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14
제214화 어서 눈 좀 떠보세요
소백이는 항소운에게 다가가려 했으나, 야조모의 강력한 방어막에 막히고 말았다.
“이건 뭐야? 저리 안 비켜!”
성질 급한 소백이는 버럭 소리부터 지르며 방어막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쿵!
주먹의 위력은 대단했으나, 방어막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들어가게 해달라고!”
소백이가 불만에 가득 찬 소리로 외쳤다.
이때, 장년의 사내 즉, 소백이의 수행원인 금옥이 다가와 말했다.
“황자 전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고는 전력을 다해 가격을 했으나, 방어막은 손상되기는커녕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편, 방어막 속의 야조모는 항소운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마치 그가 깨어나기 전까진 아무도 그녀의 정신을 뺏을 수 없는 것 같았다.
바로 그때, 십삼응 중 어렵사리 정신을 차린 몇몇이 야조모 쪽으로 다가왔다.
응일의 상태는 다른 열두 명보다 양호했다.
그는 소백이와 금옥을 보고 큰 소리로 말했다.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아가씨는 소주님의 동생이니 아무 걱정할 필요 없다.”
그는 늙은 요수의 위협적인 전력을 목격한 터라, 상대를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 행여나 늙은 요수가 나서기라도 하면 아가씨의 방어막이 버텨낼지도 알 수 없었다.
“저 애가 형님의 동생이라고?”
소백이가 응일에게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지금 아가씨께서 소주님을 살리고 있는 게 안 보이나?”
“좋아. 그럼 형님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게.”
소백이는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긴장을 풀고 앉았다.
바로 그때, 어디선가 무거운 폭발음이 들려왔다.
쿵!
순간, 수많은 얼음 결정이 폭발하면서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어휴, 하마터면 얼어 죽을 뻔했네!”
그자는 다름 아닌 다길이었다.
그는 동빙의 공격에 당해 얼음 속에 갇혀있다가 다행히 늙은 요수가 동하쌍로를 쫓아낸 덕분에 이렇게 간신히 살아나올 수 있었다.
다길은 얼어있는 상태에서도 방금 발생한 상황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강한 실력을 가진 자가 항소운을 돕다니 그저 뜻밖이었다.
늙은 요수의 무공은 자신의 전성기 시절보다 몇 배는 강한 듯했다.
다길은 야조모가 있는 쪽으로 다가와 그녀와 항소운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이게 바로 무사 대인이 아가씨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준 보호막인가? 역시 대단하군. 내 힘으로도 깨기 힘들겠는 데.’
“당신은 예전에 우리 형님을 구했던 그…… 술고래 맞습니까?”
소백이가 다길을 보며 물었다.
“너는……?”
다길도 의아하다는 눈초리로 되물었다.
그는 소백이가 호랑이 왕인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게다가 말로만 듣던 전설 속의 백호인 것 같아 절로 의구심이 들었다. 이런 혈통의 요수는 쉽게 길들일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항소운과 아는 사이인지 궁금해졌다.
“기억 안 나세요? 저 소백이에요. 그때 형님을 구할 때 뵀었잖아요.”
소백이가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오진(烏鎭)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당시 봤던 작은 새끼 호랑이가 생각났다.
“그럼 넌 소주님과 함께 있었던 그 새끼 호랑이?”
그러자 소백이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요!”
“네가 이렇게 빨리 컸을 줄이야. 당시만 해도 이렇게 작았는데 벌써 이만큼 커서 왕급 요수가 되다니. 네 혈통도 이제야 각성이 되나 보구나.”
다길이 감탄을 하며 말했다.
“네. 이게 다 형님 덕분이죠.”
소백이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황자 전하. 이만 돌아가시죠.”
이때, 늙은 요수가 다가와 담담한 소리로 말했다.
“싫어, 안 갈래. 형님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거야.”
소백이가 고집을 부리며 말했다.
