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11
제211화 저 짐승을 죽여버리겠다!
두 사람은 원령(原靈)과 류삼도(柳三刀)라는 노인이었다. 원령은 바짝 마른 노인으로 수혼법(搜魂法)에 능하고 수법이 악랄하기로 유명했다. 류삼도는 칼에 능했는데, 삼도(三刀)로 적과 싸우곤 했다.
자릉종에서 온 두 사람은 고급 전투기술을 수련해온 터라 진가혁과 두훤호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만약 네 사람이 맞붙는다면 패하는 쪽은 필경 진가혁과 두훤호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 무리에서 가장 강한 자는 당연히 영고호남이었는데, 이미 9품 입룡의 경지였다.
그러나 이 같은 실력도 자릉종에서는 그저 평범한 수준일 뿐, 진정한 고수라 말할 수도 없었다.
본래 이들 무리에는 훨씬 강한 자들도 있었으나, 다길을 추격하느라 지금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들은 이 인원만으로도 항소운을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다고 나름 생각했다. 그러나 이곳까지 오는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적지 않은 동료를 잃은 데다 항소운까지 비범한 실력으로 맞서는 바람에 뜻밖에 큰 손실을 입게 되었다, 사람의 일은 늘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었고, 그게 또 하늘의 뜻인지도 몰랐다.
영고호남과 원령, 류삼도는 품(品)자 형식으로 항소운을 에워싸고는 인황의 기세를 일으켜 상대를 압박했다.
먼저 원령이 냉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사악한 영혼아, 네가 그놈의 몸을 차지하고 있단 걸 알고 있다. 거기서 나와 우리에게 충성한다면 네게 더욱 강력한 육체를 찾아줄 수도 있어. 이건 네게 다시 없는 기회라 할 수 있지.”
“하하. 날 유인해서 죽이려고? 어림도 없지!”
항소운이 미친 듯이 웃어 젖혔다.
지금 그는 서귀에게 자신의 육신을 제어하도록 맡긴 상태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가 입룡 경지의 강자를 죽일 수 있겠는가.
물론, 항소운의 육체가 서귀에게 귀속된 것은 아니었다.
서귀는 항소운을 소주님으로 받들고 있으니 당연히 그를 해칠 리는 없었다. 지금은 잠시 빌리는 것일 뿐, 위험에서 벗어나고 나면 항소운에게 육신을 돌려주고 자신은 명룡혼고로 되돌아갈 생각이었다.
이 모든 것은 항소운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부득이 내린 결정이었다.
물론 이번 일로 육신이 많이 손상되기는 하겠지만,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백배 나았다. 다른 선택이 없었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지? 지금 네가 차지하고 있는 육신은 너무 약해서 네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거다. 그런 육신으로 우리 세 사람을 상대하다간, 영영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 텐데!”
원령은 서귀를 꾀어내려 계속 자극적인 말을 늘어놓았다.
“허허.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하나, 내가 도망치면 네 놈들이 따라잡을 수나 있을까?”
서귀가 갑자기 온 힘을 폭발시키더니 단숨에 더 높은 상공으로 뛰어올라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양장민과 화홍루가 안전하게 도망친 걸 안 이상, 더 이상 목숨 걸고 싸울 필요는 없었다.
서귀의 귀유보(鬼幽步)는 말 그대로 귀신처럼 빠른 보법으로, 그 속도 또한 놀라워서 눈 깜짝할 사이에 세 사람의 기세를 뚫고는 양장민과 화홍루가 도망친 방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계속 도망치면, 이 진붕이란 자를 죽여버리겠다!”
원령이 탈것의 등 위에서 무언가를 잡아 올리자, 놀랍게도 진붕이 나타났다.
진붕은 이미 혼절한 상태로 옅은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게다가 온몸이 엉망이 된 걸 보니 원령에게 호되게 당한 것이 틀림없었다.
원령이 진붕 장로를 죽이지 않고 마지막 숨을 남겨놓은 이유는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원령은 진붕 장로의 영혼을 조사하면서 그가 항소운과 친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본래는 그냥 죽이려 했다가 그걸 알고 고민 끝에 살려둔 것이다.
설령 항소운을 잡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해도, 괴뢰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으니 썩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원령의 말에 항소운은 바로 멈춰 섰다.
“소주님, 어서 가시죠!”
