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222
제222화 응, 돌아왔어
항소운의 말에 하류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형님, 저희를 데리고 운애성을 떠나시려고요?”
“그래, 오늘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해선 안 되니까.”
항소운이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너희도 잘 생각해봐. 그래도 이곳에 남고 싶다면, 나도 강요하진 않을게. 대신 금황 누님께 너희를 잘 보살펴달라고 부탁해야지.”
하류휘와 왕진천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나름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항소운은 자장하의 장로원에서 나와 획쟁과 함께 궁금음의 처소로 향했다.
그곳까지 동행한 두훤호 역시 어떤 고민에 빠져있는 것 같았다. 그는 항소운에게 할 말이 있는 듯 보였지만, 좀처럼 말을 꺼내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잠시 후, 그들은 궁금음의 처소에 도착했다.
항소운과 궁금음에게 둘만의 시간을 주려는 듯 획쟁과 두훤호는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
별원 안에서는 잔잔한 금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근심과 걱정스러운 마음이 항소운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항소운은 금 소리에서 그리움을 읽어낼 수 있었다. 마치 자신의 뜻을 펼치겠다며 세상으로 떠난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여인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저도 모르게 슬픔이 저며 들어 가슴이 먹먹했다.
그렇게 한 곡이 끝나고 난 뒤에야 항소운은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부쩍 야위어버린 여인의 모습이 그의 시야로 들어왔다. 그녀의 선명한 눈동자와 잔잔한 숨결 그리고 낮게 깔리는 슬픔까지 모든 것이 측은하게 느껴져 당장이라도 그녀를 품에 끌어안고 다독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궁금음은 문 앞에 서 있는 항소운을 보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여쁜 얼굴에 환한 웃음이 한껏 피어났다.
“소운아, 돌아왔구나!”
마치 깊은 골짜기에서 새가 지저귀듯 마음이 편안해지는 목소리였다.
순간, 항소운은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응, 돌아왔어.”
항소운이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궁금음은 꿈을 꾸는 듯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항소운의 환한 웃음은 그녀를 더욱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서로를 말없이 바라본 후, 그녀의 뺨이 발그레해지더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 차 갖다줄게.”
그러자 항소운이 조용히 걸어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별처럼 반짝이는 그의 눈동자를 보며 그녀는 빠르게 뛰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고 어느새 몸까지 떨리고 있었다.
‘뭐 하려는 거지?’
궁금음은 크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금음아, 너 나 좋아하지?”
항소운의 부드러운 음성이 그녀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맑은 두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응, 나 너 좋아해. 네 연인이 되고 싶어.”
그녀는 평소 우물쭈물하는 성격이 아닌지라, 항소운의 물음에 당당히 대답했다.
“내가 이렇게 잘생겼으니 날 좋아하는 것도 당연하지.”
항소운은 뻔뻔하게도 이렇게 말하고서는, 갑자기 그녀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궁금음은 저도 모르게 눈을 꼭 감고 귓불까지 붉혔다.
항소운은 그런 궁금음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금음아, 사실은 오늘 너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왔어. 이젠 그만 날 잊어.”
순간, 그녀는 눈을 뜨고 두 팔로 항소운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항소운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그녀의 입맞춤은 서툴지만 거칠어서 항소운은 숨이 막혀왔다. 그녀의 고운 이는 그를 아프게 했고, 부드러운 혀는 입속을 파고들며 타액을 거칠게 빨아들였다.
끓어오르는 흥분을 더 이상 억제하질 못하고 그녀를 안으려는 순간, 갑자기 혀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깜짝 놀란 항소운은 궁금음을 밀쳐냈다.
항소운이 가쁜 숨을 내쉬며 입가를 만지자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너 미쳤어?”
“그래, 미쳤다! 넌 왜 그렇게 잔인한 건데? 내게 희망을 줄 때는 언제고 또 이렇게 전부 짓밟아버렸잖아. 넌 네가 잔인하단 생각도 안 들어?”
궁금음이 넋이 나간 듯 슬픈 표정으로 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항소운이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선 내 말 좀 들어봐.”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작심을 하고 자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난 원래 운애성 사람이 아니야. 이곳에 온 건 피치 못할 사정 때문이었고. 그런데 이제 내 행적이 발각돼서 이곳에 계속 머무르게 되면 나도 위험할 뿐 아니라,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전부 위험해질 거야.
일전에 운애각에서 발생했던 일이 나와 연관이 됐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내가 떠나는 건 나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너희들을 연루시키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해.”
궁금음은 항소운의 괴로운 눈빛을 보며 절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네게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친다 해도 난 너와 함께 할 거야. 네가 내 인생에서 사라지는 건 이젠 생각할 수도 없으니까.”
그녀는 항소운과 처음 만났을 때의 장면을 떠올렸다. 그 후, 원수에서 친구가 되었고 이제는 그에게 연모의 감정까지 품게 되면서 그에게서 헤어나올 수 없게 돼버렸다.
그녀는 항소운이 없는 날을 생각하니 너무나 마음 아팠고 그리되면 살 의미를 잃어버릴 것 같았다.
궁금음은 항소운의 가슴으로 뛰어들어 그를 꼭 끌어안고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어느새 마음이 약해진 그는 그녀의 고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 적은 너무 강해서 나도 지금은 피할 수밖에 없어. 그래서 너도 함께 갈 수 없는 거고. 네가 따라가게 되면 내가 수련에 전념하기도 힘들뿐더러 너까지 돌봐야 하니까. 정말 나와 함께 싶으면 열심히 수련하고 있어. 네가 10년 안에 입룡의 경지에 오르게 되면, 나와 함께 복수할 수도 있고 우리도 함께 있을 수 있을 거야.”
