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99
제199화 전부 알았구나
한편, 이아훤은 아리따운 꽃처럼 활짝 피어나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런 두 사람이 함께 나타나자, 사람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사저. 다들 괜찮아요?”
이아훤이 화홍루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물었다.
“응, 우린 괜찮아. 자룡이를 응원하려고 다들 일부러 남았어.”
화홍루는 진자룡을 보며 말을 이었다.
“자룡아, 기운이 넘치는 걸 보니 단단히 준비했구나. 분명 이길 수 있을 거야.”
“하하. 당연하죠. 반드시 이기고 올게요.”
진자룡이 호탕하게 웃더니, 항소운을 보며 말했다.
“항소운. 내가 오치를 이기고 나면, 나와 한판 붙는 거다.”
“그렇게까지 나랑 싸우고 싶은 거야?”
“당연하지. 사실 오치보다는 항패왕 너와 싸우고 싶거든.”
진자룡이 매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항소운은 순간 당황했으나, 곧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전부 알았구나.”
그러면서 항소운은 이아훤을 보았다. 이곳에 있는 사람 중 당시 자신이 신분을 속였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녀뿐이었다.
항소운의 표정을 본 이아훤이 서둘러 해명했다.
“내가 말한 게 아니라, 저 녀석 혼자 눈치챈 거야.”
“어쩐지 낯이 익더라니. 네가 섬전자와 싸우는 걸 보고 항패왕이란 걸 확신했지.”
옆에 있던 진자룡이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하하, 알았어. 그럼 네 말대로 할게.”
항소운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담담히 웃자, 진자룡이 불만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상관없다는 표정이네. 너 지금 내 실력을 무시하는 거지?”
그러자 항소운이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거 아니니까, 안심하고 대결이나 잘하고 와.”
바로 그때, 향불사의 승려들이 나타났다.
향불사는 가장 단결이 잘 되기로 유명했는데, 200~3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전부 승복을 입고 있어서 어딜 가든 눈에 띄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젊은 승려는 단정한 용모에 위엄이 있었다. 그의 걸음은 힘이 실린 채 절도가 있었으며, 함부로 웃거나 말을 하지 않아 근엄해 보였다.
그의 곁에는 영리하게 생긴 동자승이 있었다. 젊은 승려와 달리 산만하고 장난기 많은 얼굴에 웃음이 걸려 있는 것이 그야말로 천진난만한 소년이었다.
두 승려의 이름은 각각 치선자 오치와 노실(老實) 동자승 지용이었다.
오치의 생김새는 썩 괜찮았지만, 지용은 성실하단 뜻의 노실이란 이름보다는 능구렁이란 표현이 더 어울렸다.
“오치, 드디어 왔구나. 난 또 네가 무서워서 못 오는 줄 알았지.”
오치를 발견한 진자룡이 재빨리 달려가 말을 꺼냈다.
진자룡은 호전적인 성격이라, 당장이라도 승부를 겨루고 싶어 온몸이 근질거렸다.
“아미타불……. 보살님, 어째서 계속 소승을 따라다니시는 겁니까.”
오치가 합장하며 말했다.
“뭐가 계속 따라다니는 거야? 난 정당하게 도전하는 거라고. 정 싸우기 싫으면, 나보다 실력이 낮다고 인정하던가.”
진자룡이 말했다.
“보살님. 정 그러시면 사형 대신 저와 싸우는 건 어떻습니까?”
옆에서 지용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어디서 어린 녀석이 나서고 그래! 넌 저쪽으로 가 있어!”
진자룡이 성가시다는 듯 소리쳤다.
지용은 열너덧 살 정도에 키도 작아서 사람들 틈에 있으니 확실히 아이처럼 보였다.
“보살님. 저 같은 어 아이도 못 이기면서 어찌 우리 사형께 도전한단 말입니까?”
지용이 여전히 싱글거리며 말했다.
어린 소년의 말인데도 언중유골이라 은근히 상대를 무시하면서도 오치를 대신해 싸우겠다는 의지가 들어있었다.
그러자 오치가 입을 열었다.
“지용아, 넌 물러나 있거라. 넌 이 보살님의 상대가 못 돼.”