“그러다 족장님이 책망이라도 하시면…….”
늙은 요수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형님이 깨어나면 바로 자네와 돌아갈게.”
소백이가 단언을 하며 말했다.
소백이가 이토록 강경하게 나오자, 늙은 요수도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때, 다길이 늙은 요수를 보며 감사하단 뜻을 내비쳤다.
“아까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없었다면 정말 큰일을 치를 뻔했습니다.”
그 말에 늙은 요수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요수족은 대부분 도도하고 오만하여 인간족과 가까이 지내지 않았다. 다길도 그 사실은 잘 알고 있던 터라 상대의 태도를 신경 쓰지 않고 응일과 함께 다른 대원들의 상태를 살피러 갔다.
십삼응은 무공이 강한 자들이라 모두 생명에는 이상이 없었으나, 부상이 심해서 바로 회복되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다길의 도움으로 그들의 상태는 빠르게 호전되었다.
바로 그때, 다길은 영고호남의 시체가 이상하단 것을 느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놀랍게도 시체의 머릿속에서 영혼이 움직이더니 차츰 생명력이 회복되는 것이었다.
“이놈 봐라. 이제 보니 죽은 체를 하고 있었구나. 내 네 놈을 갈기갈기 찢어주마!”
다길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영고호남의 시체를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
이 일장에 맞게 되면 시체는 뼈도 못 추릴 것이 틀림없었다.
“요놈아, 가만히 있어! 내가 방금 이놈의 영혼을 먹고 육신을 얻어 새로 태어나는 거니까!”
다길을 향해 서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런 사악한 존재가 있었다니, 그럼 더 살려둘 수 없다!”
다길의 안색이 확 바뀌면서 다시 소리를 쳤다.
“가만히 있으래도 그러네. 우리는 한편이야. 난 소주님을 모시는 사람이라고.”
서귀는 다길의 실력이 눈에 차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한지라 하는 수 없이 다급히 해명했다.
“날 속일 생각 마라!”
다길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이때, 응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길 호법. 소주님께서 그자의 시신을 훼손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그럼 이 시체 안에 다른 영혼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
다길이 되물었다.
그러자 응일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바로 영고호남의 시체에 감응해보고선 깜짝 놀라 외쳤다.
“설마 이 자가 다시 살아나려는 걸까요?”
“자, 잘들 들어보거라. 너는 혼태경 후기, 그리고 저자는 혼태경 초기잖느냐. 설령 이 몸이 육신을 얻어 다시 살아난다 해도 기껏해야 입룡의 경지인데 너희에게 무슨 위협이 되겠어. 그러지 말고 소주님께서 깨어나시면, 그때 가서 그분께 결정을 내리도록 하면 되지 않겠나!”
서귀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두 사람이 시신을 훼손할까 봐 잔뜩 긴장이 되었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다 허사가 되지 않겠는가.
지금 그는 영고호남의 영혼을 삼킨 상태로, 아직 시간을 더 많이 들여 이 육신과 마지막 교감을 이뤄야 했다.
다길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잠시 널 믿어보기로 하마. 하나, 네가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니 이 시체는 우선 묶어둬야겠다.”
“좋다. 이 육신만 온전하면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서귀가 재빨리 대답했다.
이렇게 해서 다길은 즉시 금기광련(禁忌光練)을 걸어 영고호남의 시체를 단단히 묶어 놓았다.
한편, 항소운은 만년 종유석을 먹고 생명력이 회복되고 있었으나 여전히 깨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아 야조모는 애가 탔다.
“오라버니. 어서 눈 좀 떠보세요.”
그녀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년 종유석은 입룡 경지는 물론 혼태경의 고수에게도 대단한 작용을 하는 성스러운 액체로, 죽음의 문턱에 이른 사람도 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항소운은 그런 만년 종유석을 마셨는데도 도무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다들 몹시 걱정하고 있었다.
사실 그가 깨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서귀와 깊은 관련이 있었다.
