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03
제203화 너희는 졌어
항소운이 하늘을 향해 매섭게 포효하며 좌우 양쪽으로 전천도를 휘둘렀다.
그러자 자줏빛 용과 백호가 사납게 울부짖으며 최상급 요수 두 마리가 좌우로 맹렬히 돌진했다. 강렬한 도기(刀氣)가 오룡비의 검기를 그대로 뚫으며 무너뜨리더니, 마령의 검은 천까지 갈기갈기 찢고 말았다.
우르르 쾅쾅!
거센 폭발음이 사방에 진동했다. 용과 호랑이의 기세가 공간을 가득 메우자, 마치 하늘에서 왕이 강림한 듯 위풍당당한 기운이 좌중을 압도했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 저마다 탄성을 질렀다.
“이, 이게 바로 항소운이 말한 반격인가? 정말 대단한 힘이다! 저 용과 호랑이는 진짜 살아있는 것 같아.”
“그럼 여태 힘을 숨기다가 지금에서야 반격한 거야? 저 정도 실력이면 3품 비천경도 단숨에 제압하겠는걸.”
“그러게, 정말 무서운 힘이야. 내 칼도 지금 제멋대로 움직이는 걸 보니, 도의(刀意)의 극치에 달한 것 같아.”
“설마 오룡비와 마령이 이렇게 패하진 않겠지? 그럼 진짜 놀라운 일인데.”
“전혀 소문조차 없었는데 운애각은 언제 이런 천재를 배출한 거지? 정말 감쪽같이 몰랐네.”
“내가 말했지? 아우는 절대 질 리 없다고. 그런데 진짜 진짜 무서운 힘이다.”
양장민이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자신이 전력을 다해 방어한다 해도, 항소운의 이번 일격은 막아내기 힘들었을 거로 생각했다.
화홍루 역시 벅찬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애정이 담뿍 담긴 눈빛으로 활짝 웃고 있었다. 긴장을 풀자 문득 손톱이 파고든 손바닥에서 아픔이 느껴졌다.
한편, 임자함과 함께 있던 안연은 창백해진 얼굴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항소운이 저렇게 강했다니…….”
불현듯 얼마 전 상대의 심기를 건드린 일이 떠올라 그녀는 몸서리를 쳤다. 만일 그때 상대가 자신을 죽일 생각만 있었다면, 천림 수련원의 제자들이 전부 맞선다 해도 꼼짝없이 죽고 말았을 것이다.
“사저, 이제 저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아셨죠? 저런 사람과는 친분을 맺어야지, 절대 미움을 사선 안 돼요.”
임자함이 이렇게 말하며 짧게 탄식을 했다.
그도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항소운의 폭발적인 힘을 보니 승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빨리 비천경에 올라야지 안 되겠어. 경지를 더 높이면 저들을 이길 방법도 생기겠지.’
한편, 전장의 오룡비와 마령은 놀라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들은 이미 전력을 다해 협공을 펼친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항소운이 의념(意念)으로 기운을 억제하는 경지에 이르러 도의를 한층 강화하자, 두 사람의 공격은 도저히 버티질 못하고 산산이 흩어지고 만 것이다.
그렇게 한 차례 겨루니, 오룡비의 검기는 힘을 완전히 상실해버렸다. 게다가 매섭게 달려드는 도광을 도저히 막아낼 방법이 없어 결국 부상까지 입고 피를 토하며 널브러지고 말았다.
마령 역시 상황이 심각했다. 검은 천이 산산조각이 나버리자 마령은 다시 천으로 온 을 겹겹이 둘러쌌으나, 물밀듯 밀려드는 도기(刀氣)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아악!
안에 입고 있던 내갑마저 잘리면서 여러 곳이 부상을 당했고, 얼굴을 가리고 있던 검은 천마저 세찬 바람에 땅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 순간, 뭇사람을 홀리는 어여쁜 얼굴이 드러났다.
과연 그녀는 절세미인이었다. 예쁜 얼굴과 풍만한 몸매의 화홍루에게 뒤지기는커녕 오히려 이목구비는 훨씬 아름다웠다.