머릿속에서 서귀가 재촉했다.
“안 돼. 진붕은 나와 친분이 있는 자야. 이렇게 무책임하게 버리고 갈 수 없어.”
항소운이 대답했다.
“지금은 정에 이끌릴 때가 아닙니다. 전 저 세 사람을 도저히 상대할 자신이 없으니, 돌아가면 죽음뿐입니다.”
서귀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항소운의 저항도 아랑곳하지 않고 육신을 조종해 계속 달아났다.
그러나 어느새 영고호남의 탈것인 일곱 꼬리의 은색 여우가 날아와 예리한 발톱을 들이밀며 달려들었다.
항소운은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등 뒤의 방어막이 찢어지고 말았고, 갑옷까지 뜯기면서 상처가 여러 군데 생겨났다.
서둘러 피하지 않았다면, 은색 여우의 발톱에 몸이 터지고 말았을 것이다.
“저 짐승을 죽여버리겠다!”
다시 서귀가 항소운의 육신을 조종하면서 전천도를 힘껏 휘두르자 도광이 끝도 없이 흘러나와 은색 여우를 강제로 밀어냈다.
“이제는 도망 못 갈 테지. 그럼 이만 죽어라!”
영고호남이 성큼 다가서며 전력을 다한 칼을 휘둘렀다.
이대로 항소운이 도망쳐서 놓치게 되면, 정말 이제는 상부에 자신의 목을 내놓아야 할 판이었다.
호가호위(狐假虎威)!
칼을 휘두르자 여우의 형상이 나타났는데, 놀랍게도 범의 위력이 느껴졌다. 바로 천하를 호령하고 상대를 제압하여 일도에 치명상을 날리는 초식이었다.
도광이 항소운의 머리 위를 둘러싸며 수천 미터에 이르는 공간을 봉쇄하자, 항소운이 아무리 빨리 달린다 해도 도저히 빠져나갈 틈이 없게 되었다.
과연 영고호남의 실력은 대단했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에 항소운은 혼신의 힘을 다해 전천도를 휘둘러 상대의 일도와 맞섰다.
그러자 사악한 얼굴이 나타나더니 피에 굶주린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우르르 쾅쾅!
상공에서 잇달아 폭발이 일어나면서 구름조차 산산이 흩어졌으니, 정말 무서운 파괴력이었다.
결국 기괴한 얼굴은 상대에게 밀리며 은색 여우에게 갈기갈기 찢기고 말았고, 영고호남의 도광이 항소운을 향해 무섭게 내리쳤다.
항소운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로 재빨리 공격을 피했으나, 줄곧 기회만 노리고 있던 류삼도가 곧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슉슉슉-
삼도(三刀)가 잇따라 번뜩이며 동시에 항소운을 노렸다.
항소운은 재빨리 피했지만 결국 삼도 중 한 칼에 베이고 말았다. 다행히 방어력이 힘을 대거 막아줬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허리가 잘릴 뻔했다.
그렇게 치명상은 피했으나 허리 부분에 깊은 상처가 생기면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이때를 틈타 원령이 다른 쪽에서 검은색 장인(掌印)을 날려 항소운의 등을 내리쳤다.
슈욱-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강력한 공격에 항소운은 연거푸 선혈을 토해냈다.
“딱 3년이군. 이제 네 목을 베서 돌아가야겠다!”
영고호남이 완벽하게 승기를 잡았다는 듯 흥분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고함을 치더니, 항소운의 목을 노리며 칼을 휘둘렀다.
절체절명의 순간, 멀리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라버니를 죽일 생각은 꿈도 꾸지 마!”
“제아무리 천자라 해도 내가 저놈을 죽이는 것은 막지 못할 것이다!”
영고호남이 험상궂은 얼굴로 고함을 치더니, 다시 은호도를 힘껏 내리쳤다.
아무리 서귀에게 육신을 맡겼다 해도 잇따라 중상을 입은 탓에 이번 공격은 정말 피하기 힘들어 보였다.
“썩을. 감히 소주님을 죽이려 들다니. 그 전에 네 놈을 먼저 삼켜버리겠다!”
위급한 순간이 되자, 서귀는 육신을 조종하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영혼력을 이용해 상대의 뇌 속으로 들어갔다.