“사형. 절 너무 무시하시네요. 정 그러시면 제가 이 사람을 이겨 보이겠습니다.”
지용은 이렇게 말하고는 뜻밖에도 진자룡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
어린 나이임에도 힘과 속도는 놀라울 정도여서 순식간에 진자룡의 가슴 앞까지 주먹이 돌진해왔다.
뜻밖에도 소년이 자신과 싸우겠다며 갑작스레 기습을 가하자,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던 진자룡도 하마터면 상대의 공격에 당할 뻔했다.
진자룡이 가까스로 공격을 피하며 반격을 하려 했으나, 지용이 이번에는 주먹과 발을 동시에 사용하며 맹공격을 퍼부었다.
쿵쿵!
소년의 공격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강해서 쉽게 막아낼 수가 없었다.
진자룡도 동자승에게 뒤질세라 재빨리 온몸에 강경을 일으켜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꼬마야. 꽤 하는데. 하지만 이번엔 상대를 잘못 골랐어!”
진자룡은 겨우 나이도 어린 동자승에게 맞고 있다는 생각에 불같이 화가 치밀어 올랐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포효를 하자, 거센 기세가 일어나면서 등 뒤로 사납기 그지없는 불기린이 나타났다.
기린자(麒麟子)라는 진자룡의 별호는 허구가 아니었다.
진자룡이 동자승에게 공격을 가하려 하자, 뜻밖에도 지용이 공격을 멈추더니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만, 난 그만 싸울래요. 이제 사형이랑 싸우세요.”
“이놈이 날 놀리고 있어!”
진자룡이 불같이 화를 냈다. 어린 동자승에게 놀림감이 된 게 너무나 기분이 나빴다.
바로 그때, 만검종과 마혈문이 나타났으니 그중에는 오룡비와 마령도 있었다.
오룡비는 여유 있는 걸음으로 만검종 제자들 앞에 섰다. 두 손으로 맞잡고 있는 비천검은 마치 몸의 일부분인 것처럼 그와 조화로운 기운을 한껏 풍기고 있었다.
그의 뒤에 서 있는 이백여 명의 만검종 제자들은 하나같이 예리한 칼날을 번뜩이며 거대한 기세를 형성하고 있었다.
한편, 마령은 그 뒤로 수많은 마혈문 제자들이 따르고 있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그들과 상당한 거리를 둔 채 홀로 가장 앞쪽에 서 있었다.
그녀는 여느 때처럼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 위로 드러난 매혹적인 눈동자와 관능적인 몸매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해서 대결을 벌일 네 사람이 전부 도착했다. 구경하러 온 사람들도 빙 둘러앉은 채 희대의 대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룡비, 마령, 오치 그리고 진자룡. 이 네 사람은 각 세력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인물들이야. 그러니 저들 중에서 화강경 1인자를 가리는 것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지.”
“흠, 내 생각은 좀 달라. 천림 수련원의 풍류공자 임자함이 빠져선 안 되지. 그자의 천산장(千散掌)은 정말 대단하다고. 그리고 항소운, 그자는 섬전자와 사령검자도 이겼잖아. 그러니 이 두 사람도 함께 대결을 벌여서 승리를 거둔 사람이 진정한 화강경 1인자라 할 수 있지.”
“자, 말싸움은 이제 그만들 두고 저들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고.”
진자룡은 지용을 괴롭힐 심산이었으나, 오룡비와 마령이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꼬마를 상대할 마음도 사라졌다.
그는 오치를 보며 소리쳤다.
“오치, 그렇게 겁쟁이처럼 숨어있지 말고 이제 그만 나오지.”
“사형, 얼른 나가세요. 그래서 저자의 기린을 납작하게 만들어주세요.”
지용이 철없이 말을 늘어놓았다.
“아미타불. 그럼 소승이 보살님과 겨뤄보겠습니다.”
오치가 합장하고 진자룡 쪽으로 걸어왔다.
“좋아. 그럼 바로 시작하자고. 나도 너무 오래 기다려 무지 지루했거든.”
진자룡은 전의를 불태우며 오치를 향해 돌진했다. 순간, 등 뒤에서 기린이 높이 솟아오르며 불의 기세가 주변을 압도했다.