사람을 홀리는 아름다운 눈동자와 흰 피부에 붉은 입술, 그리고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니 그걸 본 사람들은 정신이 몽롱해지는 상태에 빠졌다.
아름다움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마구 뒤흔드는 소녀였다.
오룡비와 마령은 항소운의 칼에 베이며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 갑옷까지 전부 갈라진 두 사람은 땅바닥에 세게 부딪히며 온몸에서 피를 흘렸다.
항소운은 소나무처럼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고, 백호지익은 빛을 잃다가 점차 사라졌다. 그는 패왕전천도를 들고 담담히 웃었다.
“너희는 졌어.”
그는 더 이상 공격을 가하지 않았고 상대들이 다시 반격을 가할까 두려움을 느끼지도 않았다. 한번 이긴 이상, 다시 붙어도 또다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순간, 사방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다들 오룡비와 마령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룡비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으나 부상이 심해 더는 싸울 수 없었다.
그는 비천검을 땅에 꽂아 힘겹게 몸을 지탱하며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다.
그는 복잡한 심경이 담긴 눈길로 항소운을 보며 말했다.
“그, 그래. 우, 우리가 졌다.”
마령이 둘 사이의 대결에 끼어들었을 때부터 사실 진 거나 다름없었으나 내심 인정하지 못하던 그였다. 그러나 이제는 깨끗이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었다.
마령은 오룡비보다 상대적으로 부상이 가벼웠다. 중반부터 대결에 참여한데다, 방금 전 방어를 할 때도 오룡비보다 단단히 준비한 덕분에 치명상은 피할 수 있었다.
그녀는 어여쁜 눈동자를 반짝이며 항소운에게 말했다.
“그래, 네 실력이 대단하단 건 인정할게. 하지만 비천경에 오르고 나면 다시 도전할 거야.”
그러고는 부상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출구 쪽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그 모습에서 그녀에게 아직 싸울 여력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령도 그 사실을 알았지만, 계속 싸운다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굳이 목숨을 걸고 싶지 않았다.
만검종의 제자들은 행여나 항소운이 오룡비를 죽일까 봐 두려워하며 재빨리 달려 나와 그를 부축했다.
양장민과 화홍루도 항소운을 데리러 가려는데, 갑자기 화살 하나가 항소운을 겨누며 날아왔다.
화살은 너무나 갑작스럽고 속도도 너무 빨라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소운아, 조심해!”
양장민과 화홍루가 놀라서 동시에 소리쳤다.
항소운은 방금까지 큰 대결을 치른 터라 힘이 극도로 소모된 상태였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불시에 화살을 날리다니, 기습을 가한 상대는 목숨을 노릴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화살이 닿으려는 순간, 항소운은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재빨리 옆으로 움직여 화살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그러나 화살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긁힌 자국에서 피가 났고, 항소운은 새로운 고통에 얼굴을 찡그렸다.
슈욱-
또다시 여러 발의 화살이 빠른 속도로 날아와 항소운을 죽이려 달려들었다.
그러자 양장민과 화홍루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날아오는 화살을 모조리 떨어뜨렸다.
“쥐새끼 같은 놈들! 죽고 싶어 환장했어?”
갑자기 천림 수련원의 임자함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화살을 날린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상대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어서 순식간에 기습을 가한 자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러자 화살을 쏜 자들이 잽싸게 고개를 돌려 도망쳤다.
“어딜 도망가려고!”
임자함은 천림 수련원 최고의 실력자답게 달리는 속도가 무척이나 빨랐다. 그는 순식간에 세 사람을 붙잡고는 손에 든 부채로 상대를 내리쳤다.
그중 한 사람이 재빨리 고개를 돌려 임자함을 향해 활을 겨누었다.
화살의 위력은 대단한데다 빠르기까지 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임자함의 얼굴로 성큼 날아왔다.
깜짝 놀란 그가 재빨리 부채를 휘둘러 화살을 쳐내자, 그 틈에 세 사람은 저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그들이 위험에서 벗어났다며 안도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한 그림자가 하늘 높이 치솟으며 냉랭한 음성을 뱉었다.
