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08
제208화 그럼 내가 먼저 죽여주마!
“내 너를 죽이고 말겠다!”
마등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검은 장인(掌印: 손바닥 흔적)을 내리치자 강력한 위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 광경에 양장민과 화홍루는 바짝 긴장했다. 항소운이 걱정되면서도 하락 장로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들이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마등의 손바닥이 항소운을 내리치려는 순간, 마등은 한 줄기 힘이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
으아악!
갑작스러운 통증에 그는 머리를 움켜쥐며 비명을 질렀고, 초식은 전부 와해되고 말았다.
“날 죽이고 싶다고? 그럼 내가 먼저 죽여주마!”
항소운이 순식간에 열양칠조를 전개하자, 갈퀴 같은 손가락에 운지염이 실리면서 마등의 가슴을 사정없이 할퀴었다.
스윽-
마등의 옷이 힘없이 찢겨나가며 깊은 상처가 생겨났고, 운지염의 불꽃이 그의 몸에 들러붙기 시작했다.
아악!
영혼과 육체가 잇따라 공격을 당하자 마등은 땅을 데굴데굴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온몸이 곧바로 불타올랐다.
마혈문은 대경실색해서 재빨리 달려가 마등을 돕는 한편, 항소운을 죽이겠다며 달려들었다.
“죽는 게 소원이라면 전부 한꺼번에 보내주마!”
항소운이 살기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소리쳤다.
그러자 영혼력이 홀연히 나타나 다섯 갈래로 나뉘더니 마혈문의 다섯 장로를 향해 맹렬히 돌진 했다.
그들은 영혼이 동시에 공격을 받자, 머릿속으로 밀려드는 고통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이때, 항소운이 재빨리 자전도를 꺼내 들고는 다섯 사람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마치 유성이 떨어지듯 매우 빠른 속도로 도광이 스쳐 지나갔다.
다섯 개의 머리가 동시에 쿵 하고 떨어졌다. 잘린 목에서 피가 솟구쳐 나왔고, 머리 잘린 다섯 구의 시체도 낭자한 핏물 위로 널브러졌다.
순간, 사방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눈앞에 벌어진 일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화강경 소년이 일도(一刀)에 비천경 고수 다섯의 머리를 베는 일이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
그들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연거푸 눈을 비비고 재차 확인했다.
그러나 다섯 구의 시체가 여지없이 그곳에 쓰러져있었으니, 자기들이 본 광경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었다.
불길에 휩싸였던 마등도 결국 한 줌의 재가 되어 그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순식간에 마혈문의 장로 여섯 명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어느새 항소운을 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그들은 경외심과 공포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보며 숨소리마저 죽인 채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특히 항소운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하락은 차디찬 얼음골에 빠진 것처럼 얼굴이 퍼렇게 질려있었다.
‘이, 이럴 수가……! 저 녀석이 이렇게 강했다니!’
어느새 항소운의 시선은 하락을 향했고, 그의 입에서 살기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도 저자들과 같이 보내주마.”
“아니, 넌 날 죽일 수 없어. 난 운애각 내에서도 신분이 높은 장로라고. 그리고 우린 원한도 없잖아!”
하락이 뒷걸음질을 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살려줄 수도 있지. 대신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면 말이야.”
그것은 방금 전 하락이 항소운에게 했던 말로, 이젠 입장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그, 그건……!”
하락의 낯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는 한참을 갈등하더니, 갑자기 하늘 높이 솟아오르며 미친 듯이 웃어 젖혔다.
“항소운. 이 버릇없는 놈 같으니라고. 장로인 내 말을 듣기는커녕 죽이려 들어? 내각으로 돌아가면, 널 운애각에서 쫓아내라고 각주님께 말씀드릴 것이다!”
그는 곧바로 몸을 틀어 이곳을 떠나려 했다. 항소운이 제아무리 대단한 공격 비법을 지녔다 해도 하늘까지 쫓아오진 못할 거로 생각했다.
어쨌든 항소운은 아직 화강경이 아니던가.
“순진하긴. 그렇게 하면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지?”
항소운이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한 줄기 영혼력이 밖으로 나와 하락의 머리를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
으아악!
하락은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항소운은 한 마리 표범처럼 재빨리 쫓아가 상대를 제압하고는 자전도를 힘껏 휘둘렀다.
슈욱-
한순간에 하락의 몸이 두 동강이 나버렸고, 붉은 피가 사방으로 흩날리며 항소운의 얼굴에도 튀었다. 피를 뒤집어쓴 그의 모습은 사신(死神)처럼 지독히도 새빨갰다.
“나 항소운에게 원한을 갚고 싶은 자가 있거든 마음껏 덤벼!”
항소운이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좌중에게 소리쳤다.
운애각 무리에 섞여 있던 섬전자는 그런 항소운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쩌면 저렇게 강할 수 있지? 설마 진작 비천경에 오른 건가. 아니면 회춘한 노인네가 정체를 숨기다가 이제야 진짜 실력을 발휘한 건가?’
섬전자 뿐만이 아니라, 항소운과 겨뤘던 오룡비와 마령 등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항소운이 혼천지지에서 자신들과 대등한 실력으로 겨뤘다는 게 말이 될 수가 없었다.
그들은 항소운의 머릿속에 서귀가 있다는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저게 진짜 아우란 말이야? 정말 정말 대단하다!”
양장민이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러니까요. 갑자기 우리랑 격차가 엄청 벌어진 것 같아요.”
화홍루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입룡 경지의 사람들이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이때, 머릿속에서 서귀가 말을 건넸다.
“인황? 설마 그자들이 온 건가?”
순간, 매우 불길한 예감이 엄습하면서 당장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그러나 그가 미처 달아나기도 전에 이미 상공에는 그렇게 우려하던 자들이 도착해있었다.
