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06
제206화 난 진작 거절당했어
“이 빌어먹을 놈이 감히 상처를 내? 네 놈을 당장 찢어 죽이겠다!”
영고호남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은호도를 사정없이 휘두르자 두훤호의 공격이 전부 무너지고 말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강력한 도법(刀法)을 펼치자 은색 여우 여러 마리가 이빨을 드러낸 채 두훤호를 향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환호멸살(幻狐滅殺)!
거대한 은색 여우의 형상은 환각을 일으켜 사람을 홀릴 뿐 아니라, 사람을 집어삼키는 강력한 위력까지 갖추었다.
두훤호는 금도에 완전히 취해 고금 소리에 따라 자신의 잠재력을 전부 끌어올리며 더욱 강력한 도의를 발휘했다. 어느샌가 손에서 칼도 놓은 채, 의념으로 칼을 제어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순간, 그 평범했던 대도가 수천 수백 배는 커진 것처럼 도광이 사방을 가득 메우더니 은색 여우를 가차 없이 베어버리며 일체의 허상을 깨뜨렸다.
“이, 이럴 수가!”
공격이 완전히 무너지자, 영고호남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재빨리 정신을 차린 그는 다시 도법을 변형시켜 물밀듯 공격을 이어갔다.
당대 제일의 도객인 두 사람이 치열한 격전을 벌이자, 강력한 도광이 쉴 새 없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운애각의 방어 대진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최상급 인황 간의 천지를 뒤흔드는 대결이었다.
방어 대진이 없었다면, 운애각은 그 여파로 쑥대밭이 되었을 것이다.
한편, 쉬지 않고 금을 튕기던 획쟁의 안색은 갈수록 나빠졌고, 어느새 손가락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전쟁 곡조를 연주하면서 방대한 힘을 소모한 탓이었다.
그렇게 입룡 경지에 이른 그녀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싸움이 두훤호와 영고호남 사이에 계속되었다.
두훤호는 그녀가 한계에 다다른 것을 느꼈는지 갑자기 큰소리로 포효를 하더니 남은 힘을 전부 대도에 실어 전력을 다해 칼을 휘둘렀다.
분월멸양(焚月滅陽)!
일도를 휘두르자 해와 달도 멸살시킬 것 같은 강력한 위력이 뿜어졌다.
거대한 화력이 활활 타오르면서 천지와 바다까지 모조리 삼켜버릴 듯 강렬한 기세를 드러내자 싸움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영고호남 역시 그 위력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는 잇따라 뒤로 물러나면서 획쟁을 향해 지공(指功)을 날렸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사람의 눈으론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
곁에서 획쟁을 지키고 있던 모용경과 악우택, 라재함 등 세 사람이 눈치챌 새도 없이 그녀의 비명이 울리더니 붉은 피가 ‘뚝!’하고 떨어졌다.
획쟁은 하늘에서 땅으로 곤두박질쳤고, 금도 그녀를 따라 떨어지고 말았다.
“획쟁!”
모용경이 다급히 쫓아가 그녀와 금을 붙잡은 덕분에 다행히 땅으로 떨어지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다.
“오라버니…….”
획쟁이 힘겹게 말을 뱉었다.
금 소리가 그치자, 두훤호의 기세는 순식간에 약해졌다. 아직 발휘되지 못한 칼의 힘이 멈추고, 힘이 역으로 자신을 공격하는 바람에 그는 피를 토하며 뒤로 밀려났다.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 죽어라!”
이때를 놓치지 않고 영고호남이 칼을 휘둘렀다.
그래도 명색이 통령인 그가 이런 작은 마을의 인황에게 우스운 꼴을 당하다니, 반드시 상대를 죽여 이 치욕을 씻고 수하들에게 위엄을 세워야 했다.
“멈춰라!”
그 순간, 또 다른 강자의 우레같은 목소리가 외쳤다.
이와 동시에 사나운 기세가 실린 주먹이 영고호남을 향해 내뻗었다. 그는 두훤호를 공격하던 행동을 멈추고 주먹의 기세를 막아내야 했다.