“정말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진짜 순진하네.”
세 사람이 고개를 들어보니 다름 아닌 항소운이었다. 그가 칼을 휘두르자, 강력한 도기(刀氣)가 하늘에서 맹렬히 떨어지면서 용과 뱀이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들 듯 몇 가닥의 천둥이 사나운 위력을 드러냈다.
그들은 깜짝 놀라 재빨리 가장 강력한 방어 상태로 온몸을 무장하며 도기에 맞섰다.
하나, 그들이 어찌 항소운의 신도합일과 도의를 막아낼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의 강경은 종이짝처럼 힘없이 찢어지고 말았다.
세 사람은 분통한 듯 악을 썼지만, 항소운의 칼에 머리가 몸에서 분리되면서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쿵. 쿵. 쿵.
세 개의 머리가 땅으로 떨어지자, 수박이 나뒹구는 양 핏덩이가 튀었다. 그리고 목이 잘려 나간 시체는 힘없이 피 웅덩이에 쓰러지고 말았다.
항소운은 단칼에 세 사람을 죽이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감탄사를 지르게 했다.
가까이서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한 임자함은 몸을 덜덜 떨며 식은땀을 흘렸다.
‘이미 힘을 다 써버린 줄 알았는데, 아직도 이런 강한 힘이 남아있다니.’
땅으로 내려온 항소운은 임자함을 보며 담담히 웃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하하. 항 형제,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전 그저 정정당당하지 못하게 몰래 남을 해치는 놈들이 못마땅했을 뿐입니다.”
임자함이 호탕하게 웃었다.
“어쨌든 이 은혜는 꼭 기억하겠습니다.”
항소운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이때, 양장민과 화홍루가 서둘러 달려왔다.
“아우야, 괜찮니?”
양장민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자, 항소운이 곧바로 대답했다.
“형님, 걱정마세요. 전 멀쩡하니까요.”
“나쁜 놈들. 아무래도 저놈들은 섬전맹 같아.”
화홍루가 시체를 힐끔 보며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튼 이제 죽었으니 됐어.”
항소운이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말했다.
“보아하니 섬전자가 너한테 패하고도 아직도 포기를 못 한 것 같은데.”
양장민이 짧게 탄식을 하자, 화홍루도 볼멘소리로 말했다.
“흥. 그 동안 부각주 뇌왕만 믿고 까불더니, 밖에서도 자기가 대단한 줄 아나 보지?”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 난 치료부터 하고 며칠 뒤에 나가야겠어.”
항소운의 안색은 이전보다 창백해져 있었다.
겉모습만으로는 아직 싸울 힘이 남아있는 듯 보였지만, 실은 힘을 전부 소진한 상태였다.
잇달아 치열한 대결을 벌인데다 전력을 다해 비장의 무기를 전부 써버린 탓에 부상을 당한 몸을 이끌고 더 이상 걷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게다가 이 상태로 밖에 나갔다가는 자신을 죽이려는 또 다른 자들과 맞닥뜨릴 수도 있었다.
일전에 그는 섬전맹과 싸우면서 알게 모르게 너무 많은 사람의 미움을 사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혼천지지에 발을 들여놓을 때도, 왕급 무인이 자신을 몰래 죽이려 했다.
양장민과 화홍루가 기력이 쇠한 항소운을 부축하며 자리를 뜨자, 멀리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오룡비와 마령까지 전부 패했잖아. 이제 동일한 경지에선 항소운을 따라올 자가 없어. 정말 대단한 천재다!”
“뜻밖에도 이번에 이런 대단한 인물이 탄생하다니. 이제 운애각의 명성도 크게 오르겠는걸.”
“그리고 항소운 말고 진자룡도 진짜 대단하던데. 두 사람이 비천경에 오르기만 하면, 분명 최강자가 될 거야.”
“저들은 앞으로 무림을 이끌어갈 인물들이 될 테지. 우리도 열심히 해서 꼭 무공을 높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