일전에 항소운은 영고호남 무리와 싸우면서 자신의 육신을 서귀에게 맡긴 적이 있었다. 그의 몸 상태로는 서귀의 제어를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으니, 최후의 방법으로 서귀에게 무리한 요구를 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서귀는 그의 육신을 차지하면서 입룡 경지의 전력을 발휘했고, 이 과정에서 그의 몸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게다가 입룡 경지의 두 사람이 충돌하면서 뼈가 부러지고 피를 많이 흘리는 바람에 지금까지 숨이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었고 정말 하늘이 도운 셈이었다.
만일 야조모가 제때 나타나 만년 종유석을 먹이지 않았다면, 그는 벌써 저세상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항소운은 그렇게 목숨은 구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완전히 회복되기는 힘들었다.
그는 만년 종유석으로 생명력을 얻어 몸의 상처와 오장육부를 회복시키고 있었지만, 마음과 육신의 피로 때문에 좀처럼 깨어나질 못했다.
현재 그의 몸 안에서는 새로운 탈바꿈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동안 한껏 억눌려있던 잠재적인 힘이 뚫고 나오면서 일어나는 변화였다.
어렸을 때 그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각종 약초를 우려낸 물에 몸을 담그면서 약의 힘이 체내로 스며들었고, 2년여 동안 수련을 하면서 약력(藥力)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 후, 좀처럼 약력이 나오질 않더니 이번에는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서귀가 그의 몸을 통제하며 인황급 전투를 벌인 탓에 육신의 기반이 손상되었는데, 그게 오히려 육신의 극한을 뛰어넘는 계기가 되었다. 범인이었다면 이미 숨이 끊어졌을 테지만, 그가 견뎌낼 수 있었던 이유는 몸속에 축적돼있던 약력이 완전히 폭발했기 때문이다.
약력은 9년간 서서히 제련되면서 오장육부는 물론 골수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있었다. 이제 그 힘이 완전히 폭발하면서 만년 종유석의 순수하고 무한한 생명력과 결합하자 방대한 힘을 형성하며 몸 구석구석을 회복시키고 있었다.
어느새 자줏빛 뼈가 이 힘들을 탐욕스럽게 빨아들이자, 척추의 자색 부분이 점차 늘어났다. 물론 자줏빛으로 물들여지는 부분이 그리 크진 않았으나, 확실히 변화는 일어나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항소운의 자줏빛 천둥의 힘도 한층 강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9대 성진과 성해건곤도 이 힘들을 흡수하면서 더욱 선명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 밖에도 경맥의 힘이 확장되고 쉴 새 없이 순환되면서 혈도도 빛을 내며 확대되었을 뿐 아니라, 전신의 각 부분이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이런 변화는 부상을 당한 몸을 치유하는 것은 물론, 몸 안을 씻겨내고 확장하는 작업을 통해 그의 몸을 한층 완벽하게 만들었다.
항소운은 자신의 몸 안에서 벌어지는 변화도 모른 채 그저 한숨 푹 자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복수도, 적도, 수련도 모두 잊고 말이다.
그렇게 사흘 밤낮이 흘렀다. 야조모는 꼼짝도 않고 항소운을 안은 채 그의 창백한 얼굴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소백이와 금옥도 줄곧 그 근처를 서성이며 초조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나, 불만 섞인 말은 일절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진가혁과 두훤호, 모용경 등도 아직 그곳에 남아있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남은 것이 아니라, 떠나고 싶어도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흘 전, 놀라움과 공포로 가득했던 전투가 결국 항소운 쪽 원군의 완승으로 끝난 후 그들은 이곳을 빠져나가려 했으나 다길은 놓아주질 않았다.
다길은 진가혁 등이 항소운과 안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자들의 목숨은 살려두었다.
특히 여기서 발생한 일은 밖으로 알려지지 않아야 했다. 만일 용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자신들에게도 좋을 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