“누가 감히 나를 막는 것이냐? 죽고 싶어 환장한 게로구나!”
영고호남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네 놈들이 누구든 운애성에서 함부로 날뛰는 꼴은 봐줄 수가 없다!”
노년의 남자가 두훤호 옆에 홀연히 나타나자 영고호남 무리는 깜짝 놀라 경계했다.
그자의 실력은 두훤호보다 훨씬 높았고, 강한 기세를 내뿜었다.
“진(陣) 노형, 오셨군요.”
모용경이 기쁨과 놀라움이 교차된 얼굴로 말했다.
그자는 진씨 가문의 어른인 진가혁(陣家爀)으로, 운애각의 10대 인황 중 최고라 불리는 자였다. 이미 8품 입룡의 경지에 올랐으며, 진자룡은 그의 손자였다.
진가혁 외에도 진씨 가문의 다른 두 명의 인황까지 함께 나타나자, 운애각의 인황 수가 순식간에 확 늘어났다.
물론 절대적인 실력에선 영고호남의 무리와 비교가 되지 않았으나, 이제 어느 정도 싸워볼 만한 수준이 된 것이다.
“너희 실력으로 우릴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영고호남이 진가혁을 보며 담담히 말했다.
“무공은 너희가 더 강할지 모르나, 우리도 쉽게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진가혁이 질 수 없다는 듯 강력한 기세를 드러내며 말했다.
“통령님, 그러지 말고 저놈들을 전부 없애버리죠.”
운풍이 넌지시 말하자, 영고호남은 아무 말 없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진가혁을 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찾는 자의 행방만 알려준다면, 바로 이곳을 떠나겠다. 하나, 지금처럼 계속 숨긴다면 여길 전부 쓸어버릴 수밖에.”
그러고는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다길 그 노인네가 장로들을 유인해서 데려가지만 않았어도……! 그리고 백수산에서 요황(妖皇)이 수하들을 죽이지만 않았어도 이놈들을 단숨에 쓸어버렸을 텐데!’
“우리는 정말 항소운이란 자를 모른다.”
악우택이 다시 대답했다.
“네가 모른다고 저 여자도 모를까?”
영고호남이 획쟁을 가리키며 말했다.
“획쟁. 항소운이란 자가 누군지 알면 어서 저들에게 말해라.”
모용경이 그녀를 설득했다.
그 말을 들은 획쟁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획쟁은 항소운의 행방을 절대 알리고 싶지 않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그자 때문에 죽길 바란다면, 계속 그렇게 입 다물고 있던가. 네가 말을 안 해도 우린 녀석이 어디 있는지 금방 찾아낼 수 있어.”
영고호남이 으름장을 놓자, 그녀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그 애는 이곳에 없다. 얼마 전에 혼천지지로 떠났어.”
“혼천지지가 어디냐?”
영고호남이 화색이 만면해서 물었다.
“그건 내가 알고 있으니, 바로 알려주마.”
악우택이 끼어들더니, 혼천지지의 위치를 상대에게 알려주었다.
“진작 말했으면 이런 고생을 당하지도 않았을 것 아닌가?”
영고호남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러니 운 좋은 줄 알라고. 우린 이만 가자!”
그렇게 그들 무리는 운애각을 떠나 혼천지지를 향해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영고호남 무리가 떠나고 나자, 진가혁과 두훤호, 획쟁을 비롯한 인황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영고호남 한 명을 상대하기도 벅찬데, 그들이 모두 떼로 덤볐다면 운애각 전체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
“아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도대체 항소운이 누구길래 저런 강자들이 찾아온단 말인가?”
진가혁이 묻자, 모용경이 고개를 저으며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도 그자가 누군지 모릅니다. 혹시 획쟁이라면 알지도 모르죠.”
모용경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라재함을 보며 말했다.
“자네는 가서 뇌황이 괜찮은지 살펴보게. 막 경지를 돌파해서 불안정한 상태일 텐데, 공격까지 당했으니 걱정이 되는군.”
