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13
제213화 소백이가 왔어요
동하쌍로는 4형제 중에서도 가장 무공이 뛰어난 자들이라, 이들이 연합해서 쫓아오자 다길도 큰 압박을 느꼈다.
“흥. 오늘 너희 둘도 황천에 있는 다른 형제들과 만나게 해주마!”
다길이 코웃음을 치더니 어느새 술병을 꺼내 들고 입에다 거침없이 들이부었다.
그렇게 한 모금을 마시고 나자 호방한 기운이 생겨났고, 그걸 느낀 다길이 껄껄 웃어 젖혔다.
“제패천의 사냥개를 오늘 모조리 없애주마!”
그러고는 어느새 구름 위로 뚫고 올라가 동하쌍로에게 공격을 전개했다.
“네가 한창 전성기일 때도 널 겁낸 적이 없는데, 이제 팔 하나를 잃은 마당에 우리와 싸우겠다니 헛바람이 단단히 들었구나.”
하화가 호통을 치며 거대한 불덩어리처럼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쿵!
천재지변이 일어난 듯 갑자기 하늘에서 수많은 힘이 잇달아 폭발하더니 구름마저 전부 사라지고 구천(九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다길이 들고 있던 술병은 산만큼 커져 그걸 무기인 양 쉴 새 없이 내리치자 작은 산도 부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위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 힘 앞에서는 입룡경도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으니, 혼태경 후기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손에 화령(火令)을 든 하화는 화신(火神)처럼 세상의 모든 불을 호령하면서 거센 불바다를 만들었다.
두 사람의 힘이 쉴 새 없이 부딪치자, 온 천지가 진동하여 사람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그야말로 천지를 뒤흔드는 강자들의 싸움이었다.
“본래 저 아이를 잡는 일은 우리의 소관이 아니었지만, 다른 녀석들이 제대로 처리하질 못하니 이 늙은이가 나설 수밖에. 이걸로 종주님의 후환을 없애는 셈 쳐야지!”
동빙이 조용히 말을 뱉더니, 갑자기 손바닥을 뻗어 야모조가 안고 있는 항소운을 잡으려 달려들었다.
그러나 상대의 손바닥이 미처 닫기도 전에 다길이 또 한 줄기의 힘을 보내 상대를 저지했다.
“소주님을 잡으려면 그 전에 나부터 없애야 할 거다!”
다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길. 그렇게 죽는 게 소원이라면 네 놈부터 보내주마.”
동빙이 버럭 소리를 치며 다길을 향해 양 손바닥을 내리쳤다.
상설번비(霜雪飜飛)!
그가 장력(掌力)을 내보내자 갑자기 하늘색이 변하더니 눈보라가 세차게 휘몰아치면서 눈폭풍이 상대를 향해 돌진했다.
차갑고 뜨거운 두 성질의 힘이 동시에 다길을 공격하자, 그는 진퇴양난에 빠지고 말았다.
전성기 시절의 그였다면 이런 협공도 두렵지 않겠지만, 지금은 한쪽 팔을 잃은 탓에 전투력이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게 다길이 곤경에 빠져있을 때, 십삼응은 원령 등을 전부 죽이고 복귀한 상태였다.
“십삼응, 즉시 다길 호법을 도와서 저 두 늙은이를 죽여!”
어느새 항소운을 데리고 땅으로 내려온 야조모가 십삼응에게 명령을 내렸다.
“예, 아가씨.”
이들 십삼응은 야조모의 명령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자들이라서, 설령 자신들의 실력이 세 사람만 못하다 하더라도 죽음을 불사하는 행보를 할 터였다.
그들은 섣불리 덤비지 않고 독특한 전투 형태를 취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장대한 기세가 일어나며 열세 개의 힘이 하나로 뭉치자, 아주 거대한 매의 형상이 하늘 높이 치솟더니 동하쌍로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조무래기 주제에 감히 우리와 맞서려 하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는 놈들이구나!”
하화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화령을 휘두르자 불기둥이 아래로 떨어졌다.
우르르 쾅쾅!
불기둥이 거대한 매 위로 떨어지자 천지를 울리는 폭발음과 함께 수많은 힘이 사방으로 흩날리면서 산이 무너지고 나무와 화초는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진가혁과 두훤호 등은 행여나 튕겨져 나온 힘에 의해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 되도록 멀리 달아났다.