사람들이 항소운의 실력에 감탄할 새도 없이 하늘 높은 곳에 한 무리의 강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강대한 요수를 타고 있었는데, 요수가 사납게 울부짖는 소리가 하늘 가득 울려 퍼지자 땅 위의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벌벌 떨었다. 겁이 많은 자는 놀라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바지를 적셨다.
“저자들은 누구지? 아주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저 탈것들은 전부 왕급 요수인가? 그런데 왜 황급 요수처럼 느껴지는 거지?”
“혹시 거대 세력에서 온 자들인가? 당연히 그냥 지나가는 길이겠지?”
“아니. 우리 쪽으로 내려오는 것 같은데…… 나, 갑자기 숨을 못 쉬겠어!”
고개를 들어 창공을 바라본 항소운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드디어 왔구나!’
그러나 이들과 막상 대면하자,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달아나길 포기한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될 상대라고 생각하니 되레 담담해진 것이다.
그들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부족한 실력이지만, 더 이상 겁날 게 없었다. 기껏해야 죽기밖에 더 하겠는가.
이때, 서귀가 무언가 눈치챈 듯 물었다.
“소주님. 저들은 소주님을 찾아온 겁니까?”
“그래. 저 반역자들은 지금 날 찾아온 거야.”
“그럼 보통 일이 아니군요.”
서귀는 저도 모르게 걱정이 되었다.
방금 전 그는 영혼력을 이용해 항소운이 비천경을 이길 수 있도록 도왔으나, 상대가 인황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특히 인황 후기라면 그도 버거웠다.
어쨌든 지금은 육체가 없는 상황이라 계속 영혼력으로 공격하기는 무리였다. 영혼력이 소모되면 힘이 점차 고갈되고, 나중에 영혼력이 바닥에 이르면 다른 몸을 빌려 살아나기도 쉽지 않았다.
한편, 하늘에서 내려온 인마(人馬)는 바로 영고호남의 무리였다.
영고호남은 눈을 번뜩이며 사람들을 훑어보더니 곧바로 항소운을 찾아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무리까지 항소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사방에서 기운이 압박해오자, 항소운은 숨이 점차 가빠오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그의 두 눈은 분노로 붉게 충혈되었고, 꽉 쥔 두 주먹에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며 피가 조금씩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동안 발생했던 수많은 일이 그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3년 전, 항소운이 있던 자릉종(紫凌宗)에 모반이 발생한 뒤 부각주 제패천은 그에게 자릉종 금지(禁地)의 열쇠를 내놓으라며 협박했다. 그가 끝끝내 내놓질 않자, 아버지의 충직한 장로들을 차례대로 죽인 것도 모자라 항소운과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친구들까지 참혹하게 죽였다. 친구들이 바로 앞에서 죽어가는데도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자신도 위급한 상황에 몰렸으나, 아버지가 특별히 남겨둔 호법의 도움으로 다행히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다.
그러나 호법들은 그를 구하려다 전군이 거의 전멸을 당하고 말았고, 항소운은 죄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때부터 그는 자신을 위해 희생당한 사람들을 위해서 반드시 이 원수를 갚겠노라 맹세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났어도 반역자가 보낸 수하조차 제대로 상대할 능력이 없는 자신을 보니 원통하기 그지없었다.
어렸을 때, 그 두 놈에게 속아서 10년간 무공 단련을 포기하지만 않았어도 그런 비극적인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간 세월을 어찌 되돌리겠는가.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목숨을 지키며 자신을 강하게 만드는 것뿐이었다.
“소종주님. 덕분에 한참 찾았습니다.”
영고호남의 무리가 항소운의 위쪽으로 내려서며 냉소를 지었다.
그들 무리는 하나같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항소운을 비웃고 있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다시금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항소운의 신분이 대단하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고 있었다. 이렇듯 강한 무리가 ‘소종주님’이라 부르다니……. 항소운의, 전력이 그렇게 강한 것도 이제는 이해가 된다는 눈치였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상대가 항소운을 존경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다,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운애각의 장로 하나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러나 단지 호기심에 던진 질문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으니, 질문이 끝남과 동시에 영고호남이 손을 휘두르며 버럭 소리쳤다.
“지금 소종주님과 얘기 중인데, 어디서 함부로 끼어드는 게냐?”
순간, 한 줄기 빛이 스치고 지나가자 장로의 몸이 순식간에 터지고 말았다.
‘펑!’ 소리와 함께 살과 피가 사방으로 흩날리면서 참혹한 장면이 펼쳐졌다.
그러자 사람들은 대경실색하여 황급히 도망치려 했다.
“누구든 도망치는 자는 전부 죽이겠다!”
운풍의 냉랭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인황의 기운이 순식간에 공간을 휩쓸자, 사람들은 알 수 없는 힘에 압도당해서 몸을 바들바들 떨며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제, 제발 부탁이니 살려주십시오. 저희는 운애각 사람이 아닙니다.”
“대인 어른. 이, 이 일은 저희와 상관없는 일이니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사람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들은 상대가 얼마나 강하고 잔인한지 잘 알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자신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얼마든지 죽일 수 있는 자들이었다.
그러니 죽고 싶지 않으면 살려달라고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 약자는 살아가는 게 서러운 법이었다.
항소운은 눈앞의 상황을 보며 한층 괴로운 얼굴이 되었다. 주먹을 꽉 움켜쥔 채 두 눈은 분노로 이글거렸다.
“소종주님, 왜 말이 없으십니까? 설마 저희를 잊으신 건 아니겠지요?”
영고호남이 조롱하는 말투로 물었다.
“하하. 난 너희 같은 반역자의 소종주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