서귀는 일찍이 구신주(九神州)에서 무공으로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었다. 지금은 비록 육신을 잃고 영혼력도 예전만 못했으나, 정말 목숨 걸고 싸우기로 작정하면 여전히 무서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는 순식간에 항소운의 머리에서 뛰쳐나오더니 영고호남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영고호남은 항소운을 죽이는 데만 정신이 팔려있던 터라 서귀의 영혼이 자신을 공격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덕분에 미처 방어할 새도 없이 서귀의 공격에 말려들고 말았다.
하나 영고호남이 서귀에게 당장 잡아 먹히는 것은 아니었다. 서귀와 영고호남의 영혼이 치열한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었고, 결국 누가 누구에게 잡아 먹힐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항소운은 서귀의 활약으로 치명상은 피했으나 중상을 입고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대로 떨어지면 온몸이 으스러질 터였다.
게다가 류삼도까지 공격에 가세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흘러가는 듯 보였으나, 다행히 서귀가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새롭게 등장한 일행은 항소운을 구할 수 있었다.
“감히 소주님께 상처를 입히다니, 가만두지 않겠다!”
다길의 우렁찬 음성이 들리며 거대한 손바닥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엄청난 기세가 순식간에 몇 겹의 방어를 뚫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류삼도 앞에 이르렀다. 상대가 미처 알아차릴 틈도 없이 거대한 힘이 류삼도와 탈것을 동시에 내리치며 땅으로 내리꽂았다.
쿵!
땅 위로 희뿌연 흙먼지가 고였다 사라지자 거대한 구덩이가 나타났고, 류삼도는 그 아래 완전히 널브러진 채 숨이 끊어져 있었다.
근처에 있던 원령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놀란 소리로 외쳤다.
“다, 다길이잖아……!”
놀란 원령은 그대로 고개를 돌려 재빨리 도망쳤고, 살아남은 입룡 경지의 고수들도 영고호남을 내버려 둔 채 달아나기 시작했다.
“십삼응. 저들을 전부 죽여라!”
젊은 여인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아가씨.”
열세 명의 무인이 일제히 대답했다.
뒤이어 열세 마리의 요수가 달아나는 자들을 빠르게 뒤쫓았다.
유우-
매의 울음소리가 높게 울려 퍼지면서 활짝 펼친 매의 날개가 창공을 가로지르자 하늘이 새까맣게 덮이는 것이 마치 폭풍우가 몰려오는 것 같았다.
근처에 있던 진가혁과 두훤호, 모용경 등은 놀라서 얼어붙고 말았다.
“대, 대체 저자는 누구길래 저렇게 강한 거지?”
진가의 한 인황이 침을 꿀꺽 삼키며 다길의 무술에 놀란 듯 소리쳤다.
“아무 말 말고, 어서 도망치세!”
진가혁은 이 말만 남기고 재빨리 진자룡과 이아훤을 데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젖 먹던 힘을 다해 달아났다.
그러나 얼마 못 가 외팔의 형체가 그들 앞에 홀연히 나타나더니 강력한 힘으로 포위하는 바람에 그들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상대의 강력한 기세가 숨통을 옥죄는 통에 하마터면 상공에서 떨어질 뻔했다.
이런 압박감은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에까지 전해져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대, 대인. 이 일은 저희와 무관합니다.”
진가혁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렇다 해도 소주님께서 허락하실 때까지는 한 발짝도 못 나간다. 만약 소주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너희도 함께 묻어버릴 줄 알아!”
다길이 매정하게 말을 뱉었다.
그는 이미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였다. 종주님이 소주님을 부탁하고 떠나신 마당에 소주님을 제대로 보필하기는커녕 부상까지 당하게 했으니 정말 머리를 박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편, 항소운은 누군가 빠르게 다가와 붙잡은 덕분에 다행히 땅 위로 떨어지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고양이 요수로, 부드러운 검은 털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목 부분에는 녹색 털이 조금 나 있었고, 눈동자는 푸른 빛을 은은하게 내뿜으며 밝게 빛났는데 마치 모든 것을 꿰뚫고 홀릴 수 있을 것처럼 신비로운 느낌을 풍겼다. 그리고 강건한 몸집은 여느 요수보다 컸는데 몸집의 크기가 오히려 호랑이에 가까워서 매우 희귀한 이종(異種)의 고양이 요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