그러나 항소운을 지키던 야조모는 꼼짝도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그녀에게 힘이 떨어지려는 순간, 알 수 없는 기운이 일어나 방어막을 형성하여 두 사람은 무사할 수 있었다.
허나, 십삼응의 상황은 심각했다. 그들은 본래 하화의 상대가 되지 않는데다 상대의 일격에 얻어맞으면서 적지 않은 부상을 당했다.
십삼응 중 응일과 응이, 응삼 세 사람은 혼태경의 경지였으나 아직 1, 2품 정도였고, 다른 열 명은 전부 입룡의 경지라서 함께 힘을 모은다 해도 사실상 하화에 대항하기에는 무리였다.
“다길. 내가 저 두 아이를 없앨 테니 잘 봐둬. 이걸로 항양전은 대가 완전히 끊기는 거니까!”
하화는 이 말을 남기고 방금 전 동빙이 그랬던 것처럼 항소운와 야조모를 향해 공격을 전개했다.
깜짝 놀란 다길이 하화를 저지하려 했으나, 상대는 단지 그를 놀라게 해서 정신을 분산시킬 작정으로 그 말을 했던 것이었다.
하화의 생각을 눈치챈 동빙이 전력을 다해 공격을 가하자 거대한 서리가 다길을 순식간에 에워쌌다.
“하하. 드디어 놈을 잡았군. 이젠 내가 저 아이들을 죽이면 되겠어.”
그 모습을 본 하화가 미친 듯이 웃더니 항소운과 야조모를 향해 불이 실린 손바닥을 내리쳤다.
절체절명의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흥!
천지를 뒤흔드는 범의 울음소리가 하늘을 뚫고 사방에 울려 퍼졌다.
정체 모를 요수의 위력이 느껴지자, 동빙과 하화는 공격을 멈추고 의아하단 표정을 지었다.
이처럼 외진 산자락에 강한 요수가 출몰한다는 것도 이상한데, 무엇보다다 상대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예상대로 세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몸에서 느껴지는 특징으로 보아 요수가 형태를 바꾼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가장 앞에 선 노인은 인간족과 생김새가 비슷했는데, 큰 키와 건장한 몸집에서 짙은 요수의 기운을 풍겼다. 이글거리는 두 눈은 눈부신 태양처럼 똑바로 쳐다보기 힘들었다.
그 옆의 소년은 잘생긴 용모에 비범한 기개가 느껴지는 자로, 백호 왕의 기세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장년의 사내는 금빛 악어가죽을 몸에 걸치고 있었는데, 팔에는 비늘이 나 있어 요수란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소년은 야조모가 안고 있는 항소운을 보며 감격한 목소리로 외쳤다.
“형님!”
그러고는 항소운 쪽으로 빠르게 내려가는 것이었다.
“요수 주제에 어디서 소란을 피우는 것이냐!”
자신을 완전히 무시했단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오른 하화가 소년을 향해 일장(一掌)을 휘둘렀다.
일장의 위력은 인황도 목숨을 잃을 정도였으니, 하물며 왕급 요수가 견딜 수 있겠는가.
“무엄하다! 감히 우리 황자 전하를 해하려 들다니!”
노인이 포효하더니 하늘에서 발을 힘껏 굴렀다.
그 발의 크기가 어찌나 크던지 하늘을 떠받치던 기둥이 떨어져 내린 것처럼 엄청난 위력이 발산되었다.
“하화, 조심해!”
동빙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대의 위력을 느낀 하화가 재빨리 소년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상공을 향해 불주먹을 날렸다.
불주먹이 하늘을 뚫을 듯 대단한 기세로 솟구쳐 올랐다.
그렇게 두 힘이 맞부딪치자 사나운 파도가 일렁이듯 공포스러운 힘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만 리 밖까지 이어졌으니 그야말로 온 세상에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 같았다.
얼마 후 두 힘이 전부 사라지고 나자, 하화가 불덩어리가 떨어지듯 아래로 곤두박질쳐서 땅에 깊숙이 파묻혀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이번 대결에서 그는 확실히 패하고 만 것이다.
“이, 이럴 수가. 어떻게 요제(妖帝)가 나타난 거지!”
동빙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곧바로 늙은 요수를 향해 서둘러 공격을 개시했다.