그러자 고개를 든 궁금음이 굳은 의지를 드러내며 말했다.
“그래? 그럼 나도 약속할게. 10년 안에 인황이 되는 거라면 분명 해낼 수 있을 거야.“
획쟁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두훤호를 보며 물었다.
“오라버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그러자 두훤호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응, 아무것도 아니야.”
“에이, 누굴 속이려고 그래요. 분명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러지 말고 말해봐요.”
획쟁이 두훤호 옆으로 바짝 다가앉으며 물었다.
그러자 두훤호가 한숨을 푹 쉬며 말을 꺼냈다.
“고급 구결이 필요해서 그래. 그래서 하루빨리 혼태경의 제존이 되고 싶어서.”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빛에선 왠지 모를 절박함이 느껴졌다.
“오라버니, 아직도 그 여자를 못 잊은 거예요?”
획쟁이 슬픈 눈빛으로 물었다.
그녀가 두훤호를 좋아하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물론 그도 획쟁과 가까이 지냈으나, 사실 두 사람은 아직 연인 사이는 아니었다. 그 이유는 두훤호가 지금까지도 한 여인을 잊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그 여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의 원수를 갚기 전엔 절대 잊을 수 없어. 나 때문에 죽은 사람이잖아.”
두훤호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소리쳤다.
“오라버니, 소운이한테 도와달라고 하려는 거죠?”
획쟁이 눈치챘다는 듯 말하자, 도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아이가 6품 구결을 선뜻 내놓는 걸 보니 적어도 6품 세력의 직계 계승자가 틀림없어. 만일 그 애가 6품 구결을 준다면 나도 혼태경에 올라 훗날 그녀를 위해 복수를 할 수 있겠지.”
두훤호가 혼태경에 올라야 복수를 할 수 있을 정도면,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그럼 제가 소운이에게 말해볼게요. 제가 부탁하면 그래도 들어줄 거예요.”
획쟁이 잠시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하자, 두훤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너한테 금보도 줬는데 또 부탁하면 욕심을 부리는 것처럼 보일 거야. 이 일은 내가 직접 나설게. 어쨌든 꼭 6품 구결을 얻고 말겠어.”
항소운과 궁금음은 그 후로 반나절을 함께 보냈다.
그 시간 동안, 그녀는 항소운에게 차를 대접하고 금을 연주하면서 두 사람은 다정한 연인처럼 그렇게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둘 사이에선 이별의 슬픔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궁금음은 이제 마음이 완전히 진정되었다.
10년 안에 인황이 되겠다니 이 얼마나 어려운 맹세인가. 물론 그녀도 힘들 거란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이미 결심을 굳혔으니 어떤 역경이 닥쳐도 헤쳐나가기로 했다.
사실 그녀는 항소운이 그럴듯한 핑계를 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8년 후 복수할 결심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에게 10년이라 얘기한 것은 열심히 무공을 연마할 수 있는 계기를 준 것일 뿐이었다. 어쩌면 몇 년이 지난 후 궁금음이 그를 까맣게 잊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반나절이 지난 후, 항소운은 궁금음의 별원을 나왔다.
떠나기 전, 그는 그녀에게 혼천과 수정을 주면서 훗날 그녀가 무술을 연마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칠절음은 분명 획쟁이 그녀에게 전수해줄 테니, 궁금음에게 따로 다른 구결은 전해주지 않았다.
어쨌든 칠절음은 현재 화강경인 그녀가 수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적어도 왕급이 돼야 가능했다.
궁금음은 항소운을 별원 밖까지 배웅하며 서운한 빛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맹세했다.
‘지금 내가 네게 많이 부족하단 걸 알아. 하지만 10년 후엔 네가 어디 있든 반드시 찾아서 꼭 네 여인이자 강력한 조력자가 될 거야.’
궁금음의 처소에서 나온 항소운은 양장민과 화홍루를 찾으러 갔다.
혼천에서 나온 날, 그들 두 사람은 강력한 적 앞에서도 그의 곁을 지켰던 사람들이라 고마움이 너무나 컸다. 진정한 친구란 그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작별 인사를 할 생각이었다.
그는 천자호 별원으로 돌아와 우선 용휘부터 찾았다.
용휘는 항소운에게 명룡혼주의 주문이 걸린 뒤로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하고 있는 자였다.
항소운은 용휘를 시켜 양장민과 화홍루를 찾아오도록 했으나, 뜻밖의 소식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두 사람은 혼천지지를 떠난 후 다시 운애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말에 항소운은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당시 자신이 영고호남 무리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두 사람이 달아났으니 분명 무슨 일이 생기진 않았을 터였다.
“맞다. 혼천지지는 운애각에서 멀기도 하고 두 사람은 탈것도 없으니, 아마 돌아오고 있는 중이겠구나.”
항소운은 자신도 모르게 이마를 ‘탁!’치며 말했다.
여기서 혼천지지까지는 탈것을 타고 보름은 족히 날아야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그리고 이제 보름이 지났으니 두 사람이 아직 운애각에 당도하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자신은 황급 요수를 탔으니 순식간에 운애성까지 날아온 것이었다.
자신과 그들의 차이에 대한 생각이 들자, 그도 마음이 놓였다.
“용휘. 양장민과 화홍루가 돌아오거든 자네가 책임지고 그들의 안전을 지키도록 해. 혹시나 불충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땐 가차 없이 목이 달아날 줄 알아.”
항소운이 용휘에게 협박성 분부를 내렸다.