한편, 오치는 거대한 산처럼 우뚝 선 채 금색 빛을 불러일으켰다. 그러자 금조(金鳥)가 몸 위로 나타났는데 그 기세를 모아 양 손바닥을 앞으로 힘껏 내밀자 만(卍)자가 형성되며 진자룡의 기린과 맞섰다.
쿵!
두 천재가 내뿜는 힘이 마구 충돌하자 거기서 파생된 힘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진자룡은 어려서부터 기린혈로 몸을 단련한 터라, 그의 기린비는 당해낼 자가 없었다. 게다가 팔을 휘두를 때마다 발산되는 화력은 특히 강했고, 주먹을 내리칠 때마다 산천이 흔들릴 정도로 무서운 위력을 내뿜었다.
설령 비천경이라 해도 막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하나, 오치의 실력 역시 허명은 아닌 게 분명했다. 그가 오룡비, 마령 등과 비교되는 것만 봐도 얼마나 강한 상대인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불도에 전념하여 이미 입치(入痴)의 경지에 오른 자였다. 어느 순간 그는 불가의 무술을 사용하며 상대의 공격을 전부 막아내고 있었다.
게다가 허를 찌르는 주먹과 발동작으로 상대를 정신없이 만들었다.
싸움의 진행 상황을 보아하니, 오치가 진자룡보다 한 수 위인 듯 보였다.
그렇다고 쉽게 질 진자룡이 아니었다. 인황의 손자인 그는 보유하고 있는 전투기술만 해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는 재빨리 자세를 다잡고 기린비의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자 오치의 금조가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제 막 결투가 시작됐을 뿐인데, 시작부터 이렇게 치열한 대결로 치달으니 주변 사람들은 그들의 높은 경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들의 대결을 보니 단시간 내 승부를 가리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이때, 잠자코 있던 마령이 오룡비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룡비, 나와 싸우겠느냐!”
마령의 아름다운 음색에선 알 수 없는 마력이 느껴져 숱한 남자들이 그 목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렇듯 부드러운 음성으로 도전하니, 상대도 선뜻 공격하기 힘들 터였다.
그러나 오룡비는 마령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듯 갑자기 다른 쪽으로 성큼 걸어가 항소운을 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항소운. 나와 싸우자!”
그 말에 주변 사람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항소운 역시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진자룡과 오치의 대결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항소운은 오룡비를 힐끔 보며 태연히 말했다.
“그럴 시간도 없고, 관심도 없어.”
그러고는 다시 진자룡 등의 대결을 지켜봤다.
그의 태도에 만검종 제자들은 불같이 화를 냈다.
“항소운. 네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알아? 우리 대사형이 네게 도전을 한 건, 그래도 널 높이 평가해서 그런 건데 감히 거절해? 우리가 본때를 보여줘야 정신을 차리겠어?”
“대사형. 뭐 하러 저런 보잘것없는 놈한테 도전합니까? 대결을 한다 해도 당연히 저 녀석이 사형께 도전을 해야 맞죠.”
“그 말이 맞아요. 저 녀석을 너무 과대평가한 거예요. 저놈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대사형이 나설 정도는 아니잖아요.”
그러나 오룡비는 다른 자들의 말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항소운을 뚫어지라 응시하며 말했다.
“항소운. 나랑 싸우겠느냐?”
“아, 관심 없대도!”
항소운이 눈을 부릅뜨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꾸했다.
이때, 곁에 있던 화홍루가 사랑이 가득한 눈길로 말했다.
“역시 멋있다니까. 나 진짜 널 좋아하게 된 것 같아.”
그러고는 다정한 연인처럼 항소운의 팔짱을 낀 채 그의 곁에 바짝 달라붙었다.
“너무 대놓고 들러붙는 거 아냐?”
화홍루가 곱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왜, 그러면 안 돼?”
그러고는 자신의 가슴을 항소운의 팔에 바짝 붙이자, 그는 부드러운 촉감에 마음이 심란해져 다른 생각은 들지도 않을 정도였다.
“보아하니 상대는 너랑 싸울 마음이 없나 보네. 그럼 내가 먼저 저자와 겨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