“뇌왕이 경지를 돌파했다고? 그래서 운애각 쪽에서 파동이 느껴졌던 거로군.”
진가혁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경지를 돌파하긴 했는데, 저들에게 공격을 당하는 바람에 지금은 생사가 불투명합니다.”
모용경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그것참 안타까운 일이군. 부디 하늘이 도와야 할 텐데 말이야.”
진가혁도 탄식했다. 그는 부상 당한 획쟁에게 차마 항소운에 대한 일을 물을 수 없어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획쟁, 두훤호. 너희는 부상이 가볍지 않으니, 어서 돌아가 상처부터 치료하도록 해라. 그놈들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니 난 당장 혼천지지로 가봐야겠구나. 우리 자룡이도 그곳에 있는데, 만일 그 자들이 이성을 잃고 아이들을 전부 죽이기라도 하면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야.”
진가혁이 진가의 다른 인황들과 함께 혼천지지로 떠나려 하자, 모용경도 따라나섰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우리 운애각의 제자들도 그곳에 있으니, 저도 꼭 가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진가혁 등이 떠나려 할 때, 획쟁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항소운은 장래가 촉망되는 소년입니다. 그리고 저와 의남매를 맺은 아이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기회가 된다면, 꼭 그 애도 데리고 도망쳐 주세요.”
“대체 그 애는 어떤 내력을 지녔길래 그런 무시무시하게 강한 자들을 적으로 뒀단 말이냐.”
모용경의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무당전의 제자였던 걸로 알고 있어요.”
“무당전 같이 작은 곳이 어찌 저런 강자를 건드린단 말이냐. 이제 그만 그 소년은 잊도록 해라. 안 그랬다간 우리 운애각이 그 녀석 하나 때문에 전멸을 당할 수도 있어!”
모용경은 불만 섞인 표정으로 말을 뱉고는 진가혁 등과 함께 혼천지지로 향했다.
“항소운이라면 열일곱 살 정도 된 소년 아냐?”
두훤호가 묻자, 획쟁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 애는 칼을 다루는 데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예요. 그 어린 나이에 벌써 도의까지 깨우쳤다니까요. 그래서 오라버니한테 그 애의 스승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려던 참이었는데, 뜻밖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하……. 난 진작 거절당했어.”
두훤호가 허탈하게 웃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넌 돌아가서 부상부터 치료해. 난 그곳에 가봐야겠다.”
그러고는 획쟁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바로 모용경 등이 떠난 방향으로 빠르게 뒤쫓아갔다.
물론 부상이 가볍지는 않았으나, 하늘을 나는 것쯤은 문제없었다. 더군다나 그는 이미 치료 단약과 영천(靈泉)을 먹은 상태였다.
한편, 혼천지지에서는 항소운이 오룡비와 마령을 이긴 일이 떠들썩하게 퍼지면서 그의 명성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여러 세력의 젊은이들은 그의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고, 특히 항소운이 시현한 백호지익은 대단한 비행 기술로 여겨졌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이 백호지익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도 그 비행 기술만 있으면 얼마든지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자들은 항소운의 부상이 회복되지 않은 때를 틈타, 비행 기술을 뺏을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그의 곁에는 양장민과 화홍루가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고 항소운을 공격하려던 자들은 두 사람에게 전부 제거되고 말았다.
이들 두 사람은 본래 혼천지지에서 가장 강한 자들이라서 이들을 제압하기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임자함까지 자발적으로 남아 항소운을 지키자,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
그렇게 두 무리가 이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나서는 나머지 무리들 가운데 더는 덤벼드는 사람이 없었다.
이틀이 지난 후, 항소운의 부상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러나 상처를 너무 많이 입은 탓에 부상을 치료하는 영천을 마셨어도 짧은 시간 내 완전히 회복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 정도면 자신을 지킬 만한 힘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머릿속으로 오룡비, 마령 등과 벌인 전투 장면을 떠올리며 자신의 단점과 타인의 장점을 통해 전투 경험을 늘려갔다.
‘내 공격은 너무 단조로운 것 같아. 앞으로 전투기술을 더 연마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