그다지 관심이 없었으나, 화홍루가 곡 자신과 함께 봐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남게 된 것이었다.
오늘 대결을 벌이는 진자룡은 홍루 사람으로,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홍루의 명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향후 운애각에서도 지위가 상승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항소운과 양장민은 그녀의 흥을 깨고 싶지 않아서 함께 지켜보기로 했다.
그때, 진자룡과 이아훤이 그녀 쪽으로 걸어왔다.
이 순간, 진자룡은 어느 때보다 늠름해 보였고 대결을 앞둔 사람답게 두 눈은 전의로 불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