그의 양 손바닥에 얼음 결정이 가득 차올라 차가운 한기가 순식간에 엄습했다. 하늘에서 수많은 얼음이 쏟아져내렸고, 주변 온도가 삽시간에 영하로 떨어지며 주변이 꽁꽁 얼어붙었다.
빙천설지(氷天雪地)!
얼음의 힘이 최대로 발휘되자, 기후도 바꿀 만큼 강력한 위력이 발산되었다.
얼음의 차디찬 기운이 늙은 요수를 덮치자, 두 발이 얼어붙으면서 점차 온몸으로 퍼져갔다.
“흥. 겨우 이 정도 한기로 날 얼릴 수 있을 거로 생각하다니, 어리석구나!”
늙은 요수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러고는 온몸에서 요수의 기운을 끌어올리자 얼음이 금세 깨졌다. 그러자 늙은 요수가 곧바로 동빙을 향해 힘껏 발을 내질렀다.
놀랍게도 그것은 거대한 코끼리 발로 실제보다 몇 배는 컸다.
그러자 동빙은 재빨리 기술을 바꾸더니 양 손바닥을 합쳐 원뿔 모양으로 만들고는 상대의 발을 찌르는 것이었다.
거대한 얼음 기둥이 예리한 기세를 번뜩이며 코끼리의 발을 노렸다.
그러나 얼음 기둥은 코끼리 발에 닿자마자, 산산조각이 나며 터져버리고 말았다.
펑!
으아악!
거대한 코끼리 발에 밟혀 동빙의 팔은 부러졌고, 그는 입에서 선혈을 토하며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
“동빙. 함께 공격하자.”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땅 위로 올라온 하화가 하늘 위로 솟구치며 소리쳤다.
그러면서 손에 든 화령을 재빨리 휘두르자, 짙은 화염이 불바다를 이루며 늙은 요수를 덮쳤다.
동빙도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은색 깃발을 꺼내 들었다. 힘을 전부 깃발 안에 응집시키자 그 크기가 무한대로 커졌고, 다시 은색 깃발을 휘두르자 하늘색이 변하면서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불과 얼음이 동시에 공격을 퍼붓자, 한 마을도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기세가 상대를 제압했다.
“제법 실력이 있군. 허나, 그 정도론 어림도 없어!”
그러면서 늙은 요수가 움직이자 코끼리의 거대한 두 발이 나타났고, 불바다와 눈보라 속에 각각 두 발을 내딛자 강력한 울림이 일어났다.
쿵! 쿵!
벼락이 내리치듯 요란한 폭발음이 들리더니 불과 얼음의 힘이 동시에 무너져 버렸다.
두 명의 노인은 피를 토하며 아래로 떨어졌다.
“도저히 안 되겠다. 어서 피하자!”
동빙이 다급한 소리로 외치며 빠르게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화도 동빙을 따라 전속력으로 도망치며 불꽃을 남겨두었다.
늙은 요수는 그 뒤를 쫓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자신의 발아래 불과 얼음의 힘이 남아있어 두 발을 괴멸시키고 있었다.
“흠, 제법 하는군.”
늙은 요수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불과 얼음을 날려버렸다.
그는 이번 대결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했으나, 두 발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
태생적으로 방어력이 뛰어났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발을 잃을 뻔했다.
그러나 그는 상대도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 반년, 어쩌면 1년 이내에는 지금과 같은 전력을 발휘하지 못할 터였다.
“형님. 소백이가 왔어요.”
그렇게 치열한 전투가 끝나고 나자, 소년은 다시 항소운 쪽으로 다가갔다.
이 소년은 인간으로 모습을 바꾼 소백이었다.
소백이는 금하곡에서 항소운과 헤어질 당시, 그에게 증표를 남겨주었고 그들 사이에는 무형의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백수산에 있던 소백이는 영고호남 무리가 항소운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에서 나가 항소운을 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족장에게 애원했다.
처음에는 족장도 허락하지 않았으나, 소백이가 허락해달라며 애걸복걸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임무를 완수하면 보내주겠다고 약속을 했고,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임무를 완수한 소백이는 족장의 허락을 받게 된 것이다.
그래도 족장은 그를 무척이나 아끼던 터라 최상급 요제를 보내 그를 지키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소백이는 항소운에게 줬던 증표를 통해 이곳까지 찾아왔고, 다행히 제때 도착한 덕분에 항소운도 무사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